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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 조지 오웰 서문 2편 수록 에디터스 컬렉션 1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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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성이 말살되고 자유를 박탈당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중요하고 각 개인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북돋워줄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이는 우리 나라 헌법 전문에도 나오는 의미심장한 이념이죠. 이미 조지 오웰은 2차 대전 종결 무렵에 전체주의 사회의 기만성과 그 타락상을 고발한 이 소설 동물 농장을 지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신랄하고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했기에 지금 읽어도 소름이 돋고 경각심이 느껴집니다. 


pp.7~38까지는 작가 서문이 나옵니다. 이 책 전체 페이지 수가 204인데 꽤 길죠. 이 서문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는 풍자와 비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지만, 서문 덕분에 당대 지식인들이 소련에 대해 갖고 있던 순진한 환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영국은 칼 마르크스가 장기 체류하며 <자본>을 완성한 나라였고, 이 나라에도 공산주의 이념에 동조하며 소련에 유리한 활동을 한 인사들(지식인이 당연히 포함된)이 무척 많았습니다. 조지 오웰은 그들을 향해 쓴소리를 날리고 있는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시점이 아직 공산주의의 모순과 타락상이 드러나기 훨씬 이전이며, 혁명을 그저 입으로만 떠든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 참여하며 몸소 실천에 옮겨 본 사람만 지닐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이 이 서문에서 잘 드러납니다. 작품을 떠나 조지 오웰이 당시 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정견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메이저 영감은 존스 씨 농장에서 나이가 많은 동물입니다. 그는 어느날 아침 간밤에 꿈을 꾸었다면서, 세상에 오직 인간만이 소비를 일삼을 뿐 전혀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동물이라며 맹비난합니다. 세상의 모든 시설, 물건, 풍요로운 자원 등은 누군가가 노동을 했기에 그리 가치가 부여되었는데, 정작 전혀 노동을 하지 않은 인간이 그 과실을 독점하고, 노동을 제공한(착취당한) 동물들은 비참한 삶을 영위할 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요지의 연설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고, 알고 보면 당연히 누려야 할 몫을 그동안 빼앗겨 왔다는 사실에 놀라며 해방의 기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 감격합니다. 


칼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메이저 영감이 죽은 후 동물들은 어느 날 봉기를 일으켜 존스 씨를 쫓아내고 매너 농장의 주인이 됩니다. 이 봉기를 일으키는 데는 스노볼의 영향이 컸으며 농장을 접수한 후에도 스노볼은 기술적인 지식으로 농장에 기여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스노볼은 정치적 역량이 부족했으며 러시아 혁명에서 실제로 이런 행로를 밟은 레온 트로츠키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결국 스노볼은 농장에서 축출되며, 교묘한 선동으로 농장의 패권을 차지한 나폴레옹은 이후 절대 권력을 휘두릅니다. 이제 자신의 책임이 된 농장에서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나폴레옹은 전임자를 거론하며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합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뭔가 반론의 기미가 보일라치면 나폴레옹의 친위대가 나와 아우성치며 반대의 목소리를 묻어 버립니다. 건전한 상식과 논리는 사라지고, 큰 목소리로 우기며 폭력으로 위협하는 세력만 절대선의 위치에 자리합니다. 


나폴레옹은 한때 프레더릭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증오를 선동하다가, 갑자기 필킹턴이 더 나쁘다며 증오의 대상을 바꿉니다. 이것은 나치와 영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하던 스탈린의 행보를 연상시킵니다. 안타까운 건 선동 주체가 말을 현란히 바꾸는데도 전혀 그 검은 속을 깨닫지 못하고 선동에 놀아나는 불쌍한 동물들입니다. 한때 노예나 다름없었던 자신들을 해방시킨(이것도 허위이지만) 나폴레옹의 은혜를 갚기 위해, 전보다 더 심한 속박과 압제에 시달리면서도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p179)."


더 평등하다니 더 좋은 것 아닐까 싶지만 사실 평등은 모두가 평등해야 그게 평등한 것이지 평등에 정도의 차이가 있으면 그건 이미 누구도 평등한 게 아닙니다. 역자 김승욱 선생은 후기에서 동물 농장에 묘사된 세상과 오늘날의 우리들을 비교하며, 사람의 근본을 말살하고 기만적인 수법으로 백성을 통치하려 드는 나쁜 체제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아직도 자유와 민주주의가 널리 보편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필리핀, 벨라루시, 헝가리, 터키, 미얀마, 아프가니스탄에서 희한한 모습으로 왜곡되는 걸 보며 경각심을 느껴야만 할 우리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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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 원으로 시작하는 아파트 투자 프로젝트
김수영 지음 / 리더스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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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서울 시내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서 문제입니다. 물론 6억~9억대 가격대 거래도 꽤 된다는 뉴스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10억 이하의 예산으로 내게 알맞는 아파트를 보유한다는 건 크게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내 집 장만을 포기하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자는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충고를 합니다. "그처럼 당신이 고전하고 있으니, 오히려 더 투자를 해야 하며, 현재의 상태를 개선할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다." 즉, 만약에 서울 시내에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 한 채도 없다면, 오히려 그럴수록 투자부터 하라는 뜻입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많은 사람들은 지금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이제는 조금 기다려서 다소 가격이 내려간 후라야 아파트를 살 기회가 온다고 말합니다. 주식도 그렇고 무엇이 상승세라며 오르는 물건 가격을 따라가다가는 고점에 물리기 딱 좋습니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5~6억 하던 걸 갑자기 10억대에 사라면 누가 쉽게 손이 나가겠습니까. 그런데도 저자는 지금이 적기라며, 만약 가격 하락을 기다리면 앞으로 절대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 못 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젊은 세대가 영끌해서 내 집 장만하려는 지금의 풍조가 이유 있는 트렌드라고 말합니다.


현재 아파트 가격 상승은 서울에 그치지 않습니다. 입지가 좋고 따라서 전망이 유리한 아파트는 먼 지방 소재라도 반드시 오릅니다. 이래서 저자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도 일단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라"고 권하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에서 아주 먼 지역의 아파트라고 해도 이상하게 정상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애초에 집은 나의 급여를 모으고, 입을 것 안 입고 쓸 것 안 쓰고 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른 시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최근 십 년 간의 추세를 보면 서울뿐 아니라 어느 지방의 아파트 가격도 추세적으로 하락하여,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심각한 위기 요인으로 지적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금리는 높고 집값은 살 때보다 더욱 하락하여, 빚 내어 집 산 사람들이 더욱 가난해지던 때였죠. 


경북 구미는 1970년대부터 공업 단지라는 입지 조건이 여러 모로 유리한 지역이었습니다. 경남 창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직장을 두고 거주하기 때문에 아파트는 항상 인기였죠. 저자 역시 1급지가 많이 올라 지금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통합 창원시 중 구 창원 지역보다는 막산(구), 진해(구)에서 투자처를 물색하라고 합니다. 역시 임장을 수 없이 해 본 전문가다운 감각이 묻어나는 지적입니다.


사실 투자라는 건 기존의 상식에 머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세상 바뀌는 트렌드를 미묘한 시점에서 캐치하고, 그 다음에는 투자라는 결단을 과감히 내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책에는 임장으로 잔뼈가 굵은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체득해야만 털어 놓을 수 있는 유익한 조언이 많습니다. 다만 판단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으로,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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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보면 알게 되는 저학년 속담 소문난 국어 2
도기성 지음 / 글송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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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문화 유산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들으면 속담이 담고 있는 풍자와 교훈을 바로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는 무슨 뜻인지 바로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p4에 보면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 한다.", "수박 겉핥기" 등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는데 정작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속담들이 있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뜻보다 속에 숨어 있는 뜻을 알아야 한다"는 게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어른들이 알아 듣기 쉽게 설명을 해 줘도 아이들은 여전히 못 알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캐릭터(등장 인물)들이 만화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통해서 그 풀이를 해 주면 아이들도 아 그런 뜻이었구나 하며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22에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 한다"가 나옵니다. 머리가 벗겨졌는지 중절모를 쓴 "두목"이라는 캐릭터가 나와서는 거울더러 "누가 세상에서 제일 강하니?"라고 묻습니다. 거울은 눈치도 없이 망통 마법사가 가장 강하다고 대답하는데 "두목"은 화를 냅니다. 정작 망통 마법사를 만나서는 두목은 끽소리도 못합니다. 자신은 망통처럼 마법을 부릴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어렸을 때 두목과 망통은 친구였는데 지금은 망통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안 그런데도)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착각합니다. 이런 두목이야말로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 하는" 사람입니다. 만화 에피소드 끝에는 비슷한 다른 속담도 소개해 주는데 여기(p23)서는 "거지 밥술이나 먹게 되면 거지 밥 한 술 안 준다"가 소개됩니다. 그런 속담이 있는 줄은 사실 처음 알았습니다. 


p62에는 "도둑이 제 발 저리다"가 나옵니다. 책의 해설을 보면 이렇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잘못이 들통날까봐 걱정해요. 그래서 안절부절못하다 자기도 모르게 불안을 드러낸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초등 저학년이라면 "들통나다"라든가 "불안"이라는 단어 뜻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바로 밑에서 이런 어려운 말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붙이고 있네요. 여기서는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가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으로 소개됩니다. 사실 여태 이 두 속담이 서로 뜻이 비슷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는데 그렇게 놓고 보니 그런 듯도 합니다. 이 만화에서는 캐릭터인 뾰롱이와 꼬양이가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 이 둘이 주인공 격입니다. 


p110에는 "벡지장도 맞들면 낫다"가 나옵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백지는 알아도 백지장이라는 말은 모를 수 있습니다(백지도 모르고, A4라고 해야 알아들을지도?). 저는 어렸을 때 "맞들다"라는 말 뜻을 몰라 어른들께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꼬양이가 등장하여 "아니 그런데 백지장을 왜 드냐고요?"라고 집요하게 물어 봅니다. 사실 백지장은 손에 쥐면 되지, 구태여 들 필요는 적죠. 설령 백지장이라고 해도.... 정도를 더 추가해 줘야 애들이 잘 이해하지 싶네요. 몽글이도 옆에서 거드는데 초등 저학년들의 마음을 얘네 캐릭터들이 대변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백지장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우므로 그에 대해 설명을 달아 줍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종이도 네 귀를 들어야 바르다"가 나옵니다. 이처럼, 같이 예로 들어 주는 비슷한 속담 내용이 참 알차다는 생각이 드네요.


p148에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가 나옵니다. 망통 마법사하고 몽글이가 티격태격하는데 몽글이는 예비 마법사(p5)이며 천진하다고 나오지만 사실은 모든 걸 다 알면서 일부러 망통의 속을 긁는 게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병에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글쎄... 신이 되면 모를까." 이러니까 몽글이는 신는 신발을 들고 옵니다. 그러다가 병(용기)에 걸려 넘어지고서는 드디어 병에 걸렸다고 막 웁니다. 마치 <마음의 소리>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습니다. 


p156에는 "작은 고추가 더 맵다"가 나옵니다. 꼬양이하고 몽글이가 의견 다툼을 벌이는데 몽글이보다는 꼬양이가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몽글이는 어려도 예비 마법사이므로 바위로 변신할 줄 알고 이 때문에 꼬양이가 크게 다치네요. 이때 뾰롱이가 하는 말이 "작은 고추가..."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와 "작은 후추가 맵다"가 나옵니다. 


p106에는 "바늘 도둑이 소도둑된다"가 나옵니다. 이 에피소드는 성인 캐릭터인 망통과 두목이 동시에 나와서 특유의 라이벌리를 형성하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망통이 두목에게 "내 양념치킨을 훔쳐 먹었지?"라며 따지는데 둘이 계속 싸우니까 판사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판사는 사리분별을 잘 못 하는지 유무죄를 가리지 못할 것 같아 침방울을 튀겨 무작위로 결정하며, 망통은 경악하고 죄 지은 두목은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비슷한 속담은 "바늘 상자에서 도둑이 난다"라고 하네요. 


본문에 만화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된 속담은 84개이며(각각에 비슷한 속담 1~2개가 딸려 있으므로 더 많습니다), 85~100은 동물이 등장하는 속담 16개가 추가로 소개됩니다. 이 책에서 또 유익한 부분은 "주제별로 분류한 속담" 코너가 따로 있어서 가나다 순 말고도 따로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속담을 배우는 이유는 글 쓸 때 표현력을 더 풍부히 하기 위함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소개되는 속담 수도 많을 뿐 아니라 정확한 풀이가 딸려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른들도 모르는 속담이 곳곳에 나오므로 더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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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 10개국에서 디자이너로 살며 배운 행복의 조건
줄리킴 지음 / 청년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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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틀에 박힌 삶, 튀지 말고 그저 남들만큼만 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창의력과 의욕, 아이디어가 남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자아실현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저자께서는 "언제나 나는 남들보다 아주 늦거나 아주 빨랐다"고 하시는데(p22) 사실 시기가 늦고 빠른 게 딱히 문제라기보다, 남들과 좀 다른 개성을 뽐내고 튀는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는 그런 식으로 돌려 말하면서 어떤 불만, 불편한 느낌(?)을 피력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남들처럼 제때 대학에 입학, 졸업을 했어도 역시 평가는 마찬가지였겠으며, 개성이나 자신만의 선택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없어서(가난이라든가) 뭐가 남들보다 늦은 사람한테는 좀처럼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누구에게나 틀에 박힌 삶을 어느 정도 강요하다시피하는 사회에서, 여성이 젊은 시절부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고 기반을 일구고 남들보다 훨씬 만족스러운(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간에) 삶을 사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며,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합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여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가 쉽지 않고, 더군다나 여성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사회 활동에 여러 제약이 많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남자들의 여건에 어디 비기겠습니까.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매우 수가 드물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왜냐면 워낙 남자 위주로만 짜여진 세상이므로) 사업상의 큰 성취를 척척 해내는 철의 여인들이,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도 남모를 고충이 있고 사업상의 고비에서 맞이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 내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는 듯합니다. "세 번째가 되어서야 의사와 사람다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p35)." 의사와 나누는 대화를 엿보고서야 우리는 저자께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됩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남편이 20억 소송을 당했다, 동업자가 의견 충돌 끝에 모든 사업을 방기하고 떠나 버렸다, 빚 독촉에 매일같이 시달렸다, 심지어 "폭력적인 남자 친구를 둔 시누이 때문에 걱정인 시어머니까지 상대해야 했다"... 비즈니스우먼으로서 여러 고충을 겪는 대목보다, 시모의 고생까지 일부 대신 떠맡은 대목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정도 삶의 무게를 짊어진 분이라면 우울증에 안 걸릴 수 없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참 능력도 좋으시다, 그런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내 일도 부족해서 남의 근심까지... 뭐 무능한 사람은 애초에 고민거리도 안 생기는 법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역시 남의 고민거리는 그걸 듣고 어떤 해법을 주기보다, 그저 당사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최상의 응대임이 여기서도 확인됩니다. 저자 역시 "끝까지 들어 준" 의사에 고마움을 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울지 마! 뭘 잘했다고 울어?" 보통 우는 아이가 못마땅한 어른들이 아이를 혼낼 때 쓰는 말입니다. 뭘 잘했다고 우느냐는 표현은 한국 사람 외에는 좀처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목을 놓아 빽빽 우는 게, 억울하다, 난 죄 없다, 난 이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런 의사 표시로 해석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그런가 하면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어느 에피소드에서는 반대로 "니가 뭘 잘못했는데 울어?"라며 도리어 누명을 쓴 아이를 옹호하는 (곁에 다른 어른 들으라고 하는) 대사도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저 감정이 upset되어 우는 건데, 그를 보는 어른의 해석이 제각각일 뿐입니다. 아무튼 저자의 말대로, 감정 표현을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억누르고 어른 위주로 훈육하다 보니 커서도 한국인들이 문제가 생기는 빈도가 높은 게 당연합니다. 저자는 이를 "집단관계주의(p53)"라고 명명합니다. 이름이야 무엇이 되었든 이건 고쳐야 할 문제입니다. 


이성친구(혹은 배우자?)가 양다리를 걸친 상태인지 아닌지의 판별에 대해 저자는 자신 나름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재미있는 건 상대의 양다리 때문에 고민한 후 얻은 교훈이라기보다, 저자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과거를 보내지도 못하고 미래를 마음에 둔 채 걸쳤던" 양다리 경험 끝에 체득한 바를 말한다는 겁니다(p63). 


1) 연락이 잘 안 된다. 답장도 없다.

2) 연락이 되면, 너무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한다. 

3) 폰 패턴이 몹시 어렵다.

4) 집에 가면 연락 두절이다.

5) 주변 사람에게 소개를 안 한다.


이에 대한 저자의 해법은 단호합니다. "오늘을 살자! 어중간한 (과거의) 나와의 관계를 끊자." 우리 스스로가 영화감독이며 우리 안에는 페르소나, 연극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페르소나가 여러 명 있으니 상황에 맞는 배우를 끌어내 연기하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나를 억압하지 않고, 나의 개성을 해방시켜 주면 내 삶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행복해집니다. 저자는 특히 "나쁘지 않은 나" 대신 "진정한 나"를 무대 전면에 내세우라고 말합니다. "나쁘지 않은 나"라 함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주위에서 무난하게 길들인, 판에 박힌, 모나지 않은, 잘날것도 없고 특별히 못날 것도 없이 만들어진 나를 가리킵니다. 


p83에는 "삶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걸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자분도 설명하고 있지만 서양에서 레몬이라 함은 좋은 뜻이 아닙니다. 레몬 시장이라 하면 겉모습만 번드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물품만 잔뜩 나온 시장을 가리키죠. 레몬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비결을 저자는 일곱 개 소개합니다.


1) 온라인 쇼핑을 멀리하라. 필요없는 물건을 사지 말고 대신... → 6)

2) 에너지를 뽑아가는 뱀파이어를 멀리하라.

3) 내 몸을 사랑하고 운동 하나를 골라 꾸준히 해라.

4) 감정 찌꺼기를 덜어낼 시간을 따로 가져라.

5) 지금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대로 따라가라.

6) 경험에 투자하자.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1)~6)을 주저하지 않고 지금 바로! 실행에 옮기는 실천력이라고 합니다. 


의욕이 있고 목표의식이 분명하면 낯선 외국에서도 결국 살아남고 성공을 거두는 예를 많이 보았습니다. 모든 게 익숙한 한국에서도 성공이 힘든데 외국이라 하면 손사래부터 치겠지만 결국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올라"와 "차오"밖에 할 줄 모르던 저자는 "영어를 못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를 하려 들지 않는 당신이 문제"라는 남편의 지적을 받고 태도를 180도 바꿉니다. 이처럼, 듣기 싫어도 맞는 말이다 싶으면 즉각 수용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한 듯합니다. 


저자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글로벌한 스케일로 자신의 커리어를 가꿔 온 사업가입니다. 책을 읽어 보니 일런 식으로 하시려면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비행기 안, 혹은 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분이 "외국어 울렁증 극복 비법"으로 들려 주는 이야기(p111)라면 귀 기울여 볼 만합니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혹은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도 하지 못하고 망설이지 말고" 일단 해 보라는 겁니다. "간결함", "정확한 목표", "도달하고 싶은 수준" 이 세 가지만 명확하게 정하고, 두려움을 떨쳐 버린 후 무조건 도전해 보라는 거죠. 


요즘은 이직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만 아직도 한우물파기, 원클럽맨 되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공에의 가장 큰 위협은, 실패가 아니라 지루함이 찾아들기 시작할 때이다(p125)." 저자가 강조하는 건 텔로스(목적)입니다. 소소한 절차나 중간과정에 신경 쓰다가 정작 중요한 큰 목표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죠. 저자는 조금 뒤인 p172에서도 "평생 직장 신화" 등에 집착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충고합니다. 미래는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의 것이라는 뜻입니다. 


얼마나 돈을 벌어야 행복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저자분처럼 원없이 돈 벌어 본 사람이라야 말할 자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돈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연 $95,000(약 1억) 정도면 더 벌어도 행복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걸 만족점이라고 부른다는데 지복점(bliss point)이라 칭해도 될 듯합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물론 있겠으나 일단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는 저 지점을 전환점으로 삼아도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한국인 특유의 압축 성장 강박에 시달리지 말고, 돈은 그저 하나의 양념장 정도일 뿐(p201)임을 명심하라고 합니다. 


이런 저자분께는 그 일생의 연애 스토리에 대해 많이 궁금해집니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패션을 전공할 때 저자는 모델 뺨치는 훤칠한 외모의 영국 남성을 사귀었다고 합니다. 어지간히 킹카였는지 줄리라는 이름보다 "(그 유명한) 제임스의 첫 여자친구"가 그녀의 명함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남자한테 선택받은 여성이었다는 자부심이 물씬 느껴집니다. 그러나 완벽한 외적 조건, 경제적 부 등에 비해 내면의 자신감이 부족했다고 하네요. 저자 개인적으로는 한국 남자가 훨씬 헌신적이고 섬세하다고 하십니다(p213). 남자가 헌신적인 걸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게 저자의 스타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건 물론 사람 나름이긴 하겠습니다만.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합니다만 이는 강요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이심일체, 혹은 일심이체임을 인정, 전제하고 들어가야 더 많은 행복과 만족이 얻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p250). "내 사람의 자유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것이 원래 비혼주의자였던 저자의 부부관입니다. 


현재 저자는 핀란드에 거주하며 남편분과 밀당을 즐기는 사이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보다는 짝궁이 중요하다"는 주의를 당당히 내세웁니다. 한국인은 한국에서 태어나 그만의 소중한 가치와 문화적 전통을 체화하며 자라고 이를 후세에 물려주지만, 글로벌하게 살면서 국제감각을 익히고 나만의 삶을 원없이 사는 여성분의 이야기도 우리는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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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를 위한 기후변화 이야기
반기성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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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 나오기를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이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당장 올해 여름의 열돔 현상,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 폭염, 폭설 등은, 더 이상 우리 지구가 인류가 살기에 적합한 공간이 못 되어감을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어른들도 어른들이지만, 지금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십대들이 기후 변화의 무서운 영향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지구촌의 미래가 그나마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후가 이상하게 변한다는 건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인 통계 수치에 의해 뒷받침되는 주장입니다. p67에 보면 크리스토퍼 밀리 교수 같은 분은 "예측 가능했던 변수에 기초한 '정상성'은 이제 죽었다"고까지 말합니다(저널리스트인 마크 샤피로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합니다). 과거부터 안정적으로 쌓여 왔던, 기후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무엇이 정상이고 평균이다" 같은 어떤 기준, 합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다는 소립니다. 세계 곳곳에서 정도를 넘는 폭우, 폭염 기록이 매년 깨지며, 우리 나라 같은 경우도 전통적으로 여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울, 부산보다 대구가 더 낮은 기온을 기록하는 등 우리가 상식으로 여겨 온 사항과 반대되는 일이 속출합니다. 정상이 무엇인지 알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며 살아 온 동물(사람 포함)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당장 건강 보건 문제에도 큰 영향이 끼쳐지죠.


작년에는 중국 창장(양쯔강) 유역에 폭우가 쏟아지며 싼샤 댐이 무너진다 아니다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국은 유독 수해로 큰 상처를 입었으며, 이 때문에 한국 건설 업체, 중장비 제조 업체의 주가가 오르니 안 오르니를 놓고 주식시장이 출렁이기도 했습니다. 남의 나라 물구경 하듯 할 게 아니라 책에는 2020년 한국에서 얼마나 (예년에 비해) 많은 비가 왔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지도 자세히 나옵니다. 이른바 게릴라성 집중 호우라는 건 1998년 이후 한국에서 부쩍 자주 관측되었는데 당시에는 한국의 난개발 풍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의견이 달라졌죠.


아무래도 우리가 지구에 저지르는 짓 중 가장 나쁜 것은 화석연료의 남용입니다. 이 때문에 지구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고 자외선 침투가 증가하며 피부 질환이 늘어난다는 건 저희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도 다 배운 바입니다. 아까도 보니 배우 휴 잭맨이 피부암 재발 때문에 고생한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그 슈퍼스타가 어디 돈이 모자라서 치료를 못 받겠습니까. 의학으로 치료 가능한 것도 한계가 있는 거죠.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증가하여 온실 효과 때문에 온난화가 유발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 박사의 걱정스러운 진단이 p33에 자세히 나옵니다. 


요즘은 햄버거 등에 들어가는 쇠고기 때문에 기업적 사육이 늘어나서, 방목된 소들이 뀌어 대는 방귀 때문에 메탄 가스가 급증하여 온실효과가 더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한때는 이런 주장이, 기후 위기론자들 주장의 비과학성을 노출한다며 우스갯거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추장이 최초 제기된 게 2006년이며, 2014년 UN 보고서에서 이 주장 속의 메탄 가스 타령이 더 이상 농담 소재가 아니라 심각한 위협 요소임이 증명되었습니다(p32). 이에는 물론 방귀뿐이 아니라 사료 재배와 방목을 위해 벌어진 삼림 파괴도 한몫을 합니다. 여튼 우리가 건강에도 안 좋은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것에도 다 반(反) 환경 요소가 포함되었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기성 저자는 머리말에서 "영국의 NGO인 기후행동추적에서 우리 나라를 '4대 기후 악당 국가(climate villain)'로 뽑았다(p7)"고 합니다. 제가 구글에 찾아보니까 5년 전인 2016년 Climate Action Trackers라는 단체가 사우디, 뉴질랜드, 호주 등과 함께 그렇게 "선정"되었다고 나오네요. climate villain까지만 검색창에 쳐도 서제스천으로 코리아가 함께 나옵니다. 아마 한국인들이 "정말인가?" 하면서 많이 찾아 봐서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또 저 단체의 영향력과 공신력이 어느 정도이건 무관하게, 어떤 기준에 의해서건 한국이 기후를 망치는 악당으로 꼽혔다는 건 부끄럽게 여길 만합니다. 올바른 지적은 (설사 과장된 면이 있다 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후가 좋아져서 얻는 이익이 과연 누구 것이겠습니까. 공부해서 남 주는 게 아니듯 기후가 좋아지면 그 덕은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보게 마련이죠. 


온난화는 지표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해수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성화, 양식 증가, 어류 남획 등으로 인해 이처럼 해수의 온도가 증가한다고 하네요. 해상 생태계 회복이 급선무이며 이를 통해 지구 온난화 → 해수 온도 상승 → 지구 온난화 악화 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p91)


기후이상은 가뭄도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T S 엘리엇의 명언을 인용하며 "가뭄은 지구의 죽음이다."라고 합니다(p118). T S 엘리엇은 물론 "4월은 잔인한 달"을 노래한 그 시인인데 저 인용구가 절묘한 이유는 영어로 earth가 지구라는 뜻 외에도 "토양"이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안 오면 토양이 죽을수밖에 없고 사하라 사막이 이미 1980년대부터 돌이킬 수 없는 확장세를 겪는 것도 다 경작지의 무분별한 증가 때문이었습니다. 


p190에 보면 1980년에 개봉되었다는 영화 <블루 라군>이란 영화가 언급됩니다. 이 영화는 매우 아름다운 해저, 또는 무인도의 풍광이 담겨진 데다 슈퍼스타 브룩 실즈의 전성기 몸매가 잘 표현되어 많은 화제가 되었고들 하죠.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무분별한 노출이 크게 문제될 만한 장면도 많았는데... 시대가 바뀌면 당시에는 정상이었던 게 지금은 야만으로 분류되어 지탄과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튼 책에서는 사산호초 군집의 패턴을 통해 당시 기후를 역추적하여 많은 도움을 얻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12세기에는 지금보다 엘니뇨 현상이 훨씬 덜했다고도 합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아마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다." 얼마나 섬뜩한 선언입니까? 이 말이 현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부터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가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우리부터가 즉시 지구에 대한 폭행, 테러를 멈춰야 하겠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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