오늘, 헤어졌어요
신경민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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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슬픔을 뒤로 하고, 오늘, 오래전부터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항상 손에 쥐고 있었던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을 읽는데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음을 알고 있는데도 잘 넘기지 못했던 페이지들이었다.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니 왜 읽지 못했는지 알겠다. 읽는 것이 아닌 담아야할 마음들이었는데, 그저 활자로 눈에 담으려고만 했으니 더디게 넘기면서, 그나마도 페이지를 편하게 잘 넘기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는 바로 그거, 사랑 그리고 이별. 누구에게나 있을 수도 있고 사라질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도 각자의 가슴 속에서는 늘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 잡아있는 일이기에 더없이 생생하고 아릿한 일. 이상하게도 사랑한다거나 힘들다거나 아파서 슬프다거나 하는 그런 뚜렷한 고백이 없는 느낌으로 풀어가고 있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사랑 앞에서 밋밋한 감정 같은, 이별이 슬프지 않은 것만 같은 것으로 들려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안다. 소리 내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없어지는 감정들이 아니니까.
한밤중에 들려오던 목소리가 아닌 마음의 소리는 그렇게 활자로 다시 다가왔다.
 


사랑이, 그래.
아무리 마음을 다르게 먹고 시작해도 결국은 그렇게 되는 일.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어려운 일.
그래서 시작과 동시에 마음도 파도를 타게 되는 일.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계속 흘러가도 될 것만 같고.
그래서 더 두근거릴지도 모른다고 마음대로 생각하는 일.



이별이, 그래.
시간이 조금 흐르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 일.
그러면서 상처는 남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일.
너의 상처 말고 나의 상처의 깊이가 더 깊게 보이는 일.
그래도 자꾸만 너의 탓으로 돌리고 싶게 투정부리는 일.
나는 뒤돌아서서 가면서도 너는 그 자리에서.
조금 더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이기심을 발휘하는 일.





 

사랑이, 그래.
확인을 받고 싶어 자꾸 물어보게 만드는 일.
귀찮더라도 소리로 듣고 싶은 일.
자꾸 보채고 매달려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것도
괜찮은 것만 같은 일.
내일이 아닌 지금이 그냥 좋은 일. 봄이, 기다려지는 일.











이별이, 그래.
조금씩 무뎌지게, 사라지게 되기를 바라는 일.
언젠가는 사라질 기억처럼 생각하고 싶은 일.
절대 빨리 흘러가지 않을 일.
사랑이 그렇게 왔던 것처럼.
이 녀석도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일.
결국은, 두 손을 내려놓아야 하는 일.





디지털 시대가 세상을 점령하게 되더라도 라디오와 종이책은 절대 사라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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