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 취업 혁명 - 취준생 99%가 모르는 3개월 만에 해외 취업 돌파하기
김민경 지음 / 라온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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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Linkedin)은 특히 북미, 유럽에서 직장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리며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소셜미디어입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쓰는 이들이 많긴 하나 외국에서만큼 널리 인지되지는 않은 듯합니다. 책을 읽어 보니 저자께서는 꼭 소셜미디어를 통한 활동이 아니라 해도 어느 분야에서건 크게 성공하셨을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 링크드인 100%, 아니 200% 활용하는 법을 공유해 줘서 독자로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네요. 꼭 링크드인이 아니라 해도, 다른 소셜미디어 이용에 두루 확장할 수 있는 팁들, 나아가 사회적 교제, 교류 전반에 잘 통할 만한 가르침이 많아 좋았습니다. 

"퍼스널 브랜딩 도구이자 살아 있는 이력서(p30)" 확실히 이 말은, 다른 어떤 소셜미디어보다 링크드인에 잘 적용되는 말 같습니다. 물론 페이스북 같은 데에서도 현재 소속된 직장, 출신 학교 등을 설정할 수 있고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끼리 더 긴밀히 엮이게 하는 기능이 있긴 합니다. "백지였던 링크드인 공간에 서서히 그림을 그려가는 뿌듯함." 링크드인을 그야말로 살아있는 이력서로 활용할 수 있었던 저자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링크드인은 이런 쪽으로 최적화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어떤 직장을 거쳤으며 어떤 레벨의 누구들과 내가 연계되었는지 링크드인만큼 확실히 잘 정리하여 보여 주는 공간도 또 없을 것 같습니다.   

책에는 캐나다에서 유학할 때 학업 수행은 물론 교수진과 동료 학생들과의 모든 소통에 열심이었던 저자의 스토리가 곳곳에 나옵니다. 학교를 다니건 직장 일을 하건 이렇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애착을 가져야 비로소 자신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도 되었습니다. 또 처음에는 어려워 보였던 어떤 과제가 있어도, 지레 겁 먹지 말고 과감하게 첫 발을 떼고 보라는 게 저자의 조언입니다. 이런 활동을 스펙 쌓기라며 비하한다면 사회 활동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열심히 산 흔적은 (그게 조작이 아닌 한) 스펙 안에 압축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요즘은 지구촌이 하나로 묶여 딱히 국경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도 해외 기업 취직을 많이들 노립니다. 이 책 여러 군데에서도 언급되지만 사실 자기만의 아이템이 확실히 있고 조직 내 적응에 문제가 없다면 외국어(특히 영어) 실력이 반드시 출중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외국어에 능통하다면 그건 당연히 큰 강점이겠습니다. 저자도 이 초기 단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가 책에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해외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국내 기업의 경우와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해외 취업을 위해 네트워킹이라는 채널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인맥으로 회사에 들어왔다면 낙하산이라며 좋지 않게들 보지만(p81), 해외에서는 그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전제 하에 아무 문제 없는 경로라고 합니다. 바로 여기서, 이 책의 핵심 내용이 전개됩니다. 어느 나라든 인맥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 구조는 없습니다만, 특히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을 통해 보다 손쉽게, 또 효율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라는 것입니다. 책에는 토론토에서 저자가 동료 한 사람을 적극 추천해 주어 구직에 성공했던 예화를 들려 주는데, 어쩌면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비공식적인 취업 과정은 이런 패턴을 (이미) 닮아가고 있는 듯도 합니다. 

사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오픈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링크드인 프론트페이지를 통해, 내가 누구 못지 않게 오픈마인드라는 점을 적극 타인(방문자)에게 인식시키라고 조언합니다. 또 URL부터를 나한테 맞게 커스터마이징하여 나를 타 유저들이 쉽게 찾고 들어오게 세팅하라고 충고합니다. 또 프로필 사진은 프로페셔널하게 딱 각인되도록 설정하라고 하는데, 책에는 에스더 강 코치님이라고 링크드인 인플루언서로 활약 중인 어느 분의 첫화면이 예시로 소개됩니다. 확실히 화면만 봐도, 이분이 어떤 분이며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는 디자인인 듯합니다. 

현대 사회는 어느 부문이라도 속도전(p144)이 지배한다고 합니다. 직업을 구하는 쪽이건 사람을 뽑는 쪽이건 간에 순식간에 기회가 스쳐지나가므로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나의 강점을 강력하게 확실하게 어필해야만 한다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도 자측에 알맞은 인재를 괜한 절차 문제 때문에 머뭇대다 놓치는 건 큰 실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구직자의 경우, 톡톡 튀는 프로필을 링크드인에 확실하게 꾸며 놓을 줄 아는 게 하나의 큰 능력이자 필수 조건이겠습니다. 

취업이나 상급학교 진학의 경우 추천서(p168)가 미국 등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추천서의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하므로 잘아는 교수님은 물론 한 단계 걸쳐 있는 정도의 인맥으로부터도 적극 추천서를 받아 내도록 노력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면에서 소극적이고 뭔가 샤이하게 처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력도 없으면서 들이대기만 하면 물론 민폐이겠으나 자신의 성과가 어느 정도라도 인정을 받는 상태라면 너무 빼지 말고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취지로 읽혔습니다. 

확실히,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는 소셜(social)이라는 말 그대로 내게 필요한 인맥을 잘 가꾸고 나를 잘 홍보하는 루트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책 말미에는 링크드인 코치, 링크드인이라는 인맥 둥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성공한 여러 인물들의 사례가 집중 분석되는데, 꼼꼼하게 읽어 보고 내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케이스를 골라 적극 벤치마킹하면 좋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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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자소서, 탄탄한 면접 하루 완성 - 방송작가와 아나운서가 알려주는 매력적인 취업 전략
이수연.황유선 지음 / 다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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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학이나 취업은 자소서 작성과 면접에 성패가 달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 p15를 보면, 학교건 기업이건 간에, 거기에 지원하려는 "나"는 상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우리들도 어떤 상품이, 설령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 설명이나 매력 어필이 부실하면 그냥 넘기곤 합니다. 하물며 때로는 수십 대 일까지 경쟁률이 높아지는 전형에서, 자소서나 면접에서 내가 왜 뽑혀야 하는지를 사정관, 면접관에게 제대로 설득 못하면서 합격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소서를 쓸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역시도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공적인 스토리는 산만하게 이리저리 갈래를 치지 않고, 하나의 분명한 결론, 결말을 향해 "깔때기처럼" 흐름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파트는 방송작가인 이수연씨가 설명하는데, 작가들은 무슨 소재로 이야기를 꺼내어도 결국은 하나의 결론으로 흐르게 처리하며 이를 깔때기 토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확실히, 인기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라면, 진행자와 게스트가 아무리 산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도, 잘 듣다 보면 어떤 맥락이라는 걸 놓치지 않는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자소서에서 자신의 지난 인생을 소개할 때, 시간 순으로 언제는 이러이러했으며 언제는 또 이랬다고 서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가감없이 지난 역정을 소개하는 정직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는 입장에서는 "요점이 그래서 뭐라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내 이야기는 나 자신에게야 언제나 절실하지만, 남들도 그리 여겨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 사연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며 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다른 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스토리를 쓸 필요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야기를 플롯으로 재구성하여 극적 효과를 높여야 한다(p68)고 권합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많이 떠났으나, 요즘은 지방대학에도 우리 나라로 공부하러 온 외국인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도 입학 시 자소서를 제출하는데, 천편일률적으로 "저는 어려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났으며..." 같은 문구가 들어간다고 하네요. 여기서 저자들은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합니다. 즉, 자소서는 비록 이름은 자소서(=자기소개서)이지만 무미건조하게 자기를 그냥 소개하는 문서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학교든 회사든 사람을 뽑을 때에는 이러이러한 사람을 뽑아야겠다는 어떤 인재상이 있겠는데, 내가 쓰는 자소서는 "그 인재가 바로 저에요!"라며 자신을 힘차게 각인시키는 글입니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자소서는 그 안에 무슨 내용을 친절하게, 솔직하게 담는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소서는 앞으로 이어질 면접의 기초 자료 노릇도 합니다. 자소서에는 마치 드라마의 캐릭터처럼 나 자신을 강렬하게 인상지울 서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잘 쓴 자소서를 읽고 면접관 역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으나, 그걸로 과연 끝일까요? 이제 실전 면접에서 면접관은 질문을 합니다. 무엇을 물을까요? 자소서에 적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고 이러이러한 개성을 지니고 이런 업적을 이뤘냐는 것? 그건 이미 자소서에 다 나오므로 새삼 묻지를 않습니다. 

그런 사항보다는, 그 팩트를 바탕으로 삼아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자소서에는 몇 년도에 영업직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며 누구에게 얼마나 팔았나?" "그 아르바이트를 통해 무엇을 배운 것 같은가?" 예를 들면 저런 질문들입니다. 구체적으로 확장하여 던지는 질문에, 그자리에서 척척 구체적이고 재치있는 답이 안 나온다면, 애초에 자소서에 이런 이야기를 뭐하러 적었으며, 과연 쓴 이야기들이 진실하긴 한지까지도 의심 받을 수 있습니다. 

면접장에서 답만 척척 잘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면접장은 잘난 내가 원맨쇼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면접관과 진지하게 소통하고, 다른 지원자(물론 나의 경쟁자들이지만)를 배려도 할 줄 아는(필요하다면), 종합적인 인성 같은 걸 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조직에 잘 융화할 수 있는 원만한 인성을 중시하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이미 상당한 자질을 갖춘 인재라면 그 자체로 사정관이나 면접관들이 알아 보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기왕이면 철저한 전략으로 사전에 무장해서 나의 장점을 철저하게 어필하고, 내가 원하던 조직에의 입사를 반드시 관철시키는 게 최선인 만큼, 이 책에 나오는 조언을 남김없이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좋은 본질은 그에 알맞은 외관을 갖출 때 비로소 제 가치를 발휘하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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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앤 아트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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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문화와 경제가 얼마나 융성하고 번영하는지는 여성들의 패션을 보면 알 수 있을 듯도 합니다. 번화가에서 얼마나 말쑥하고 세련되게,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지를 관찰하고, 이 사회가 어느 정도로 너그럽고 품위 있게 상호 소통을 이어가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 다소 과장일까요? 한국은 1980년대에도 중저가 브랜드의 수출과 수입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에 비해서는 패션 산업이 발달한 편이었습니다. 이제는 세계로부터도 일정 수준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되었으며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진출하여 활약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그저 표피적으로 명품 소비와 추종에만 쏠릴 게 아니라 명품에 스민 장인정신과 성공 비결을 탐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현재는 생로랑으로 이름이 바뀐 이브생로랑은 이미 지난세기부터 유럽과 세계 패션계를 이끄는 리더였습니다. p24에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유명한 사진, 이른바 스모킹룩을 표현한 전설적인 컷이 담겼습니다. 책에도 잘 나와 있듯이 이런 전위적이고 도발적인 차림이 실생활에서 언제나 환영받은 건 아니고, 식당에서 과감하게도 이런 차림을 한 사람이 입장을 거부당하는 등 크고작은 소동도 빚었습니다. 그러나 예술과 문화는 언제나 혁신가와 파이오니어들에 의해 여러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한때 시끄럽더라도 지나고보면 남들이 감히 상상도 못한 엄청난 진보를 끌어오는 수도 있습니다.   

패션은 산업자본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된, 대단히 실용적인 성격일 것만 같아도, 시대의 이단아들이 마음껏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경연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격과 발칙함으로 무장한 신예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p71에 나오는 카우스(Kaws), 본명 브라이언 도널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1974년생이라니 이제는 청년이라기보다 사회의 중역을 맡아야 할 지긋한 나이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험정신과 도전 의지는 결코 젊은이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습니다. 파리의 콜레트(편집샵), 일본의 여러 쇼핑가(街)로부터 언제나 건강한 영감을 받아 온 그의 감각과 비전은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했으며, 겉으로 보아 동네 아저씨같이 점잖은 외모인 그의 내면 대체 어디에서 그처럼 폭발적인 창의력이 솟아나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한국의 도산대로에도 커다란 에르메스 빌딩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크고작은 연예기획사나 금융기관, 심지어 초고급 접대업소들까지 위치한, 그야말로 한국 부의 밝고 어두운 단면이 압축적으로 담긴 구역이라 할 만한데, 그만큼 에르메스라는 브랜드가 세계의 패션피플, 상위 0.5%의 부유층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잘 보여 주는 입지라고 하겠습니다. p117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의 에르메스 스토어도 공통적으로 채용한 디자인 팩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윈도 디스플레이라고 합니다. 지나갈 때마다 이 부분은 그리 신경을 쓰지 못하고 지나쳤는데(그것보다는 바로 앞에 자리한 이국적인 공중전화 부스에 더 시선이 갔던...) 그렇게 깊은 뜻이 담긴 줄이야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레일라 멘사리라는 이름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프라다라는 브랜드를 두고 예술의 수호자라고까지 선언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바 중 하나는, 비단 프라다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음으로 양으로 예술가들을 지켜 주고 사회의 무정한 시선으로부터 그들의 예술혼과 크리에이티브를 상처입지 않고 돌보는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에 부녀지간인 냇 킹 콜과 나탈리 콜이 한자리에서 노래부르는 듯 레코딩한 음반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당시 냇 킹 콜은 이미 고인이었음), p175에도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미우치아 프라다가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화제가 되는데, 현대의 발달한 VR로 얼마든지 가능한 이벤트이긴 합니다. p176에 실린 컬러 도판에서도 그들의 담대한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죠. 

"로고의 혁명" 펜디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저도 어느 야구단의 로고를 보고 아무 관련없는 다른 대기업집단이 생각나서 잠시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는데, 다른 의류기업 o라가 언뜻 연상되는 이 펜디의 로고는 등장 당시 모두를 당혹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알던 로고라는 것의 상식을 깨는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얻어 젊은 세대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게 된(p237) 펜디는 전에 다른 브랜드가 걸어 본 적 없던 길을 걷는 중입니다. 패션도 여타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혁신에 실패하면 반드시 경쟁에서 도태될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어느 섹터보다도 감각적이고 치열한 혁신이 있어야 살아남는 분야입니다.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전사들이 시대를 이끌기 위해 살벌하게 현장을 뛰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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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처럼 해킹하는 방법 - 클라우드 해킹으로 알아보는 AWS 보안 따라잡기
Sparc Flow 지음, 박찬성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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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온 해킹 서적은 대개 저자의 팁이나 노하우만을 간단하게 정리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책을 보고 따라하면 원하던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초보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 되는지를 모르고 무작정 따라하는 느낌이 있었죠. 물론 해킹에 어떤 심오한 이치 같은 게 있기나 해서 깨달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기술적 지식 외에 인사이트 같은 걸 따로 얻으면 더 좋겠다는 욕심이 당연히 있습니다. 이 책은 기술적으로 따라하면 그건 그것대로 유익한 지식이 획득되지만, 그 과정에서 보안 기술의 심층적 구조에 대해 어떤 눈이 더 뜨이는 느낌이라서 더 좋았습니다. 

책은 굉장히 자세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태 흔히 보던 해킹책이 아니라, (제목은 저렇게 되었지만) 사실은 보안 관련 교과서 노릇도 하는 교과서, 이론서에 가깝습니다. 평소에 무심히 지나가던 기술적 사항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여러 질문을 독자한테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제시합니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넘기지 않고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 있음을 짚는 여러 문장 속에서, 독자는 망과 단말의 보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큰 눈이 뜨임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p24에서 우리는 많은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웹에서 우리가 무심히 보던 각종 페이지들은 사실 그 일부가 기능 마비되거나, 모종의 코드에 감염되었을 수 있습니다. "감염된 컴퓨터가 보낸 요청은, 대응되는 백엔드 C2 인스턴스로 즉시 보내지며, 스누핑 분석 등 그 외 남은 요청은 문제없는 웹 페이지로 출력됩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백엔드 C2 프레임워크의 의의에 대해 무척 강조하며, "공격 인프라의 핵심, 척추 역할을 한다"고까지 말합니다. "정확히 동일한 설정을 재사용해 신규 C2 백엔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본래 전쟁의 이치가 이와 같습니다. 강적을 이기는 방법은, 적의 최강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따라 배우는 것인데,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패튼이 그랬고, 동부 전선에서 주코프가 그랬습니다. 웹 상의 싸움도 다르지 않은데,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는 포인트 중 하나가 "튼튼하게 구축된 공격용 서버의 미덕"입니다. 

요즘은 어느 분야에서나 컨테이너화가 쓰이는 것 같습니다. 3장 인프라에서도 핵심 중 하나가 효율적인 컨테이너화의 과정이며 역시 최고의 전문가답게 설명이 자세하고 통찰적입니다. p46을 보면 "공용 파일 시스템은 여러 파일 시스템을 병합하여, 일관된 단일 파일 시스템으로 배치할 수 있게 해 줍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문장 하나로도, 대체 공용 파일 시스템이라는 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 어떤 근본적인 의문이 해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커의 특권 모드로 바로 들어가면 독자가 힘들어할까봐, cgroup의 설명과 함께 일단 뒤로 미루는 편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해킹이건 수학 문제 풀이이건 한순간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확 떠올라, 어려운 과제가 한순간에 해결되기도 합니다. 수능의 예를 들면, 4점짜리 킬러문항이라는 것 때문에 몇 달 전 한국도 무척 시끄러웠습니다만 평가원에서 공식적으로 펴낸 모범답안의 답답하고 번잡한 풀이를 훌쩍 뛰어넘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도 같은 영감어린 착상은 정말 "척추 아래로 찌릿거리는 감각을 보내야 하는(p96)" 그런 쾌감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해킹 씬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공격이든 방어 측이든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정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p97을 보십시오. 저자는 마치 본인이 실제 전쟁에서 순식간에 판단을 내리고 과감한 작전을 결행하는 사령관인 듯 가뿐 호흡으로 말합니다. 누차 말하지만, 여태 다른 해킹서들이 마치 단 하나의 진로만을 유일한 정답처럼 (아무 배경 설명 없이) 뼈대만 앙상하게 적는다면, 이 책은 여러 개의 대안을 제시하는 정통 요리서와도 비슷합니다.    

페이로드(예를 들어 p136 같은 대목)라는 게 원래는 전문용어가 아니라 미국같이 광대한 나라에서 운송계약에 적용되는 하나의 조건이던 게(그래서 그 조어 과정이나 뉘앙스도 매우 소박합니다) 한국에서는 이쪽 전공자들에게 먼저 "순수(유효) 데이터량"이라는 뜻으로 먼저 전해져 쓰입니다. 이런 것도 영어 본래의 감각이 있다면 무척 재밌어하며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인데 영어 네이티브가 아닌 처지니 스트레스를 받는 게 분명 있습니다. 저자는 매우 기술적인 대목을 설명하면서도 감정과 열정, "추임새"를 넣어가며 가르치기에, 능동적으로 보안을 연구하려는 초보자들에게 무척 유익하게 다가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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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사회 통합 및 양극화 해소 방안 연구
이진로.채진원.하봉준 지음, 한국정치평론학회 엮음 / 인간사랑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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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 때문에 큰 홍역을 치르는 중입니다. 경제 면에서 보는 빈부 격차의 확대도 문제이거니와 이제는 정치의 측면에서도 보수 진보 양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이 진행되며, 정치인들을 향한 폭력, 테러까지 발생하는 판국입니다. 미디어 중에는 전통적으로 기능해 온, 레거시 미디어라는 게 있고(요즘은 매스 미디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유튜브 등 인터넷 발전에 크게 기대어 우리 곁에 새로 다가온 뉴미디어가 있습니다(p76 등). 레거시 미디어 중 대형 신문들을 가리켜 보통은 언론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호칭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도 언론이라는 용어를 대개는 미디어와 같은 의미로 쓰고 있으며, 일개인의 스트리밍 채널이라 해도 요즘은 파급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 역시 막중하겠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언론은 보통 제4부(府)라고도 하며, 사회의 공기(公器)라고도 부릅니다. 사회가 이처럼 양극화로 치달은 데에는 언론, 즉 미디어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으며, 반대로 언젠가는 상처가 봉합되고 치유되어야 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언론의 위상이 어떻게 재조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마땅합니다. 

정치적 스펙트럼에 양극단이 있다면 그 중간지대가 있는 것도 확실합니다. 한국에서는 과거 안철수씨가 극중주의라는 말을 썼는데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대체 극중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놓고 많은 비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p133에도 나오지만 극중(extreme centrism)은 안철수씨가 최초 고안한 게 아니고 프랑스의 현 대통령 마크롱이 정치 데뷔할 때부터 들고나온 말이며 안철수씨도 이를 밝힌 만큼 그 개념적실체성까지를 비웃을 일은 아닙니다. 다만 원조라 할 수 있는 마크롱이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고 이를 현실정치에서 구현하고 있는지야 또 별개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아무튼 정치와 언론의 양극화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며 저런 "극중" 트렌드가 새로운 대세로 부각할 만큼 이미 양극화가 상당히 굳어진 프랑스, 또 미국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지적(p115)하듯이, 마크롱 같은 정치신인이 유구한 공화정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일약 기린아로 대두할 수 있었던 건, 좌우 양극화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까지 갔다는 우려가 퍼지고 그 나름 위기 해소와 대안 제시 움직임의 일환이었다고 하겠습니다.  

p77을 보면 1980년대에는 이른바 5대 신문이 서로 논조가 비슷했는데, 이를 종래에는 군부 정권의 통제, 이른바 보도지침으로 대표되는 언론장악의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지적하지만, 그 외에 사회 구조가 단순하다보니 언론들 사이에 차이가 나타날 특별한 동기가 있지 않았다는 시사도 하는 것 같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1997년 초부터 대형 스캔들이 연거푸 터지다 보니 청와대 레벨에서의 언론 관제(?)가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정치의 신랄한 민낯이 드러나는 보도가 터져나왔으며 이때부터 신문 보는 일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므로 원칙적으로 언론은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진실을 보도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며, 의견 표방의 자유도 이를 지지하는 일각의 시민들이 있는 이상 얼마든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쳐 대립과 갈등이 노골적으로 조장되는 지경까지 가면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신문의 정파성(p78)은 그런 의미에서 (극복이냐 지양이냐를 놓고) 더 깊이 숙고되어야 할 이슈입니다. 시민의 정파성을 그대로 대변해야 하느냐 아니면 순화, 조정해야 하느냐를 놓고 말입니다. 

언론의 정파성, 양극화는 비단 정치 대립상의 보도에만 한정되는 게 아닙니다. 경제 뉴스 보도에서도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대기업의 특정한 행보에 대한 옹호, 비판이 갈리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가 언제나 대립한다는 시각 역시 편향성의 발로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남녀 간의 대립, 젠더 이슈마저도 진영 양극화로 치달아 인터넷 공간 곳곳에서 소모적인(때로는 대중의 주목을 끌기 위한,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상업적 속셈이 드러나는) 싸움이 벌어지는데, 이 역시도 사회 파괴를 노리는 불순 세력의 갈라치기 의도가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p211에서는 이에 더하여 가짜 뉴스의 조직적 생산까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p251을 보면 선호되는 신문으로(꼭 구독한다는 뚯이 아니라 인터넷 포털 등에서 찾아보는 선호도도 포함됩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경, 경향, 동아일보, 한경 등의 순서가 나오는데 이걸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는 세 가지의 결론을 내놓습니다. 우선 각 매체는 정파성, 편향성을 극복하고 시민의 공론을 하나로 모으는 보다 성숙한 보도 자세를 정립해야 하겠으며, 둘째 편파적 극단적인 의견을 원색적으로 쏟아내는 패널이나 정치인, 스피커의 출연을 무책임하게 방관하지 말고 거중조정하는 원숙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존립을 흔드는 가짜 뉴스의 창궐을 적극 저지하여 참된 미디어의 존재 이유를 사회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미디어의 정치 편향성이 우리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 같은 데서 더 심하게 불거지는 상황인지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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