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철학은 중고등 시절 도덕교과서이다. 거의 이 세상의 중요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주요 사상을 키워드로 배우고 암기하기를 시험이라는 통과 의식을 통하여 강요당했다. 그저 철학은 어려운 것이었으며, 암기할 것이 많은 것이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상과는 거리가 좀 있는 저 너머 세상 어떤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도덕 시간에 나오는 철학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고, 분량도 많아서 시험에 자주 나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와 함께 나오는 키워드는, '대화' '악법도 법이다' '악처 크산티페' 등이었다. 그래도 가장 강조되어 교육받았던 것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제였다. 이 말이 당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나오게 되었는가도 모르고 진도빼기에 바빠서 그렇게 넘어갔다. 이 후 대학때도 사회생활때도 철학과 소크라테스는 학업과 직장의 현실에서 역시 저 너머 세상 소리였다.

 

   플라톤의 철학책을 보았다. 제자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의 말과 행동 등을 정리하여 기록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여 '향연'이라는 책을 냈는데 바로 그거다. 이 책은 천병희 선생이 번역하여 그나마 우리 나라에 나온 번역서 중에서는 쉽게 읽힌다고 평가받는 책이다. 이 책에는 네 개의 장이 있다. 첫번째 소크라테스의 변론, 두 번째 크리톤, 그 다음 파이돈 그 다음이 향연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소크라테스가 세상을 현혹하고 젊은이들은 선동한다는 죄로 소피스트들에 의하여 소송을 당하여 그 스스로가 자신을 변론하는 내용이다. 크리토은 소크라테스의 절친 크리톤이 절친 소크라테스에게 가만있다가 사형을 당하지 말고 도와줄테니 어서 도주하라고 하는 장이며, 파이든은 소크라테의 제자 파이든이 소크라테의 사후 귀가길에 지인을 만나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을 당시 남겼던 말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내용이며, 마지막 향연은 소크라테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인데 에로스가 무엇인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정의를 내리는 내용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중고등 시절 도덕시간에 배웠던 소크라테스의 대화가 '변론'편에 나오고,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명제가 크리톤에서 발견되었다. 내가 도덕 시간에 배운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 책이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철학을 암기와 의무로 잠깐 맛만 보았다. 그래서 인간 사회의 필수 덕목인 철학적 사유가 그저 어렵고 귀찮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철학은 어려웠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도 너무 어려웠다. 철학을 별로 사유하지 않은 나 같은 범인은 플라톤의 말 한 줄 글 한 줄이 마치 30키로 짜리 돌을 들어올리면 팔이 아프고 힘들듯 나의 뇌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철학은 우리가 살고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고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세상이 그런지 질문에 궁금증을 다시 가지는 계기가 되었슴에 큰 의미를 두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조의 죽음으로 다시 암흑의 시대로 돌아간 조선과 살아남아 그 시대를 절박하게 맞아야 했던 우리 시대 철학가이자 실천가 개혁가 정약용의 일생과 생각의 일부를 느끼게 해준 책!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우리시대의 노무현과 유시민이 오버랩되는 건, 내 지나친 상상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 이들이 꿈꾼 세상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서 비스듬히 드러눕거나 비뚜루 서고, 상소리를 내뱉으며 어지러운 것을 보면서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 이 세 가지(삼사재)는 학문을 하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 세 가지도 하지 못하면서 다른 일에 힘쓴다면 비록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는 재주가 있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식견을 가졌다 할지라도 결국은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바로 설 수 없게 되어, 어긋난 말씨, 잘못된 행동, 도적질, 대악, 이단이나 잡술로 흘러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약용, 두 아들에게 부친다 서신중에서

139쪽

헛되이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하루에 천 번 백 번 읽더라도 오히려 읽지 않은 것과 같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한 자라도 모르는 것이 나오면 모름지기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깨달아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읽는다면 한 가지 책을 읽더라도 겸하여 수백 가지 책을 엿보는 것이다.

정약용, 학유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41~142쪽

연표나 월표를 읽을 때는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 하는데, 이야말로 역사책을 제대로 읽는 법이다...아무쪼록 범례를 상세히 읽어보고 국조보감에서 연표를 뽑아 만들고 더러는 대사기나 압해가승에서 뽑아 연표를 만들고 중국의 연호와 역대 조정의 임금들이 왕위에 오른 연도를 자세히 고찰하여 책으로 만들어 놓고 비교하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일이나 선조의 사실에 대해 그 큰 줄거리를 알고 시대의 앞과 뒤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약용, 학유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43~144쪽

참으로 술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처럼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ㄹ과 혀를 적시기도 전에 직접 목구멍으로 넣는데 그래서야 무슨 맛이 있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이 붉은 귀신처럼 되고 토악질을 하고 잠에 골아떨어져 버린다면 무슨 정취가 있겠느냐. 요컨대 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결리면 폭사하는 사람들이 많으데, 주독이 오장육부에 배어들어가 하루 아침에 썩어 버리기 때문이니 이야말로 크게 두려워 할 일이다. .... 경계하는데 절대로 숭을 가까이 하지 말거라. 제발 이 천애의 애처로운 아비의 근삼하는 말을 따르거라. 술병은 등에서도 나고 뇌에서도 나며 치루가 되기도 하고 황달이 되기도 한다. 기괴한 병이 한번 나오면 백약이 무효로다. 바라고 바라노니 입에서 딱 끊고 마시지 말거라.

정약용, 학유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46쪽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고 미운 것을 밉다고 하며, 착한 것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은 시는 시가 아니다.

정약용, 학연에게 부친다. 서신 중에서

152쪽

천하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옮고 그름(시비)의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이해)의 기준이다. 이 두가지 기준에서 네 단계의 큰 등급이 나온다. 옭은 것을 지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면서 해를 입는 등급이고, 그 다음은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이고, 가장 낮은 등급은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해를 입는 경우이다.

정약용, 학연에게 답한다. 서신 중에서

262쪽

내가 돌아가느냐 못 돌아가느냐 하는 것은 진실로 큰일이다. 그러나 죽고 사는 일에 비하면 작은 일이다. 사람이란 때로 물고기를 버리고 곰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삶을 버리고 죽음을 택할 때도 있다. .. 내가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운명이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운명이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고 천명만 기다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했다. 그런데도 내가 돌아갈 수 없다면 이 또한 운명일 뿐이다.

정약용, 학연에게 답한다. 서신 중에서

26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 1월 15일자 한겨레 신문 어느 칼럼란에 고미숙씨의 '새해에는 장자처럼 조르바처럼'이라는 글이 실렸다. 고미숙씨의 글도 좋아하거니와, 필독서마다 등장하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이름이 있어서 꼼꼼히 읽어보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73869.html

 

이 글을 보니 왠지 조르바를 꼭 읽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저않고 도서관엘 들렀다.

 

윗 칼럼에서도 소개된 것 같이 조르바는 60대 중반의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흔히 요즘 대한민국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꼰대 of 꼰대'의 세대다. 그리고 이 세대는 주로 수구꼴통이라는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인말고 그리스인 60대의 조르바는 그 힘든 시기를 겪고나서야 미래보다는 현재, 과거의 향수보다 지금을 갈구하고 실천하는 자유인이 되었다. 니코스 카찬치키스가 만난 조르바는 철저히 땅을 딛고 있는 매 순간에 충실한 본능을 살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흔히 그리스인 조르바를 말할 때, 자유의 추구, 현재에 충실한 삶 등등을 말한다. 좋은 말이다. 나 역시 자유와 지금에 열심이려 늘 생각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과연 지금에 충실함과 미래를 저축함 사이에 어떤 선택이 유효한가, 어떤 가중치가 효율적인가 - 하루 하루를 삶에 늘 선택과 갈등의 연속이다. 현재의 우리네 아니 나의 삶은. 마음과 머리가 교차하면서, 어떤 날은 지금 저축하지 않으면 100세 시대에 나중이 비루해질것이니 지금 힘들더라도 견뎌야 한다고 외치고, 또 어떤 날은 지금을 무시한 저축이 나중에 과연 지금과 같은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기쁨과 나중의 기쁨은 분명 다를진대, 과연 지금의 기쁨을 견뎌야한단 말인가고 항변한다. 어떤 때는 머리가 그러하고 어떤 때는 마음이 그러한다. 즉, 내 마음과 내 머리인데도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여서 좋았으나, 아직 현실적인 족쇄에 더 연연하는 - 책의 표현을 빌자면, 상점의 계산대처럼 계산부터 먼저 하는 - 나는 아직 조르바처럼 살기에 많이 두려우므로 별점은 3개만.

 

부언 하나. 조르바는 산전 수전을 겪으면서 인생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현실에 충실하고 본능적으로 사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두목에게는 '늙은이의 말을 듣지 마라. 늙은이의 말을 들어봐야 무덤에 가기밖에 더 하겠냐. 젊은이는 상처 따위에 신경 쓸 필요없다'며  구세대는 그저 잠자코 있고 젊은이들의 자유과 행동을 지원한다.

그러나, 우리의 60대는 왜 그러지 못할까? 분명 그분들의 삶도 조르바 못지 않은 치열한 삶이었슴에도 불구하고 왜 다를게 결론을 짓게되었을까.

그리고, 나도 나이가 들어지만, 조르바의 이 말을 시간이 갈수록 꼭 새기고 되새겨 말을 많이 하지않는 늙은이가 되고 젊은이를 지지하는 그런 꼰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흔을 갓 넘긴 할아버지 한 분이 바삐 편도나무를 심고 있더군요. 그래서 내가 물었죠. "아니 할아버지 편도나무를 심고 계시잖아요?" 그랬더니, 허리가 꼬부라진 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내가 대꾸했죠.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자, 누가 맞을까요?

43쪽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그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73쪽

뱀은 늘 어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74쪽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140~141쪽

당신은 젊소. 낡은이가 하는 말은 귓전으로 흘려 버리소. 세상에 노인의 말을 믿는다면 무덤으로 달려가기밖에 더 하겠소? 과수댁이 당신 앞을 지나거든 냉큼 붙바으시오. 결환하고 애 낳고ㅗ.....하시오. 망설일 것 있나요? 젊은이들이야 까짓 말썽 같은 걸 겁낼 필요없지.

190쪽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문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이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309쪽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럿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을 그 줄은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를거요`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은 해나가겠지요.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붙잡아 맬 뿐이지..

339쪽

두목,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하는지 대답해 보시오. 두목의 안에서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설명해 보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일러 드리리다.

365쪽, 해설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