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공식 -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1. 도대체 어떻게 아는거지?

 

며칠 전 우편물 뭉치 속에서 자주 가는 마트에서 보낸 정기우편 하나를 받았다.

보통 정기 우편 속에는 현금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쿠폰들과 할인 쿠폰, 행사안내들이 차곡차곡 들어있곤했다.

때때로 요긴하게 쓰이기도 하는 쿠폰들이다. 할인 쿠폰들을 살펴보다 '어라?' 하며 눈여겨 보게 된다.

"*** 님 맞춤 할인 쿠폰" 이라고 쓰여진 쿠폰들이 눈에 들어온다. 늘 사 오는 두부며 계란 어묵 등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2주전쯤에 입맛에 딱 맞는 스파게티(반조리)를 발견하고 두번인가 연속으로 산 기억이 있다. 맞춤 할인 쿠폰 속에 그 스파게티가 있다. 안그래도 주방세제가 떨어져서 사와야지 마음 먹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주방세제 할인쿠폰도 있다.

혹시 모두 똑같은 쿠폰을 보내놓고 이름만 맞춤쿠폰인것 아닌가 싶어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쿠폰 목록을 읽어보라했다. 그 친구는 계란 알러지가 있어서 계란을 거의 사지 않는다. 계란 쿠폰은 없다. 어른들을 모시고 살다보니 어르신들 주전부리를 자주 사곤했나보다. 옛날과자 할인쿠폰이 있다고 했다.

 

신기했다. 이걸 어떻게 하는걸까? 잠깐 생각해보니..마일리지 카드가 있었다. 계산을 할 때 제시하는 마일리지카드..아마 그곳에 언제 무엇을 샀는지가 기록될 것이고 그 정보들이 모여지고 분석되어 나의 소비패턴과 소비재의 구입주기를 예상하는 것이겠거니 한다. 무수히 많은 정보들 속에서 이런 소소한 정보들이 이루는 '개인', 혹은 '대상'에 대한 분석과 예상이 생각보다 예리하고 다양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개인의 성향과 정보들이 숫자화되고 분석되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나게 되는 것..그것으로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축복이며 발전의 결과물이라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2. 알고리즘의 세계

 

책에서는 다양한 예시들을 통한 알고리즘의 허와 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글의 이야기와 영화의 이야기와 다양한 인문학자들의 논제들이 제시된다. 알고리즘이란 것이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다. 단 한번이라도 검색창을 이용하여 자동검색기능을 사용해 보았다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알고리즘이란 상당히 편리한 구조임에 틀림없다. 다양한 자료들을 단순화,객관화 수량화해서 분류하고 때로 통제도 하게 된다. 부적절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혹은 정치권에서 탐탁치 않아하는 이슈들로 이루어진 트위터에서의 # 같은 것들은 타임라인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추어지고 제지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일의 처리와 실행 뿐 아니라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가.

그럴 수 있다.

우리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를 기억한다. 일어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사전 예방. 영화는 전적으로 알고리즘에만 의존했다기보다 음모와 초인간적인 부분까지 담고 있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였으나..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현실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알고리즘을 통해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어지고 매단계에 맞게 관리되어지고 또는 감시되어지는 것을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조작되어지고 통제되어지며 '나' 아닌 '나'를 강요당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니 살짝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보니, 무엇 하나라도 정확히 계산되어진 것을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과정에서 알고리즘은 더욱 세분화되어지고 다양화되어진 채 작용하고 있는것일테지.

 

#3. numbers

 

미국 드라마 '넘버스'라는 것이 있었다. 천재 수학자가 범죄를 소탕해가는 이야기.

범죄자의 정보를 이용해 그의 동선을 파악하고 다음 목적을 계산해내는 것. 칠판에 현란한 수식을 적어내며 수학자는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소린지 잘 모를때도 많지만, 어쨌든 범죄자는 그의 수식 속에서 정확히 찾아지고 소탕된다.

프로파일링인가? 잠시 의아해했었다. 범죄자의 패턴과 개인정보들을 수량화해서 찾아내는 과정에 주인공은 '알고리즘이 완성되었다'라는 말로 사건이 해결되고 있음을 늘 암시한다.

그 알고리즘. 뭔가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고, 뭔가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내 주위에서 수없이 동작하고 있는 것이었다는 것이 좀 의외였다.

 

는 수집되고 분석되고 재조합되는 '나'를 상상해본다. 뭔가 인간적이지 않아보이기는 하지만..어찌할텐가..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테니 말이다.

 

#4 몇가지 재미난..

 

 

선뎀의 유명인 결혼 공식이다. 개그콘서트의 한 대목을 보는 듯했다. 사랑도, 애정도 알고리즘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

 

 

 

산업시대의 공장 노동자들이 철제 감옥에 갇혀 있었다면, 오늘날 탈산업정보 기업의 많은 노동자들은 벨벳 골드마인에 거주한다...이 작업장에서는 자아실현, 명성, 집단 정체성, 인간관계, 지적 쾌락등의 추구가 새로운 매체 상품의 생산을 추동한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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