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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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섬뜩합니다.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며, 직업, 일상, 거주 등 모든 면에서 전과는 다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기후변화라는 게 우리 개개인의 생각, 몸, 마음, 영혼까지 지배하며, 우리는 더 이상 전과 같은 그 사람으로 남지 못한다는 무서운 진단, 예언까지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라는 자각만큼 두려운 체험도 없겠는데,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현실이 그렇게 진단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는지 경각심을 갖고 찬찬히 읽어 봤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92를 보면 기후변화가 다양한 직업군의 퍼포먼스에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고도 깊은데, 개개인은 일단 불면증 등 일상에서 가볍거나 무거운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거기까지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므로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야구 경기에서 심판이 오심할 확률, 투자자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 정치인이 의회에서 발언할 때 그 표현의 복잡성에 이르기까지 이 기후변화라는 게 결과, 현상을 바꿔 놓을 가능성이 무척 커진다고까지 말합니다. 경제학자 앤서니 헤이스는 "기후 변화 앞에, 객관성이란 허상에 불과하다"고까지 단정짓습니다. 무섭습니다. 

고 레이 브래드버리는 근래 한국에서도 새삼 주목도가 높아진 20세기 과학소설 작가입니다. 그의 단편소설 <불의 손길>에는 어느 보험설계사가 더워진 날씨 때문에 삐질삐질 고생하는 장면이 있고 이 구절이 p119에 일부 인용되는데, 사실 이 작품은 딱히 기후변화가 모티브는 아니었습니다만 현대의 독자는 얼마든지 그렇게 해석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설 속의 상황과 달리, 우리는 전지구적 기후 재앙을 맞아 어떤 식의 전보, 보상이라도 받아낼 인슈어런스 폴리시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책에서는 재미있게도 당송팔대가 중 한 명인 왕유의 작품 <고열행>도 인용되는데 물론 브래드베리의 작품보다 천 년 넘게 앞선 5언율시입니다. 화자는 끝에 이르러 열반의 경지를 노래하지만 우리는 오염된 환경에서 내세에의 기약도 없이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화합물인 BMAA라는 게 발견되어 시아노박테리아 대증식과 함께 이미 돌고래를 비롯하여 많은 동물들의 뇌를 벌집처럼(p154) 만들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인간의 치매가 요즘 부쩍 늘어난 게 물론 평균 수명이 예전보다 훨씬 길어진 이유도 있지만, 이런 기후변화 때문에 전과는 크게 달라진 생태계 구성과 어떤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이 책에 인용된 돌고래, 매너티, 원숭이 들이 마치 인간을 방불케할 만큼 비교적 정교한 두뇌 구조를 갖춘 종들이기에 그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p202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엑스포좀을 병치시켜, 환경오염이 우리들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다른 차원의 영향을 논합니다.  

앞의 브래드베리 작품에서 더위가 사람을 미치기 직전까지 몰고가는 끈적끈적한 묘사가 있었는데 p234를 보면 인지신경과학자 조티 미슈라 박사의 주도 하에, 극단적인 상황에서 평균적인 인간들에게 어떤 인지저하가 일어나는지, 또 기후 변화가 초래한 재난을 겪고 생긴 PTSD가 사람의 정신을 어떻게 황폐화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과잉 경계 때문에 뇌의 기능 저하가 발생하며,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 당사자의 자존감, 자신감 등이 전과 같은 수준을 지킬 수 없음이 너무도 명확해집니다. 

p300을 보면 기후변화는 많은 이들을, 삶의 터전을 잃은 떠돌이로 만듭니다. 이미 인도양이나 태평양 여러 니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상당 부분을 잃어 집단 이주 대책 마련에 골몰하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가 어떤 특별한 해결책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p320을 보면 저자는 언어심리학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언어세계에 어떤 음울한 영향을 항구적으로 남기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오늘 한국 수도권 일대의 폭설 때문에 출근길에 엄청난 불편을 겪은 분들이 많을 텐데, 11월에 좀처럼 겪어 보지 못한 이런 사태를 만나면서 벌써 우리는 다른 차원의 경각심을 가져야 마땅합니다. 기후변화 대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하는 단계에 이미 접어들었고 벌써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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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엽서북 100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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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뭐래도 인기 애니, 드라마의 핵심 굿즈는 포카북입니다. 이 상품에는 엽서 100장이 포함되며, 브라운 박사...아니 브라운컬러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들어 있고, 그 바깥은 투명랩으로 다시 포장된 상태입니다. 마치 책 하드커버 겉표지가 처음엔 잘 안 펼쳐지듯, 이 케이스도 처음에 삐지직~하고 이음새가 여전히 뻑뻑한, 새 상품 특유의 협소한 유격감이 느껴져 뭔가 기분이 좋습니다. 새 상품을 개봉하는 모든 소비자의 뿌듯한 느낌이 이와 같을 줄 압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홀로그램 엽서 열 장, 무광 엽서 아흔 장입니다. 그 중 한 장만 먼저 펼치자면, 코난의 시그니처 표정이라 할, 큰 눈을 뜨고 수상쩍은 그 누구(무엇)를 향해 지긋이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나비넥타이를 입에 바짝 갖다댄 걸 보니, 모리 코고로(한국명: 유명한) 씨를 마취침을 쏘아 잠들게 하고 또 음성변조를 해서 사건의 진상이 이러이러했다고 설명하며 진범을 몰아세우고 있나 봅니다. 

시계탑 밑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리 란의 팔을 잡아세우며 뭔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 쿠도 신이치. 아마 세계 어떤 컨텐츠에서도 주인공 본래 모습이 이렇게나 등장 시간이 짧은 예도 드물지 싶습니다. 쿠도 군이 간만에, 약의 도움을 빌리건 아니면 과거 회상을 통해서건 본 모습이 나타나면 팬 입장에서 매우 반갑습니다. 한국어 더빙판에서 강수진 성우는 코난의 내심을 독백으로 표현할 때 따로 등장하는데, 워낙 목소리가 좋은 분이라서 역시 시청자 입장에서 반갑죠. 모리 란은 물론 성정이 착하고 쿠도 군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지극해서 그러는 거겠지만 때로는 쿠도에게 지나친 감정적 투정을 부리지 않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여친은 그 맛에 사귀는 것이겠습니다만.  

이 장면도 모리 씨는 벌써 침 한 방을 맞고 잠들어 있습니다. 보통 이 양반은 소파나 벽에 기대어 자는 게 보통인데(하도 흐느적거리면서 쓰러지는 통에 저분 저러다가 머리나 다치지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이 포카에서는 어떤 기하학적 원통 기둥의 단면에 기대었기 때문에, 하나의 판타지이지 실제의 공간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코난은 열심히 사건의 진상을 읊어대는데,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리면서 슬쩍 자기 도취에 접어들었거나, 아니면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가해자를 잠시 동정하는 표정이, 저 눈을 살짝 감은 저 얼굴이죠. 하단에는 분홍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쿠도는 란의 어깨를 감아쥡니다. 뜻밖의 동작에 란은 약간 놀란 표정인데 여자들이야 다 이렇게 내숭을 떨게 마련이지만 란은 정말로 불시에 이런 모션을 접하고 놀라곤 한다는 점 우리 팬들, 시청자들, 그리고 쿠도가 잘 압니다. 이런 백치미가 란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인데 본인은 그걸 모릅니다. 간만에 학교에 왔는지 쿠도는 교복 차림이며 란이야 뭐 언제나 단정한 그 모습이죠. 여기서 쿠도의 눈이 앞머리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 이때문에 혹시 얘가 변장한 키드 아닐까도 싶지만 키드는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재벌가 영애 소노코 양이 휴대전화에 대고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 중입니다. 왼쪽은 우리가 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거의 흉기 수준인 가라데 마스터, 쿄고쿠 마코토(京極眞)입니다. 가라데에도 극진 가라데가 있다는 점은 다들 아실텐데 이 인물의 이름에 극진(極眞)이 들어간 점도 재미있습니다. 물론 극진가라데라고 할 때의 극진은 (고쿠-마코토가 아니라) 교쿠신이라고 읽습니다. 實, 眞 등은 인명에서 저렇게 "마코토"라고 훈독하기도 하죠. 오른쪽은 괴도키드인데 소노코 상이 키드와 직접 엮이는 건 드물고, 소노코의 백부인 스즈키 지로키치 씨하고 키드가 자주 앙숙이 되죠. 

인쇄상태가 선명하고 (무광 엽서의 경우) 오돌도돌한 감촉이 좋습니다. 특정 에피소드의 스틸컷이라기보다 컨텐츠 전반의 부분 요약처럼 상징적, 함축적인 화면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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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2-2 - 2024년 시행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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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태 스쿨존에듀의 책들을 읽고 후기를 여러 차례 썼었는데,  2학년 2학기 국어 교재는 한 번도 리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7월에 2학년 2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교재 후기는 쓴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건 초등학교 수학 과정이었고요. 아무튼 지금껏 1학년 책만 읽다가 한 학년이 높아지니 뭔가 내용도 어려워진 듯도 하고 살짝 부담도 됩니다. 어른이 이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2학년 2학기 과정을 공부하는 어린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데서 교육의 첫걸음이 떼어지며, 그런 정신이 이 스쿨존에듀의 교재들에 잘 배어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2 국어 교재는 초록색이었고 이 2-2 교재는 짙은하늘색 표지입니다. 1-2 교재도 그랬지만 지금 이 책도 손으로 이렇게 들어 보면 생각보다는 좀 무겁습니다. 아마 좋은 질의 종이를 써서 그런 듯합니다. 아이들에게는 깔끔한 편집, 선명한 인쇄, 친근한 외관 등이, 공부하는 교재의 첫째 미덕일 수 있습니다. 

바른 자세를 강조하는 내용이 책 초반에 나오는 건 1-2 교재와 같습니다. 바른 자세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2학년이 되었다 해도 절로 그 의미를 깨우치기라도 해서, 어른들 충고를 잔소리로만 여기는 습관이 떨어져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주의가 산만할 수 있으니 수시로 환기해 줘서 바른 습관을 유지하게 도와 줘야 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바르게 연필 쥐는 법도 그림과 함께 설명됩니다. 

"대화할 때에는 표정, 목소리, 행동이 대화 상황과 어울리도록 반응하는 것이 중요해요.(p30)" 이치적으로 생각해 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심각한 말을 하면서 표정은 우습게 짓는다면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겠고, 그 전에 과연 최소한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처럼 그 내용 면에서도 타당하여 아이들에게 생활의 지침이 될 수 있고, 또 국어 공부의 교본으로서도 적절한 난이도를 갖춘 문장들이, 2학년 2학기에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 교재는 저런 문장들을 학생들이 따라 써 볼 수 있게, 네모칸 용지를 마련하고 시각적으로 잘 이끌어서 효과적인 연습을 돕습니다. 상황, 표정. 반응 같은 단어들도 벌써 좀 어려워졌다는 느낌이 옵니다. 

먹음직스러워, 주린, 감탄, 벌름거리며, 부릅뜨고, 짊어지고 등의 단어를 배웁니다(p47). "먹음직스러워" 역시 하나로 묶인 단어이며 중간에 괜히 띄어쓰기를 하면 안 됩니다. 아주 예전 어르신들이 배우던 교과서에는 "먹음 직스러워"처럼 표기한 적도 있었나 본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벌름거리다"는 일종의 의태어인데,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서 쓰는 말인지 이 교재를 통해 아이한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부릅뜬다는 말도 그림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받침을 피읖으로 잘못쓴다든가 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짊어지고" 같은 말도, 사실 왜 저렇게 이중자음이 받침으로 오고, ㅁ이 뒤 음절로 옮아가지 않게 적는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명확히 이해하기는 힘들죠. 이 나이 때에는 그저 여러 번 따라쓰고 눈에 익숙해지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p59에서는 "설레는 마음", "무릎을 치며" 같은 말들을 배웁니다. 어른들도 설레이다(x)처럼 잘못되게 쓰곤 하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릎 역시, 그 받침이 ㅍ이고, "무릅쓰다" 같은 다른 단어와는 아무 관계도 없음을 아이한테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 "무릎을 치다"라는 표현이 그저 손으로 무릎을 세게 건드린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상대방의 말, 상황 변화 등에 감탄하여 내는 동작을 가리킨다는 이면의 뜻도 익히게 하면 더욱 좋겠지요. 또, 같은 페이지에 "뿌연 모래 먼지"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뿌연"의 기본형은 "뿌옇다"입니다. 이 동사가 어떻게 변화하여 "뿌연"으로도 탈탈꿈하는지를 이해하는 게 초등학생에게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p67에는 그림과 함께 "사립문"이라는 단어를 배우는데,역시 어른들도 이 단어를 잘못 아는 경우가 많겠습니다. p73을 보면 외래어 "텔레비전"이 나오는데 이 역시 "젼(x)"으로 잘못 아는 이들이 많습니다.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여러 문장을 뽑아, 따라쓰기를 통해 그 깊은 내용을 익히게 돕는 이 교재를 보니 요즘 아이들이 이처럼 좋은 책으로 소양을 쌓고 지식도 익힌다 싶어 뭔가 흐뭇한 느낌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이 교재 신판을 어린 독자와 함께 읽어나가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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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중국어 첫걸음 - 원어민 MP3 음원+발음 무료 동영상 강의+300개 단어 카드 PDF+주제별 단어장 PDF+단어ㆍ문장 쓰기 노트 PDF GO! 독학 시리즈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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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원스쿨 GO! 독학 외국어 시리즈 여러 권을 읽고 리뷰했었는데요. 재작년에 광둥어편을 읽고(첫걸음+두걸음) 리뷰를 쓰긴 했어도 정작 중국어 교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볼륨도 슬림해서 부담이 없고, 그러면서도 발음, 회화, 문법, 패턴 등 네 분야 내용이 모두 담겼습니다. 겉표지에는 大团结万岁라 쓰인 천안문 일부(오른쪽)가 일러스트로 그려졌습니다. 이 문구는 世界人民大團結萬歲(한국식 정자체라면)의 일부인데, 혹시 교재의 뒤표지에는 전체 모습이 다 그려졌을까 하여 뒤집어 보니 과연 그랬습니다. 물론 가운데에는 모택동의 대형 초상도 걸려 있고 말입니다. 자국 만세를 외치는 거야 누가 상관할 일이 아닌데, 세계 인민더러 왜 "대"단결을 촉구하는지는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그건 공산당 측에 직접 문의해야 알 수 있겠고 여튼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44의 03과에서는 你买什么?라는 표현을 공부합니다. 너는 무엇을 사니?라는 뜻이라고 책에 나오는데 물론 병음표기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모든 외국어 교재가 다 그렇지만 특히나 중국어는 성조 없이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소통이 안 되는 언어이므로 원어민의 발음이 담긴 mp3를 반드시 함께 활용해야만 합니다. p45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청아한 목소리의 한국 여성이 안내 멘트가 나오고, 점잖게 들리는 중국인 남성이 먼저 단어를 읽어 줍니다. p45에는 중국어 어휘만 나오므로 음원도 딱 거기까지입니다(문장 你买什么?는 읽어 줍니다). 

이어 페이지를 넘기면 응용 문장이 나오고, 또 이어서 오갈 수 있는 다른 대화들이 제시됩니다. 제가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은, QR코드가 진짜 페이지 하나하나에 다 찍혔기 때문에 이걸로 링크되는 음원은 딱 그 페이지의 내용분만 담았다는 점입니다. 트랙별로 쪼개진 음원들은 원래는 시원스쿨 홈피에 가서 로그인해야 다운이 가능한데, 이 중국어 교재는 책에서 바로 개별 트랙 음원이 엑세스된다는 게 좋았습니다. 이렇게 독자의 편의를 배려한 중국어집필진들께 감사하고 싶네요. 참고로 저는 자료 욕심이 있어서 (원래 시원스쿨 회원 가입이 되어있던 터라) 자료실에 가서 전부 다운받았습니다. 음원은 압축 해제를 하면 150Mb로 제법 용량이 많으며, 이 외에도 6종의 pdf파일과 단어 카드, 기타 음원이 제공됩니다. 

p126에서 회화로 말문트GO! 코너에서는 역시 여러 문장들을 제시하고 "중국어 문장이 익숙해질 때까지" 따라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你吃过中囯菜吗?는 "너는 중국요리를 먹어 본 적 있니?"라는 뜻이며, 그에 대한 대답도 이어집니다. 没吃过라고 대답하며, 그 뜻은 "먹어 본 적 없어."입니다. 이 역시도 mp3에 담긴 음원을 듣고 큰 소리로 따라해 봐야 실력이 느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병음표기라는 건 그저 아주 미약한 하나의 보조 수단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下次我请你!라는 힘찬 대답이 이어지는데 "다음에는 내가 살게!"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게 그냥 빈말인데 중국인들은 달라서 인사치레 아닌 진담인지 궁금합니다. 동사 请(칭. qing)의 용법에 대해 페이지 하단에서 자세히 설명하는데 여기서는 "부탁하다. 청하다"라는 뜻이라고 설명됩니다. 

p150에서처럼, 이 교재는 중국어뼈대잡GO! 코너를 통해 여러 문법사항도 설명합니다. 시원스쿨 타 외국어 교재들도 그렇지만 문법 설명이 참 쉽고 시각적으로 편하게 다가옵니다. 또 우리는 "가다"라는 동사로만 알고 있던 往이 전치사로도 쓰이는데, 그 뜻은 "~쪽으로, ~를 향해"라고 하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단에 어휘소개란에는 星巴克도 나오는데 이게 세계적인 커피체인점 브랜드 스타벅스(의 음차어)입니다. 星 부분만 뜻을 나타내고 나머지는 음차입니다. 

p174의 16과에서는 今天天气怎么样?라는 표현을 배웁니다. 뜻은 "오늘 날씨 어때?"인데, 같은 天인데도 今天과 天氣에서의 뜻이 다릅니다. 怎라는 글자는 중국어에서는 자주 보지만 한국에서는 한자의 대가한테 물어 봐도 저게 뭔지를 잘 모릅니다. 样은 우리말로는 "모습"이라는 뜻이고 樣(양)이라는 정체자가 따로 있으며 이 정체자라면 한국인들도 한자 실력 조금만 있어도 다들 알아봅니다. 모양이라고 할 때 바로 그 글자입니다. 怎么样자체가 하나의 단어이며 뜻은 "어떠냐?"인데 怎样라고만으로도 씁니다. 

편집도 깔끔하고 (슬림한 볼륨치고는) 내용도 꽤 많습니다. 중국어 공부의욕이 절로 뿜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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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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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청년 이벽은 적대하던 이가환과 대화하며 "군자는 빈천에 임하면 빈천하게 살고, 오랑캐 안에 끼면 오랑캐로 살며, 더러운 데에 들면 더럽게 살다가, 부귀에 재하여 또 부귀하게 산다(1권 p114)."고 달관한 경지를 논했습니다. 또, 다산은 금정 찰방으로 좌천되어 늙은 이방의 간악한 수작(1권 p133)에 의연하게 대응하던 대목도 있었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2권에서 다산은 강진(2권 p46)으로 유배온 후, 놀랍게도 현지의 민초들이 자신을 마치 역병 보듯 피하는 걸 예리하게 깨닫습니다. 이 양반이 천주학쟁이라서 이 먼 곳까지 정배되었는데, 천주학쟁이와 엮이면 3대가 망한다는 걸 조정의 지독한 박해 덕에 백성들도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평생 목민관으로서 농민들의 삷을 걱정했던 이런 암담한 현실 앞에 다산이 얼마나 절망했겠습니까. 그러나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다산은 의연합니다. 신념과 올바른 지식으로 무장핱 영혼만이 보일 수 있는 저력입니다. 

2권 p61을 보면 다산이 승지 벼슬을 지낸 줄은 아는 이방이 찾아와 색다른 부탁을 합니다. 아전 신분이라 해도, 글을 알아야 사람 구실을 한다고 확신하기에 이 귀인이 자기 아들의 글눈을 틔워 주었으면 하는 용건이었는데 1권의 그 간악한 자와 일단 대조되는 태도입니다. 하방(下方)하여 모진 고생을 했던 덩샤오핑이 결국 그땅에서도 현지인들에게 존경받았듯, 다산 역시 강진 땅에서 공맹의 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세상의 바른 이치를 깨닫는 작은 초석을 놓는 데서 보람을 찾습니다. 

서울 노론 세도가들이 꽉 장악한 고을 수령직 하나하나에 바르지 못한 벼슬아치들이 들어서서 직권 남용이라도 한다면 다산은 또 한 번 곤욕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다산의 인격에 감복한 강진 주민들은 행여 선생의 신상에 어떤 해악이나 닥칠까 전전긍긍합니다. 돈으로 직을 샀는지 <맹자>의 구절도 모르는 무식한 현감 탓에 다산은 중벌을 받을 위기일발 상황에 처했으나 이 지역 병마절도사의 혜안 덕에 간신히 방면됩니다. 공연히 "무식한 무장 앞에 물고(物故)나 나지 않을지"를 겁내었던 다산도 다소 경솔했던 자신을 다시 돌아봅니다. 스승을 역모로 거의 몬 셈이었던 손가 애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맹자>의 특정 구절은 예로부터 매우 민감한 정치적 파장을 낳았던 전력도 있었기에 까딱 잘못했으면 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말입니다. 

"여자의 몸은 남자보다 우주의 율동에 더욱 민감하다(p124)." 그러게나 말입니다. 관계의 열락도 그 궁극의 단계를 더 절실히 느끼는 쪽은 여성입니다. 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 격물치지의 현인들이 陰陽, 雌雄, 요철, 빈모 등 특정 어휘에서만은 여성상당어를 먼저 배치한 건 다른 각별한 뜻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퇴계나 화담도 방사에서 그렇게나 절륜한 실력을 보였다는 민간전승이 있듯(믿거나말거나입니다), 소설 속의 다산도 운우의 지극한 보람과 희열에 대해 객관적 관념론의 충실한 학인(學人)답게 결코 논외의 경멸감으로 일관하지 않고 겸허한 태도를 취합니다. 

p164에서 젊은 승려 혜장과 함께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다산의 모습은 마치 이때로부터 300여년 전 금강산에서 19세의 나이에 산사의 老僧과 논쟁하여 이긴 율곡 이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老幼의 배치가 정반대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다산은 다만 교조적 논리로 혜장을 압박하여 진영의 명예를 높이려는 공명심 따위야 추호도 없습니다. 그는 이미 조선 유학의 본진인 노론으로부터 배척, 타매, 축출된 상태이며 사상과 학문의 고향 격인 남인 무리들은 구심을 잃고 흩어졌습니다. 이런 판에 불도자 청년 하나를 윽박지르거나 기를 꺾어 얻는 게 무엇이겠으며 그가 지금 추구하는 실학(實學)의 도가 윤택해질 바가 어디 있겠습니까. 파계승 초의(p220)와도 그는 신분, 나이를 초월하여 격의없는 교분을 나눕니다. 

p232 이하에서 다산은 구강포 인근을 지나다가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살인범죄 하나를 적발하고 고을 형방에게 넘기기도 합니다. 여인의 곡소리에 진정한 슬픔이 전혀 서리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꿰뚫어본 데서 시작한 그의 간단한 수사 기법은 마치 셜록 홈즈의 재주를 방불케 합니다. 텅 비어야 할 나폴레옹의 흉상 안 공간에 무엇이 숨겨져 있었듯, 어느 조선 남자 시신의 상투 안에도 끔찍한 것이 박혔던 걸 아무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습니다. 

p305에서 이미 망인이 된 다산의 혼은 천계에서 젊을 때의 벗이던 이벽을 다시 만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저승의 객이 된 다산은 이제 그토록 궁금해하던 세상사의 모든 답을 알고 석가세존처럼 깨달은 정신으로 승화하는데, 부디 저 위에서 우리 불쌍한 후손들을 계속 굽어보시어 행여 멸망의 길, 악의 유혹에 접어들지 않게 그 애민정신을 발휘하시어 조국을 보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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