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들은 정말 대단한 존재들이다.

만화책을 볼 때, 만화가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림 하나만 그리기도 어려운 데, 스토리까지 생각해야하니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을까고 생각했다.

 

책을 볼때, 소설보다는 주로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서적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작가의 지식이나 지혜의 방대함과 깊이에 존경을 표하는 경우는 많았다. 저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며 이 정도 책을 쓰려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해야할까, 생각했고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은 쉬울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아, 이 얼마나 시건방진 생각이었던가!

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은 18세 위녕이다. 위녕의 시선에서 바라본  엄마와 아빠 동생 친구 이야기 - 즉 가족이야기이다. 위녕의 엄마는 세번 이혼했다. 위녕은 엄마의 첫번째 남편이었다. 아래로 엄마의 두번째 남편의 아들 둥빈이 있고 그 밑으로 엄마의 세번째 남편의 아들 제제가 있다. 모두 위녕의 엄마의 자식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많이 폐쇄된 집단에서 이런 가족이 평범하게 보일 리 없다. 그런 그들의 삶이 사춘기 소녀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이게 그려져 있다.

분명 작가는 공지영(아마도 위녕의 엄마)인데 위녕의 관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꼭 진짜 작가가 위녕인것 같다. 그리고 위녕이 삶에 의문을 가지고 회의를 가지고 세 번 이혼한 엄마와 대화와 토론을 할때, 위녕의 엄마(즉, 공지영)가 풀어내는 이야기들 -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깊이 찔러서 때론 욱신거리고 아프기도 하고 어떤 땐 시원하기도 한다. 즉, 누구나 평소에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들인데, 우리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해서 그냥, "왜 그거 있잖아, 참, 뭐라 말해야 되노?"라던가 그냥 "그거 억수로 오래된 시진같은 거."라고 하는데 작가는 "책상 서럽속에 한참이나 넣어두었다가 오랜만에 꺼내 읽는 생일 카드처럼"이라는 표현을 써댄다. 크~~~~~아~~~~~~!!!

 

책 장마다 수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에 느끼고 있던 느낌들을 어쩜 그렇게 콕콕 잘 잡아서 표현을 해내었는지, 표현들에 반해서 눈물이 났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감정까지 이렇게 콕콕 집어내어 공감을 일으키는 작가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다시금 각인시켜 주었다. 이 책 즐거운 나의 집은.

 

이 책이 발행되었을 2007년엔 나의 아이들 모두 너무 어렸다. 그래서 이책의 요약만 쓱 보곤, 아 나랑 상관없는 책이니 안 읽어야지했다. 그러다 지금 내 아이들이 다 사춘기를 맞이하여 나날이 긴장과 대치중인 전쟁터같은 일상을 맞이하고 있는 나로서는 구절 구절이 다 내 맘이고 교훈이다. 너무 적절한 때에 너무 적절한 책을 참 잘 골랐다. 감사하다.

 

우리 집이 즐거운 집이 되기를 노력하고 지켜봐주고 믿어주고 공간을 주고. 자 또 다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