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를 위한 기후변화 이야기
반기성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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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 나오기를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이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당장 올해 여름의 열돔 현상,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 폭염, 폭설 등은, 더 이상 우리 지구가 인류가 살기에 적합한 공간이 못 되어감을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어른들도 어른들이지만, 지금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십대들이 기후 변화의 무서운 영향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지구촌의 미래가 그나마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후가 이상하게 변한다는 건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인 통계 수치에 의해 뒷받침되는 주장입니다. p67에 보면 크리스토퍼 밀리 교수 같은 분은 "예측 가능했던 변수에 기초한 '정상성'은 이제 죽었다"고까지 말합니다(저널리스트인 마크 샤피로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합니다). 과거부터 안정적으로 쌓여 왔던, 기후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무엇이 정상이고 평균이다" 같은 어떤 기준, 합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다는 소립니다. 세계 곳곳에서 정도를 넘는 폭우, 폭염 기록이 매년 깨지며, 우리 나라 같은 경우도 전통적으로 여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울, 부산보다 대구가 더 낮은 기온을 기록하는 등 우리가 상식으로 여겨 온 사항과 반대되는 일이 속출합니다. 정상이 무엇인지 알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며 살아 온 동물(사람 포함)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당장 건강 보건 문제에도 큰 영향이 끼쳐지죠.


작년에는 중국 창장(양쯔강) 유역에 폭우가 쏟아지며 싼샤 댐이 무너진다 아니다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국은 유독 수해로 큰 상처를 입었으며, 이 때문에 한국 건설 업체, 중장비 제조 업체의 주가가 오르니 안 오르니를 놓고 주식시장이 출렁이기도 했습니다. 남의 나라 물구경 하듯 할 게 아니라 책에는 2020년 한국에서 얼마나 (예년에 비해) 많은 비가 왔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지도 자세히 나옵니다. 이른바 게릴라성 집중 호우라는 건 1998년 이후 한국에서 부쩍 자주 관측되었는데 당시에는 한국의 난개발 풍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의견이 달라졌죠.


아무래도 우리가 지구에 저지르는 짓 중 가장 나쁜 것은 화석연료의 남용입니다. 이 때문에 지구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고 자외선 침투가 증가하며 피부 질환이 늘어난다는 건 저희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도 다 배운 바입니다. 아까도 보니 배우 휴 잭맨이 피부암 재발 때문에 고생한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그 슈퍼스타가 어디 돈이 모자라서 치료를 못 받겠습니까. 의학으로 치료 가능한 것도 한계가 있는 거죠.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증가하여 온실 효과 때문에 온난화가 유발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 박사의 걱정스러운 진단이 p33에 자세히 나옵니다. 


요즘은 햄버거 등에 들어가는 쇠고기 때문에 기업적 사육이 늘어나서, 방목된 소들이 뀌어 대는 방귀 때문에 메탄 가스가 급증하여 온실효과가 더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한때는 이런 주장이, 기후 위기론자들 주장의 비과학성을 노출한다며 우스갯거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추장이 최초 제기된 게 2006년이며, 2014년 UN 보고서에서 이 주장 속의 메탄 가스 타령이 더 이상 농담 소재가 아니라 심각한 위협 요소임이 증명되었습니다(p32). 이에는 물론 방귀뿐이 아니라 사료 재배와 방목을 위해 벌어진 삼림 파괴도 한몫을 합니다. 여튼 우리가 건강에도 안 좋은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것에도 다 반(反) 환경 요소가 포함되었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기성 저자는 머리말에서 "영국의 NGO인 기후행동추적에서 우리 나라를 '4대 기후 악당 국가(climate villain)'로 뽑았다(p7)"고 합니다. 제가 구글에 찾아보니까 5년 전인 2016년 Climate Action Trackers라는 단체가 사우디, 뉴질랜드, 호주 등과 함께 그렇게 "선정"되었다고 나오네요. climate villain까지만 검색창에 쳐도 서제스천으로 코리아가 함께 나옵니다. 아마 한국인들이 "정말인가?" 하면서 많이 찾아 봐서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또 저 단체의 영향력과 공신력이 어느 정도이건 무관하게, 어떤 기준에 의해서건 한국이 기후를 망치는 악당으로 꼽혔다는 건 부끄럽게 여길 만합니다. 올바른 지적은 (설사 과장된 면이 있다 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후가 좋아져서 얻는 이익이 과연 누구 것이겠습니까. 공부해서 남 주는 게 아니듯 기후가 좋아지면 그 덕은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보게 마련이죠. 


온난화는 지표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해수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성화, 양식 증가, 어류 남획 등으로 인해 이처럼 해수의 온도가 증가한다고 하네요. 해상 생태계 회복이 급선무이며 이를 통해 지구 온난화 → 해수 온도 상승 → 지구 온난화 악화 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p91)


기후이상은 가뭄도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T S 엘리엇의 명언을 인용하며 "가뭄은 지구의 죽음이다."라고 합니다(p118). T S 엘리엇은 물론 "4월은 잔인한 달"을 노래한 그 시인인데 저 인용구가 절묘한 이유는 영어로 earth가 지구라는 뜻 외에도 "토양"이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안 오면 토양이 죽을수밖에 없고 사하라 사막이 이미 1980년대부터 돌이킬 수 없는 확장세를 겪는 것도 다 경작지의 무분별한 증가 때문이었습니다. 


p190에 보면 1980년에 개봉되었다는 영화 <블루 라군>이란 영화가 언급됩니다. 이 영화는 매우 아름다운 해저, 또는 무인도의 풍광이 담겨진 데다 슈퍼스타 브룩 실즈의 전성기 몸매가 잘 표현되어 많은 화제가 되었고들 하죠.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무분별한 노출이 크게 문제될 만한 장면도 많았는데... 시대가 바뀌면 당시에는 정상이었던 게 지금은 야만으로 분류되어 지탄과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튼 책에서는 사산호초 군집의 패턴을 통해 당시 기후를 역추적하여 많은 도움을 얻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12세기에는 지금보다 엘니뇨 현상이 훨씬 덜했다고도 합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아마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다." 얼마나 섬뜩한 선언입니까? 이 말이 현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부터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가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우리부터가 즉시 지구에 대한 폭행, 테러를 멈춰야 하겠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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