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 전 세계를 뒤흔드는 트럼프 2.0시대 최악의 충격파
추동훈.이승주.강영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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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부과를 취임 직후부터 선포하고부터 세계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한국만 해도 현기차 수출이 크게 줄었는데 아직은 북미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해야 하는 입장에서 당장 저렇게 관세를 맞아 버리면 버틸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반도체 역시 대(對)중국 수출이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다른 판로도 개척이 수월치 않다면 장기적으로 기흥, 용인 일대의 그 광대한 반도체 클러스터가 공동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2016년~20년에 한 번 대통령 임기를 지낸 사람이지만, 당시에는 민주당이 의회에서 우세를 점할 때라 지금처럼 일방 드라이브를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p17을 보면 이런 보호무역주의는 경제안보, 나아가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추진된다고 설명됩니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p19)에 대해 공급선 확보, 안정적 조달 등을 추구하며, 이 서플라이 체인에 비우호국가가 끼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안보가 바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2014년에 중국과 일본 사이에 희토류 분쟁이 발생했고 얼마든지 원자재가 무기화(p156)할 수 있음이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증명되었는데 11년이 지나도록 미국이 그만큼 대비가 소홀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옵니다.

p45를 보면 "본래 무관세 수출이 가능했던 한국으로서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라는 서술이 있습니다. 한국은 2008년 미국과 정식으로 FTA를 체결했고 그간 국가 사이의 약속으로 자유무역이 이뤄져 왔습니다. 현대차가 이 정도로 큰 것도 이에 크게 혜택을 보았습니다. 그랬던 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물론 트럼프는 1기 행정부를 이끌면서도 한미 FTA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으며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우리 정부의 책임도 있습니다. 16년 전 당시 FTA 성사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김현종씨가 지금 모 유력 후보의 진영에 몸담았으니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p99를 보면 지금이 신냉전 시대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말도 있는데, 인터넷 여론전, 무역 전선, 컨텐츠 교류, 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살벌한 싸움이 시민들 삶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과거 냉전은 이념 한 가지 요소에 좌우되는 일차원 전쟁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누구의 적인지 경계도 불분명하고 협력과 적대가 여러 면에서 교차하는 형국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몇 년 전 병력 충돌이 있었을 만큼 적대 상태이지만, 중국과 긴밀한 유대를 맺은 러시아와는 과거 냉전 시기부터 일정 부분 협력해 왔으니 적의 적이 친구라는 오랜 격언도 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브릭스 블록에는 중국과 인도가 함께 속해 있기도 합니다. 이러니 미국이 추구하는 인태 전략이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동맹이었으나 지아울하크 장군 사망 후에는 중국과 밀착한 상태입니다.

인도와 중국이 무력 충돌을 빚을 때 한국의 엘지나 삼성은 현지에 가전, 핸드폰을 많이 팔 수 있을 듯하여 무척 반색했습니다. 그러나 인도는 지방자치가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온갖 종류의 규제가 많아 외국 기업의 진출, 활동이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p138을 보면 베트남을 그전부터 주목하여 중국이라는 생산 엔진이 꺼진 후 제2의 활력을 제공할 대안으로 기대되었으나 그 나라 특유의 비효율적 사회구조, 중국이 끼치는 큰 영향력 때문에 그리 진척이 원활치 못합니다.

중국에 부과된 관세에 한국이 같이 쩔쩔매고 외국 투자자본도 함께 발을 빼는 이유는 책 p169에 설명되는 대로 우리가 중국에다 중간재를 납품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없었다면 마냥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제철이나 석유화학 섹터가 반 세기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는데, 중국에서 모두 이 업종을 현지화, 자국화해 가기 때문에 더이상 한국 제품을 쓰지 않고, 한국의 다른 해외 시장도 잠탈해 가는 중이라서입니다. p190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진출을 노려 볼만한 다른 지역으로서 중앙아 여러 나라가 제시되는데, 이곳들도 전통적으로 러시아, 중국의 영향권이긴 하지만 두 나라로부터 차츰 자립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므로 전망이 나쁘지 않습니다.

p216에서 보듯 새 관세 정책이 몰고 온 전세계적 충격파를 표로 깔끔하게 정리한다든가 독자를 배려한 쉽고 편리한 정보 전달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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