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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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찬사가 넘쳐나길래 큰 기대를 갖고 읽음. 역시 기대는 저버리라고 있는 것임을 확인함. 포우같은 긴장은 없고 포와로나 셜록보다 치밀하지 않으며 미야베 아유키처럼 심장이 쫄깃하지도 않다. 10년전보다 지금은 CSI와 의학드라마가 넘쳐나서인지도 모르겠다. 후속시리즈는 안 읽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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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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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전은 실제로는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은 것 같은 책이다. 오랜 세월동안 여러 곳에서 이야기되고 변형되다보니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나 구전 동화처럼 내가 다 아는 줄거리 같다. 디테일을 얘기하다 보면 , 그게 그런 내용이었나?“ 하게 되고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네.“ 라며 양쪽 어깨를 그저 으쓱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20살의 장미처럼 순백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이 너무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어느 화가는 커다란 캔버스에 그를 그렸다. 청년의 초상을 본 화가의 친구는 간직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 중 하나인 젊음의 한가운데에 있는 청년이 머지않아 세월에 굴복하여 추악한 인형으로 쇠퇴할 것을 안타까워했다. 화가의 친구 말에 어느 순간 동의해버린 청년은 이 특별하게 젊은 순간의 그림이 그 대신 나이를 먹는다면 기꺼이 영혼이라도 내어줄 것을 고백해버렸다. 그렇게 해서 6월의 특별한 젊음을 가졌던 초상화는 세월을 먹게 되고 청년은 소멸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청년은 도리언 그레이, 어느 화가는 바질 홀워드, 화가의 친구는 헨리 워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초상화에 젊음을 대가로 영혼을 판 도리언 그레이는 꿀에 취해 꿀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파리처럼 감각과 쾌락을 숭배하며 낮에는 믿기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밤에는 있음직하지 않은 일들을 실천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럴수록 청년의 영혼을 받은 초상화 속의 청년은 노화의 징후인 주름과 함께 감각과 쾌락의 찌꺼기인 죄악의 징후까지 드러나게 되었다. 부도덕과 타락 속에서 허우적대던 도리언 그레이는 죄악으로 물든 자신의 양심인 동시에 인생을 더럽힌 아름다움과 젊음을 파괴하여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자 칼로 자신의 초상화를 베었다.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징후와 노후의 징후가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난 도리언 그레이가 온몸이 피로 물들어 쓰러졌고 순백의 영혼을 되찾은 초상화는 그 앞에서 장미의 순백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위의 줄거리로 인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내게 고전소설의 전형적인 정의를 확인시켜주었다. 처음으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제대로 읽어보았더니 역시나 이미 알고 있던 내용 그대로이다. 줄거리 면에서는 디테일로 들어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네.” 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알고 있던 내용 그대로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유미주의자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유미주의자인 작가의 정신과 사상이 그대로 녹아있다. 작가가 추구하던 사상과는 별개로 어쨌든 이 작품은 청춘의 순간을 향락과 쾌락으로 채우고 난후 아름다움은 가면에 불과했고 젊음은 조롱과도 같았던 것임을 말하면서 왜 청춘의 제복을 이다지도 입으려고 했는지에 대해 후회하는 도리언 그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도리언 그레이는 소설 막바지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선행을 시작하면서 헨리의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 (이 부분은 오스카 와일드가 평소의 소신(헨리의 말을 통해 본 유미주의적 소신)을 당시 영국 사회의 대세적 여론와 적당한 타협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도리언 그레이에게 영혼을 팔도록 영향을 끼치고 방관한 인물로 화가의 친구 헨리가 소설 속에 등장한다. 소설에서 대사의 대부분은 헨리의 것으로 7할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소설의 결말로 보자면, 헨리의 아름다움과 쾌락에 대한 생각은 결국 도리언의 인생을 실패로 만들었고 죄를 범하게 했다는 것이며 도리언은 죄를 범할 때마다 즉각적인 처벌을 받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성과 교육에 의하여 내 머리는 소설의 결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이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소설을 읽는 내내 초반부터 등장하는 헨리의 생각에 나는 많은 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었다. 소설의 결말은 타당해보이지만 그래서 뭐가 잘못됐지? 누가 잘못된 거란 말이지?’라고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헨리의 생각은 대강 이러하다.

세상에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나쁜 건 단 하나뿐일세. 그건 남의 입에 전혀 오르내리지 않는 거라네.”

나이 든 주교는 그가 열여덟 살 청년일 때 들은 말을 계속 되풀이하니까 당연히 그는 항상 기쁨이 넘치지.”

우리가 모두 과도한 교육을 받느라 고통을 무릅쓰는 것은 바로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에서 우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어리석은 희망에 따라 더 오래 지탱할 수 있는 뭔가를 찾으려 하는데 그래서 우리 머릿속을 온갖 쓰레기와 사실들로 채운다네.”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유인 셈이라오.”

사회의 공포는 도덕의 기초인데 그것은 신에 대한 공포가 종교의 비밀인 것과 같다.”

세상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충만하고 온전하게 살려고 한다면, 자신의 모든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고, 모든 생각을 표현하고, 모든 꿈꾸는 것을 실현해야 한다고 믿어요.”

감각만큼 영혼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건 없다오. 영혼만큼 감각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것처럼.”

젊은 시절에 그 젊음을 만끽하시오. 지루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느라 황금 같은 시절을 허비하지 마시오. 젊음은 되찾을 수 없는 것이라오.”

도대체 누가 인간을 이성적인 동물로 정의했는지 궁금하군. 인간은 여러 속성을 지녔지만 결코 합리적이지 않아.”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일은 대단히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가 있다네.”

남자가 결혼하는 이유는 피곤하기 때문이며 여자가 결혼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네. 피차 실망할 뿐이야.”

충실함 속에는 소유에 대한 욕구가 감춰져 있지. 혹시 남들이 집어 갈 거라는 걱정만 없으면 우리가 스스로 내팽개칠 것들이 많이 있다네.”

우리가 타인을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염려하기 때문이네.”

사람들은 자신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상대에 대해서만 항상 친절할 수 있다네.”

무슨 일이든 너무 자주 반복하면 쾌락이 된단 말일세.”

 

직설적이고 도덕적으로 그릇된 말들일지는 몰라도 인간 내면 깊은 곳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결과적으로 헨리는 나쁜 사람이지만 부분적으로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헨리는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인생의 큰 기쁨으로 여겼고 그 대상이 도리언 그레이였다. 20살이나 된 도리언은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고 헨리의 말과 생각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았다. 도리언은 말미에 그가 말했던 거처럼 인생에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할 때마다 합당한 처벌을 받았어야했다. 아름답다는 이유로 부자라는 이유로 도리언은 쉽게 용서를 받았다. 그 결과,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도 화가 바질도 화가의 친구 헨리까지 인생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겪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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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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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은 명성을 얻으려고 무엇이든 하지. 그러면서 명성을 얻고나면 그걸 즉시 내팽개친단 말이야. 그건 어리석은 짓일세. 왜냐하면 세상에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나쁜 건 단 하나뿐이니말일세. 그건 남의 입에 전혀 오르내리지 않는 거라네. - P45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에게 자신의 고유한 영혼을 강요하는 것이니까. 결국 그는 자기 본래의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든지, 자기 본래의 열정을 불태우지 못하게 되죠. 그의 미덕은 그 자신에게는 진정한 것이 아니게 되고요. 그의 죄악조차, 만약 죄악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면, 빌려온 것이 되는 셈이지요. 그는 다른 누군가의 음악에 맞춰 메아리를 울리게 되고, 자신을 위해 쓴 것이 아닌 대본에 따라 연기를 하게 되니까요. 인생의 목적은 자기계발이거든요.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유인 셈이라오. - P67

감각만큼 영혼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건 없다오. 영혼만큼 감각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것처럼. - P71

아, 젊은 시절에 그 젊음을 만끽하시오. 지루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느라 황금같은 시절을 허비하지 말라고요. - P74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일은 대단히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가 있었다. 다른 어떤 활동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영혼을 우아한 형태로 내비추어, 상대에게 잠시 머물게 하는 일, 자신의 지적인 견해가 열정과 젊음의 악곡을 덧붙여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듣는 일, 자신의 성품을 묽은 액체나 낯선 향기라도 되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실어 나르는 일, 그 속에는 진정한 기쁨이 깃들어 있었다. - P93

한때의 젊음을 되찾으려면 그때의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기만 하면 되지요. - P100

우리가 남들에 대해 좋게 생각하기를 바라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네. 낙관주의의 밑바탕에는 끔찍한 공포가 깔려 있거든. - P149

사람들은 자신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상대에 대해서만 항상 친절할 수 있으니 말일세. - P185

쾌락주의의 목표는 진정 경험 그 자체여야지, 그 맛이 쓰든 달든 간에 경험의 열매가 되어서는 안된다. - P228

여자는 운을 시험하고 남자는 운을 무릅쓴다. - P293

그의 모든 실패는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죄를 범할 때마다 확실하고 즉각적인 처벌을 받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처벌은 정화가 뒤따르기 마련이었다.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가 아니라, "우리의 불의를 벌하여 주옵시고"라고 하는 것이 의로운 신에 대한 인간의 기도여야 했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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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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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님에게,

어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실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 내용이 자꾸 줄어들어서 책장을 넘기는 손이 자꾸 떨렸습니다. 빨리 줄거리를 알고 싶고 끝까지 다 읽고 싶지만 읽을 분량이 줄어들어서 슬픈 느낌, 아시죠? 더불어 안타까운 제 마음을 제 뇌와 손이 알맞게 표현할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슬픔이 또 나를 덮치네요. 이래 저래 우울하네요.


하지만, 들꽃님에게 오늘 내 이런 우울감을 투정부리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에요.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글을 씁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알게 해 주어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이 책은 2020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넘버 1이 될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책의 주인공인 줄리엣 흉내를 내어 이런 서간체 글을 다 쓰기까지 할까요? 실은 저는 오글거리는 것을 못 견뎌해서 평소의 나라면 이렇게 쓰지 못할텐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다 읽고는 서간체의 글을 쓰지 않고는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았아요.


처음에 책 제목을 들었을 때는 건지 감자껍질이라고 해서 - 감자껍질 말린 것으로 만든 파이라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건지가 섬이름이었네요! 세상은 참, 아니 살면 살수록 '나는 참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건지 섬만 하더라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 아니겠어요? 반백년을 살면서 나름 좀 배운 사람이고 책 좀 읽은 사람인 척 행세를 하기도 했는데 정말 부끄러웠어요. '정말 겸손하게 행동해야지!'하고 다짐하지만 이 다짐이 그리 오래 갈 것 같진 않아서 걱정되기도 하네요.


이 책의 저자 메리 앤 셰퍼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저자는 7년에 걸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책이 저자의 유일한 작품이라죠? 우연한 기회에 건지 섬을 알게 되고 자료를 수집하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7년을 거쳐 이야기를 완성했다는데,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자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 작품을 7년씩이나 다듬어야 하는 작가의 신세에 무섭기도 해요. 왜냐하면 저는 금방 성과를 보아야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나의 아야기에 꽂히면 그것만 생각하고 빨리 쓰고 깊은 고민도 없이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랬다가 칭찬을 덜 받으면 금세 풀이 죽어서 혼자 방구석을 긁고 있구요. 구상부터 마무리까지 꼼꼼히 7년을 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알게 되어서 행복했지만 그래서 한편으로 조금 우울했어요. 자신감도 없어지구요.

책을 보면 작가가 7년씩이나 걸린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주요 등장인물만 15명정도 되잖아요? 근데 그 사람들 모두 다 내 주변에서 한 번쯤은 만난 실재하는 사람들 같아요. 캐릭터가 하나같이 다 살아있구요, 인물들 마다 개인 역사가 다 있잖아요? 캐릭터 창조에만 3년은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책에서 다루어진 책들도 그래요. 이렇게 자유자재로 다룰려면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할 것 같은데,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물론 저자는 책을 쓰려는 목적만으로 책에 나온 도서를 읽지는 않겠지요.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하면서 꾸준히 많은 책들을 읽고 저자만의 기억저장 장치속에 보관을 해두고 있었을 테지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은근한 로맨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손끝이 짜릿해져왔어요. 어릴 때 하이틴 로맨스를 많이 읽어서 그럴까요? 아님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봤을까요? 고백하지면 저는 로맨스가 좋아요. 특히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나오는 것 같은 은근하고 약간은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로맨스가 더 끌려요. 그래서 이 책이 더 제게 감동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한동안은 모든 글을 서간체로 쓰고 싶어 질 것 같아요. 남 흉내만 내어서는 안되는데, 지금 이 문체도 줄리엣의 것이라는 거 혹시 눈치채셨나요? 그랬더라도 그냥 모른체 해주세요. 칭찬도 부족한데 비평부터 받으면 또 슬플 것 같아요.

아무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만나게 해 준데에 대해 다시금 감사를 드리며 이만 두서없는 글을 마칠께요.

햇살이 너무 좋아요. 빨리 같이 얼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hikelly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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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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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 P22

제가 보기에 그는 말을 아낄수록 더 많은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찬탄하는 문장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 바로 이겁니다.
독일군이 상륙하던 날에도 이 문장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들을 실은 비행기가 연달아 오고 부두에도 배가 쏟아져 들어오는 걸 바라보던 그때 말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빌어먹을 놈들, 빌어먹을 놈들‘하고 속으로 되뇌는 것뿐이었습니다.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라는 문장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가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심장이 신발아래로 가라앉듯 축 처져 있을 게 아니라요. - P99

나는 죽은 작가가 쓴 책은 읽지 않아요. 결코. 대신 내가 직접 쓴 작품을 읽지요. 나는 요리책을 쓴답니다. 감히 말하건대 제아무리 찰스 디킨스가 쓴 글이라 해도 내 책만큼 많은 눈물과 비애를 이끌어내진 못해요. - P159

엄청난 슬픔이 노아의 대홍수처럼 나의 세상을 휩쓸어버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가이 걸리겠죠. 그런데 벌써 물 의로 솟은 작은 섬들이 있네요. 희망? 행복? 뭐 그런 것들로 부를 수 있겠죠. 당신이 의자 위로 올라서서 부서진 건물 더미를 애써 외면한 채 반짝이는 햇빛을 받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답니다. - P162

위즈워스가 그에게 자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힐난했을 때도 찰스 램은 이렇게 썼답니다.
‘내게는 숲과 계곡을 향한 열정이 없어. 내가 태어난 방, ㅍㅇ생 내 눈앞에 놓인 가구, 충직한 개처럼 어디든 나를 따라다니는 책꽂이와 낡은 의자, 오래된 거리, 햇볕을 쬐던 광장, 예전에 다닌 학교...... 이래도 자네의 ‘산‘이 없다고 해서 내게 열정ㅇㄹ 불태울 대상이 부족해 보이는가? 나는 자네가 부럽지 않아. 오히려 가엾게 여기지. ‘마음‘만 있다면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정년 몰랐단 말인가.‘ - P179

옥시 새로운 누군가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갑자기 어디를 가건 그 사람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알아챈 적이 있나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고 나와 친한 심플리스 목사님은 은총이라 하십니다. 목사님의 설명을 빌리면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너지를 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 P180

세네가가 이런 말을 했지요.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 P233

도시는 마음만 먹으면 천사를 설득해 천국에서 나오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 P309

이야기의 유일한 단점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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