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품절


나이 들수록 내 삶이 허전한 이유는 그리움이 없기 때문이다. 도무지 그리운 게 없으니 삶에 어떤 기쁨이 있고, 무슨 고마움이 있을까.-49쪽

자신의 불안한 내면의 원인이 분명치 않으니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바깥의 적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래서 스스로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그 불안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는다. 그래야 문제의 내용은 물론 해결책도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착하거나 혹은 비겁한 이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미래는 원래 불안한 거다.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64쪽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자꾸 빨리가는 걸까? 기억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어느 시절의 기억이 가장 뚜렷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학창시절을 언급한다. 가슴 설레는 기억이 많은 그 시절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렀다. 모두가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기부터 시간은 아주 미친 듯 날아가기 시작한다. 당연하다. 정신없이 바쁘기만 했지 기억할 만한 일들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 이 미친 시간을 천천 흐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억할 일들을 자꾸 만들면 된다. 평소에 빤하게 하던 반복되는 일들과는 다른 것들을 시도하라는 이야기다. 인생과 우주 전반에 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계획은 아무 도움 안 된다.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들을 시도해야 한다. -69-70쪽

대나무는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가 있는 까닭이다. 마디가 없는 삶은 쉽게 부러진다. 아무리 바빠도 삶의 마디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주말도 있고 여름휴가도 있는 거다.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된다를 것은 이 삶의 마디를 잘 만들어 가늘고 길게 아주 잘 사는 것을 뜻한다. -93쪽

도대체 누구와 공유할 관심과 의도가 없으니 그토록 외로운 거다. 아무리 트위터를 들여다 봐도 다들 리트위트뿐이다. 페이스북에 죽어라 사진을 올려도 다들 '엄지손가락'뿐이다. 그래서 이토록 외로운 거다. 이 집단 자폐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주체적 관심과 가치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99쪽

린 교수가 설명한 10계명을 다 지키는 데도 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웨이터를 그만두어야 한다. 체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어떤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재미있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 -112쪽

사람이 왜 그렇게 금방 싫증을 내는 가는 능력과 과제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과제가 내 능력보다 어려우면 사람들은 불한해하고 걱정에 빠진다. 반대로 과제가 내 능력보다 못하면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고 무관심에 빠진다. 내 능력과 과제는 지속적으로 서로 발전해야 끊임없이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이 발전의 동력은 약간씩 어긋나는 능력과 과제의 관계다. -139쪽

여자의 욕구는 시간의 욕구, 남자의 욕구는 공간의 욕구. 남녀 차이를 상자와 책상으로 비교 설명한다. 여자의 물건은 대부분 상자이다. 상자는 여자의 자궁과 같은 것이다. 생명을 잉태해 시간을 소유하는 것처럼, 여자는 상자 안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보석을 담는다. 남자는 대신 공간을 정복하려 한다. 그래서 남자는 달리는 말에 그토록 집착했다. 현재는 자동차, 할리 데이비드슨에 대한 욕망도 마찬가지아다. -164쪽

이해와 공감이라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1차 여행이 번화와 발전이라는 가슴에서 발까지의 2차 여행으로 이어지는 데 또 수년이 걸렸다. 변화와 발전은 인간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신영복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186쪽

반면 무기수는 출소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뭔가 살아갈 의미가 있어야 해요. 결과적으로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닌가 해요. 삶 자체가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고, 뭔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깨달음도 있어야하고...
신영복은 과정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란 목적을 사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목적이 중요하다. 그러나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
군대 간 이들은 제대 날짜만 생각한다. 유학 떠난 이들은 학위 따는 날만 기다린다. 언젠가는 제대하고 언젠가는 학위를 딴다. 그러나 제대 날짜를 기다리고 학위 따는 날을 기다리며 지나간 내 젊은 날은 과연 내 삶이 아니란 이야긴가?....... 우리는 '여기, 현재'를 사는 거다. 미래를 사는 게 아니라는 통찰이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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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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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정말 대단한 존재들이다.

만화책을 볼 때, 만화가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림 하나만 그리기도 어려운 데, 스토리까지 생각해야하니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을까고 생각했다.

 

책을 볼때, 소설보다는 주로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서적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작가의 지식이나 지혜의 방대함과 깊이에 존경을 표하는 경우는 많았다. 저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며 이 정도 책을 쓰려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해야할까, 생각했고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은 쉬울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아, 이 얼마나 시건방진 생각이었던가!

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은 18세 위녕이다. 위녕의 시선에서 바라본  엄마와 아빠 동생 친구 이야기 - 즉 가족이야기이다. 위녕의 엄마는 세번 이혼했다. 위녕은 엄마의 첫번째 남편이었다. 아래로 엄마의 두번째 남편의 아들 둥빈이 있고 그 밑으로 엄마의 세번째 남편의 아들 제제가 있다. 모두 위녕의 엄마의 자식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많이 폐쇄된 집단에서 이런 가족이 평범하게 보일 리 없다. 그런 그들의 삶이 사춘기 소녀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이게 그려져 있다.

분명 작가는 공지영(아마도 위녕의 엄마)인데 위녕의 관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꼭 진짜 작가가 위녕인것 같다. 그리고 위녕이 삶에 의문을 가지고 회의를 가지고 세 번 이혼한 엄마와 대화와 토론을 할때, 위녕의 엄마(즉, 공지영)가 풀어내는 이야기들 -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깊이 찔러서 때론 욱신거리고 아프기도 하고 어떤 땐 시원하기도 한다. 즉, 누구나 평소에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들인데, 우리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해서 그냥, "왜 그거 있잖아, 참, 뭐라 말해야 되노?"라던가 그냥 "그거 억수로 오래된 시진같은 거."라고 하는데 작가는 "책상 서럽속에 한참이나 넣어두었다가 오랜만에 꺼내 읽는 생일 카드처럼"이라는 표현을 써댄다. 크~~~~~아~~~~~~!!!

 

책 장마다 수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에 느끼고 있던 느낌들을 어쩜 그렇게 콕콕 잘 잡아서 표현을 해내었는지, 표현들에 반해서 눈물이 났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감정까지 이렇게 콕콕 집어내어 공감을 일으키는 작가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다시금 각인시켜 주었다. 이 책 즐거운 나의 집은.

 

이 책이 발행되었을 2007년엔 나의 아이들 모두 너무 어렸다. 그래서 이책의 요약만 쓱 보곤, 아 나랑 상관없는 책이니 안 읽어야지했다. 그러다 지금 내 아이들이 다 사춘기를 맞이하여 나날이 긴장과 대치중인 전쟁터같은 일상을 맞이하고 있는 나로서는 구절 구절이 다 내 맘이고 교훈이다. 너무 적절한 때에 너무 적절한 책을 참 잘 골랐다. 감사하다.

 

우리 집이 즐거운 집이 되기를 노력하고 지켜봐주고 믿어주고 공간을 주고. 자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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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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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마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17쪽

공부도 행복하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거 그거 좋은 거 아니야. 네가 그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견딘다면, 그 희망때문에 견디는 게 행복해야 행복한 거야. 오늘도 너의 인생이거든.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 -48쪽

어쩌면 내 마음도 늘 그렇게 춤을 추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래도록 길들여져 있었고, 하지만 제대로 길들여지지 못했고 그래서 마음과는 달리 몸은 엄마를 따라 함께 유쾌하게 춤을 출 수가 없었다. -56쪽

가끔은 네가 조숙한 게 겁이 나.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엄마도 어렸을 때 아주 조숙했었는대, 그만 그것만 믿고 있다가 평생을 성숙은 못 하고 그냥 미숙하게 살았거든.-57쪽

...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는 빛이 없거든......그거는 그거는, 결혼을 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가는가의 문제야. 그러니까 결혼을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지키고 사랑하고 존중하는가의 문제라니까......그런데 그레 없더라니까. 거의 본 적이 없어. 그럴 때 사람들은 생각하는 게 아닐까. 저 여자는 아줌마구나.-76쪽

"울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모스크바를 또 언제 볼까 싶었어. 어제가 오늘까지 망치는 건 더 참을 수가 없더라구."-88쪽

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좀 있긴 하지만 ...별로 문제없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누군가 대통령이 될 때에는 국민의 반 조금 넘는 수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나머지 반은 그 사람을 너무나도 싫어하지 않는가 말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난수록 싫어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 마침내는 엄청난 수가 되는 데도 도무가 대통령이 되고싶어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92쪽

"나는 최선을 다했어, 엄마. 그런데...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미안해. 그런데 엄마는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어. ...어떤 일이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가 있는 거라고."-172쪽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바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니반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그로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178쪽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은 response-ab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고.-179쪽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 결과는 네 것이야. 온전히 네 것이야. 그게 무어든 너는 그걸 받아들여야 해. 아빠는 아빠지만 너는 아니니까.. 네가 아빠가 네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기를 바랄 수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하나뿐이야. 아빠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하거나, 왜 나를 이해 못하나, 하고 괴로워하지 마.-268쪽

아들은 말이야. 그래, 아들이 남자였더라구...-288쪽

성모마리아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엄마는 그제야 깨달아버렸다. 달빛 아래서 엄마는 거실 바닥에 엎디었지. 그녀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놔두었다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는 것을.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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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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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세이. 아오이. 메미

피렌체의 두오모, 밀라노의 두오모

복원사. 프란체스코 코사. 템페라화

 

내가 이 소설에서 알게 된 것들. 그리고

 

냉정과 열정사이(Rosso)는 별로 안 궁금하다는 것. 즉 아오이의 심정은 안 궁금함.

쥰세이 - 내 기준으론 매력없슴. 지루함. 늘 추억에 매달려 사는 남자. 그래서 선물을 두고도 모르는 남자. 결국 약속을 지키지만 좋은 추억으로 만들...겠지.

 

이탈리아는 로마밖에 안가봤지만, 개인적으로 파리보다 로마가 더 좋았슴. 물론 어디까지나 관광객의 입장이지만. 그리하여 피렌체에 대한 욕심이 둘의 로맨스보다 더 궁금했던 나. 피렌체를 여행목록에 올림.

 

그리고 또 한가지. 바티칸 및 콜로세움 입장료- 일본인은 무료 혹은 50% 디스카운트였는데 미술 복원에 대한 일본의 이탈리아에 대한 막대한 지원/교류/협력이 바로 확인되었슴. 솔직히 많이 부러웠슴. (대한민국은 뭐하나했슴). 소설에서 이런 일본의 복원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슴. 역시 문화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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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구판절판


약속은 미래야. 추억은 과거. 추억과 약속은 의미가 전혀 다르겠지.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우리를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조해 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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