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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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막장 드라마가 반복되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되풀이되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 현실과 비교해볼 때 그렇게 터무니없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의 고전들만 봐도 얼마나 막장적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는가? 그렇지만 우리는 그 작품들을 클래식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여기 스토리만 볼 때 막장 아침드라마이지만 클래식이라 부르는 권장도서가 있다. 바로 인생의 베일’. 주요 등장인물은 키티, 그의 남편 월터, 키티의 애인 찰스 타운센드, 워딩턴 그리고 원장 수녀님, 5명 정도가 되겠다.

      줄거리를 잠깐 요약해보자면, 키티는 많은 수입이 있는 남자와 결혼을 잘하는 것이 여자의 인생의 목표라고 굳게 믿고 있는 어머니밑에서 다행히(?) 아주 예쁘게 태어나고 자라 어머니의 교육대로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외모와 사교를 가꾸는 여자이다. , 백치미가 탁월한 지적인 수준은 좀 떨어지는 여자이다. 이런 키티가 이런 저런 이유로 혼기를 놓쳐 초조해하고 있을 때 별 매력도 없지만 그저 착해 보이는 월터의 청혼을 승낙하여 결혼을 한다. 하지만 쫓기듯 한 결혼생활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이런 부족함은 찰스라는 언변좋고 매력있는 부총독(직업도 그럴싸하다)과 혼외정사를 벌이는 상황으로 이끌었다. 둘의 관계가 월터에게 발각이 되고 분개한 월터는 일종의 복수심에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 메이탄푸로 키티를 데리고 가버린다. 메이탄푸에서 콜레라의 참상과 부모잃은 어린이의 비참한 삶, 거리의 불결함과 거지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을 희망과 신앙으로 헌신하는 수녀들의 삶을 보면서 키티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철없이 살아왔고 잘못된 삶을 살아왔는지 깨닫게 된다. 이런 성장하는 키티와는 다르게 월터는 그 자신은 콜레라 치료를 위해 너무나 많은 헌신을 하고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지만 정작 자신은 자기를 용서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의 죽음 후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키티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 욕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후회를 하면서 영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화해하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이렇듯 간단해보이고 어쩌면 좀 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머셋 몸의 필력덕분인가. 그 속의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영화를 보는 듯 살아 움직이고 있다. 외모만 가꾸고 좀 더 형편이 좋고 인물도 좋은 남자를 찾았던 키티. 그녀는 전혀 공부라고는 하지 않고 교양을 가꾸는 데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외모와 애교가 아니라면 대화를 이어갈 이유가 없을 여인이다. 그녀의 장점은 솔직함과 유연함일 수 있다. 그녀는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주저없이 순간 순간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인의 배신과 남편의 복수, 원장 수녀의 헌신, 워딩턴의 지조를 보면서 키티는 어쨌거나 잘못을 자각하고 바로 바로 자신을 수정할 줄 알았다. 책의 초반기에는 충실하지 않고 외모와 언변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키티가 너무 멍청해보였다. 이 여자에서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내 마음을 주기는 싫었다. 그래서 책을 건성건성 넘겼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난관이 닥칠 때마나 키티는 인지를 제대로 하고 워딩턴에서 물어보며 무엇이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이며 배경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수긍하고 시도하고 자신을 변화시킨다. 언제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반면, 월터는 높은 학식과 지적 수준에도 불구하고 키티를 얻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약간 멍청해보이는 역할을 연기하는 실력있는 사람이지만 그 표현방식이 너무 서툴렀다. 그랬기에 키티는 도무지 왜 월터가 그녀와 결혼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월터는 그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쌍방이 아닌 혼자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것이다. 키티와 찰스와의 불륜을 알고나서도 한바탕 소동을 피운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지를 만들어 놓고 키티를 메이탄푸의 사지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메이탄푸에서 월터는 자신의 본래 성정인 희생과 헌신을 메이탄푸의 환자들에게 쏟아 붓는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나누지 않고 혼자서 다 떠안고 표현하지 못하고 아내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그러나 복수심을 연소하지 못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결국 콜레라 균을 연구하다 죽음을 맞이하지만 어쩌면 그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작가는 남겨놓았다. 나는 좀 답답해 보이긴 하지만 이 월터에게 연민과 동정이 느껴졌다. 우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수많은 보통사람들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은 아닐까. 말하지 못하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고 못하고 약간은 자신감도 없고 그러나 능력은 있는. 하지만 능력있음을 남에게 어필을 잘 하지 못하는. 그러기에 끝에는 월터가 지산을 툭 터놓고 키티와 해패 엔딩이기를 바랬으나 그랬다면 클래식에 끼워지지는 못했겠지. 그냥 저냥 로맨스 소설 칸에 꽂혀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솔직하고 발랄한 키티보다 약간은 우울하고 소심한 월터에게 마음이 쓰였다.

      찰스는 전형적인 잘난체하는 성공지향적인 인물이다. 외모를 위해 운동을 하고 식이조절을 하고, 본인의 능력보다는 인맥을 만드는 데 열중이며 인맥을 사용하여 능력을 과시하고 인정받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변 사람들과 사회는 찰스가 능력있고 사람좋고 친절하다고 인정한다. 키티처럼, 그 와이피 도로시처럼. 우리는 내면을 보기보다는 겉모양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데 바로 이 찰스같은 인물이 그러하다. 소설을 읽으면서는 , 얘는 이런 사람이야고 알지만 실생활에서는 교묘히 자신을 감추는데 우리가 어떻게 쉽게 파악을 하겠는가. 키티도 초반에 그저그런 사람이었을 때는 찰스가 좋은 사람인줄 알았다. 그러나 고난과 실패 끝에 키티가 인생의 배움을 실천한 후에는 찰스의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끈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사고를 통해서 자신의 격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워딩턴. 현명하고 현실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아내에게 지조를 지키고 자신의 본분이 무엇인지 알며 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즐기는지를 잘 아는 그런 인물이다. 키티는 워딩턴을 통해 많은 것을 알고 느끼게 된다. 워딩턴이 한 말중에 현실의 땅에 제대로 발을 딛고 있는 사람은 저와 부인(키티)뿐이에요. 원장수녀님은 하늘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고 당신 남편 월터는....암흑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이죠.”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이야말고 워딩턴이 얼마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사람과 상황을 꿰뚫고 있는 캐릭터인지는 보여주는 말이라 하겠다.

      뻔한 스토리에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서머셋 몸의 소설, 인생의 베일. 한 사람의 변화와 또 한 사람의 변화하지 않음을 글로서만 독자를 설득시키고 있는 작가의 역량이 다시금 대단하고 느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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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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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건 그의 잘못이에요. 여자 탓이 아니라.
- P97

"물론 그는 성공할 겁니다. 모든 연줄을 꿰차고 있으니까요. 내가 죽기 전에 그를 각하라고 부르며 그가 방에 들어오면 일어설 때가 오리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성공할 사람이라고 여겨요. 그가 유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지요."
"유능해요? 말도 안됩니다. 그는 아주 아둔한 남자입니다. 그는 일을 단숨에 해치우고 순전히 자신의 총명함으로 그것을 해냈다는 인상을 줍니다. 단지 그는 유라시아인점원처럼 근면한 것 뿐입니다."
"그럼 그가 그토록 똑똑하다는 명성은 어떻게 얻었을까요?"
"세상에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고 어느 정도 높은 지위의 사람이 우쭐거리지않고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 못할것이 없다고 말해준다면 십중팔구 그를 똑똑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 P141

그게 정부기관에서 성공하는 남자의 필수 요건이죠. 똑똑한 사람은 필요치 않습니다. 똑똑한 사람은 생각이 있고 생각은 문제를 일으키죠. 매력 있고 수완이 있지만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믿을만한 그런 남자를 원하죠. - P142

현실의 땅 위에서 조용하고도 평화롭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부인과 내가 유일합니다. 수녀들은 하늘위를 걷고 당신 남편은......암흑 속을 걷죠. - P145

전 그를 존경합니다. 그는 머리와 인격을 갖추었죠. 그리고 그건 매우 비범한 조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P153

키티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미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지속적인 일은 그녀의 마음을 분산시켰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시각을 접하는 것이 그녀의 상상력을 일깨웠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되찾기 시작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굳건해졌다. 눈물을 쏟는 것밖에 하일이 없던 그녀가, 놀랍게도 일말의 혼란스러움 없이 이런 저런 일에 웃음을 터트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 P200

"당신을 이곳에 데려옴으로써 난 그죄를 용인했다는 걸 알아 둬요."
"난 몰랐어요. 알다시피 내가 부정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것도 아니니까. 그럼 여기를 떠날 때 우린 어떻게 되나요? 같이 살게 될까요?"
"아, 그건 미래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놔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소?" - P229

"도(道).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길‘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 누구는 위스키에서, 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 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곳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 P235

"마음을 얻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처럼 자신을 만들면 되지요." - P244

그녀는 슬픔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녀의 가슴에 깊은 애정의 느낌이 남아 있기에는 어머니와 그녀 사이에 존재하는 아픔이 너무 컸다. 그리고 과거 그녀의 소녀 적 모습을 돌이켜 보면 그녀가 어머니의 작품이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냉혹하고 군림하기 좋아하고 야심 찬 여인이 죽음에 의해 모든 세속적 야옥을 조절당한 채 이렇게 꼼짝도 않고 조용히 누워 있는 걸 보고 키티는 희미한 비애감을 느꼈다. 어머니는 평생 동안 책략과 술책으로 일관했지만 속되고 무가치한 것 외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 P320

과거는 끝났다. 죽은 자는 죽은 채로 묻어두자.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이 동정심과 인간애를 배웠기를 바랐다. 어떤 미래가 그녀의 몫으로 준비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닥쳐오든 밝고 낙천적인 기백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태양이 안개를 헤치며 떠올랐고 구불구불한 길이 논 평원 사이를 뚫고 작은 강을 가로질러서 시야가 닿는 곳까지 쭉 펼쳐진 장면이 그녀의 눈에 선했다. 굽이치는 자연을 뚫고 지나간 그 길은 그들이 가야 할 길이었다. 그녀가 저지른 잘못과 어리석은 짓들과 그녀가 겪은 불행이 아마도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희미하나마 가늠할 수 있는 그녀 앞에 놓인 그 길을 따라간다면, 친절하고 익살맞은 늙은 워딩턴이 아무 곳에도 이르지 않는다고 말하던 길이 아니라 수녀원의 친애하는 수녀들이 너무나 겸허히 따랐던 길, 평화로 이어지는 그 길을 간다면 말이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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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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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

 

   1928년 옥스포드 대학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이다. 여기서 돈에 대하여 버지니아는 연간 500파운드라고 설정해놓았다. 버니지아는 500파운드의 돈이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자기만의 방이라 함은 사유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500파운드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대비해볼 때, 1930년의 노동자 평균월급이 30원이었고 요즘 월급은 약 2백만원이라고 계산할때 약 67000배이다. 이 계산을 대입하면, 연간 500파운드라는 돈은 요즘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3.5백만원이 된다. 즉 노동자 평균급여의 중위값정도되는 금액이니 버지니아 울프는 생계 걱정없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금액으로 이 돈을 가정한 듯 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한 강연을 이듬해 편집, 수정하여 책으로 펴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자기만의 방이다. 유럽이나 미국이나 1920년대 후반, 1930년대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여성현실과 비교해보았을 때 하등 더 낫을 것이 없는 처지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여성은 제대로 된 자기의 방이 없이 공동의 거실에서 사유했으며 가사와 바느질, 육아 등으로 제대로 사유할 틈이 없었슴을 그로 하여 제대로 된 글 한줄 쓸 수가 없었슴을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다. 살롯 브론테, 제인 오스틴, 메리 카마이클 등 몇몇의 여성작가를 언급할 때도(특히 살롯 브론테) 자기만의 방이 아닌 공동의 거실에서 그들은 작품을 썼으며 작품도 그에 따른 한계를 지니고 있슴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 작품을 써서 명성을 쌓았다하더라도 아직 여성의 지위가 사회 바닥근처에 머물러있었을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여성이 연간의 꾸준한 수입이 있어야 하며 또 오로지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함을 역설한 것은 쉽지않았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또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여성에게 수동적 자세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남성의 여성과 함께 남성성을 여성에게는 여성과 함께 남성성을 가지고 비록 어려운 시절일지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대적 어려움을 헤치고 능동적으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역설한 점은 그녀의 사고가 얼마나 선진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당시는 신분이 낮은 남성보다도 그 어느 신분이라하더라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울분과 답답함을 느끼고 강연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를 강하게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춘'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직까지 여성의 지위나 경제여럭이 남성들과 비교해볼때 동등해지거나 적어도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여전히 우리는 여성이 살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급여의 차이라던지 경력단절에 대한 부분 등-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기득권의 세대로 편입되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뤄진데에 대하여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시점에서는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한다고 역설해야 할 대상은 우리나라의 '청춘'들이 아닐까.

   40,50,60대가 만들어놓은 대한민국에서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자신의 노력이라는 날개를 펼쳐 비상하려고 하는 20~30대 청춘들은 기득권 세대에 의해 이미 높아져버린 진입벽 혹은 너무 멀어져버린 출발선에 다가가려는 것 하나도 너무 힘들어져 버렸다. 이들에게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수입은 커녕 연간 500파운드의 빚이라도 없으면 그저 감사하고 다행인 것이 되어버렸다. 자기만의 방은 고사하고 사유를 나눌 공동 거실조차 가지기 힘든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취업경쟁률이 그 어느 시대보다 가장 치열하고 좋은 직장을 잡기가 우주선을 띄우는 것처럼 어렵게 되었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집값이 너무 비싸 연애고 결혼을 대책없이 미루는 젊은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혼인률의 감소와 출산율의 감소로 자연스레 이어지는데 언론과 어른들이 요즘 젊은이들은 편하게만 살려고 결혼을 하지않고 아이를 낳지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근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는 집값 상승의 주범(?)이자 그 오른 집값의 수혜자는 바로 이 언론과 어른들인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버지니아 울프가 남성들을 거울에 비춰 두배로 밝게히주고 크게 해주는 여성의  무지를 남성들이 불평했다고 책에서 말한 부분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우리의 언론과 어른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데 따르면 기성세대의 이익을 두배로 키워주는 젊은세대라는 거울에 그들을 비춰보면서 젊은이들은 열심히 살지 않고 편하게만 살려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비단 여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 있건 누군가를 비춰주는 거울같은 역할을 하고있는 집단이 누군인지, 그들이 과연 사회를 꾸려가는 구성원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즉 최소한의 수입과 최소한의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여력이 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한참 푸르른 아들 딸들이 아닐까 하며, 그들에게 연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지게끔 노력을 할수있는 뒷받침과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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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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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여러분에게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는 의견 한마디, 즉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아 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 뿐입니다.

38쪽

런던은 하나의 공장과도 같았습니다. 일종의 기계와도 같았지요. 우리는 모두 어떤 패턴을 만들기 위해 아무 무늬없는 바탕에 실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앞뒤로 짜이고 있었지요. 영국 박물관은 공장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67쪽

옥스포드에서 연구방법을 배운 학생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자신의 질문을 양 떼를 돌보듯 온갖 산만한 생각으로부터 안전하게 잘 티키고 있다가, 마침내 양이 우리를 찾아들어 가듯 질문의 답을 딱 찾아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 옆자리에서 과학 입문서를 열심히 옮겨 적고 있는 학생은 분명 10분에 한 번씩은 순수한 광석 덩어리를 캐내고 있었을 거예요. 만족스러운 듯 작은 신음을 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요. 그러나 만약 불행하게도 대학에서 훈련받지 못했다면, 가지고 있던 줄문을 우리 안으로 몰기는커녕 놀란 양 떼처럼 이리저리로 흩어지고 허둥지둥 개 떼어 쫓기는 모양새로 만들고 맙니다.

69~70쪽

여성은 수백 년 동안 내내 남자의 형상을 실물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법 같은 달콤한 능력을 발휘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성의 그러한 능력이 없었다면, 세상은 여전히 늪과 밀림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중략......문명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건 간에, 거울은 거칠고 영웅적인 행위 전반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둘 다 여성의 열등함을 그토록 단호하게 강조했던 것입니다. 만약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남성을 확대해 보여주는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을 테니까요.

79~80쪽

그 편지를 열어보자마자 내가 앞으로 매년 500파운드씩 유산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중략...내가 10실링짜리 지폐를 바꿀때면 그 녹과 부식한 흔적은 벗겨져 나갔습니다. 공포와 쓰라림도 마찬가지로 사라져갔지요. 지갑에 은화를 살짝 집어넣자, 쓰라렸던 과거와 비교해 볼때 고정된 수입이 불러일으키는 기분의 변화란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권력자도 내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아 갈 수는 없습니다. 음식도 집도 옷도 영원히 내것을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단순히 노력과 노동이 멈추었을 뿐 아니라, 증오도 고통도 사라졌습니다. 나는 더이상 누군가를 증오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요. 나를 해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또한 누군가에게 아첨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내게 무언가를 베푸는 사람도 없어졌으니까요.

82~83쪽

만약 살롯 브론테가 1년에 300파운드를 벌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잠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중략... 자신의 재능을 홀로 먼 들판을 바라보는 일에 쓰이지 않았다면, 경험과 교제와 여행이 허락되었더라면 얼마나 큰 이득을 보았을지 말입니다.

124쪽

방들은 각각 매우 다릅니다. 조용한 방도 있고, 요른하게 시끄러운 방도 있으며, 바닷가를 향하고 있는 방도 있고, 반대로 감옥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방도 있습니다. 빨래가 걸려있거나, 오팔이나 비단으로 장식한 활기넘치는 방도 있고, 말총처럼 뻣뻣하거나 깃털처럼 부드러운 방도 있습니다. 그저 어느 거리의 어느 방이든 들어가기만 하면, 여성성의 저 극도로 복잡한 힘 전체가 얼굴로 날아들 것입니다.

147쪽

내가 여기서 쓰고 싶은 제일 첫 번째 문장은,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성을 의식한다면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순전한 남성 혹은 순전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요. 사람은 남성적인 여성 혹은 여성적인 남성이 되어야 합니다......치명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의식적인 편향을 가지고 쓰는글은 소멸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글은 비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글은 하루 이틀 동안은 훌륭하고 료과적이며, 강인하고 능수능란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해 질 녘이면 시들어버리고 맙니다.....마음속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협동이 일어나야만 예술창작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169쪽

1년에 500파운드라는 돈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물쇠를 단 방은 홀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고 상징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허용합니다.

172쪽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항상 가난했습니다. 단지 지난 200년간이 아니라, 태초부터 그러했습니다. 여성은 지적 자유가 아테네 노예의 자식보다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은 시를 쓸 기회가 조금도 없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입니다.

174쪽

따라서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한 주제라도, 아무리 거대한 주제라도 주저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책을 써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여러분 스스로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에 대하 사색하며, 책을 구상하며 길모퉁이를 어슬렁거리고, 사유의 낚싯줄을 강물 깊이 담글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175쪽

1866년 이래로 영국에도 여성이 다닐수 있는 칼리지가 적어도 두 곳 이상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1880년 이후로는 기혼 여성이 법적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또한 1919년에는 여성도 투표할 수 잇게 되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군요......따라서 얼마간의 시간을 갖고, 머릿속에 어느 정도 책을 습득한 여러분은 분명 매우 길고도 무척이나 어려우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을 위한 또 다른 단계의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수천 개의 펜이 여러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러분이 어떤 결과를 갖게 될지 암시해 주기 위해 마련되어 있습니다.

180쪽

셰익스피어의 누이는 젊은 나이에 죽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이제 나는 단 한줄도 쓰지 못하고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위대한 시인은 죽지않으니까요. 다만 우리 사이를 육신의 형태로 돌아다닐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기회는 여러분이 능력을 발휘하면 그녀에게 줄수있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우리가 한 세기쯤을 더 산다면 그리하여 각자 연간 500파운드와 자신만의 방을 가질 수 잇게 된다면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습관과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쓸 수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가 공동 거실에서 벗어나 인간을 다른 이와의 관계어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재와의 관계에서도 볼수있다면....우리가 매달릴 팔이 어떤 것도 없다는 점을 마주한다면...우리의 관계는 남성과 여성의 세계뿐아니라 실재의 세계와 맺는 것이라는 것을 마주한다면, 그때 기회는 찾아올 것입니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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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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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요즘 젊은 작가의 단편 7개를 모은 소설집. 7개중 2편이 퀴어(중국산 모조비아그라....& 자이툰파스타)관련이고 다른 2편이 옴니버스처럼 엮인(패리스힐튼을 찾습니다.&부산국제영화제) 작품이다. 따옴표가 없이 대화와 서술이 섞여 어지럽니다. 핫하다니 이해하려 노력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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