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내 삶이 허전한 이유는 그리움이 없기 때문이다. 도무지 그리운 게 없으니 삶에 어떤 기쁨이 있고, 무슨 고마움이 있을까.-49쪽
자신의 불안한 내면의 원인이 분명치 않으니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바깥의 적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래서 스스로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그 불안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는다. 그래야 문제의 내용은 물론 해결책도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착하거나 혹은 비겁한 이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미래는 원래 불안한 거다.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64쪽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자꾸 빨리가는 걸까? 기억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어느 시절의 기억이 가장 뚜렷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학창시절을 언급한다. 가슴 설레는 기억이 많은 그 시절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렀다. 모두가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기부터 시간은 아주 미친 듯 날아가기 시작한다. 당연하다. 정신없이 바쁘기만 했지 기억할 만한 일들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 이 미친 시간을 천천 흐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억할 일들을 자꾸 만들면 된다. 평소에 빤하게 하던 반복되는 일들과는 다른 것들을 시도하라는 이야기다. 인생과 우주 전반에 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계획은 아무 도움 안 된다.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들을 시도해야 한다. -69-70쪽
대나무는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가 있는 까닭이다. 마디가 없는 삶은 쉽게 부러진다. 아무리 바빠도 삶의 마디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주말도 있고 여름휴가도 있는 거다.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된다를 것은 이 삶의 마디를 잘 만들어 가늘고 길게 아주 잘 사는 것을 뜻한다. -93쪽
도대체 누구와 공유할 관심과 의도가 없으니 그토록 외로운 거다. 아무리 트위터를 들여다 봐도 다들 리트위트뿐이다. 페이스북에 죽어라 사진을 올려도 다들 '엄지손가락'뿐이다. 그래서 이토록 외로운 거다. 이 집단 자폐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주체적 관심과 가치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99쪽
린 교수가 설명한 10계명을 다 지키는 데도 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웨이터를 그만두어야 한다. 체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어떤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재미있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 -112쪽
사람이 왜 그렇게 금방 싫증을 내는 가는 능력과 과제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과제가 내 능력보다 어려우면 사람들은 불한해하고 걱정에 빠진다. 반대로 과제가 내 능력보다 못하면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고 무관심에 빠진다. 내 능력과 과제는 지속적으로 서로 발전해야 끊임없이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이 발전의 동력은 약간씩 어긋나는 능력과 과제의 관계다. -139쪽
여자의 욕구는 시간의 욕구, 남자의 욕구는 공간의 욕구. 남녀 차이를 상자와 책상으로 비교 설명한다. 여자의 물건은 대부분 상자이다. 상자는 여자의 자궁과 같은 것이다. 생명을 잉태해 시간을 소유하는 것처럼, 여자는 상자 안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보석을 담는다. 남자는 대신 공간을 정복하려 한다. 그래서 남자는 달리는 말에 그토록 집착했다. 현재는 자동차, 할리 데이비드슨에 대한 욕망도 마찬가지아다. -164쪽
이해와 공감이라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1차 여행이 번화와 발전이라는 가슴에서 발까지의 2차 여행으로 이어지는 데 또 수년이 걸렸다. 변화와 발전은 인간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신영복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186쪽
반면 무기수는 출소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뭔가 살아갈 의미가 있어야 해요. 결과적으로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닌가 해요. 삶 자체가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고, 뭔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깨달음도 있어야하고... 신영복은 과정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란 목적을 사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목적이 중요하다. 그러나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 군대 간 이들은 제대 날짜만 생각한다. 유학 떠난 이들은 학위 따는 날만 기다린다. 언젠가는 제대하고 언젠가는 학위를 딴다. 그러나 제대 날짜를 기다리고 학위 따는 날을 기다리며 지나간 내 젊은 날은 과연 내 삶이 아니란 이야긴가?....... 우리는 '여기, 현재'를 사는 거다. 미래를 사는 게 아니라는 통찰이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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