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조지 오웰 서문 2편 수록 에디터스 컬렉션 1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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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성이 말살되고 자유를 박탈당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중요하고 각 개인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북돋워줄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이는 우리 나라 헌법 전문에도 나오는 의미심장한 이념이죠. 이미 조지 오웰은 2차 대전 종결 무렵에 전체주의 사회의 기만성과 그 타락상을 고발한 이 소설 동물 농장을 지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신랄하고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했기에 지금 읽어도 소름이 돋고 경각심이 느껴집니다. 


pp.7~38까지는 작가 서문이 나옵니다. 이 책 전체 페이지 수가 204인데 꽤 길죠. 이 서문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는 풍자와 비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지만, 서문 덕분에 당대 지식인들이 소련에 대해 갖고 있던 순진한 환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영국은 칼 마르크스가 장기 체류하며 <자본>을 완성한 나라였고, 이 나라에도 공산주의 이념에 동조하며 소련에 유리한 활동을 한 인사들(지식인이 당연히 포함된)이 무척 많았습니다. 조지 오웰은 그들을 향해 쓴소리를 날리고 있는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시점이 아직 공산주의의 모순과 타락상이 드러나기 훨씬 이전이며, 혁명을 그저 입으로만 떠든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 참여하며 몸소 실천에 옮겨 본 사람만 지닐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이 이 서문에서 잘 드러납니다. 작품을 떠나 조지 오웰이 당시 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정견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메이저 영감은 존스 씨 농장에서 나이가 많은 동물입니다. 그는 어느날 아침 간밤에 꿈을 꾸었다면서, 세상에 오직 인간만이 소비를 일삼을 뿐 전혀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동물이라며 맹비난합니다. 세상의 모든 시설, 물건, 풍요로운 자원 등은 누군가가 노동을 했기에 그리 가치가 부여되었는데, 정작 전혀 노동을 하지 않은 인간이 그 과실을 독점하고, 노동을 제공한(착취당한) 동물들은 비참한 삶을 영위할 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요지의 연설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고, 알고 보면 당연히 누려야 할 몫을 그동안 빼앗겨 왔다는 사실에 놀라며 해방의 기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 감격합니다. 


칼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메이저 영감이 죽은 후 동물들은 어느 날 봉기를 일으켜 존스 씨를 쫓아내고 매너 농장의 주인이 됩니다. 이 봉기를 일으키는 데는 스노볼의 영향이 컸으며 농장을 접수한 후에도 스노볼은 기술적인 지식으로 농장에 기여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스노볼은 정치적 역량이 부족했으며 러시아 혁명에서 실제로 이런 행로를 밟은 레온 트로츠키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결국 스노볼은 농장에서 축출되며, 교묘한 선동으로 농장의 패권을 차지한 나폴레옹은 이후 절대 권력을 휘두릅니다. 이제 자신의 책임이 된 농장에서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나폴레옹은 전임자를 거론하며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합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뭔가 반론의 기미가 보일라치면 나폴레옹의 친위대가 나와 아우성치며 반대의 목소리를 묻어 버립니다. 건전한 상식과 논리는 사라지고, 큰 목소리로 우기며 폭력으로 위협하는 세력만 절대선의 위치에 자리합니다. 


나폴레옹은 한때 프레더릭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증오를 선동하다가, 갑자기 필킹턴이 더 나쁘다며 증오의 대상을 바꿉니다. 이것은 나치와 영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하던 스탈린의 행보를 연상시킵니다. 안타까운 건 선동 주체가 말을 현란히 바꾸는데도 전혀 그 검은 속을 깨닫지 못하고 선동에 놀아나는 불쌍한 동물들입니다. 한때 노예나 다름없었던 자신들을 해방시킨(이것도 허위이지만) 나폴레옹의 은혜를 갚기 위해, 전보다 더 심한 속박과 압제에 시달리면서도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p179)."


더 평등하다니 더 좋은 것 아닐까 싶지만 사실 평등은 모두가 평등해야 그게 평등한 것이지 평등에 정도의 차이가 있으면 그건 이미 누구도 평등한 게 아닙니다. 역자 김승욱 선생은 후기에서 동물 농장에 묘사된 세상과 오늘날의 우리들을 비교하며, 사람의 근본을 말살하고 기만적인 수법으로 백성을 통치하려 드는 나쁜 체제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아직도 자유와 민주주의가 널리 보편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필리핀, 벨라루시, 헝가리, 터키, 미얀마, 아프가니스탄에서 희한한 모습으로 왜곡되는 걸 보며 경각심을 느껴야만 할 우리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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