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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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을 갓 넘긴 할아버지 한 분이 바삐 편도나무를 심고 있더군요. 그래서 내가 물었죠. "아니 할아버지 편도나무를 심고 계시잖아요?" 그랬더니, 허리가 꼬부라진 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내가 대꾸했죠.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자, 누가 맞을까요?

43쪽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그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73쪽

뱀은 늘 어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74쪽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140~141쪽

당신은 젊소. 낡은이가 하는 말은 귓전으로 흘려 버리소. 세상에 노인의 말을 믿는다면 무덤으로 달려가기밖에 더 하겠소? 과수댁이 당신 앞을 지나거든 냉큼 붙바으시오. 결환하고 애 낳고ㅗ.....하시오. 망설일 것 있나요? 젊은이들이야 까짓 말썽 같은 걸 겁낼 필요없지.

190쪽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문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이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309쪽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럿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을 그 줄은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를거요`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은 해나가겠지요.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붙잡아 맬 뿐이지..

339쪽

두목,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하는지 대답해 보시오. 두목의 안에서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설명해 보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일러 드리리다.

365쪽,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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