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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책고래마을 38
이경은 지음 / 책고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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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Godfather III>을 보면 처음에 기념 파티 장면에서 이른바 cumulative song인 "Eh, cumpari!"라는 이탈리아어 노래가 나옵니다. 우리로 치면 어렸을 때 하던 놀이인 "시장에 가면 ♪ 옷도 있고 ♬ 떡볶이도 있고..." 처럼 앞사람이 부른 구절을 다 받아서 뒷사람이 하나씩 추가하는 것과 비슷한 꼴인데요...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저것과 조금 비슷합니다. 조이라는 이름의, 보라색 머리(약간 브리지)를 한 여자아이가 나오는데, 이 아이는 무엇인가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혼자서는 찾기 어려워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려고 해.(이 그림책에는 페이지수가 안 적혀서 출처를 못 적겠네요)"라고 우리 독자에게 말을 거는데요... "너희도 같이 찾아 주지 않을래?"라고 묻는데 저 "너희"가 아마 독자를 가리키겠습니다만 말만 저렇게 하고 우리 독자들에게는 직접 힌트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어 가면서 뭔지 우리가 짐작을 해 내야 합니다. 수수께끼와도 비슷합니다. 아니, 뒤에 나오는 힌트를 보니 수수께끼가 맞습니다.

 

조이는 먼저 티미를 찾아가는데요. 티미가 누구인지는 말로는 설명이 없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니 아 티미는 생쥐구나, 하고 우리 독자들도 알게 됩니다.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샤갈 풍의 그림 안에 큰 시계가 보이는 걸로 봐서 이 티미는 시계탑 같은 곳에 사는 듯합니다. 영어에 as poor as a church mouse라는 표현도 있듯 티미는 교회에 사는 애일수도 있죠. 

 

조이가 뭘 찾는지 티미가 조이한테 듣고 말 해 주는 힌트를 보면 "소중한 것, 까만 나무로 된 몸"뿐입니다. 티미는 알지 못한다고 하고, 척척박사 휴고한테 가서 물어 보라고 합니다. 이때 티미도 따라가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동행하는 친구 하나씩이 늘어나면서 힌트도 조금씩 늘어나는 식입니다. 

 

"부드럽게 만져 주면 노래를 불러서 널 기쁘게 해 준다고?" 조이에게 말을 듣고 휴고가 되묻습니다. 힌트가 더 는 거죠. 처음부터 힌트를 다 말해 줬으면 덜 번거로웠을 건데... 아마, 친구들이 잘 모르니까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그때마다 조이가 머리를 더 짜내서 생각을  해 내는 것 같습니다. 


 

휴고는 도서관 같은 데 사는 올빼미인데 자신도 모르겠어서 티미와 조이를 데리고 "파란 숲에 사는 마빈 형제"한테 물으러 가자고 합니다. 역시 소개만 시켜 주는 게 아니라 자신도 동행, 아니 리드를 하는데 새라서 날개로 날아갑니다. 티미와 조이는 휴고의 발을 잡은 채 매달립니다. 휴고가 아는 것만 많은 게 아니라 힘도 좋습니다. 매달린 티미의 등을 보니 은은한 와인색 장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책 제목이 "똑똑똑"인데 이 뜻은 조이와 그의 친구들(처음에는 친구가 아니었으나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친구가 되었죠)의 다른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파란 숲"이라고 해서 정말로 blue한 숲일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초록색이었습니다. 올빼미는 나이가 많아서인지 언어 습관이 좀 올드하네요. 마빈 형제는 미어캣으로 보입니다. 

 

마빈 형제에게는 앞선 힌트에 "가끔 화가 나면 '꽝'하고 입을 닫는다"는 말을 덧붙여서 묻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독자들에게는 "혹시?"하고 느낌이 오는 뭔가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산꼭대기 탑에 사는 루크는 뭔가 고깃덩이 같은 걸 뜯고 있는데 저는 얘가 무슨 동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은 용처럼도 보입니다. 또 힌트가 하나 추가되는데 "루크처럼 이빨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어떤 독자는 여기서 "역시!"하고 확신이 오겠고, 어떤 독자는 "아닌가?"라고 오히려 더 흔들릴 것 같습니다. 

 

루크는 혼자서 살며, 조이 들과 같이 떠나게 될 목적지인 페리네 바다동굴로 가게 되면 "100년만의 외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안 움직이고 살면 수명이 길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페리는 어떤 관악기를 불고 있는 뮤지션이며 해마처럼 보입니다. 페리에게는 티미, 휴고, 마빈, 루크가 모두 다가와 한 마디씩 힌트를 얘기해 줍니다. 이쯤 되면 이제 페리가 답을 알아낼 것 같습니다. 

 

답은 스포일러이므로 이 독후감에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왜 이걸 찾았냐고 묻자, 조이는 동생 로이의 생일이라서 축하 노래를 불러 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책 맨 앞 페이지에 달력이 하나 나오는데 생일은 5월 11일인가 봅니다. 


 

동생에게 노래 한 곡 불러 주기 위해 그토록 먼 여행을 떠나 기어이 답을 알아내고 만 조이의 노력을 보고 우리들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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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완성 초등 매일 영단어 plus - 하루 20 단어씩 30일 완성, 교육부 지정 초등 기본 영단어 800 수록, mp3파일 무료 다운로드
이수용 지음 / 탑메이드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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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완성"이라고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해답과 색인, 자료 등을 포함하여 책은 모두 332페이지입니다. 양이 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초등학생 때 학습해야 할 내용을 다 담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올컬러로 인쇄되었고 페이지마다 많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초등 교재 중에 이렇게 꽉 차게 내용을 담은 책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봐도 그렇고, 학생한테 보여 줘도, 눈이 피곤하다는 반응은 안 나옵니다. 누가 봐도, 아, 책을 참 공들여 만들었다, 뭐 그런 느낌이 드는 교재입니다. 

 

1개월 완성이 목표인 책이라서 DAY 01, DAY 02... 이런 식으로 30일분으로 나눠서 구성됩니다. 그뿐이 아니라 페이지 옆면에 며칠째의 분량인지 알려 주는 색인이 다 찍혀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진짜 공이 많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탄스럽습니다. 

 

이 책은 어휘 공부 교재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은 단어 학습 위주입니다. 맨 앞에 preview test가 나옵니다. preview test는 그림하고 단어를 매칭시키는 거고, today's task는 아는 단어, 모르는 단어가 뭔지 점검을 하는 코너입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게 이 책의 핵심인 VOCABULARY 공부입니다. 발음기호도 적어 주고 이게 지금 초등학생용 교재이므로 한글로도 발음을 적어 놓았네요. 영어는 액센트가 없으면 뭔 소린지 못 알아듣기 때문에 강세가 있는 음절에 볼드체로 강조를 해 놓았습니다. 가끔 일러스트도 같이 나와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네요. 

 

어떤 사람은 한글로 읽어 버릇하면 안된다고 하던데, 그런 얘기가 나온지도 30년이 넘었죠. 그런데도 막상 애들한테 시켜 보니까 안 되지 않습니까. 어른이 아니라 애들이 공부하는 것이니 공부하는 애들이 편하게 해 줘야죠. 이 책처럼 애들 눈높이에 맞추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DAY 07의 p49를 보면 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라는 예문이 나옵니다. 초등학생한테 조금 어려운 느낌도 듭니다만, 따지고 보면 필요할 때 이런 속담을 즉석에서 떠올려야 할 어른들 입장에서나 어렵지, 저 문장을 주고 해석만 하라고 하면 단어도 어려운 단어가 없고 그리 어렵게 읽히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초등생에게는 아직, worth 같은, 목적어를 취하는 형용사가 어렵긴 하죠. 이것도 문법적으로 분석을 하려고 해서 어렵지 직관적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겠습니다. 이런 것도 공부할 의욕이 넘치는 상위권 학생들은 잘 소화합니다. 공부는 내가 설사 중위권이라고 해도 나중에 상위권을 따라잡겠다는 생각으로 해야지(=롤 모델은 상위권이 되어야지) 중위권에 걸맞은 공부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DAY 27 p171에 보면 I suppose it was worth waiting이란 문장이 나옵니다. 이 예문은 suppose의 뜻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건데 저는 여기서도 worth가 더 눈에 띕니다. worth는 목적어를 취하는 특이한 형용사이지만, 그 중에서도 능동의 뜻인 ~ing꼴로 수동인 뜻을 나타내는 용법이죠. 이런 건 동사 중에는 need, want 같은 게있습니다. 이건, 보다 상급 학교로 가서 배우는 거고, 여기서는 suppose가 저렇게 절(clause)을 목적어로 취하는 모습만 눈에 익혀 두면 되겠습니다. 물론 초등 과정이므로 절(節)이다 뭐다 하는 문법 용어는 알 필요가 없죠. 그냥 모습이 저렇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제가 생각할 때 단어를 정말 정확히 공부하려면 단어가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예문이 중요합니다. 


 

empty(p49)가 "비어 있다"라는 뜻인 건 다 알지만, 이 책에 나온 예문처럼 (잔 등을) 비운다는 뜻이 있는 건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초등학생은 물론 어른들도). 어렸을 때부터, 영단어에는 우리말과 달라서 이처럼 형용사가 동사 노릇을 겸하기도 한다는 점 알려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문에까지 이런 용법이 나와서 좀 의외였습니다. 사실 어려서부터 이런 습관이 안 들면, 커서, 고등학생 정도만 돼도, 이미 머리가 굳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DAY 03 p25를 보면 discuss가 나오는데 이 단어는 중학교 쯤으로 올라가면 "자동사로 착각하기 쉬운 타동사" 범주에 묶여서 자주 보는 단어죠. 우리말이 그렇기 때문에 discuss가 아니라 discuss about으로 잘못 쓰기 쉽다는 겁니다. 저 페이지를 보면 예문에도 discuss a few things이라 하여 전치사 없이 쓰는 타동사임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있네요. 예문도 신경 써서 잘 골라 넣으신 것 같습니다. 지금 초등학생이니까 자동사 타동사 하는 문법까지는 알 필요 없지만 여튼 이런 게 눈에 익어 가야 하지 않을까요.


 

p170에 나오는 relate라는 단어는 오히려 타동사로 착각하기 쉬운 자동사죠. 그 명사형인 relation 때문에 생긴 게 눈에 익은데 이 책 예문(What he said does not relate to the fact.)에도 잘 나와 있듯 전치사 to와 보통 결합하여 "~에 부합하다"로 쓰입니다. ㅎㅎ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형들은 이 용법, 이 단어를 과연 알고 계실까요? 아이를 잘 가르치려면 먼저 가르치는 사람부터가 막히는 게 없어야 합니다. 요즘 초등 교재 수준이 글쎄 이렇습니다. 


 

p152를 보면 suggest가 나오는데 예문의 목적절을 보면 you change라고 해서 조동사 will, would 같은 게 없죠. 그냥 동사원형이 쓰이는 건데 상급 학교로 가면 이 문법을 배웁니다. 주어가 2인칭이라서 그냥 suggest이니 이 꼴이 원형인지 어떤지 알 방법이 없지만 만약 주어가 she 같은 것이었으면 changes가 아니라서 이상한 게 눈에 확 띄었을 겁니다. 

 

모든 단원 뒤에는 엑서사이즈가 나오는데 6~10번과 16~20번은 녹음된 내용을 들어야 풀 수 있습니다. 녹음 파일을 듣고 나서 문제의 지시에 맞게 풀어야 합니다. 녹음파일은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하듯이 그냥 책만 갖고 눈으로만 풀지 말고, 시청각 교재를 함께 활용해야 살아 있는 영어, 써 먹을 수 있는 영어가 됩니다. 또 그저 기억이 오래가게 하기 위해서라도 음성 파일을 자꾸 들어야 합니다. 

 

30일만에 마스터하기엔 양이 많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 아니라 어른이라도 30일 안에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머리 속에 넣을 수는 없죠. p5에 나와 있듯이 반복해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한 번 돌리는 데에 이 책의 커리대로 30일이 걸리겠고, 그 다음 두 번 세 번 돌릴 때에는 조금 기간을 단축해서라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을 겁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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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미래를 바꾼다 - 미래의 부를 주도하며 살 것인가 구경꾼으로 살 것인가
오진현 지음 / 굿웰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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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암호화폐의 경우, 비잔틴 장군의 문제에 대한 수학적 증명을 통해 발생과 거래내역 등 진위의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채굴 과정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찍는 게 불가능하니(도지코인 등 예외가 있죠) 많은 이들의 우려가 해소된다고 하죠. 그러나 저자는 "코인 시장은 위조품이 판을 치는 곳이다.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은 99% 가짜라고 보면 된다. 메이저 거래소 상장 코인도 다 믿을 건 못된다.(p31)"라고 합니다.

저자는 코인 사업을 하려고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절대 안 되며, 된다고 해도 200년은 지나야 합니다." 대표의 말이었습니다. 이랬던 그가 연락을 해 와서는 코인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중국, 캄보디아에서 해당 코인이 유통되는 걸 보여 줬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육군 소장이 마치 보증이라도 서는 듯했습니다. 얼마 후 본사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모두 사기였던 것입니다.

이러던 그가 다시 재기에 성공한 건 채굴사업을 알고부터입니다. 이때가 2016년입니다. 이때 비트코인 전망을 어둡게 보던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뿐 아니라 다른 가상화폐까지 가격이 폭등했으므로 타이밍 잘 탄 분들은 돈깨나 벌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은 중국에서 채굴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고 있으며 한국의 코인 거래소들도 (보시다시피) 코인 삭제에 아주 열심이므로 시황이 아주 좋지 않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보다 훨씬 더 위험요소가 많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2018년 비트코인이 한창 상승할 때 2700만원에 매수하여 물린 후 큰 손실을 보고 매도한 이들도 많았다. 그들 중에는 코인 시장을 영원히 떠난 이들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참고 견딘(이른바 "존버") 사람들은 3년 뒤 큰 수익을 내었다. 그 사람들은 적어도 블록체인이 뭔지 알았던 사람들이다."(pp.68~69)

이래서 판단이 어려운 겁니다. 2018년 대폭락 후 비트코인에 물린 사람들한테 이른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당시 뭐라고 말했겠습니까? "손절할 때 손절할 줄을 알아야 투자를 할 수 있다. 손절 못 하는 사람들이 꼭 보면 미련하게 물려 있다 패가망신한다." 과연 어떤 경우에 존버를 해야 하며, 반대로 어떤 경우에 미련없이 손절을 결단해야 하는 걸까요? 저자는 그에 대한 답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꼭 전문가 수준으로 알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네요. p211)

모든 투자는 공부를 거친 후에 시도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그저 단톡방에서 소문 듣고 친구 말 믿고 대출 받아서 투자하는 사람들은 투기를 하는 것이며, 언제 망할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길, 지뢰밭(p68)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블록체인을 공부할 것을 권유합니다. 앞으로 블록체인은 인터넷 자체를 대체할 것이며, 가뜩이나 불이 붙은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며 그 핵심 원리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책 앞에서 그 대표분은 "된다고 해도(된다고 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가정입니다) 200년 뒤에나 될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앞으로 가상화폐는 가상 자산도 아니고 가상도 아니며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화폐'가 될 것이다." 내가 해외여행이라도 갈라치면 현지화폐로 환전, 갔다 와서 한국 원으로 또 환전, 이 과정에서 두 번의 수수료를 내고 은행만 배불립니다. 이처럼 불합리한 게 또 어디 있냐는 겁니다.

과거 독일은 300여 개의 영방(領邦)으로 분립되었습니다. 이 상태가 육백 년 넘게 지속되었으나 결국 프로이센에 의해 통일되고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뤘죠. 국경을 (거의) 걷어치우고 관세를 철폐하니 주민들의 편의가 예전 같을 리 없습니다. 개인의 삶도 이전과 달리 국경 안에서 가장 싼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기업들도 이전보다 자유롭게 노동력을 고용하니 경쟁력이 증가할 밖에요. 지금은 상품과 서비스, 인력이 비교적 자유롭게(아직은 많은 제약이 있지만) 국경을 넘나듭니다. 이 정도도 전에는 상상 못 할 상황이었고, 앞으로는 세상이 통일된 화폐를 쓰리라는 저자의 전망은 마냥 근거 없는 환상만은 아닙니다.

"첫째,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법정화폐가 된다. 둘째, 이는 단순 투자가 아니라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투자다.(pp.115~116)" 이렇게 되면 코인은 이미 자산이 아니니 거래소도 필요 없겠지요. 지금도 물론 외환 거래소가 있습니다만 이는 각 화폐가 국가의 경계를 못 벗어나기에 존재하는 거죠. 저자의 말대로 미래에 모두가 국가의 횡포를 벗어나(저자의 말입니다) 단일 화폐를 쓰고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살면 거래소는 필요가 없죠. 사실 영화 <스타워즈>에서 가장 신기한 건 어떻게 은하계 모두가 신용할 수 있는 화폐를 쓰고 있냐는 거였습니다. 아직 "황제"가 세상을 다 장악한 게 아니라서 그(같은 존재)가 보증한 화폐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여튼 현재 돌아다니는 코인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분도 좋은 전망을 표현하는 건 비트코인, 이더 정도이지 코인 자체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를 치려고 만든 코인도 있다(p143)"고까지 말합니다. ICO에서 사기 안 당하려면 그나마 규모가 큰 곳에 참여해야 피해를 볼 확률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이 역시 조심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p251에서는 "주식에 삼전이 있다면 코인에는 비트, 이더가 있으니 모든 자산에는 이른바 급이라는 게 있는 법"이라고 합니다.

코인 발행 회사가 자체 거래소를 운영하기도 하니 특히 조심하라고 합니다. "허접한 거래소에 상장해서 자전거래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무가치한 코인을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기획 사기는 전혀 사기가 아닌 것처럼 철저히 위장하여 투자자들 진을 빼고 마무리된다.(p154)" 수사 기관도 제대로 모르고, 이 일에 밝은 변호사도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조심하는 게 그저 상책입니다.

이른바 김프, 즉 한국 시장에서 유독 비트코인 등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은 중국인 투기 세력만 배를 불려 준다고 언론에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뛰면,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팔아치운 중국인의 손에는 위안화(그대로인)만 쥐어졌으나, 한국인은 앞으로 가치가 크게 오른 비트코인을 쥐고 있으니, 과연 누가 이익이냐(p165)는 겁니다. 이 부분은 사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더 지켜 봐야죠.

"현금이 사라진다니 말이 됩니까? 같이 쓰인다면 몰라도 현금이 사라지고 비트코인만 통용되다뇨!(p205)"

현금의 대체물은 많았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세계적으로도 이른 시기에 완비된 한국의 온라인 송금도 크게 보면 현금의 대체품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기껏해야 우체국의 전신환이었죠. 신용 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드결제도 아무리 이게 현금 거래를 대체한다고 해도 현금은 병용이 되어야 거래가 안전하죠. 그러나 만약 비트코인이 화폐가 된다면, 그건 신용카드나 상품권처럼 보조 수단이 아니라 이미 메인이므로 기존 법화가 설 땅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창업은 돈보다 생각이 중요하고 행동이 중요하다. 사업은 결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p288)." 저자는 "나는 돈을 벌고 싶다기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도 합니다.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 큰 기회가 비트코인 안에 있다는 뜻이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이 과연 저점 매수의 기회일까요? 부자들은 지금 비트코인으로 갈아타고 있다는데, 우리도 동참해야 할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신중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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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을 권리 - 팬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강우성 옮김 / 엘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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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마땅히 자유의 나라이건만, 병과 두려움이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자유롭다는 건 우리가 우리다워지는 것, 자신의 가치와 욕망을 좇아 세상을 누비는 것을 뜻한다.... 행복을 감지하지 못할 만큼 아프거나 이를 추구하지 못할 만큼 허약해지면, 자유란, 불가능하다(p27)."

 

"나는 정의와 평안과 안녕을 숭상했던 미국의 건국자들이 의료의 역사에서 그들이 겪었던 비참한 순간을 우리가 다시 살기 바랐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p81)"

 

저자의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한번 병이라도 나면, 사고라도 당하면, 이의 치료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몇 년 전 외국에서 어떤 사고를 당해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어느 청년의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연을 올려 큰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아무리 기회의 나라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한 재산을 모을 수 있다 해도, 어쩌다 병에라도 걸려 막대한 치료비를 지출하게 된다면, 그래서 좀처럼 회복(신체적이건 재정적이건 간에)을 못 하게 된다면, 그런 기회와 자유가 다 무슨 소용이겠냐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장 아닐까요.

 

"우리(미국인들)의 연방정부와 상업 의료 시스템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p27)"

 

"이 질병은 유독 우리 미국의 것이다. 우리는 23개 유럽 국가의 시민들, 또 일본, 홍콩, 한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레바논 같은 아시아 사람들보다도 먼저 죽는다.... 내가(=저자가) 열 살이었던 1980년에 미국인들은 국부가 비슷한 다른 나라의 사람들보다 기대 수명이 1년은 짧았다. 내가 쉰 살이 된 지금, 그 격차는 4년으로 늘어났다(pp.24~25)"

 

"그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미국처럼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 잘못 대처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p25)"

 

어떻습니까? 저자가 열 살이었던 1980년이면 아직 마이클 잭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몇 년 전이긴 합니다만, 미국의 문화와 경제와 모범적인 민주 정치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상이었을 겁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기품 있는 태도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계를 매료했고, 글로벌 경제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공장을 추동력으로 삼아 힘찬 엔진을 가동했습니다. 한국도 이른바 3저(低)의 호황을 맞아 번영과 행복을 가득 누리던 선진국 도약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 흐르는 ♬ 아름다운 서울을 사랑하리라~"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재선이 유력한 현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슨 생각이었는지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다니다(내내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 자신도 코비드19에 감염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이 조심성 없는 처신으로 전염병에 걸리냐는 거죠. 이후 그는 폭망의 길을 걷고 조지아나 아리조나 등 전통의 공화당 강세 주에서마저 상대에 패배하고 텍사스에서도 지기 직전까지 간 끝에 결국 직을 내 주고 말았습니다. 이는 개인의 패배가 아니라, 미 의료 시스템에 대한 미국인들의 준열한 심판의 결과로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제 몸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자가 어떻게 국민을 보호하겠습니까.

 

"폭군을 만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수를 더 이상 집계하지 않는 게 되어 버렸다.(p121)" 

 

"폭군은 질병을 기회로 여겨 자신을 삶과 죽음의 합법적 중재자로 내세운다.(p134)"

 

참고로 저자는 한국에도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같은 저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분이며 저도 그 책을 읽고 2019. 10에 독후감( https://blog.naver.com/gloria045/221686791860 )을 남긴 적 있습니다. 


 

p73에는 "약 공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빈곤층이 적당히 마약류나 처방을 받고 버티게 하는 곳을 말하는데 이런 약물 남용으로 이런 계층의 기대수명은 더욱 짧아지는 것입니다. 

 

"병감(病感)"이라는 단어(p9)를 들어 보신 적 있습니까? 그 뜻은 저자의 버전으로 p10에 설명됩니다. "malaise, malady는 프랑스어,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들로, 영어에서는 수백 년 동안 쓰였다. 이 단어는 미 독립전쟁 시기에는 병과 폭정(暴政)을 아울러 가리켰다"고 합니다. 폭정은 물론 영국 식민 당국의 학정과 독재를 지시합니다. 저자가 이 말을 구태여 꺼내는 이유는 뭐겠습니까? 나쁜 정치, 일부의 이익만을 위해 유지되는 공적 시스템은 일반 대중과 국민에게 질병만큼이나 해롭고 사악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저자는 2019년 12월 3일 독일 뮌헨의 강연 과정에서 맹장이 터집니다(p11). 맹장염은 조기에 처치하여 안정을 취하면 큰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간으로 염증이 퍼졌는데 이 점이 독일에서 간과되었나 봅니다. p63에 독일 의사들이 그의 말을 잘 못 알아 들어 적절한 치료가 안 이뤄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구멍 난 맹장을 안고(구멍 난 줄도 모르고)"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맹장 수술을 15일에 받았는데 여기서도 그는 2차 감염에 대한 주의나 항생제 처방을 못 받았습니다(p47). 

 

손발이 욱신거리고 마비 증세가 왔고 23일 플로리다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하기는 했으나 결국 저자는 일주일 후 다시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거의 숨이 끊어질 뻔했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응급실에서 처음에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았다고 합니다. 옆에는 노숙자 등이 서로 간호사를 부르며 도움을 요구했고 말이죠. 

 

"분노는 오롯이 나였다."
"나는 분노했다. 고로 존재했다."
"분노는 어떤 대상에 의해서도 훼손되지 않은 채 아름다울 정도로 순수했다."(pp.14~17)

 

당시에 저자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책에서 저런 말을 다 하고 있겠습니까. 저건 명백한 의료 과실이죠. 의료비 부담 체계도 체계이지만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의사의 솜씨와 기술을 마냥 신뢰할 수만은 없다는 현실이 기가 막힙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 의사들도 정신 좀 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수가가 낮으니 낮은 만큼만 실력 발휘하겠다는 식이면 곤란하죠. 일단 의사로서 할 일 다 하고 갖출 능력은 다 갖추고 그 다음에 국민을 설득하든지 해야 합니다.


 

"응급실의 그 누구도 내 전자기록을 확인하려는 생각이 없어 보였다.(p39)" 이러니 대체 무슨 올바른 치료가 되겠습니까. 참고로 이 책에서 저자의 분노는 여러 의사와 제도를 대상으로 삼습니다만 특히 뉴헤이븐 모 병원의 의료진에 대해 크게 실망한 듯 보입니다. 뉴헤이븐이란 이름을 가진 곳은 미국만 해도 무척 많으나 여기는 코네티컷 주의 뉴헤이븐(한국인들도 많이 아는)이며 석좌교수인 저자가 재직 중인 예일대 부속 잭슨 국제문제연구소가 여기 소재해서입니다. 아무튼 이런 곳의 병원이 이 정도일 것 같으면 다른 병원은 보나마나 아닐지요. 

 

저자는 나치와 홀로코스트의 역사 연구로 특히 유명한 분입니다. 저자는 2009년 즈음에 오스트리아 빈에 체류하며 그곳에서 아들을 보았는데(꽤 늦둥이인 셈이죠)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산모와 아빠를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혜택을 다 보았는데 나치 역사 연구를 할 때에는 독일어가 죽음의 언어였으나 "나이 지긋한 부인들이 아이가 예쁘다고 칭찬해 줄 때는 생명의 언어가 되었다(p97)"고 합니다. 반면 두번째 아이는 미국에서 출산했는데 엄청난 비용은 차라리 둘째 치고 필수 과정이 끝나면 분만병동에서 산모와 아기와 가족을 쫓아내기 바빴던 게 병원의 태도였다고 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상업적 의료 시스템 하에 놓여 있다(p101)." 저자의 말입니다. 

 

저자는 이어 유럽 계몽주의 사상가들과 그들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거론합니다. 세상이 무지에 휩싸여 있었다면 오늘날 같은 발전은 없었을 것이며, 어떤 무엇이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되면 합당한 근거를 찾아 누군가가 반드시 목청을 높여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 이런 취지 아니겠습니까. "미국 대부분의 지역은 현재 뉴스의 불모지다(p145)." 이러니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엄청난 문제들이 분석되지 못하며 묻힙니다. "의료 검사와 마찬가지로 보도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방도이다(p143)."


 

"환자가 된다는 것이 돈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아야 한다.(p189)" 저자는 맹장염과 그 합병증, 후유증만을 겪은 게 아니라, 뉴헤이븐의 그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옆 병상에 누웠던(나중에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중국인(고 직전에 중국에 다녀왔다고 하던)으로부터 아마도 코로나를 옮은 듯합니다.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났고 이에 대한 치료는 받았으며 병원에서 딱히 말은 하지 않으나 사진을 보니 폐, 그 중에서도 한쪽 폐가 더 손상되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하네요. 이 과정에서 홀로코스트 중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였던 유대인들과 자신을 더욱 동일시하게 된 저자는 이익만을 최우선시하는 미국식 의료에 대해 분노를 토로하고 각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독자인 제 주관에 의해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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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팅 : 실전 마케팅 & 퍼스널브랜딩
오두환 지음 / 대한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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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품과 서비스가 좋아도 마케팅이 나빠서 고객한테 다가가지를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오두환 저자는 <광고의 8원칙>으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었고, (주)한국온라인광고연구소 등의 현 대표이며, 여러 강연 등을 통해 올바르고 효과적인 마케팅의 전도사로 활약 중입니다. 그의 지론 중 독특한 건, "광고는 광고(廣告)를 넘어 광고(光高)가 되어야 한다"는 건데 이는 앞 책날개뿐 아니라 본문 p36에도 나옵니다.

저자께서 처음으로 받은 광고료, 그것도 큰 성공을 거둔 광고를 통해 어떤 대가를 받은 건 어렸을 적 부친의 영업을 돕고서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chapter 2의 첫번째 꼭지 "길거리 봉고차 기술자에서 박사님이 되신 아버지"에 잘 나옵니다. 보기에 따라서 사소할 수도 있지만 독자로서 저는 아주 어린 나이에 경험한 이 짜릿한 성공이 소년에게 얼마나 큰 자신감을 주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저 애 쓰시는 아버지께 도움을 드렸다는 효도의 자부심 정도가 아니죠. 나의 노력과 마케팅 센스가 세상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 (그 어린 나이에 좀처럼 접하기 힘든)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찬사를 얻은 데서 온 성취감, 이런 것이 오 대표의 인생에 이후로도 계속 어떤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듯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공부에 전념하기 힘들고 세칭 일류대나 인서울대 진학을 이루려면 이 요인이 좀 크죠. 저자는 여튼 지방대를 졸업한 분인데 제1장 p29에서 "개인사를 밝히는 게 조금 부끄러울 수 있어도 독자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과감히 밝힌다고 말씀합니다. 사실 성공한 후 자신의 과거를 윤색하고 과장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순전히 독자의 마인드셋 향상을 위해 이렇게 한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며, 어쩌면 세상과 이렇게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이 그의 성공에 있어 가장 큰 비결이고, 이 "오케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광고는 그야말로 창의력의 총집결체일 듯합니다. 이런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체로 암기에는 좀 서투른 게 사실이고 오 대표도 너무 암기를 못 한 탓에 학점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부로 친구들을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 후, 완벽한 포지셔닝을 하고선 브랜드를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대학생일 때에도 오 대표는 이처럼 마치 베테랑 광고맨처럼 전략적으로, 체계를 세우고 행동하는 게 놀라웠습니다. 이래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수님께 잘보이기 위해 늦게까지 열심히하는 모습을 교수님께 일부러 들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해당 문장 뒤 괄호 안에 써 놓은 말이 압권입니다. "광고는 들키는 것이다!(p71)" 그러니 오 대표는 젊었을 때부터 사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광고였던 셈입니다. 브랜드는 누굴 상대로 구축한 브랜드였을까요? 학점을 주는 분이 교수님이니 교수님 상대로 학생 오두환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든 셈입니다. 정교사 자격증을 오두환은 졸업할 때 두 개나 취득합니다.

허나 오두환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책 저 뒤 p124에도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최전선에서 뛰어야 감이 안 죽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사실 한국에서 교사는 꽤 안정된 직업이고 선망도도 높습니다. 그러나 청년 오두환은 뭐랄까... 타고난 끼를 주체하지 못하던 타입 같습니다. 마음 속에서 세상 앞에 강렬히 어필하며 스타가 되길 꿈꾸는 그가 박봉(어디까지나 그 자신의 깜냥에 비해)의 교사에 만족할 수 없었던 거죠. 마치 부친께서 다재다능한 자질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직업들에 도전했던 모습이나 비슷합니다. 다른 게 있었다면 오두환은 부친과 달리 재능의 연마 자체보다 그의 광고에 몰두했고, 일찍부터 이 분야에 눈을 떴다는 점입니다.

메이저 언론사인 J신문사에 입사하기란, 두드러진 스펙이 없는 청년 오두환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서류전형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합격했으며, 면접에서 타 경쟁자들과 비교하여 이런저런 질문을 받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자신이 서지 않자 그는 파격적인 전략을 세웠습니다. 먼저 자신이 면접관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질문을 던질 기화를 주지 않은 후, 오히려 자신이 그들을 향해 입사 후의 비전과 각오를 설파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이 아주 멋지게 맞아떨어져 그는 최종 합격을 해 내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런 전략을, 혹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구사해도 성공할까요? 전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확신과 진정성이 있는 사람의 말과, 그렇지 않고 그저 자기도취 연극과 속임수를 부리기나 좋아하는 사람의 말은 구별됩니다. 면접관들도 온갖 경륜과 지혜를 갖춘 이들이었기에, 청년 오두환의 가능성과 열정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줄 알았던 거죠. 그러니 오 대표처럼 여러 체험을 해 보고, 교훈을 얻고, 진정성의 농도를 높이고, 열정을 발휘하는 자질을 갖추는 게 우선이지, 괜히 남따라 튀기만 하는 전략으로 가서는 망신이나 당하기 십상일 것입니다. 아니나다를까 p97에서는 이미 지원자가 아닌 면접관의 위치가 된 지 오래인 자신에게 행여 "의도적으로 노리고 오지는 말라"고 살짝 덧붙입니다.

이 책에서는 마케팅이 무의식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무의식만으로는 물론 일이 다 될 리가 없고 의식적으로 방법을 익히며 짬을 내어 훈련을 하라고 합니다. 무의식은 그러니 일상에서 진정성을 갖고 몰입하며 감각을 갖는 거고, 의식적 노력은 따로 해야 하는 거죠. 앞에서 학생 때 전략을 치밀히 짜고 높은 학점을 따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J 신문사에 합격했는데 워낙 확률을 낮게 봤던 터라 기다리는 동안 이미 다른 직장을 잡았던 터입니다. 그 합격증을 윗선에 일단 보여 주고(이걸 안 보여 주면 누가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안 했겠죠), 그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회사에 몸 담으며 평소에 생각했던 바를 논리정연하게 설파합니다. 저는 이 대목도, 그가 워낙 모든 일에 열정과 진정성으로 임하니 이런 구석구석이 눈에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미친놈아, 그게 될 것 같아?" 이런 말을 들으면 저자는 오히려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오 대표는 말을 특히 잘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데 선천적으로 도가 튼 분 같습니다만 이런 그도 사전에 수읽기,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 본다고 합니다. 어려서 바둑 두기를 무척 즐겼다고 하는데 이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을 듯합니다.

"생계형"이란 말이 붙으면 일단 웃음부터 나오곤 합니다. 저자는 베스트셀러를 내기 전 많은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할 것을 예상했고 생계형 마케팅 전문서라는 컨셉 자체가 자신이 생각해도 무모한 면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출판사가 나를 고르게 할 게 아니라 내가 출판사를 골라 확실히 안을 수용하게 만들겠다고 전략을 세웠습니다. 저는 이처럼, 무슨 목표를 정했을 때 그저 주먹구구로 임하지 않고 마치 장군이 전투에 임할 때처럼 치밀하게 작전을 세우는 면부터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치밀하게 계획을 안 세울까요? 일단 일을 되게 하는 바른 버릇이 안 들어서이고, 둘째는 이렇게 공을 많이 들였는데도 실패하면 타격이 크니까, 그냥 대충 하다가 망하면 "에이 뭐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거니까 진짜 내 실력은 아냐" 처럼 나중에 위안거리, 핑계를 만들려는 한심한 계산이 작용해서입니다. 오 대표는 저 시도에서, 그렇게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실패했습니다. 이때 본인도 타격이 꽤 컸다는 건 책을 읽어보면 느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건, 실패가 두려워서 아예 시도를 안 하거나 대충 하는 걸 그가 단호히 거부하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거절을 당했으니 이제 출판사에 원고를 맡기는 건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절대 거절을 안 당하게 이쪽 일 잘하는 분들을 모아 출판사를 만들어 직접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과연 그다운 선택입니다. 물론 이 역시 이대로 따라한다고 다 될 일은 아닙니다. 일단 그는 자신에게 없는 재능("달란트")을 갖춘 이들을 주위에 모았는데, 이것부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해당 재능을 알아볼 눈이 있어야 하고, 내가 모르는 분야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 상당수의 사업가들은 이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잘 쓰지 못하고 혹 써도 믿지를 못합니다. 꼼꼼하게 책을 만들었으니 마케팅은 이분야 달인인 그가 직접 화끈하게 유감없이 펼치면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의 출판이 거절당한 것도 꼭 컨텐츠가 나쁘다거나 하는 출판사 측의 판단 때문이 아니라 수익 배분 등의 다른 조건이 안 맞아서가 아니었을까 제 마음대로 짐작해 보았습니다.

저자는 필립 코틀러나 세스 고딘의 저서를 인용하며 "당신 자신을 브랜딩하며 팔라"는 주문을 합니다. 이때 상품화란 어설픈 자기만족이 아니고, 오히려 철저한 자기객관화를 거쳐 고도로 다듬어진 장점의 어필이어야 합니다. 확신을 갖고 나서라는 게 무슨 근거 없는 자기도취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브랜드를 들고 상품으로 내세워진 게 어디 흠이 있어서야 팔리겠습니까. 상품은 초등학생 장기자랑이나 학예회 공연이 아닙니다.

"보물선은 보물을 찾지 않는다(p212)." 일시적으로 보물에 현혹되어 항해에 나서는 게 아니라, 어떤 지속적인 대의를 갖고 장기항해를 도모하라는 거죠. 이처럼 모두를 매혹시킬 대의를 가지려면 일단 내가 누구인지, 내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선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대의는 "대의를 위한 대의"가 가장 고차원의 대의라고 합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남이 내가 좋아 죽게 만들어라."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에도 "주군은 부하를 자신에게 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죠.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증명하라" 진짜 멋진 상품은 번잡한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강렬한 한 마디 안에 그의 모든 것을 담죠. 거의 모든 프로젝트와 면접에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평소부터, 무의식 중에서도 그가 깊은 성찰을 통해 어떤 분명한 상과 확신을 가졌던 거고, 이것이 은연중에 배어나와 타인에게도 공감과 설득력으로 작용했던 것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힘 있게 열심히 산 사람은 그 자신이 바로 살아 있는 명카피 아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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