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3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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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매하고 완독하기까지 거의 일 년이 걸린 것 같다. 책 이름은 <한 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 워낙에 박영규 작가의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는 좋아한다.

제일 처음 꽂힌 책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두 번을 읽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두 번 독파하고 나서 나는 고려시대로 이동했다. 애정을 갖고 책을 보니 어려운 단어도 왕 계보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고려시대가 이렇게나 재미있었다니. 2018년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을 본 후 나는 '한 권으로 읽는' 전 시리즈를 다 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작년에 신라왕조실록을 거의 일 년에 걸처 완독을 했다. 조선, 고려와는 달리 따로 접해 본 적이 없는 역사라 많이 생소하였다. 아는 것이라고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나왔던 인물과 김유신, 김춘추, 첨성대 등등. 하지만 고향이 신라 지역인지라 그래도 왠지 모르게 친숙하게 느껴졌다.

신라를 다 읽을 무렵 나는 <한 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과 <한 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을 동시 구매했다. 그 중에서 백제왕조실록에 먼저 손을 대었다. 그리고 이제야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그저 놀라움이다.

우리는 백제에 대하여 너무 모르고 있다. 그리고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박영규 작가가 다 옳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고대사라는 것이 워낙 사료도 풍부하지 않고 있는 사료도 훼손, 왜곡된 것이 많아서) 드 넓은 대륙에 영토를 가졌던 백제, 선진 문물을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나누어 주는 것에 상당히 개방적이었던 선진국 백제에 대하여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백제의 비밀을 풀면 우리 고대사가 엄청나게 달라지고 역사를 새로이 배워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실들을 나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배운 학자들이 분명 많을진대 왜 논의와 연구가 더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백제왕조실록을 보다 보니 문득 '가야'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었다.

가야는 백제보다도 더 비밀을 많이 간직한 고대국가이다. 가야는 백제, 왜, 신라가 모두 얽혀있는 미스터리한 나라로 남아있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직 후 학자들에게 '가야에 대해서 연구를 좀 해달라'고 했을까? 그때는 무슨 대통령이 역사 부문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나, 며 쪼잔하게 생각했는데 백제왕조실록을 읽고 가야에 대하여 궁금증이 일다 보니 문 대통령의 당부가 새삼 이해가 된다. 다 내가 모르기 때문에 생긴 편견이다.

어느 미술사학자의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인는 법인가 보다.

겨우 요약된 책 한권 읽었다고 해서 내가 마치 백제역사 통이라도 된 것은 전혀 아니올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백제왕의 계보 정도는 스스로 정리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해놓으면 다음에 다시 책을 들쳐볼 때에는 해당 왕의 시대에 생긴 사건과 인물들도 사이사이 빈 공간에 집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접촉은 호기심을 유발하고 호기심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관심은 애정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애정은 결국 지식과 정보와 데이터의 축적으로 이어지니 나중에 나는 축적된 것들을 맥락에 맞춰 편집만 하면 된다.

나는 믿는다. 검색된 데이터와 내 안에 소화된 데이터에는 분명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역사 공부를 느리지만 계속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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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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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스펜서 선생처럼 늙은 사람들은 담요 한 장을 사는데서도 크나큰 행복감을 느끼는 법이라는 거다. - P16

사실 그놈은 자신의 연주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죄만은 아니다. 정신을 잃은 듯 박수를 치는 저 바보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누구든지 망쳐버리는 존재들이다. - P130

수녀들이 떠난 후 나는 10달러밖에 헌금하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샐리 헤이스와 공연에 가기로 했고 표를 사려면 얼마간의 돈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유감스런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돈이란 항상 끝판에 가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 P171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 거다. 타락해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자기가 바라는 걸 도저히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버리는 거야. 살제로는 찾으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버리는 거야. 내 말 알겠니?" - P276

"이렇게 말했더구니.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야." - P277

"일단 그 빈슨 선생과 그와 같은 선생들의 과목에서 합격하고 나면 너는 네 가슴에 휠씬 더 친근하게 느껴질 지식에 점점 더 가까이 가게 되는 거야. 물론 자신이 그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조건이 따르지. 무엇보다도 네가 인간 행위에 대해 당황하고 놀라고 염증을 느낀 최초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런 점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것을 깨달으면 너는 흥분할 것이고 자극을 받을 거야.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네가 현재 겪는 것과 똑같은 고민을 한 사람은 수없이 많아. 다행이 그 중 몇몇 사람들은 자기 고민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 너도 바라기만 하면 거기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 그리고 장차 네가 남에게 줄 수 있으면 네가 그들에게서 배운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네게서 배울 수 있다는 거야. 이것이 아름다운 상부상조가 아니겠니? 그런데 이건 교육이 아냐. 역사야. 시야." - P278

"학교 교육은 그 외에도 도움이 되지. 이것을 어느 정도까지 계속하면 자기 머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야. 무엇이 자기 머리에 맞고 또 무엇이 자기 머리에 맞지 않는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야. 그리고 얼마 후에는 일정한 크기의 자기 머리에 어떤 종류의 사상을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거다. 그리고 또 하나, 자기에게 맞지 않는 사상을 일일이 시험해보는 데 드는 막대한 시간을 절약해주지. 자신의 전정한 용량을 알게 되고 거기에 따라 자기 머리를 활용하게 되지." - P280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아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디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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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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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하나님의 의도를 믿었지만,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 P93

아이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고, 이길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어보라고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파친코는 어리석은 게임이엇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 P267

나는 네가 그런 모임에 갈 때마다 너 자신을 생각했으면 좋겠어. 난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자신의 이익을 높일 생각을 하기를 바라.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단체만 생각하기 때문에 망하는 거야. 하지만 진실은 이렇지. 자애로운 지도자 같은 건 없어.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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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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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 P31

입 언저리가 일그러질 때, 이슬비 내리는 11월처럼 내 영혼이 을씨년스러워질 때, - P31

돈을 내는 것과 받는 것은 천지 차이다. - P35

세간에서와 마찬기지로-피타고라스의 격언을 어기지 않는다면-앞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휠씬 우세하고, 따라서 뒷갑판에 있는 선장은 대부분 앞갑판의 일반 선원들이 마시고 뱉은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게 된다. 선장은 자기가 새 공기를 마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사에서도 지도자가 모르는 사잉에 일반대중이 지도자를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다. - P36

정말 황량한 거리였다. 길 양쪽에 있는 것은 집이 아니라 시커먼 덩어리들이었다. - P39

내가 왜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었을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야. 내가 이 사람을 두려워했다면, 같은 이유로 이 사람도 나를 두려워했을 거 아닌가. 술에 취한 기독교도보다는 취하지 않은 식인종과 함께 자는 게 나을지도 몰라. - P58

자신에 대해 실컷 웃을 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많은 것이 들어 있을 게 분명하다. - P63

하지만 그는 그런 행동을 아주 태연스럽게 했고, 누구나 알고 있듯이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든 태연스럽게 하면 신사다운 행동으로 평가한다. - P65

우리는 이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매우 잘못 생각해온 것 같아. 여기 지구상에서 소위 그림자라고 불리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진정한 실체인지도 몰라. 우리가 영적인 것을 바라봄에 있어서 그것은 마치 굴조개가 바다밑에서 태양을 바라보며 흐린 물을 가장 맑은 공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을지도 몰라. 내 몸뚱이는 더 나은 내 존재의 찌꺼기일 뿐일지도 몰라. 원하는 사람은 내 몸뚱이를 가져가도 좋다. 맘대로 가져가. 이건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 낸터컷을 위해 만세 삼창! 구멍 뚫린 보트, 구멍 뚫린 몸뚱이는 언제든지 올 테면 와라. 하지만 제우스라 할지라도 내 영혼에 구멍을 뚫을 수는 없으리라. - P72

사람은 영혼을 감출 수 없다. 괴상하고 무시무시한 문신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순박하고 정직한 마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고, 크고 깊은 눈, 불타는 듯한 검고 대담한 눈 속에는 수많은 악귀와도 맞설 수 있는 기백이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 P87

그는 목성에라도 와 있는 듯 낯선 사람들 사이에 던져져 있었지만, 마음이 무척 편안해 보였다. 그는 완전한 평정을 유지했고, 자신을 벗 삼아 혼자 지내는 데 만족했고, 늘 자신을 감당해 나갈 수 있었다. 확실히 이것은 훌륭한 철학의 특징이었다. 퀴퀘그는 철학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을 테지만, 우리들 인간이 참된 철학자가 되기 우해서는 철학적으로 살거나 그렇게 살려고 애쓰는 것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누구가 철학자를 자처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소화불량에 걸린 노파처럼 위장을 망가뜨린 게 분명하다고 결론짓는다. - P88

숭배란 무엇인가? 나는 생각했다. 이슈메일, 너는 지금 하늘과 땅-이교도를 포함하여-을 주관하시는 관대하고 고결한 하느님이 하찮은 나무토막에 질투를 느낄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숭배란 무엇인가? 이웃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이웃에게 해주는 것-그것이 신의 뜻이다. 이제 퀴퀘그는 내 이웃이다. 나는 이 퀴퀘그가 나한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가? 나와 함께 장로교회의 특정한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그의 예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상 숭배자가 되어야 한다. - P90

‘더욱 아늑하게‘라는 말을 쓴 것은, 몸의 따뜻함을 즐기려면 몸의 일부가 추워야 하기 때문이고, 이 세상의 모든 특성은 비교에 의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면에서 편안하다고, 오랫동안 그래왔다고 으스대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편안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 P92

영혼이란 수레의 다섯 번째 바퀴와 같은 거니까. - P136

사람은 무언가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더라도 거기에 벌써 깊이 말려들어가 있으면 무의식중에 자기 자신에게도 그 의심을 은폐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있다. - P142

내가 죽을 때, 내 유언 집행인ㄷㄹ,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빚쟁이들이 내 책상 속에서 귀중한 원고를 발견한다면, 나는 모든 명예와 영광을 포경업에 돌린다고 여기서 미리 밝혀두겠다. 포경선은 나의 예일 대학이며 하버드 대학이기 때문이다. - P158

근육은 두 번 구운 비스킷처럼 단단해서 열대지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격으로 보였다.......피부에 빈틈없이 감싸인 몸은 내면의 건강과 힘으로 방부 처리되어, 마치 이집트의 미라가 되살아난 것 같았다. - P159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절대로 태우지 않겠다."고 스타벅은 말했다. 이 말은 가장 믿을 수 있고 쓸모있는 용기는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그 위험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나온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휠씬 위험한 동료라는 뜻이기도했다. - P160

낮은 그렇게 매력적이고 밤은 그렇게 유혹적이어서, 잠을 언제 자는 게 좋을지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 P173

이 고귀한 야만인은 공기 중에 충만해 있는 정기를 잔뜩 먹고 마시고, 그 넓은 콧구멍을 통해 세상의 숭고한 생기를 들이마시고 있었을 것이다. 거인들은 쇠고기나 빵으로 만들어지거나 키워지지 않는다. - P203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태양이라도 공격하겠어. 태양이 나를 모욕할 수 있다면 나도 태양을 모욕할 수 있을테니까. 질투가 만물을 지배하니까. - P217

아아, 충고와 경고여! 너희는 왜 오자마자 떠나버리는가? 왜 좀 더 머물지 않는가? 하지만 그림자들이여! 너희는 경고라기보다 예언이다. 외부에서 오는 예언이라기보다 내부에서 미래를 향햐는 확신인 것이다. 외부에는 우리를 제약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우리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내적 요구가 여전히 우리를 몰아대기 때문이다. - P218

그들은 화약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개미탑처럼 내 앞에 서 있고 나는 그들에게 불을 붙이는 성냥이었다고. 오오, 남들을 불타오르게 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남에게 불을 붙이려면 성냥 자체도 파괴되어야 한다. - P222

소문이 매달릴 만한 현실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어디에나 소문이 퍼진다. - P236

그의 찢긴 몸에서 나온 피는 영혼으로 흘러 들어갔고, 깊은 상처를 입은 영혼에서 나온 피는 그의 육신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섞인 피가 에이해브를 미치게 했다. - P242

그들은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살면서 날씨의 변덕을 들이마신다. 따라서 멀리 떨어져 있고 무익한 대상을 계속 추적할 때는 그 목적이 아무리 생명과 열정을 약속한다 해도 그때그때 흥미를 느끼고 몰두할 수 있는 일감을 그들에게 제공하여 최후의 돌진에 임할 수 있는 힘을 유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 P274

그의 두 눈은 두 개의 정확한 나침반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이는 두 개의 바늘 같았다. - P286

파도는 성난 뱀들이 목을 빳빳이 세운 것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쉿쉿 소리를 내고 있었다. - P289

세계 일주! 그 말에는 자랑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담겨 있지만, 그 모든 세계 일주 항해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세계를 한바퀴 도는가? 세계 일주는 단지 숱한 위험을 겪고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우리가 안전한 출발점에 남겨두고 떠난 사람들은 그동안 내내 우리 앞쪽에 있었다. - P303

바다와 육지를 둘 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와 기묘하게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가? 섬뜩할 만큼 무서운 이 바다가 푸른 초목이 무성한 육지를 둘러싸고 있듯이, 인간의 영혼 속에는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 찬 외딴 섬 타히티가 있고, 더구나 그 섬은 절반밖에 알려지지 않은 삶의 공포에 둘러싸여 있다. 신이 그래를 지켜주시기를! 절대로 그 섬에서 떠나지 말라! 일단 떠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테니! - P347

작살 던지기에서 최대의 능률을 올리려면 이 세상의 모든 작살잡이들은 힘든 일을 하다가 작살을 던지지 말고, 빈둥빈둥 놀다가 벌떡 일어나 작살을 던져야 한다. - P362

오오, 인간들이여! 고래를 찬미하고, 그들을 본받아라! 그대들도 얼음 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해라. 그대들도 이 세상의 일부가 되지 말고 이 세상 속에서 살아라. 적도에서는 시원하게 지내고, 극지에서도 피가 계속 흐르게 하라. 오오, 인간들이여! 성베드로 대성당의 거대한 돔처럼, 그리고 고래처럼, 어떤 계절에도 그대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라. - P383

다만 대부분의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샴쌍둥이처럼 결합되어 있을 뿐이다. ...... 내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밧줄의 한쪽 끝뿐이라는 사실이다. - P396

오하이오 주의 어늘 벌꿀 채취자가 속이 빈 나무의 아귀 속에서 꿀을 찾다가 구멍 속에 꿀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 깊이 몸을 들이미는 바람에 꿀이 오히려 그를 빨아들였고, 그래서 그는 꿀로 방부 처리된 채 죽고 말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꿀이 가득 든 플라톤의 머리에 빠져 거기서 감미롭게 죽어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 P423

생각해보라, 고래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슨 말이든 더듬거려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생각이 깊은 존재치고 이 세상에 할말이 있는 경우는 내가 알기로는 거의 없다. - P452

나는 고래를 모른다.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고래의 꼬리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머리를 알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고래는 얼굴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고래의 얼굴을 알겠는가? 고래는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대는 내 뒷부분인 꼬리는 보겠지만, 내 얼둘을 보지는 못할 거라고. 그런데 나는 고래의 둣부분인 꼬리조차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니, 그가 제 얼굴에 대해 어떤 암시를 주더라도 나는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고래에겐 얼굴이 없다고. - P460

바다는 조롱하듯 그의 유한한 유체만 물 위에 띄웠고, 영훤한 영혼은 익사시키고 만 것이다. - P501

영원히 경뇌유를 쥐어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되풀이된 경험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경우든 자기가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결국에는 낮추거나 어떤 식으로든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행복은 결코 지성이나 상상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내나 연인, 침대, 식탁, 안장, 난롯가, 그리고 전원 등에 있다. 나는 이제 이 모든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기름통을 영원히 쥐어짤 준비가 되어 있다. 어느 날 밤 나는 환상의 상념 속에서 낙원의 천사들이 제각기 손을 경뇌유 통 속에 넣은 채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 P504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세상에 청하는 자는 수고에 비해 얻는 것은 보잘것 없다. 세상은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519

책이 어디 갔지! 아, 너 거기 있었구나. 사실 너 같은 책은 항상 자기 위치를 알아야 돼. 너는 사실 있는 그대로를 말할 뿐이지만, 우리는 거기에 생각을 공급하지. - P520

태양이 아무리 즐겁게 건초를 말리고 추수철에 둥근 보름달이 조용히 심벌즈를 울려도 신들이 항상 즐거워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이미에는 지울 수 없는 슬픈 반점이 태어날 때부터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이를 새긴 신들의 슬픔을 나타내는 흔적일 뿐이다. - P555

토성의 위성들 사이에 술탄처럼 앉아서 인간을 고도로 추상회된 개념으로만 바라보라. 그러면 인간은 참으로 경이롭고 위대하며 비애 자체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지점에서 인류를 집단으로 바라보라. 그들은 대부분 쓸모없는 복제품으로 보인다. 도잇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과거와 현재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다 엇비슷한 복제품 같다. ‘피쿼드‘호의 목수는 아주 비천한 신분이어서 고상한 추상 개념 따위는 갖추고있지 않았지만, 결코 쓸모없는 복제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이 무대에 친히 등장하게 된 것이다. - P557

텅 빈 선체는 발밑에서 메아리를 쳤기 때문에 텅 빈 지하묘지 위를 걷는 것 같앗고, 공기로 가득 찬 유리병처럼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배는 저녁도 먹지 않고 아리스토텔레스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찬 학생처럼 위쪽만 무거워졌다. - P569

제왕처럼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은 신부를 신랑에게 넘겨주듯 부드러운 하늘을 대담하게 굽이치는 바다에 넘겨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띠를 두른 듯한 수평선이 아련히 떨고 있는 것은 가련한 신부가 신랑에게 젖가슴을 내주면서 애정과 신뢰와 불안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의 고동을 나타내고 있었다. - P641

에이하브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 그저 느끼고 느끼고 또 느낄 뿐. 그것만으로도 인간에게는 충분히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야. 생각하는 건 무례한 짓이지. 오직 신만이 생각할 권리와 특권을 갖고 있어. 생각하는 것은 냉정함과 침착함이고, 또 그래야 해. 그런데 우리의 가련한 가슴은 고동치고, 우리의 가련한 뇌는 생각하기에는 너무 심하게 맥박 치고 있어. - P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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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명리 인문학 - 사람과 운명과 극복에 관한 통찰
김동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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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은 평탄한 길에서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다. 험난한 길을 넘어갈 때 땡그랑 맑은 소리를 낸다. 도미히로의 말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의 방울을 달고 살고 있을 것이다. 그 방울 소리가 마음속에 은은하게 퍼지는 사람도 있고 그 소리에 굳게 닫힌 마음을 더 세게 닫는 사람도 있으리라. - P28

적합한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정, 사회, 국가 등은 개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올바르게 자리 잡아 다툼, 부조리, 불의가 없어야만 제 운명을 올바르게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계급사회, 독점사회에서는 아무리 사주가 좋아도 삶이 어렵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운명학은 비로소 제 꽃을 피울 수 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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