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책고래마을 38
이경은 지음 / 책고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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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Godfather III>을 보면 처음에 기념 파티 장면에서 이른바 cumulative song인 "Eh, cumpari!"라는 이탈리아어 노래가 나옵니다. 우리로 치면 어렸을 때 하던 놀이인 "시장에 가면 ♪ 옷도 있고 ♬ 떡볶이도 있고..." 처럼 앞사람이 부른 구절을 다 받아서 뒷사람이 하나씩 추가하는 것과 비슷한 꼴인데요...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저것과 조금 비슷합니다. 조이라는 이름의, 보라색 머리(약간 브리지)를 한 여자아이가 나오는데, 이 아이는 무엇인가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혼자서는 찾기 어려워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려고 해.(이 그림책에는 페이지수가 안 적혀서 출처를 못 적겠네요)"라고 우리 독자에게 말을 거는데요... "너희도 같이 찾아 주지 않을래?"라고 묻는데 저 "너희"가 아마 독자를 가리키겠습니다만 말만 저렇게 하고 우리 독자들에게는 직접 힌트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어 가면서 뭔지 우리가 짐작을 해 내야 합니다. 수수께끼와도 비슷합니다. 아니, 뒤에 나오는 힌트를 보니 수수께끼가 맞습니다.

 

조이는 먼저 티미를 찾아가는데요. 티미가 누구인지는 말로는 설명이 없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니 아 티미는 생쥐구나, 하고 우리 독자들도 알게 됩니다.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샤갈 풍의 그림 안에 큰 시계가 보이는 걸로 봐서 이 티미는 시계탑 같은 곳에 사는 듯합니다. 영어에 as poor as a church mouse라는 표현도 있듯 티미는 교회에 사는 애일수도 있죠. 

 

조이가 뭘 찾는지 티미가 조이한테 듣고 말 해 주는 힌트를 보면 "소중한 것, 까만 나무로 된 몸"뿐입니다. 티미는 알지 못한다고 하고, 척척박사 휴고한테 가서 물어 보라고 합니다. 이때 티미도 따라가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동행하는 친구 하나씩이 늘어나면서 힌트도 조금씩 늘어나는 식입니다. 

 

"부드럽게 만져 주면 노래를 불러서 널 기쁘게 해 준다고?" 조이에게 말을 듣고 휴고가 되묻습니다. 힌트가 더 는 거죠. 처음부터 힌트를 다 말해 줬으면 덜 번거로웠을 건데... 아마, 친구들이 잘 모르니까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그때마다 조이가 머리를 더 짜내서 생각을  해 내는 것 같습니다. 


 

휴고는 도서관 같은 데 사는 올빼미인데 자신도 모르겠어서 티미와 조이를 데리고 "파란 숲에 사는 마빈 형제"한테 물으러 가자고 합니다. 역시 소개만 시켜 주는 게 아니라 자신도 동행, 아니 리드를 하는데 새라서 날개로 날아갑니다. 티미와 조이는 휴고의 발을 잡은 채 매달립니다. 휴고가 아는 것만 많은 게 아니라 힘도 좋습니다. 매달린 티미의 등을 보니 은은한 와인색 장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책 제목이 "똑똑똑"인데 이 뜻은 조이와 그의 친구들(처음에는 친구가 아니었으나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친구가 되었죠)의 다른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파란 숲"이라고 해서 정말로 blue한 숲일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초록색이었습니다. 올빼미는 나이가 많아서인지 언어 습관이 좀 올드하네요. 마빈 형제는 미어캣으로 보입니다. 

 

마빈 형제에게는 앞선 힌트에 "가끔 화가 나면 '꽝'하고 입을 닫는다"는 말을 덧붙여서 묻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독자들에게는 "혹시?"하고 느낌이 오는 뭔가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산꼭대기 탑에 사는 루크는 뭔가 고깃덩이 같은 걸 뜯고 있는데 저는 얘가 무슨 동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은 용처럼도 보입니다. 또 힌트가 하나 추가되는데 "루크처럼 이빨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어떤 독자는 여기서 "역시!"하고 확신이 오겠고, 어떤 독자는 "아닌가?"라고 오히려 더 흔들릴 것 같습니다. 

 

루크는 혼자서 살며, 조이 들과 같이 떠나게 될 목적지인 페리네 바다동굴로 가게 되면 "100년만의 외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안 움직이고 살면 수명이 길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페리는 어떤 관악기를 불고 있는 뮤지션이며 해마처럼 보입니다. 페리에게는 티미, 휴고, 마빈, 루크가 모두 다가와 한 마디씩 힌트를 얘기해 줍니다. 이쯤 되면 이제 페리가 답을 알아낼 것 같습니다. 

 

답은 스포일러이므로 이 독후감에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왜 이걸 찾았냐고 묻자, 조이는 동생 로이의 생일이라서 축하 노래를 불러 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책 맨 앞 페이지에 달력이 하나 나오는데 생일은 5월 11일인가 봅니다. 


 

동생에게 노래 한 곡 불러 주기 위해 그토록 먼 여행을 떠나 기어이 답을 알아내고 만 조이의 노력을 보고 우리들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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