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실내에 앉아 있어도 놀라운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자판을 치고 있다(뭔가 구상중). 간만에 겨우내 꽁꽁 닫아두었던 앉아있는 의자 바로 옆의 커다란 창문을 열어놨고, 그 창으로 봄 햇살과 살랑대는 바람이 불어 들이온다. 기분이 좋아진다. 머리털부터 똥꼬까지 기분이 좋다. 드디어 몸속으로도 봄이 진입한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름다운 것은이상한 것인가. 이상하게 생긴 나비는 아름답다. 꽃 역시 마찬가지. 이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지녔지만 지세히 보면 이상하게 생겼다. 이상하고 낮선 구조를 가진 꽃들도 많다. 꽃과 나비가 만나는 일은 세상의 어떤 완벽한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완벽을 넘어서는 장면 같다. 아름다운 날갯짓을 하는 나비의 수명은 보통 2주 정도리고 한다.

나는 산과 논밭이 집보다 많은 한적한 지역에 살고 있으므로 이곳에서만나는 고양이들은 야생 고양이라고 칭하기로 한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길고양이라고 칭해지는 녀석들 말이다. 그들이 길에 있는 거 같지 않으므로 길고양이라고 부르기엔 뭣하다. 산고양이, 들고양이가 더 적합한용어이다. 

지렁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현자같이 느껴진다. 아마도 말이 없는 그 고요함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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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해결해야 될 일들이 밀리고 또 밀리면 일을 더 하기 싫어져 더 미루게 되어 실지보다 일이 더 많게 느껴지고 막 그렇게 되는데 정원의 잡초가 바로 그렇다. 

그래도 여러 가지 일들을 시간 속에 배분하면서 살려고 하는 편이긴 하다. 그 몇 가지의 일들은 각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되는 에너지의 종류가 다르고 그에 따라 임하는 자세도 다르다.
나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모든 일들이란 습관이 되면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몸과 마음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것이다. 그래서 현재 내가 택하고 있는 방법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를 2개로, 일주일도 2~3개로 쪼개는 것이다. 하루는 오전과 오후, 일주일은 실내 노동, 실외 노동의 날들, 하나 더 붙이면 노는 날 이렇게 말이다.

어떤 날, 생각한다. 나는 이 세상에 노동을 하려고 온 거로구나. 그러니까 너구리인가, 다람쥐인가. 틀림없이 고양이는 아닐 거야, 라고. 왜냐면 난 집사가 없잖아! 

추위가 시작되어 휘몰아쳐 일들을 하면 온몸이 쑤신다. 그래도 더 추운나 고생하지 않으려면 더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어느 정도 일들을 마치고 나면 겨울이 온다. 이제 견뎌야 하는 시절이 온 것이다. 

회갈색의 딱딱하고 생기 없는 땅 위에 선명한 연두색 반타원형 도형이솟아오른다. 바로 봄의 신호탄 상사화이다. 날이 따스해져 다른 초록색 식물들이 많아지면 금방 존재감을 잃게 되지만 이른 봄만큼은 상사화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인다. 그다음 주자는 지난 늦가을에 심은 마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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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내가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특별히 나쁜 땅은 없다는 거예요.이렇게 말하면 식상할 테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해요. 거기 들어가서누가사느냐 이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낙원은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요˝

그럼 그 땅에 가서 땅을 디뎌보세요. 그리고 느껴보세요. 뭔가 느낌이 올 거예요. 그럼 돼요. 그때 그 느낌이 바로 그 땅의 느낌이에요. 전 땅을 직접 보지 않고 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기도 당하는 거예요.˝ 

비와 눈과 바람을 막아줄 지붕과벽이 있고, 소박한 작은 네모난 창이 있는 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간다. 창밖엔 언제나 생경한,
내 것일 수 없는, 그래서 항상 신비로운 자연이 있다. 초록이 있고, 그것들은 숨을 쉬고 있다.

땀을 흘리며 잔디를 깔고 있을 때였다. 마을의 한 어르신이 지나가다 들어와 뒷짐을 지고 잔디를 까는 것을 구경하시다가 한마디 던지셨다.
˝아. 거 뭐하러 잔디는 까슈?˝
˝네? 아…… 네……… 그냥 … 예쁘라고요.˝ 
˝내 참, 거기에다가 고추를 심으면 고추가 몇 가마니 나올 텐데, 쯧쯧.쓸데없이.˝
그때야 뒤통수로 식은땀과 함께 한줄기 깨달음이 왔다. 왜 우리 시골마을에 잔디가 깔린 정원이 없는지.

그 꽃을 감상하려고 할 때 장마가 온다. 비를 맞아 커다란 머리가 하나둘쪼개져 떨어져내리는 것 같은 백합 꽃잎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처랑하다. 빗속에서 지는 꽃은 괜스레 너무 늦게 만난 인연 같은 안타까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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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에 관한 여러 이야기 가운데 특히 잊기 어려운 것은 그가. 관가에 붙들려 가 모진 고생을 겪은 끝에 불쌍한 죽음을 당한 아비의 관짝을 옆구리에 끼고 산으로 묻으러 가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임꺽정을 다룬 이야기 가운데서 아직까지는 가장 훌륭한 것으로 알려진 벽초의 소설 속에 나오는 대목이지만 그(임꺽정)의 힘, 그의 사람됨을 헤아리는 데는 더없이 적절한 대목이다. 그의 힘(아비의 송장이 든 관짝을 책보라도 끼듯 가볍게 옆구리에 끼었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의 천성 가운데 하나인생명 가진 것에 대한 거의 우악스럽다 할 사랑이 그 대목에서처럼 감동적으로 묘사된 곳은 벽초의 소설 안에서도 다른 대목에서는 결코 쉽사리 다시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죽음은 생명 가진 것에 가해지는 최악의 폭력이며 그것에 대한슬픔과 분노는 사람 목숨의 존귀함과 그것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최대의 표현인 것이다.

임꺽정 내가 빼앗은 재물은 모두 백성의 피땀을 짜내어 만들어 가진 재물이며 나는 그것을 빼앗아 본디 임자에게 돌려주었다. 내가 살상한 인명은 그러한 바르지 못한 재물을 가진 자거나그것을 지키려던 자들이다.

남치근 만일 사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어찌해서 네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느냐? 너는 나라의 행정을 믿지 않느냐?

임꺽정 믿지 않는다. 나라의 행정이 바로 그 모든 그릇됨의 근원이 아니냐. 그리고 나 혼자서 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한 일은 없다. 나와 뜻을 같이한 사람이 많다. 저기 죽어 넘어진 내 형제들이 모두 나와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임금이 만일 하늘이라면 어째서 눈 앞의 간신배도 가려볼 줄 모르며 백성 굶주리고 구박받는 사정도 모른단 말이냐. 그리고 하늘이 어디 소 잡는 놈 천대하고 갓 쓴 놈 우대하는 법 있더냐. 비 오면 소 잡는 놈도 비 맞고, 갓 쓴 놈도 비 맞지 않더냐.
또 어두우면 갓 쓴 놈도 더듬고 소 잡는 놈도 더듬지 않느냐.

 둘의 기운은 어느 쪽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으나 격국 일신을 버리고 싸우는 자에게 일신을 위해서싸우는 자가 마지막에는 견디지 못하였다. 꺽정이 피가의 두 무릎을 망가뜨려 놓았던 것이다.
꺽정은 도둑이 된 뒤로 이때처럼 슬퍼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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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까지 쫓아와 문을 두드리며 ˝레즈비언은 꺼져라!˝ 욕을 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나는 레즈비언이 아니야. I am not a…… 너는 왜 그렇게 생각했니? What made you………(사역 동사가 들어간 4형식 문장으로) 심각한위협 속에서도 성실하기만 했던 내가, 화장실에 앉아서 대답할 영어 문장을연습하는 동안 성질 급한 미군은 가 버리고 없었지만, 당시 내가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 공간에서 우리가 레즈비언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한 논점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그이름은 남성 중심적인 공간에서 지켜야 할 금기를 깬 여성들을 추방 시킬근거였을 뿐이다. 야한 차림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것, 여성이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그리고 말을 거는 것, 그것이 위배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실제로 외국의 현장 활동가 중에는 여성들을 구출하기 위해 남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남장을 하고 다니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생각하면 당시 나는 그들의 방식대로 친해지기‘ 라는 그들의 방식‘
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나치게 진지하기보다는 가볍게다가서기, 그들이 내게서 다름 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기대가 나의 신분을 의심하게 했던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그들은 나보다 삶에 대해 더욱진지한 사람들이고, 더 건강하고 더 수줍은 사람들이었다. 이미 그들의방식대로 행동하려는 나의 태도에는 편견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가 왜 그때 히스테리컬하게 결혼‘ 에 집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경찰에게서 조여 오는 신분 없음‘ 에 대한 추궁과 그에 대한 반향이었으리라. 우리에게 쏟아진 경찰들의 질책은 폭력 사건 자체가 아니었다. 적령기가 지난 여자가 남편 없음 으로 하여 보호자 없는 거리의여자‘로 취급되었고, 그들은 노골적으로 우리를 함부로 대했다. 수년간을학생 신분으로만 살아온 내게 그러한 대우는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일종의쇼크를 유발시키는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취조가 끝난 뒤로는 인터뷰를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풀려나면서 뒤늦게 와락 겁을먹은 것이었다.
우리의 당당함은 무력했고 초라하게 일그러졌다. 

없음과 있음. 그리고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겪고 맞부딪쳐야 하는 신분 없음‘ 에 대한 확인, 거리의여자로 취급된다는 것은 그런 것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위법한 존재인그 여성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이 경험으로 하여 나는 성 판매 여성들이 왜 그토록 남자에게 목숨을 거는지, 왜 착취적인 관계를 인식하지못하는지, 포주나 기둥서방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한 구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오버 차지는 금기를 묵인한 대가 같은 것이다. 내가 경험한 부당한 택시 요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우리‘ (나를 포함한 그런 여자)를 쓰레기같이 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여성에게 부과된 금기, 밤길을 다니고 야한 옷차림을 한 ‘공공의 성적 대상‘ 에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한 자신의 ‘선의‘ 와 자존심‘ 에 대한 대가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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