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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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신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

 

   1928년 옥스포드 대학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이다. 여기서 돈에 대하여 버지니아는 연간 500파운드라고 설정해놓았다. 버니지아는 500파운드의 돈이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자기만의 방이라 함은 사유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500파운드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대비해볼 때, 1930년의 노동자 평균월급이 30원이었고 요즘 월급은 약 2백만원이라고 계산할때 약 67000배이다. 이 계산을 대입하면, 연간 500파운드라는 돈은 요즘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3.5백만원이 된다. 즉 노동자 평균급여의 중위값정도되는 금액이니 버지니아 울프는 생계 걱정없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금액으로 이 돈을 가정한 듯 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한 강연을 이듬해 편집, 수정하여 책으로 펴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자기만의 방이다. 유럽이나 미국이나 1920년대 후반, 1930년대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여성현실과 비교해보았을 때 하등 더 낫을 것이 없는 처지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여성은 제대로 된 자기의 방이 없이 공동의 거실에서 사유했으며 가사와 바느질, 육아 등으로 제대로 사유할 틈이 없었슴을 그로 하여 제대로 된 글 한줄 쓸 수가 없었슴을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다. 살롯 브론테, 제인 오스틴, 메리 카마이클 등 몇몇의 여성작가를 언급할 때도(특히 살롯 브론테) 자기만의 방이 아닌 공동의 거실에서 그들은 작품을 썼으며 작품도 그에 따른 한계를 지니고 있슴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 작품을 써서 명성을 쌓았다하더라도 아직 여성의 지위가 사회 바닥근처에 머물러있었을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여성이 연간의 꾸준한 수입이 있어야 하며 또 오로지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함을 역설한 것은 쉽지않았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또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여성에게 수동적 자세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남성의 여성과 함께 남성성을 여성에게는 여성과 함께 남성성을 가지고 비록 어려운 시절일지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대적 어려움을 헤치고 능동적으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역설한 점은 그녀의 사고가 얼마나 선진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당시는 신분이 낮은 남성보다도 그 어느 신분이라하더라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울분과 답답함을 느끼고 강연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를 강하게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춘'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직까지 여성의 지위나 경제여럭이 남성들과 비교해볼때 동등해지거나 적어도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여전히 우리는 여성이 살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급여의 차이라던지 경력단절에 대한 부분 등-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기득권의 세대로 편입되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뤄진데에 대하여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시점에서는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한다고 역설해야 할 대상은 우리나라의 '청춘'들이 아닐까.

   40,50,60대가 만들어놓은 대한민국에서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자신의 노력이라는 날개를 펼쳐 비상하려고 하는 20~30대 청춘들은 기득권 세대에 의해 이미 높아져버린 진입벽 혹은 너무 멀어져버린 출발선에 다가가려는 것 하나도 너무 힘들어져 버렸다. 이들에게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수입은 커녕 연간 500파운드의 빚이라도 없으면 그저 감사하고 다행인 것이 되어버렸다. 자기만의 방은 고사하고 사유를 나눌 공동 거실조차 가지기 힘든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취업경쟁률이 그 어느 시대보다 가장 치열하고 좋은 직장을 잡기가 우주선을 띄우는 것처럼 어렵게 되었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집값이 너무 비싸 연애고 결혼을 대책없이 미루는 젊은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혼인률의 감소와 출산율의 감소로 자연스레 이어지는데 언론과 어른들이 요즘 젊은이들은 편하게만 살려고 결혼을 하지않고 아이를 낳지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근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는 집값 상승의 주범(?)이자 그 오른 집값의 수혜자는 바로 이 언론과 어른들인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버지니아 울프가 남성들을 거울에 비춰 두배로 밝게히주고 크게 해주는 여성의  무지를 남성들이 불평했다고 책에서 말한 부분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우리의 언론과 어른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데 따르면 기성세대의 이익을 두배로 키워주는 젊은세대라는 거울에 그들을 비춰보면서 젊은이들은 열심히 살지 않고 편하게만 살려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비단 여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 있건 누군가를 비춰주는 거울같은 역할을 하고있는 집단이 누군인지, 그들이 과연 사회를 꾸려가는 구성원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즉 최소한의 수입과 최소한의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여력이 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한참 푸르른 아들 딸들이 아닐까 하며, 그들에게 연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지게끔 노력을 할수있는 뒷받침과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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