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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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본디 사람의 존재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싶어한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사람의 존재의 가장 기초가 되는 나 자신조차도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반증으로 더 인간에 대하여 탐구하고 궁금해한다. 이것들이 철학을 사유하게 하고 독서를 낳았으며 급기야 사고와 인간 마음 내면에 까지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고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 의문점들이 남아있으니, 현대에 이르러 온갖 추측에 다름아닌 과학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른 바 정신심리학, 정신분석학, 각종 심리학, MBTI, 애니어그램 등등. 물론 이들도 여러 저명한 학자, 과학자에 의하여 깊이 연구되고 논의돈 과학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거도 사람들은 여전히 갈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에 대한 갈증은 이른바 미신이라 치부되어버리니는 역학 및 점집이 달래주고 있다. 실상은 사람들은 나를 알기위해서 소위 점집을 더 많이 찾고 가고있지않나? 그런데 이런데 드나든다고 하면 '젊은 사람이 그런 미신이나 믿고...' 혹은 '무당들 거짓말에 놀아나다니...'하는 시선들 때문에 가면서도 대부분 '그냥 재미로 보는 거야, 난 안믿어'라도 말하는 이도 참 많다.

 

그런데 공부를 많이 했다는 유명한 철학자, 학자인 사람이 주역/역학을 공부하고 당당하게 풀이하여 이것은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며 한번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해주니 귀가 솔깃했다. 실은 나로 말하자면, 이런 분야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어릴 적 부터 어머니가 신년초마다 운수를 봐오고 이것 이것을 조심해라, 니는 장차 무엇이 될거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니!

저자에 따르면 주역은 사주명리학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며 과거에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쉽게 접할 수 가 있었으나 요즘에 올수록 사주명리학을 점유하여 그 정보를 독점하고픈 기득권 및 통치자들이 사주명리를 미신으로 둔갑시키고 오히려 그네들은 이 정보를 가지고 자신을 알고 흐름을 알아 미리 방비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동양의 사주명리학 뿐아니라 서양의 점성술, 별자리 등도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이 즈음에 오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데 공공연한 곳에서는 계속 미신으로 치부하려는 의도가 이제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이 설명하는 사주명리학은 아주 쉽다. 일단 만세력을 준비하면 된다. (서점에서 사든지, 요새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만세력을 알아볼수있는 사이트도 있다.) 그리고 해당 사람의 사주, 즉 연월일시를 입력한다. 그러면 이 사주에 대한 오행이 각각 2개씩 총 8개가 나온다. 이것이 사주다. 이 중에 일 (태어난 날)에 해당하는 천간 (2개씩 세트인 사주는 위의 것은 천간, 밑의 것은 지지다)이 해당 사람의 일간 - 나의 성향 및 성격을 알수있는 핵심인 글자다. 나라는 존재의 근원을 찾아 들어가는 기준점에 해당하는 셈이다. 내 경우 일간은 경금이다. "경금은 바윗돌이다. 단단하고 파워풀하다. 정의와 규칙, 의리 같은 덕목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 남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신 지나치게 엄격해서 상황을 경직되게 끌어갈 수도 있다." 저자가 풀어놓은 나의 기준점이 되는 덕목이란다.

 

일간을 비롯하여, 생극의 동그라미, 태과불급, 대운 (시절인연), 용신, 십신, 육친법 등에 대하여 기본적인 것을 쉽게 풀이해놓았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것으로도 대략적으로 사주명리를 볼줄은 알겠다. 그렇지만 해석을 하는 건 많은 공부가 있어야겠기에, 일단 여기까지.

 

그 어떤 심리테스트보다 사주명리로 보는 나의 기질, 성향이 더 타당성이 있는 듯 하다. 사주명리가 다른 심리테스트들과 다른 점은 변화와 관계인 듯 하다. 사주명리, 주역은 많이들 알다시피 변화의 학문이다. 유물론의 토대인 정반합이 그 어느 것 보다 잘 체계화되어있는 것이 바로 이 주역이다. 아이러니하다. 이보다 더 정적이로 심적인 학문인 주역이 유물론보다도 어쩌면 더 정반합을 잘 갖추고있으니! 그 어느 것도 멈춰진 것은 없고 외부의 자극 혹은 내부의 변화 등의 요인으로 항상 모든 것이 번화한다. 또한 나의 변화뿐 아니라 나와 관계를 이루고 있는 타자와도 항상 변화하고 발전하고 합일을 이루거나 혹은 충돌을 한다. 이를 반복하다 또 정합을 이루어 낸다.

즉, 과거의 나가 팔자에 따라 살아온 거라면 미래의 나는 반복된 팔자를 거부하고 스스로 변화하여 새로운 나를 만들수 있다. 그리고 반복된 과거의 내가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더라도 관계맺고 있는 혹은 관계를 맺을 타자와의 정반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내 팔자야~!'애 그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사주명리학의 관점인 것을 알게되었다.

 

고로 이제는 '아이구 내 팔자야'라고 내 팔자를 탓만 할 것이 아니다. 내 사주를 팔자로 고착시킨 것은 바로 나 지신이기 때문이며, 내 사주를 팔자화시키지 않고 변화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나이므로, 내 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제 팔자타령은 고만하자. 내 인생인데, 팔자타령에 주저앉아 땅바닥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박차고 일어나 과거의 팔자를 바꿀 그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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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 - 개정판
정은용 지음 / 다리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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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저자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그리고 노근리에서 벌어진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 사건에서 어린 자식들을 잃으면서 생긴 사건 느낌을 소설 형식으로 써내려간 어찌 보면 실록인 기록이다.

저자는 참혹한 사건을 잊지않으려고 그리고 참혹한 살상에 대하여 이유라도 알아보려고 1960년경부터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로 노근리 양민 학살에 대하여 세상에 사건을 책을 통하여 공개하였다. 책을 보면 아주 사소하고 상세한 부분까지 기록이 되어있음을 있는데 저자가 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되새김질과 조사를 하였는지를 우리는 있다.

책은 경찰이었던 저자가 제주 4.3항쟁 당시 진압 경찰로 복무하고 고향인 영동으로 돌아온 1948 12월부터 시작하여 휴전인 1952 7월까지, 그러니까 3 6개월 간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제주도에서의 아픈 기억과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동족간에 일어나는 비방, 살상 등에 개입해야하는 직업에 대한 회의로 인하여 경찰을 그만두고 우연한 계기로 시험에 합격하여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이런 도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서울에서 공부하던 정은용은 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대전을 거쳐 고향 영동으로 와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피난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불과 3일만에 서울까지 점령한 파죽지세의 인민군이 연이어 남쪽으로 내려왔기에 재빠른 피난을 하지 않고 영동 부근에서 거의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숨어 지내기로 한다. 이런 와중에 북쪽에서 피난민들은 어서 남쪽으로 가지 않으면 젊은 남자들은 필시 인민군에게 봉변을 당할 것이니 어서 피난을 가라는 메시지를 주는데 이에 저자는 다른 가족들의 떠밀림에 가족을 두고 혼자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저자가 피난을 바로 다음날 마을로 미군은 남아 있던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피난을 시켜주겠다며 주민들을 모두 이동시키는데 주민들이 곳이 바로 노근리의 쌍굴이었던 것이다. 곳에서 명이던 마을 주민들은 양쪽에서 기관총을 놓아두고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나오는 사람들은 모조리 총으로 쏘아 죽이는 바람에 살아남은 이들이 별로 없었다. 저자는 말하길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당시 노근리에서 미군에 의해 총살당하였을 것이라 한다. 저자도 혼자 파난을 갔던 관계로 어린 남매, 형수, 조카, 노모를 잃는 비극을 맞는 것이다.

개인이 겪은 한국전쟁의 기록으로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당시의 상황, 경험 등이 기록되어 있어 어는 한국전쟁관련 학술서보다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느끼게 주는 책이었다. 책은 중공군의 개입 이후 . 양쪽이 서로 밀리고 밀리는 상황속에서 미국, 소련 강대국의 이해 관계에 의해 1952 7 27 10 휴전 협정이 맺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후 저자는 자신의 아내, 가족을 비롯 수많은 당시의 생존자 들의 증언, 현장 방문 등을 토대로 미국 정부와 한국정부에 여러 차례 진정서, 탄원서 설명서 등을 요구하였고 1994 책의 출간을 기점으로 해외 언론이 관심을 가지게 되어 마침내 세상의 이목을 끌게 것이다. 사건을 집중 취재한 AP통신은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들어 특별법이 통과되고  예산도 편성되어 평화공원 조성이 이루어 졌으나 역사의 시계가 다시 거꾸로 가고 있는 요즘, 이러한 사건이 다시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 버리게 같아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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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남자의 물건 (체험판)
김정운 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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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김정운씨의 첫 책 "나는 가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었을 때 많이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늘 치열하게 살아라는 그 치열하고자 하는 삶을 그는 재밌게 즐기며, 현재를 가볍게 살아내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 주장들이 너무 공감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주 어려운 학문적 이야기도 우리네 일상의 언어로 아주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술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다. 교수나 무슨 소장보다는 아무때나 만나도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는 우리 동네 이장님같은 느낌이었던 거다.

 

     간만에 읽은 2012년에 나온 그의 책, 남자의 물건도 마찬가지 느낌이다. 편안하고, 공감가고 이해도 되고. (아, 간혹 어려운 교수님 말씀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뭐 이쁘게 봐 줄 수 있다. 진짜 교수니까.)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남자에게'라는 소제목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아저씨들에게 심리학자로서 또는 그들과 동류의 사람으로 남자에게 하는 말, 또는 그들을 좀 이해해달라는 측면의 설득적 설명을 해놓았다. 약 110여 페이지의 내용을 내 식대로 축약해보면, 폼잡지 말고 무게를 내려놓고 마음터놓고 소통하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즐겁게 가늘게 살아가자는 거다. 맞나? 맞을거야.

 

     2부는 남자의 물건에 대한 내용이다. 작가를 포함한 13인의 남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남자들의 물건을 인터뷰하고 그 남자의 물건을 통해 그 남자들의 세계와 인생과 가치를 엿보는 거다. 이 부분이 재밌다. 나는 주로 사람이야기, 즉 인터뷰나 전기, 인물사 이런 거에 많이 끌린다.

여기에는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커피그라인더, 사진작가 윤광준의 모자, 작가 김정운의 만년필,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이야기가 있다.

여기 이 인터뷰를 보면 사람은 다 비슷하고 인생도 비슷하다. 잘난 사람은 그들대로 단점이 있고 못난 구석이 있다. 그런 단점과 못난 구석을 커버하는데 그들의 물건이 주로 애용된다. 즉, 남자의 물건은 그들 내면의 부족분을 채워주고 각자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게 도와주고, 어느 한 분야에 나름 우뚝 설 수 있도록 충분한 서포터 역할을 한 것들이다.

 

     김갑수는 커피를 볶으려고 인생을 산다고 한다. 윤광준은 대머리를 감추려고 모자를 모으기 시작했고, 김정운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만년필을 선택했다. 이어령은 혼자놀기에 좋은 책상에서 주로 혼자만의 외로움을 달려왔고, 신영복은 벼루를 갈면서 현재와 과정을 즐긴다. 그 외 다른 남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의 만나면서 아, 특별한 그들도 특별하지 않고 허점과 못난 한두 구석이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그것들은 다스리며 혹은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음을 알게 되며, 묘한 쾌감과 기쁨을 느꼈다.

 

     내 물건은 뭐가 있을까? 읽는 내내 생각해보았다. 특별히 떠오르는 물건이 없다. 특별히 귀중히 여기는 것도, 특별히 사 모으는 것도 내겐 없다. 아마 여느 보통의 사람들이 아마 내와 같으리.

지금이라도 내 물건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애장품으로 내세울까를 고민하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단초를 제공해 줄 것 같다.

     나의 물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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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품절


나이 들수록 내 삶이 허전한 이유는 그리움이 없기 때문이다. 도무지 그리운 게 없으니 삶에 어떤 기쁨이 있고, 무슨 고마움이 있을까.-49쪽

자신의 불안한 내면의 원인이 분명치 않으니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바깥의 적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래서 스스로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그 불안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는다. 그래야 문제의 내용은 물론 해결책도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착하거나 혹은 비겁한 이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미래는 원래 불안한 거다.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64쪽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자꾸 빨리가는 걸까? 기억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어느 시절의 기억이 가장 뚜렷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학창시절을 언급한다. 가슴 설레는 기억이 많은 그 시절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렀다. 모두가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기부터 시간은 아주 미친 듯 날아가기 시작한다. 당연하다. 정신없이 바쁘기만 했지 기억할 만한 일들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 이 미친 시간을 천천 흐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억할 일들을 자꾸 만들면 된다. 평소에 빤하게 하던 반복되는 일들과는 다른 것들을 시도하라는 이야기다. 인생과 우주 전반에 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계획은 아무 도움 안 된다.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들을 시도해야 한다. -69-70쪽

대나무는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가 있는 까닭이다. 마디가 없는 삶은 쉽게 부러진다. 아무리 바빠도 삶의 마디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주말도 있고 여름휴가도 있는 거다.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된다를 것은 이 삶의 마디를 잘 만들어 가늘고 길게 아주 잘 사는 것을 뜻한다. -93쪽

도대체 누구와 공유할 관심과 의도가 없으니 그토록 외로운 거다. 아무리 트위터를 들여다 봐도 다들 리트위트뿐이다. 페이스북에 죽어라 사진을 올려도 다들 '엄지손가락'뿐이다. 그래서 이토록 외로운 거다. 이 집단 자폐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주체적 관심과 가치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99쪽

린 교수가 설명한 10계명을 다 지키는 데도 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웨이터를 그만두어야 한다. 체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어떤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재미있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 -112쪽

사람이 왜 그렇게 금방 싫증을 내는 가는 능력과 과제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과제가 내 능력보다 어려우면 사람들은 불한해하고 걱정에 빠진다. 반대로 과제가 내 능력보다 못하면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고 무관심에 빠진다. 내 능력과 과제는 지속적으로 서로 발전해야 끊임없이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이 발전의 동력은 약간씩 어긋나는 능력과 과제의 관계다. -139쪽

여자의 욕구는 시간의 욕구, 남자의 욕구는 공간의 욕구. 남녀 차이를 상자와 책상으로 비교 설명한다. 여자의 물건은 대부분 상자이다. 상자는 여자의 자궁과 같은 것이다. 생명을 잉태해 시간을 소유하는 것처럼, 여자는 상자 안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보석을 담는다. 남자는 대신 공간을 정복하려 한다. 그래서 남자는 달리는 말에 그토록 집착했다. 현재는 자동차, 할리 데이비드슨에 대한 욕망도 마찬가지아다. -164쪽

이해와 공감이라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1차 여행이 번화와 발전이라는 가슴에서 발까지의 2차 여행으로 이어지는 데 또 수년이 걸렸다. 변화와 발전은 인간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신영복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186쪽

반면 무기수는 출소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뭔가 살아갈 의미가 있어야 해요. 결과적으로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닌가 해요. 삶 자체가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고, 뭔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깨달음도 있어야하고...
신영복은 과정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란 목적을 사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목적이 중요하다. 그러나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
군대 간 이들은 제대 날짜만 생각한다. 유학 떠난 이들은 학위 따는 날만 기다린다. 언젠가는 제대하고 언젠가는 학위를 딴다. 그러나 제대 날짜를 기다리고 학위 따는 날을 기다리며 지나간 내 젊은 날은 과연 내 삶이 아니란 이야긴가?....... 우리는 '여기, 현재'를 사는 거다. 미래를 사는 게 아니라는 통찰이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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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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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정말 대단한 존재들이다.

만화책을 볼 때, 만화가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림 하나만 그리기도 어려운 데, 스토리까지 생각해야하니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을까고 생각했다.

 

책을 볼때, 소설보다는 주로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서적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작가의 지식이나 지혜의 방대함과 깊이에 존경을 표하는 경우는 많았다. 저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며 이 정도 책을 쓰려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해야할까, 생각했고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은 쉬울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아, 이 얼마나 시건방진 생각이었던가!

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은 18세 위녕이다. 위녕의 시선에서 바라본  엄마와 아빠 동생 친구 이야기 - 즉 가족이야기이다. 위녕의 엄마는 세번 이혼했다. 위녕은 엄마의 첫번째 남편이었다. 아래로 엄마의 두번째 남편의 아들 둥빈이 있고 그 밑으로 엄마의 세번째 남편의 아들 제제가 있다. 모두 위녕의 엄마의 자식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많이 폐쇄된 집단에서 이런 가족이 평범하게 보일 리 없다. 그런 그들의 삶이 사춘기 소녀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이게 그려져 있다.

분명 작가는 공지영(아마도 위녕의 엄마)인데 위녕의 관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꼭 진짜 작가가 위녕인것 같다. 그리고 위녕이 삶에 의문을 가지고 회의를 가지고 세 번 이혼한 엄마와 대화와 토론을 할때, 위녕의 엄마(즉, 공지영)가 풀어내는 이야기들 -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깊이 찔러서 때론 욱신거리고 아프기도 하고 어떤 땐 시원하기도 한다. 즉, 누구나 평소에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들인데, 우리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해서 그냥, "왜 그거 있잖아, 참, 뭐라 말해야 되노?"라던가 그냥 "그거 억수로 오래된 시진같은 거."라고 하는데 작가는 "책상 서럽속에 한참이나 넣어두었다가 오랜만에 꺼내 읽는 생일 카드처럼"이라는 표현을 써댄다. 크~~~~~아~~~~~~!!!

 

책 장마다 수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에 느끼고 있던 느낌들을 어쩜 그렇게 콕콕 잘 잡아서 표현을 해내었는지, 표현들에 반해서 눈물이 났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감정까지 이렇게 콕콕 집어내어 공감을 일으키는 작가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다시금 각인시켜 주었다. 이 책 즐거운 나의 집은.

 

이 책이 발행되었을 2007년엔 나의 아이들 모두 너무 어렸다. 그래서 이책의 요약만 쓱 보곤, 아 나랑 상관없는 책이니 안 읽어야지했다. 그러다 지금 내 아이들이 다 사춘기를 맞이하여 나날이 긴장과 대치중인 전쟁터같은 일상을 맞이하고 있는 나로서는 구절 구절이 다 내 맘이고 교훈이다. 너무 적절한 때에 너무 적절한 책을 참 잘 골랐다. 감사하다.

 

우리 집이 즐거운 집이 되기를 노력하고 지켜봐주고 믿어주고 공간을 주고. 자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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