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죄가 없다 - 코로나19로 살펴보는 감염병의 도전과 인류의 응전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3
채인택.이지선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020년 초 코로나가 팬데믹 단계로 발전할 무렵에, 많은 사람들은 인류에게 병을 퍼뜨린 주범으로 박쥐를 꼽았습니다. 드물게도 박쥐를 식용한 누군가가 코비드 19에 감염되었고 이것이 지구촌을 뒤덮은 비극의 시작점이 되었다고들 생각했습니다. 아직 모든 인과관계의 고리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박쥐 등 야생동물에게 꼭 모든 잘못을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니파 바이러스(1998), 에볼라, 사스 등 많은 바이러스의 저장고 구실을 하는 게 박쥐라고 평가들 하지만, 또 진드기나 낙타 등도 여태 인간을 큰 위기로 몰아넣은 병원균의 숙주 노릇을 했지만, 과연 그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릴 수 있을까요? 

이 책 p34를 보면, 애초에 그런 야생동물들이 잘 살던 보금자리를 싹 밀고 침투해 들어온 건 인간들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들이 정주하던 공간에 고이 머물지를 않고 기어이 꾸역꾸역 삼림지대, 초원, 정글로 밀고 들어와서는 저런 야생동물들과 구태여 접촉했습니다. 초청도 없이 남의 구역에 침범해서 피해를 입어 놓고는 누구 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인간이 타인(타 생명체)과 공존하는 지혜를 갖추지 못하고 남의 영역을 넘보며 탐욕을 부린 결과이니 자초위난이요 자업자득입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박쥐는 죄가 없다"고 붙은 것입니다. 죄가 있다면 괜한 욕심을 부린 우리 인간에게 잘못을 물어야죠. 

책 p56에 나오듯이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0년대 후반 최초로 알려졌고 1990년대 중반 <아웃브레이크>라는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였으며 불과 얼마 전에도 미국에서 아프리카 여행자 중심으로 퍼져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병은 공기 중으로 퍼지지는 않기 때문에 의료 기관을 통해 관리만 잘 하면 사실 지금처럼 만연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진단이 유력합니다. 결국 선진국의 제약회사나 금융자본이 지나친 탐욕으로 치료 시스템의 보급을 막지만 않았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으리라는 결론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에이즈도 아프리카에서는 마치 감기처럼 널리 퍼진 질병인데 이 역시도 큐어의 제공에 오로지 자본의 이익만 생각하는 유럽 각국과 미국의 맹성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많이 잊었지만 2003년에는 홍콩, 중국을 중심으로 급성호흡기 증후군, 이른바 사스(SARS)라는 병이 퍼져 전세계에 공포를 안겼습니다. 이상하게도 같은 동아시아인이면서 한국인들은 잘 걸리지 않아서 당시 중국인들은 비결이 김치에 있는 것 아니냐며 김치를 사다 먹기도 하는 등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병이 사람이나 국적을 가릴 리 없으며, 결국 전염병의 팬데믹이란 전세계가 국경을 넘어 합심 협력해야만 방지할 수 있겠습니다. p87 이하에는 어떻게 해야 각국 간에 협력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겠으며, 현재의 WHO 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이며 극복해야 할 한계인지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과연 중국 우한의 한 정체 모를 실험실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불법 연구 끝에 무엇인가가 유출되어 그런 큰 재난이 일어났을까요? 답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거의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중론이며 이 책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아무 이유 없이 억울한 누명을 썼을까요? p114 이하를 보면 국제 사회를 향해 정보를 투명하게, 적어도 다른 나라들이 하는 만큼 공개하지 않고 일을 개운치 않게 처리해 왔다는 점에서 그들이 마냥 억울해할 일도 아니라고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여튼, 재난이 발생하면 서로 네탓을 하며 자원과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무엇이 가장 시급한 공동의 목표인지 합의를 통해 정하고 지체없이 행동에 나서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가난한 나라의 접종률은 세계 평균의 절반(p141)" 물론 그 나라의 일은 그 나라가 알아서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 병이 퍼지면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하고 국경이 많이 개방된 세상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나라이건 안전 지대라는 게 따로 없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나 자신을 구하는 방법이며,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 등 여건이 나쁜 나라들의 보건 시스템, 영양 상태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못은 우리 인간에게 있으며 애꿎은 박쥐 탓을 할 게 전혀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