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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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건 그의 잘못이에요. 여자 탓이 아니라.
- P97

"물론 그는 성공할 겁니다. 모든 연줄을 꿰차고 있으니까요. 내가 죽기 전에 그를 각하라고 부르며 그가 방에 들어오면 일어설 때가 오리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성공할 사람이라고 여겨요. 그가 유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지요."
"유능해요? 말도 안됩니다. 그는 아주 아둔한 남자입니다. 그는 일을 단숨에 해치우고 순전히 자신의 총명함으로 그것을 해냈다는 인상을 줍니다. 단지 그는 유라시아인점원처럼 근면한 것 뿐입니다."
"그럼 그가 그토록 똑똑하다는 명성은 어떻게 얻었을까요?"
"세상에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고 어느 정도 높은 지위의 사람이 우쭐거리지않고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 못할것이 없다고 말해준다면 십중팔구 그를 똑똑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 P141

그게 정부기관에서 성공하는 남자의 필수 요건이죠. 똑똑한 사람은 필요치 않습니다. 똑똑한 사람은 생각이 있고 생각은 문제를 일으키죠. 매력 있고 수완이 있지만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믿을만한 그런 남자를 원하죠. - P142

현실의 땅 위에서 조용하고도 평화롭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부인과 내가 유일합니다. 수녀들은 하늘위를 걷고 당신 남편은......암흑 속을 걷죠. - P145

전 그를 존경합니다. 그는 머리와 인격을 갖추었죠. 그리고 그건 매우 비범한 조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P153

키티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미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지속적인 일은 그녀의 마음을 분산시켰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시각을 접하는 것이 그녀의 상상력을 일깨웠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되찾기 시작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굳건해졌다. 눈물을 쏟는 것밖에 하일이 없던 그녀가, 놀랍게도 일말의 혼란스러움 없이 이런 저런 일에 웃음을 터트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 P200

"당신을 이곳에 데려옴으로써 난 그죄를 용인했다는 걸 알아 둬요."
"난 몰랐어요. 알다시피 내가 부정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것도 아니니까. 그럼 여기를 떠날 때 우린 어떻게 되나요? 같이 살게 될까요?"
"아, 그건 미래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놔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소?" - P229

"도(道).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길‘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 누구는 위스키에서, 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 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곳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 P235

"마음을 얻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처럼 자신을 만들면 되지요." - P244

그녀는 슬픔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녀의 가슴에 깊은 애정의 느낌이 남아 있기에는 어머니와 그녀 사이에 존재하는 아픔이 너무 컸다. 그리고 과거 그녀의 소녀 적 모습을 돌이켜 보면 그녀가 어머니의 작품이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냉혹하고 군림하기 좋아하고 야심 찬 여인이 죽음에 의해 모든 세속적 야옥을 조절당한 채 이렇게 꼼짝도 않고 조용히 누워 있는 걸 보고 키티는 희미한 비애감을 느꼈다. 어머니는 평생 동안 책략과 술책으로 일관했지만 속되고 무가치한 것 외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 P320

과거는 끝났다. 죽은 자는 죽은 채로 묻어두자.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이 동정심과 인간애를 배웠기를 바랐다. 어떤 미래가 그녀의 몫으로 준비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닥쳐오든 밝고 낙천적인 기백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태양이 안개를 헤치며 떠올랐고 구불구불한 길이 논 평원 사이를 뚫고 작은 강을 가로질러서 시야가 닿는 곳까지 쭉 펼쳐진 장면이 그녀의 눈에 선했다. 굽이치는 자연을 뚫고 지나간 그 길은 그들이 가야 할 길이었다. 그녀가 저지른 잘못과 어리석은 짓들과 그녀가 겪은 불행이 아마도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희미하나마 가늠할 수 있는 그녀 앞에 놓인 그 길을 따라간다면, 친절하고 익살맞은 늙은 워딩턴이 아무 곳에도 이르지 않는다고 말하던 길이 아니라 수녀원의 친애하는 수녀들이 너무나 겸허히 따랐던 길, 평화로 이어지는 그 길을 간다면 말이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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