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팅 : 실전 마케팅 & 퍼스널브랜딩
오두환 지음 / 대한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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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품과 서비스가 좋아도 마케팅이 나빠서 고객한테 다가가지를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오두환 저자는 <광고의 8원칙>으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었고, (주)한국온라인광고연구소 등의 현 대표이며, 여러 강연 등을 통해 올바르고 효과적인 마케팅의 전도사로 활약 중입니다. 그의 지론 중 독특한 건, "광고는 광고(廣告)를 넘어 광고(光高)가 되어야 한다"는 건데 이는 앞 책날개뿐 아니라 본문 p36에도 나옵니다.

저자께서 처음으로 받은 광고료, 그것도 큰 성공을 거둔 광고를 통해 어떤 대가를 받은 건 어렸을 적 부친의 영업을 돕고서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chapter 2의 첫번째 꼭지 "길거리 봉고차 기술자에서 박사님이 되신 아버지"에 잘 나옵니다. 보기에 따라서 사소할 수도 있지만 독자로서 저는 아주 어린 나이에 경험한 이 짜릿한 성공이 소년에게 얼마나 큰 자신감을 주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저 애 쓰시는 아버지께 도움을 드렸다는 효도의 자부심 정도가 아니죠. 나의 노력과 마케팅 센스가 세상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 (그 어린 나이에 좀처럼 접하기 힘든)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찬사를 얻은 데서 온 성취감, 이런 것이 오 대표의 인생에 이후로도 계속 어떤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듯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공부에 전념하기 힘들고 세칭 일류대나 인서울대 진학을 이루려면 이 요인이 좀 크죠. 저자는 여튼 지방대를 졸업한 분인데 제1장 p29에서 "개인사를 밝히는 게 조금 부끄러울 수 있어도 독자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과감히 밝힌다고 말씀합니다. 사실 성공한 후 자신의 과거를 윤색하고 과장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순전히 독자의 마인드셋 향상을 위해 이렇게 한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며, 어쩌면 세상과 이렇게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이 그의 성공에 있어 가장 큰 비결이고, 이 "오케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광고는 그야말로 창의력의 총집결체일 듯합니다. 이런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체로 암기에는 좀 서투른 게 사실이고 오 대표도 너무 암기를 못 한 탓에 학점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부로 친구들을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 후, 완벽한 포지셔닝을 하고선 브랜드를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대학생일 때에도 오 대표는 이처럼 마치 베테랑 광고맨처럼 전략적으로, 체계를 세우고 행동하는 게 놀라웠습니다. 이래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수님께 잘보이기 위해 늦게까지 열심히하는 모습을 교수님께 일부러 들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해당 문장 뒤 괄호 안에 써 놓은 말이 압권입니다. "광고는 들키는 것이다!(p71)" 그러니 오 대표는 젊었을 때부터 사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광고였던 셈입니다. 브랜드는 누굴 상대로 구축한 브랜드였을까요? 학점을 주는 분이 교수님이니 교수님 상대로 학생 오두환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든 셈입니다. 정교사 자격증을 오두환은 졸업할 때 두 개나 취득합니다.

허나 오두환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책 저 뒤 p124에도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최전선에서 뛰어야 감이 안 죽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사실 한국에서 교사는 꽤 안정된 직업이고 선망도도 높습니다. 그러나 청년 오두환은 뭐랄까... 타고난 끼를 주체하지 못하던 타입 같습니다. 마음 속에서 세상 앞에 강렬히 어필하며 스타가 되길 꿈꾸는 그가 박봉(어디까지나 그 자신의 깜냥에 비해)의 교사에 만족할 수 없었던 거죠. 마치 부친께서 다재다능한 자질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직업들에 도전했던 모습이나 비슷합니다. 다른 게 있었다면 오두환은 부친과 달리 재능의 연마 자체보다 그의 광고에 몰두했고, 일찍부터 이 분야에 눈을 떴다는 점입니다.

메이저 언론사인 J신문사에 입사하기란, 두드러진 스펙이 없는 청년 오두환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서류전형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합격했으며, 면접에서 타 경쟁자들과 비교하여 이런저런 질문을 받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자신이 서지 않자 그는 파격적인 전략을 세웠습니다. 먼저 자신이 면접관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질문을 던질 기화를 주지 않은 후, 오히려 자신이 그들을 향해 입사 후의 비전과 각오를 설파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이 아주 멋지게 맞아떨어져 그는 최종 합격을 해 내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런 전략을, 혹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구사해도 성공할까요? 전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확신과 진정성이 있는 사람의 말과, 그렇지 않고 그저 자기도취 연극과 속임수를 부리기나 좋아하는 사람의 말은 구별됩니다. 면접관들도 온갖 경륜과 지혜를 갖춘 이들이었기에, 청년 오두환의 가능성과 열정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줄 알았던 거죠. 그러니 오 대표처럼 여러 체험을 해 보고, 교훈을 얻고, 진정성의 농도를 높이고, 열정을 발휘하는 자질을 갖추는 게 우선이지, 괜히 남따라 튀기만 하는 전략으로 가서는 망신이나 당하기 십상일 것입니다. 아니나다를까 p97에서는 이미 지원자가 아닌 면접관의 위치가 된 지 오래인 자신에게 행여 "의도적으로 노리고 오지는 말라"고 살짝 덧붙입니다.

이 책에서는 마케팅이 무의식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무의식만으로는 물론 일이 다 될 리가 없고 의식적으로 방법을 익히며 짬을 내어 훈련을 하라고 합니다. 무의식은 그러니 일상에서 진정성을 갖고 몰입하며 감각을 갖는 거고, 의식적 노력은 따로 해야 하는 거죠. 앞에서 학생 때 전략을 치밀히 짜고 높은 학점을 따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J 신문사에 합격했는데 워낙 확률을 낮게 봤던 터라 기다리는 동안 이미 다른 직장을 잡았던 터입니다. 그 합격증을 윗선에 일단 보여 주고(이걸 안 보여 주면 누가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안 했겠죠), 그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회사에 몸 담으며 평소에 생각했던 바를 논리정연하게 설파합니다. 저는 이 대목도, 그가 워낙 모든 일에 열정과 진정성으로 임하니 이런 구석구석이 눈에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미친놈아, 그게 될 것 같아?" 이런 말을 들으면 저자는 오히려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오 대표는 말을 특히 잘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데 선천적으로 도가 튼 분 같습니다만 이런 그도 사전에 수읽기,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 본다고 합니다. 어려서 바둑 두기를 무척 즐겼다고 하는데 이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을 듯합니다.

"생계형"이란 말이 붙으면 일단 웃음부터 나오곤 합니다. 저자는 베스트셀러를 내기 전 많은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할 것을 예상했고 생계형 마케팅 전문서라는 컨셉 자체가 자신이 생각해도 무모한 면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출판사가 나를 고르게 할 게 아니라 내가 출판사를 골라 확실히 안을 수용하게 만들겠다고 전략을 세웠습니다. 저는 이처럼, 무슨 목표를 정했을 때 그저 주먹구구로 임하지 않고 마치 장군이 전투에 임할 때처럼 치밀하게 작전을 세우는 면부터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치밀하게 계획을 안 세울까요? 일단 일을 되게 하는 바른 버릇이 안 들어서이고, 둘째는 이렇게 공을 많이 들였는데도 실패하면 타격이 크니까, 그냥 대충 하다가 망하면 "에이 뭐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거니까 진짜 내 실력은 아냐" 처럼 나중에 위안거리, 핑계를 만들려는 한심한 계산이 작용해서입니다. 오 대표는 저 시도에서, 그렇게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실패했습니다. 이때 본인도 타격이 꽤 컸다는 건 책을 읽어보면 느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건, 실패가 두려워서 아예 시도를 안 하거나 대충 하는 걸 그가 단호히 거부하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거절을 당했으니 이제 출판사에 원고를 맡기는 건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절대 거절을 안 당하게 이쪽 일 잘하는 분들을 모아 출판사를 만들어 직접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과연 그다운 선택입니다. 물론 이 역시 이대로 따라한다고 다 될 일은 아닙니다. 일단 그는 자신에게 없는 재능("달란트")을 갖춘 이들을 주위에 모았는데, 이것부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해당 재능을 알아볼 눈이 있어야 하고, 내가 모르는 분야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 상당수의 사업가들은 이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잘 쓰지 못하고 혹 써도 믿지를 못합니다. 꼼꼼하게 책을 만들었으니 마케팅은 이분야 달인인 그가 직접 화끈하게 유감없이 펼치면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의 출판이 거절당한 것도 꼭 컨텐츠가 나쁘다거나 하는 출판사 측의 판단 때문이 아니라 수익 배분 등의 다른 조건이 안 맞아서가 아니었을까 제 마음대로 짐작해 보았습니다.

저자는 필립 코틀러나 세스 고딘의 저서를 인용하며 "당신 자신을 브랜딩하며 팔라"는 주문을 합니다. 이때 상품화란 어설픈 자기만족이 아니고, 오히려 철저한 자기객관화를 거쳐 고도로 다듬어진 장점의 어필이어야 합니다. 확신을 갖고 나서라는 게 무슨 근거 없는 자기도취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브랜드를 들고 상품으로 내세워진 게 어디 흠이 있어서야 팔리겠습니까. 상품은 초등학생 장기자랑이나 학예회 공연이 아닙니다.

"보물선은 보물을 찾지 않는다(p212)." 일시적으로 보물에 현혹되어 항해에 나서는 게 아니라, 어떤 지속적인 대의를 갖고 장기항해를 도모하라는 거죠. 이처럼 모두를 매혹시킬 대의를 가지려면 일단 내가 누구인지, 내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선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대의는 "대의를 위한 대의"가 가장 고차원의 대의라고 합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남이 내가 좋아 죽게 만들어라."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에도 "주군은 부하를 자신에게 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죠.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증명하라" 진짜 멋진 상품은 번잡한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강렬한 한 마디 안에 그의 모든 것을 담죠. 거의 모든 프로젝트와 면접에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평소부터, 무의식 중에서도 그가 깊은 성찰을 통해 어떤 분명한 상과 확신을 가졌던 거고, 이것이 은연중에 배어나와 타인에게도 공감과 설득력으로 작용했던 것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힘 있게 열심히 산 사람은 그 자신이 바로 살아 있는 명카피 아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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