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죄가 없다 - 코로나19로 살펴보는 감염병의 도전과 인류의 응전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3
채인택.이지선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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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초 코로나가 팬데믹 단계로 발전할 무렵에, 많은 사람들은 인류에게 병을 퍼뜨린 주범으로 박쥐를 꼽았습니다. 드물게도 박쥐를 식용한 누군가가 코비드 19에 감염되었고 이것이 지구촌을 뒤덮은 비극의 시작점이 되었다고들 생각했습니다. 아직 모든 인과관계의 고리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박쥐 등 야생동물에게 꼭 모든 잘못을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니파 바이러스(1998), 에볼라, 사스 등 많은 바이러스의 저장고 구실을 하는 게 박쥐라고 평가들 하지만, 또 진드기나 낙타 등도 여태 인간을 큰 위기로 몰아넣은 병원균의 숙주 노릇을 했지만, 과연 그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릴 수 있을까요? 

이 책 p34를 보면, 애초에 그런 야생동물들이 잘 살던 보금자리를 싹 밀고 침투해 들어온 건 인간들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들이 정주하던 공간에 고이 머물지를 않고 기어이 꾸역꾸역 삼림지대, 초원, 정글로 밀고 들어와서는 저런 야생동물들과 구태여 접촉했습니다. 초청도 없이 남의 구역에 침범해서 피해를 입어 놓고는 누구 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인간이 타인(타 생명체)과 공존하는 지혜를 갖추지 못하고 남의 영역을 넘보며 탐욕을 부린 결과이니 자초위난이요 자업자득입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박쥐는 죄가 없다"고 붙은 것입니다. 죄가 있다면 괜한 욕심을 부린 우리 인간에게 잘못을 물어야죠. 

책 p56에 나오듯이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0년대 후반 최초로 알려졌고 1990년대 중반 <아웃브레이크>라는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였으며 불과 얼마 전에도 미국에서 아프리카 여행자 중심으로 퍼져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병은 공기 중으로 퍼지지는 않기 때문에 의료 기관을 통해 관리만 잘 하면 사실 지금처럼 만연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진단이 유력합니다. 결국 선진국의 제약회사나 금융자본이 지나친 탐욕으로 치료 시스템의 보급을 막지만 않았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으리라는 결론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에이즈도 아프리카에서는 마치 감기처럼 널리 퍼진 질병인데 이 역시도 큐어의 제공에 오로지 자본의 이익만 생각하는 유럽 각국과 미국의 맹성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많이 잊었지만 2003년에는 홍콩, 중국을 중심으로 급성호흡기 증후군, 이른바 사스(SARS)라는 병이 퍼져 전세계에 공포를 안겼습니다. 이상하게도 같은 동아시아인이면서 한국인들은 잘 걸리지 않아서 당시 중국인들은 비결이 김치에 있는 것 아니냐며 김치를 사다 먹기도 하는 등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병이 사람이나 국적을 가릴 리 없으며, 결국 전염병의 팬데믹이란 전세계가 국경을 넘어 합심 협력해야만 방지할 수 있겠습니다. p87 이하에는 어떻게 해야 각국 간에 협력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겠으며, 현재의 WHO 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이며 극복해야 할 한계인지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과연 중국 우한의 한 정체 모를 실험실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불법 연구 끝에 무엇인가가 유출되어 그런 큰 재난이 일어났을까요? 답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거의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중론이며 이 책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아무 이유 없이 억울한 누명을 썼을까요? p114 이하를 보면 국제 사회를 향해 정보를 투명하게, 적어도 다른 나라들이 하는 만큼 공개하지 않고 일을 개운치 않게 처리해 왔다는 점에서 그들이 마냥 억울해할 일도 아니라고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여튼, 재난이 발생하면 서로 네탓을 하며 자원과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무엇이 가장 시급한 공동의 목표인지 합의를 통해 정하고 지체없이 행동에 나서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가난한 나라의 접종률은 세계 평균의 절반(p141)" 물론 그 나라의 일은 그 나라가 알아서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 병이 퍼지면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하고 국경이 많이 개방된 세상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나라이건 안전 지대라는 게 따로 없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나 자신을 구하는 방법이며,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 등 여건이 나쁜 나라들의 보건 시스템, 영양 상태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못은 우리 인간에게 있으며 애꿎은 박쥐 탓을 할 게 전혀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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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 오에 겐자부로 소설론의 결정판! 오에 컬렉션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 21세기문화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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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문학 세계 안에 반전과 평화를 담아, 당대 일본인들과 세계의 독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작가입니다. 그의 이런 활동과 성취를 세계도 인정하여 1994년 노벨 문학상을 그에게 주었습니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는데 작년(2023) 그의 서거가 뉴스를 타서 많은 독자들이 슬퍼했던 게 불과 얼마 전입니다. 오에 컬렉션이 이렇게 나와 사람들이 그의 문학 세계를 톺아보고 그의 메시지를 다시 새길 기회를 얻은 건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세상은 크고작은 전쟁으로 바람잘 날이 없고 미국이나 중국 같은 큰 나라들이 신냉전을 벌인다고 하지만, 오에가 활동하던 20세기 중후반은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이 언제라도 핵전쟁을 일으켜 온누리를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며 사람들이 공포에 떨던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은 실제로 연합국과 추축국(나치 독일 중심)이 붙었던 2차 대전 끝에 원폭을 맞아 큰 피해를 입은 유일한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오에가 자신의 문학 세계 중심에 반전 사상을 놓은 건 그의 유려한 필치, 정교한 플롯과 더불어 세계인들에게 그의 문학적 탁월성을 납득시키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p54를 보면 그는 인류가 본연적으로 안고 있던 전쟁에 대한 공포가, 자연스럽게 20세기 들어 핵전쟁에 대한 저항으로 변용되었다며 그 유구한 뿌리를 강조합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혹은 체험하거나 표현하는 것 중 그 어떤 것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은 셈입니다. 여기서 그는 빅토르 시클롭스키를 원용하며,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중 익숙한 무엇이 어떻게 낯설게 변하며(이화. 異化. остранение. 아스트라녜니예. p49) 어떻게 전혀 새롭게 다가와 감정의 정화와 각성을 유도하는지 잘 설명합니다. 사람은 익히 접하던 감정 등에는 그리 열렬히 반응하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또한, 관성에 젖어들면 예컨대 일상의 돌을 더 이상 돌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여기서 오에는 시클롭스키의 이론을 다시 인용하여, 문학의 소명은 그저 무엇을 심드렁하게 알아보는 인지(узнавание. 이즈나바니예)가 아니라, видение(비졔니예), 즉 명시(明視. 오에는 이렇게 번역합니다)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졔니예는 영어의 vision과도 통하며 라틴어 동사 videre가 그 어원입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수동적으로 알아채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면서 나의 인격적 가치까지를 투사하는 작용입니다. 핵전쟁에 대해 우리는 태곳적부터 있던 또하나의 전쟁이라며 습관적인 거부 반응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생생하게 다시 솟아나는 거부감으로 반응해야 하며 그 중심에 문학이 작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낯설게하기"란, 습관적으로 미끄러져가는 무심한 우리의 인식과 감성을 확 잡아채며 반대 방향으로 르르게 하는 역류(逆流)를 촉발하는 기법이라고 오에는 강조합니다(p69). 이는 또한 문학의 본원적 한계에도 어느 정도는 기인하는데, 오에는 이를 독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합니다. "문학은 책 중에 사물을 직접 제시할 수 없다." 물론 앞으로는 3D, 4D book 같은 게 나올 수도 있겠으나 이건 이미 전통적인 의미의 문학 장르는 아닐 것입니다. 오에는 가장 성공적인 낯설게하기 사례로 나쓰메 소세키의 <명암>의 한 대목을 드는데, 이로써 "소세키의 주인공에게 찾아든 심적 이변은 이제 독자들의 것이 되었다(p74)"며 그 미학적 성취를 평가하는 오에의 문장은 차라리 감동적입니다. 

근세 르네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 이래, 생각하는 주체에 대한 의심은 제기되어 본 적 없습니다. 그러나 p156이하에서 오에는 롤랑 바르트를 인용하며 이미 그에 대한 해체가 시도되었고, 이미 작가부터가 한때는 이런 사람, 한때는 저런 사람 등으로 수시로 변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p157 이하에서 오에가 제시하는 "읽는 중심축" 이론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매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어 p186에서 오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베주호프 부부의 현란한 대화에 넘어가 당대의 러시아 귀족 사회의 단면을 마치 나의 현실인 양 받아들이게 되는 독자들의 태도를 지적하는데, 이는 문학의 화려한 기만으로 우리가 어떻게 건강하고 유쾌한 각성에 돌입하는지에 대한 오에의 명쾌한 설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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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필독서 50 - 셰익스피어에서 하루키까지 세계 문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14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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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영혼과 인성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어린이에게 어려서부터 고전 문학 작품을 읽히는 것입니다. <레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주교는 자신에게 도움을 받은 부랑자 전과자가 배은망덕하게도 성당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관에게 잡혔을 때, 너그럽게도 자신이 선물로 주었다며 거짓말까지 하며 재수감(누범가중 때문에 당시 법제로 종신형이 될 수도 있죠)을 막아 줍니다(이 책 p18 이하). 너무도 감동한 부랑자는 그순간 인간쓰레기에서 완전히 새사람으로 거듭나는데 기적이란 사실 이런 걸 두고 진정한 기적이라 일컬을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감동적인 사연을 보고 어린이는 인간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개과천선의 바탕에 대해, 또 선한 영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위고의 인간적 깊이가 고전을 낳았고, 그 고전은 수백만 수억을 감화시키니 과연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자 박균호 선생께서도 고전 베스트 50 첫머리에 과연 이 명작을 배치하신 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분노의 포도>(p82)는 원래 기독교 신약 요한계시록에 그 출전을 둡니다. 오클라호마는 비교적 늦게 정착민들이 들어선 곳이라 농업 인프라가 미비하여 한번 흉작이라도 닥치면 주민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지역이었습니다. 히틀러는 이 소설을 읽고 "미국의 멸망이 머지 않았다!"며 쾌재를 불렀다는 설도 있는데 그만큼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생생한 필치로 고발한 역작이었습니다. 작중에서, 또 실생활에서 "오우키"라며 멸시되던 이들이 그들의 잘못보다는 경제 구조의 폐단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는 신랄한 서술이, 경제공황으로 파탄에 빠진 (다름아닌) 미국 시민들, 독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으니 정부 당국에서도 마냥 불온시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문학(가)의 사회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돕는 좋은 예입니다. 

보헤미아의 섬세하고 예리한 정신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변신>도 누구의 어떤 리스트에서건 빠지지 않는 명작입니다. 어제까지 가족의 사랑과 존중을 받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모습이 바뀝니다. 왜 사람이 벌레로 바뀌었는지 작품은 그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인격이나 품성이 아닌 그저 경제적 기능으로만 평가받으며 소모품처럼 사라져가는 불쌍한 잠자의 운명은 우리 독자 모두가 공감할 만합니다. 저자는 "몇 번을 읽어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거대한 성채와 같은 소설(p133)"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카프카의 다른 소설 <성채>가 있기도 합니다. 

1987년 장예모 감독의 영화판으로도 잘 알려진 <붉은 수수밭>은 p156에 나오듯 원래는 소설가 모옌의 원작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라도 100% 보장될 수 없고 어느 정도는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일생을 통해 그 생육, 노동, 경력 축적 등이 국가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 불가피성, 옳고그름을 떠나 그 개인의 입장에서 너무도 슬픈 일 아니겠습니까. 모옌은 <개구리>를 통해 숨막힐 듯 옥죄어 오는 통제, 감시의 구조를 고발합니다. 저자는 그의 소설 세계에서 이런 비판 정신도 정신이지만 치밀한 서사 구조, 빈틈없고 생생한 인물 묘사 등이 단연 빼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를 쓴 찰스 디킨스는 그 문학성도 문학성이지만 대중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대 영국들인, 또 미국인들이나 번역본을 통해 이 작품을 접한 타국 독자들도 악당 페이긴이나 빌 사이크스 같은 캐릭터들의 그 실감나는 묘사에 열광하며 대체 누구를 모델로 이런 인물들을 만들었냐며 열광했습니다. "가장 숭고한 선은 가장 저열한 악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p215)." 빅토리아 시대의 형식적 위선과 엄숙주의에 대한 과감한 도전으로서도 이 작품은 큰 의의가 있습니다. p214에서는 윌리엄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에 대해서도 저자께서 짧은 소개를 하는데 이 작품도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p260에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외국인(러시아인)으로서의 한계 때문에 영어 사전을 옆에 끼고 작품을 짓는 엄청난 고충이 있었다고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영어로 쓴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흐르는 아름다움"이 묻어난다고 평가 받습니다. 해당 챕터 앞에도 나오듯이 나보코프 본인이 러시아 귀족 태생이므로 어려서부터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을 잘 받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실 <롤리타>는 이 작품에서 심리학 용어가 하나 탄생했을 만큼 소재 자체가 소아성애라서 큰 논란을 불렀는데, 그를 떠나 작품 자체의 포맷상 성취, 시점의 자유로운 전환 등 그전에는 없던 여러 실험적 시도들 때문에라도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합니다.  

에밀리 브론테가 쓴 <워더링 하이츠>는 역시 빌런인 히스클리프 캐릭터의 너무도 실감나는 묘사와 이에 대응하는 캐서린 등 린턴 가 사람들의 처량한 사연 등이, 일평생을 별다른 외부 교류 없이 지낸 어느 여성 작가의 손끝에서 나왔다고 보기에 너무도 촘촘하게 구축된(그 정도로 잘 쓰인) 명작입니다. 이 책에는 "폭풍의 언덕"이 아니라 작중에 나오는 고유명사인 만큼 그대로 옮긴다는 취지에서 원어 그대로 이름이 붙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읽어도 소설 속의 몹시도 거칠고 처절한 사연에 그대로 빨려들어갈 만큼 완성도가 높은 대작임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토머스 하디의 작품들은 <더버빌가의 테스>뿐 아니라 <비운의 주드(주드 디 옵스큐어)>까지 해서 너무도 우울하고 암담하다고 느껴 그리 자주 읽게 되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독자에게라면 이게 과연 읽혀서 좋은 내용인지도 의문입니다. 종교는 일각에서 "인민의 아편"이라 불릴 만큼 때로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부작용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빅토리아 시대에 나왔는데 저자는 당시 기독교의 공허한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하려는 의도가 깃들었다고 해석합니다. 그런 해석이라면 비로소 저도(?) 납득이 됩니다.  

체호프 하면 이른바 그의 4대 희곡이란 것도 있고, 근대 단편의 완성자로까지 꼽히는 위대한 작가입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이 작품은 그 스피츠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주인공 드미트리 구로프 사이의 불륜 이야기인데 사실 구로프가 바람을 피우게 된 건 그 아내가 배우자에 대한 존중이 너무도 결여되었다는 이유도 적지 않습니다. 작품을 읽어 보면 나오지만 심지어 아내는 남편의 이름도 언제나 잘못 발음합니다. 러시아어에는 대부분의 자음이 경음, 연음 쌍으로 존재하는데, 드미트리(Дмитрий)의 [d]는 그저 경음으로 읽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언제나 연음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지미트리"처럼 불리는데(무슨 중세인도 아니고) 구로프는 이걸 너무도 싫어하죠. 아무튼 작가는 이 모호한 불륜 이야기에서 불륜 역시도 사랑의 일종이며 선과 악 중 어느 하나로 재단할 수 없는 인간다움의 한 국면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50편의 걸작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흥미로우며 독자에게 어떤 해석의 표준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유익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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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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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폴더 안에 학습지 낱장(4페이지씩) 60일분 일본어 초중급 코스가 들어 있고, 별책부록으로 손글씨따라쓰기, JLPT N4 모의테스트, N3 모의테스트, 진짜일본어 여행하기 정답체크 등 네 권이 딸린 구성입니다. 본교재는 올컬러이며 부록들은 2색도 인쇄입니다. 음원은 시원스쿨 일본어 페이지에서 로그인한 후 다운받을 수 있으며 압축파일 크기는 57Mb 정도, 해제하고 나면 115Mb 정도입니다. 본문 문장 낭독 말고도 몇 가지 다른 pdf문서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리뷰하는 이 학습지는 2024년 2월 5일판이므로 정오표의 사항들은 모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따라서 홈피의 정오표는 다운 불필요). 

매일분 학습 컨텐츠는 1) 기본 문법, 표현 사항 두 개 정도를 예문과 함께 가르치며, 2) 앞에서 배운 문형을 단어와 상황을 달리하여 복습하며, 3) 이를 응용한 15개 정도의 문제 풀어보기 같은 3단계 구성입니다. 위에 별책부록으로 "진짜일본어 여행하기" 정답체크책이 딸려온다고 썼는데, 여행일본어를 가르친다는 게 아니라(물론 그런 내용도 일부 들어있지만), 스텝3의 응용문제 세트 이름이 "일본어 여행하기"이고 그 문제 세트의 답이 별책부록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다시 요약하면, 스텝1에서 일본어여행을 준비하기, 스텝2에서 연습하기, 스텝3에서 더 넓은 범위로 제대로 여행하기 순서입니다. 혹시 일어 기초가 전혀 안 된 분이라면, 이 책 말고 첫걸음 학습지가 따로 있으니 그 책을 먼저 보는 게 낫겠습니다. 

Day06을 보면 ~ないまま라는 표현을 공부하는데, 그 뜻은 "~않은 채로"라고 합니다. 우리말과도 비슷하여, "어떤 동작을 하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는 뉘앙스"라는 게 교재의 설명입니다. 예문에는 化粧(화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저 단어를 포함하여 모든 일본어 단어에는 후리가나로 일본어 발음이 부기되었습니다(한글로는 안 적혔습니다). 문장들의 뜻은 한국어로 일일이 번역되었습니다. 化粧은 일본어로 케쇼-(けしょう)라고 읽는다고 나옵니다. 음원(06-02)을 재생하면, 먼저 교재 오른쪽 박스 안에 어두운 녹색으로 정리된 새 단어, 표현들을 일본인 여성 성우가 읽어 주며, 이어서 교재 예문을 남성 성우가 고저장단을 맞추며 구수하게 낭독합니다. 

Day09를 보면 1그룹 동사의 가정(假定. hypothesis) 표현 ば형을 익힙니다. 이어 2그룹 동사의 ば형도 배우는데, 설명이 핵심만 간단하게, 쉽게 제시되어서 좋았습니다. 즉, 2그룹의 ば형은, 끝의 る를 떼고, 대신 れば를 붙여 만든다고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見る(みる, 보다)는 가정형 見みる(みれば, 보면)으로 변화하며, 바로 다음 칸에는 트레이싱으로 따라쓰게 합니다. 미르, 라고 여성 성우가 먼저 읽으면, 남자 성우가 미레바, 라고 가정형을 나중에 읽습니다. 

Day19를 보면 ~だろう 꼴을 배우는데, 그 뜻은 "~일 것이다, ~ 겠지"라고 교재에 나옵니다. 그런데 이것의 정중한 표현으로, でしょう(데쇼-)를 따로 알려 주며, 밑에 이를 활용한 예문 셋을 제시합니다. 공통형은 붉은색으로 눈에 더 잘 띄게 표시했습니다. 今回(こんかい, 콘카이), 合格(ごうかく, 코-가쿠), 漢字(かんじ, 칸지), 來週(らいしゅう, 라이슈)라고 새로 나온 단어들을 여성 성우가 단어를 읽어 주고, 예문은 남성 성우가 읽어 주는데 속도는 좀 느리고 또박또박한 편입니다. 

Day34에서는 ~ので(노데, ~때문에) 꼴을 배우며, step2에서는 "방에서 후지산이 보여서 인기가 있다.'라는 문장을 짓게 하는데, 흐릿하게 미리 정답을 제시합니다. 주어진 단어들을 사용하여 문장을 완성하면 ルームから富士山が見えるでの人氣がある。라는 답이 유도됩니다. 앞에서 見る 동사를 배웠으므로 이 정도는 힌트를 안 보고도 답이 척척 나와야 하겠습니다. 

별책부록으로 N3(보라색), N4(녹색) 모의고사가 있으며 실제 출제형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60일분의 학습 내용이 어찌보면 이 문제들을 능숙하게 풀어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만 해설은 따로 없고 정답만 제시되었습니다. 스텝3 진짜일본어여행하기 문제들도 연녹색 별책에 따로 정답들이 묶였으며, 본문에서 배운 여러 문형들을 손으로 직접 써 가며 익히게 하는 주황색 워크북이 있어서 복습을 돕습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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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5가지 행동과학
가브리엘 로젠 켈러만.마틴 셀리그먼 지음, 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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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이란, 저자 가브리엘라 로젠 켈러만이 확립한, 성공을 위한 다섯 가지의 행동 원칙입니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 하버드를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수석으로 졸업한 분이라면 정말 대단한 두뇌와 끈기를 지닌 분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저자 마틴 셀리그만 교수도 긍정심리학의 대가로 여태 우리 독자들이 그의 저서를 익히 읽어 본 분이죠. 

야구에서는 멘털 미스테이크라는 게 있습니다. 유격수 등이 자기 앞으로 오는 공을 놓치고 알까기(fumble) 같은 짓을 했을 때, 그 선수가 반사신경이 둔하다거나 글러브 핸들링이 서투르다거나 타구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거나 한 게 아니라, 잠시 몸이 삐끗해서, 혹은 순간 주의가 흐트러졌다거나 할 때 이런 말을 씁니다. 스포츠뿐 아니라 일반 직장, 조직에서도, 이러이러한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자원을 인풋했을 때 이만한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저효율만 초래될 때가 있습니다. p7에 나오는 대로, 사람의 morale, attention, attitude 같은 것들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데 이걸 두고 human error라고 합니다. 이런 휴먼 에러는 대개 부정적인 마인드셋, 비관주의에 기인하는데, 원인이 이쪽에 있는 이상 이 방면을 개선하여 각자의 (썩히기 아까운) 포텐셜을 유감없이 발휘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들은 투모로마인드(tomorrowmind)라는 걸 강조합니다. p17에 나온 정의를 보자면,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히 계획하고, 차질에 대처하고, 모든 잠재력을 달성하게 해 주는" 그런 정신을 뜻한다고 합니다. p28을 보면, 첫째 예측력(P), 둘째 회복탄력성(R)과 인지적 민첩성, 셋째 창의력과 혁신(I), 넷째 사회적 지지(S)를 구축하는 빠른 라포(rapport), 다섯째 의미(M)와 중요시하기 등입니다. 이 다섯 요소의 두문자를 딴 게 PRISM입니다. 이 다섯 요소는 우리가 익히 보던 것도 있지만, 5대 원칙에 꼽힐 만큼 자주 부각되던 미덕은 아니지 않았던가 싶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서문에서의 개략적인 설명만 들어도 과연 그렇겠다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렇구나, 이 덕목들은 진즉에 더 강조되고 발견되어야 했었구나.' 각론을 읽어 보면 더 강하게 설득됩니다. 예화가 풍부해서 읽는 과정이 더 재미있습니다. 

혁신은 오직 인간만의 특징입니다. 인간은 기존의 것과 똑같은 것을 참지 못하며, 지루한 환경에 놓이면 이를 탈피하려고 좀이 쑤셔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기술과 예술을 발전시켰으며, 영어에서 두 단어는 모두 art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p45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이유 중 하나가, 네안데르탈인의 문화, 기술은 비교적 정체 상태였던 반면, 호모 사피엔스의 그것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나 성취가 만족스러우면 만족스러울수록 이를 얻어낸 사람들은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단계에서 더 발전이 없다면, 나보다 훨씬 못하던 이들에게 어느새 추월당하고 말죠.   

책 p87에서는 2007년 미 국방부가 제대군인들이 겪는 PTSD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를 분석합니다. PTSD는 이미 베트남 전 당시부터 큰 문제가 되었고 독립된 질병으로 간주되어 많은 연구가 행해졌습니다. 그러나 2007년의 경우는 너무도 많은 이들이 이 질환을 호소했고, 미 정부 기금이나 보험 재정은 거의 바닥날 지경에 달했는데 마땅한 치료책도 없었습니다. 이때 질 체임버스 대령의 용역 의뢰로 이 문제 해결 자문을 받은 공저자 마틴 셀리그만은 기발하게도 정반대 방향에서 출구를 찾았습니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고,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오히려 이를 정면돌파하여 종전보다 더 강한 멘탈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제시한 겁니다. 이를 (역설적이게도)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에서 병만 극복하는 게 아니라 더 유망한 장래 개척을 위한 자질까지 장착하는 셈이니 전화위복이라고 하겠습니다.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저자는 이런 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정녕 타격으로부터 재기하고 종전의 활력을 회복하려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어떤 호조건을 물색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용수철처럼 툭툭 털고 일어서야 합니다. 달리기에서 넘어졌는데 이 각도로 일어서야 덜 아프겠지, 조금만 쉬었다가 일어서자 처럼 어떤 궁리를 하며 머뭇거린다면 이건 벌써 레이스에 계속 참여할 마음이 없는 선수입니다. 경기를 포기할 작정이 아니라면 즉시 발딱 일어서는 게 정상입니다. 회복 탄력성은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이며 그 답은 언제나 "지금(p141)"이라는 게 저자의 확신에 찬 결론입니다. 

예측력(prospection)이란, 언제나 환경이 급변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에 알맞게 민첩한 정신의 안테나를 가동하려는 자세에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뷰카(VUCA)인데,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입니다. 예측력을 키우는 데도 일종의 근육이 필요한데, 첫째 시나리오 계획, 둘째 그로우 모델(바람, 결과, 장애물, 계획) 등을 활용하라고 합니다. 창의력은 인간만의 고유한 재능이므로(p283), 이런 개인의 창의력을 조직 단위에까지 확장(p328)하는 게 다음 단계의 리더에게 부과된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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