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카시오페이아는 의자에 앉아 거꾸로 매달리는 벌 을 받았고 그대로 별자리가 되었다고 그랬잖아. 근데 우 주에도 위아래가 있나? 우주에도 거꾸로가 있어?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승호가 물었다. 어릴 때는 밤하늘이 마냥 천국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저곳에 지옥도 섞여 있는 것 같다고 제야는 생각했다. 

 처음에 개똥무덤이라고 나오잖아. 개똥벌레는 개똥벌레지 반딧불이가 아니라니까.
너는 개똥벌레가 뭔지도 모르면서.
너도 모르잖아.
난 알아. 울다가 잠드는 벌레는 다 개똥벌레지. 

가끔 아저씨가 별로라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뭐든명성이나 돈이나 그런 걸 기준으로 좋다, 나쁘다 말하는것 같을 때. 근데 사실 안 그런 어른이 어디 있나. 우리 엄마도 아빠도 그러는데. 어른만 그런가. 내 친구들도 그러는데, 나라고 안 그런가. 나는 안 그러고 싶다. 안 그러고싶다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정말 괜찮다고 또 거절해야 했다. 어른한테 싫다고 말하는 건 왠지 무례한 것 같아서 괜찮다고말하는 건데 생각해보면 아저씨 아닌 다른 사람들도 자주 그런다. 거절인지 모르고 같은 말을 계속하고, 괜찮다.
고 대답하다보면 나는 점점 안 괜찮아지고, 

싫다고 말해봐. 싫어. 싫다고 말해봐. 싫은데,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계속 웃었다. 여기에 싫다.
는 단어를 계속 쓰다보니까 싫다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단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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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일기를 쓸 때 제야는 단어의 한계를 답답해했다. 단어들은 너무 납작하고 단순해서 진짜 감정의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바람이나 햇살, 풍경과 냄새를 표현할 때도 궁핍했다. 입체를 평면에 구겨 넣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게 꼭 사과해야 할 사람은 사과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사과를 하고그런다. 동우는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결국 쓰지 못했다

제야는제니가 부러웠다. 글을 잘 쓰는 제니도 부러웠지만, 싫어요‘라고 말하는 제니가 더 부러웠다. 어른들은 제야를 보고 만이라서 의젓하다고 했다. 제니에게는 막내라서 철이 없다고 했다. 제야는 그런 식의 구분이 싫었다. 그런 말로자기를 싫어요‘라는 단어에서 멀리 떨어트려놓는 것만같았다.

일어난 일은 종이가 아니니 찢어도 태워도 없어지지 않고 없던 일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없애버리고 싶었던 일로 만들고 싶은 건 엄마도 아빠도 마찬가지인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내게 모든 걸떠밀고 나를 없애버리고 있다. 지금의 나를 쓰레기로 만들어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다 나를 위해서라고, 내 미래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찢어버리고 싶은 건 내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찢어지고 있다. 

어째서 당하고만 있었는지. 어째서 부끄럽지 않고 고통스러운지. 당신들이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 설명을 요구하는 그 모든 의심들, 설명해봤자 핑계나 변명으로 듣는 걸 알아. 어째서 내가 변명을 하나. 변명은 가해자가 하는 것 아닌가. 당신들에게 나는 가해자인가..
나는 부끄럽지 않다. 그건 내 감정이 아니다. 내겐 아무잘못이 없다. 아무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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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그녀는 자기 거울을 아프로디테에게 바쳤다. ˝나 자신을 지금 모습대로 보고 싶지 않지만 과거 모습대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짧은 인생은 자연이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이라는 대 플리니우스의 말이 전혀 놀랍지 않다. 정신과 신체의 기능 쇠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살아도 산다‘고 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로마에 항상 일거리가 있긴 했어도, 최저생활 수준으로 사는사람들은 육체적으로 또 아마도 정신적으로 상당한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온갖 위험한 장소에서 날이 좋거나궂거나 고된 노동에 시달렸으니 상해 및 사망률이 오늘날 기준으로 봤을 때 그야말로 아주 높았을 터이다. 

아테네에서 공직은 30세를 넘긴 모든 성인 남성에게 열려 있었고 최종 임명은 추첨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공직자로 이름을 올리기에 앞서 수많은 질문에 답변해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부모님을 잘 모시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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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는 편지 말미에 훗날 세상을 파괴할 대재앙을 빼어나게 묘사한다. 그렇게해서 세상은 스스로를 새롭게 하리라는 것이었다. 세상도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 큰 위로가 있겠는가? 

키케로의 슬픔이 온통 그의 딸만을 향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할 듯하다. 그는 죽은 외손자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호메로스는 종종 노년을 ‘혐오스러운‘, ‘비참한, 가혹한‘ 이라는 말로 묘사했다. 청년기의 달콤한 아름다움이나 순수성과 대조되는 노년기의 신체 상태, 그리고 이 시기에 당할 수 있는 참혹한 일들 두 가지 모두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시인 호라티우스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이 흔히 보이는 능력의 종류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년은 행동하고, 전성기의 사내는 논의하며,
노인은 기도한다.˝ 결국 노인이 할 수 있는 기여라곤 기도가 전부였던 셈이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역사가 타키투스는 어느 도시를 습격한 군인들의 행동을 이렇게묘사한 바 있다. ˝그들은 늙어빠져 죽을 때가 다 된 남녀들을 끌고 나왔다. 전리품으로는 가치가 없을지언정 한바탕 웃음거리로 삼기엔 충분했으니까.˝

따라서 평온한 삶을 원하면 선한 사람이 되길 빌라, 행운의여신은 우리에게 줄 것이 없으니, 그녀를 신으로 만들어 천상 에 둔 것은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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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았고, 그들의 시선은 늘 확고하고 흔들림 없었다. 오늘날 우리를 겁에 질리게 만드는 노년과죽음에 관한 모든 문제들은 사실 이미 2천 년 전 그들이 다루었던 것임을 쉬이 확인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과연 현대인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능력이 있을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란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로마인들이 자기네만의 독특한 관습이라고 여긴 것 하나는파테르파밀리아스(paterfamilias) 즉 가장의 지위였다. 파테르파밀리아스는 초기 라틴어로 한 가정(familia)‘의 ‘아버지(pater)‘를 뜻한다. 로마인은 가장이 집안의 모든 사람과 물건에 대해 완전한 권리를 소유한다고 간주했다. 

고대 사회에서 유용한 구실을 못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었다. 

이렇듯 철학적인 말이 오가는 가운데 시인 호라티우스는 여르이 시작되면 발생하곤 하던 위험에 관해 가볍게 쓴 시구로 뭇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첫 무화과 열매가 맺히고 뜨거운 열기가
검은 옷의 장의사와 그의 수행단을 살찌우면,
모든 아버지와 애정 가득한 어머니는 행여 자식을 잃을세라 
얼굴이 창백히 질린다.

 그리하여 키케로가 (다양한 고대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제안한 전략들은 다음과 같다. 죽음을 전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는 크게 나쁘진 않은 것으로, 또는사실상 좋은 것으로, 또는 전적으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여겨야 한다. 그리고 애도는 정당하지도 않으며 의무적이지도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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