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은 바로 예수회였다. 흔히 ‘대항해시대‘라고 불리는 항로 개척은 예수회 선교사들이 활발히 이동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되었다. 상인들을 따라 선교사들, 특히 예수회가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들어갔다.
_ 한국인삼의 유럽 상륙 중 - P32
유럽은 중국과 접촉을 시작했을 때부터 중국의 약초와 다른 식물에 대한 정보를 원했다. 여기서 식물학이 왜 유럽 국가들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잠시 설명해야 한다. ‘신대륙‘과의 조우는 유럽에서 식물학 자체의 범위를 엄청나게 확장하게 만든 충격적 사건이었다. 황금을 찾아신 대륙에 다다른 에스파냐 사람들은 그곳이 금은보석뿐 아니라 값비싸고 유용한 약초의 보고임을 알게 되었다.
_.한국인삼의 유럽 상륙 중 - P37
곧 대부분의 마약류 식품들은 식민지가 된 멀고 낯선 땅에서 생산되기 시작한다. 케네스 포메란츠KennechPomeranz와 스티븐 토픽Steven Topik은 "이 이국적인 식물들의 묘목을 길러낸 식물원이야말로 유럽 제국주의의 전위부대였던 셈이다"라고 말한다.
_ 한국인삼의 유럽 상륙 중 - P38
시암의 대사가 루이 14세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인삼을 진상한 것이었다. 기록에는 인삼이 "잔캄Jancam"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선물 꾸러미에는 인삼과 더불어 "차를 우려내고 인삼을 익히기 위해 물을 데우는" 은주전자 하나와 중국의 다기도 들어 있었다.
_ 영국 왕립학회와 프랑스 왕립과학원의 인삼 연구 중 - P73
1716 년 인삼을 둘러싸고 세계사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사건이 일어났다. 북아메리카에서 ‘인삼-화기삼‘이 발견된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예수회 신부 자르투가 만주에서 인삼을 직접 본 뒤 작성한 보고서가 영국의 왕립학회 기관지 등을 통해 유럽에 널리 퍼져나갔다. 교단의 소식지로 그 기록을 접했던 프랑스 출신 예수회 신부 조제프 프랑수아 라피토Joseph François Lafitau, 1681~1746가 캐나다에서 비슷한 식물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_ 북아메리카 대륙의 인삼 발견 중 - P78
그렇다면 인삼의 분류가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을까? 이 시기 유럽에서 대두한 분류법은 근대 초 과학 발달의 특징 중 하나였다. 분류법의 탄생은 17세기 유럽에서 자연사Natural History가 크게 발전되었던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가 자연의 세계에 관한 엄청난 데이터를 모으고 그것을 ‘자연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해진 과학과 아주 멀리까지 소급해가는 역사를 엮어 하나의 학문 분야를 탄생시킨 것이다.
_ 인삼의 분류법과 의학적 활용 중 - P97
널리 알려졌듯이 린네는 해부학, 생리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 식물, 광물계의 통합적인 분류체계를 만들어냈는데, 그 분류법은 1750년대가 되자 범유럽적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린네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된 것이다.
_ 인삼의 분류법과 의학적 활용 중 - P102
린네 자신도 중국을 유럽이 모방해야 할 모델로 여기던 당시 지식인들의 시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인과 마찬가지로 그는 중국의 정확한 위치조차 모르고 있었다. 실제로 18세기 유럽인들은 중국과 인도를 구별하지 못했고, 중국을 인도 안에 포함하거나 ‘인디아 오리엔탈리스 India Orientalis‘라고 부르기도 했다. 린네도 마찬가지여서 인디아와 그 동쪽 혹은 서인도를 언급할 때 인디아, 인디스 등으로 불렀다. - P104
증언도 나온다. 에든버러의과대학이 자랑하던 윌리엄 컬러William Cullen, 1710~1790 교수는 아주 솔직하게 "인삼은 너무 비싸서 우리가 약으로 쓸수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_ 인삼의 분류법과 의학적 활용 중 - P117
17세기부터 인삼은 ‘세계상품global commodity‘이었다. 범지구적으로 볼 때 인삼의 교역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중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중심에는 조공과 교역이 혼재된 상태로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한국-중국-일본의 단단한 회로가 작동했으며, 그 주변에는 16세기부터 활성화되었던 아시아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거대한 무역 네트워크가 존재했다. 동서양을 횡단하던 바깥쪽 세계 회로는 18세기 후반 큰 변화를겪게 된다. 16세기 이래 동서 인삼 교역의 패권을 쥐고 있던 영국을 제치고 미국이 가장 강력한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_인삼의 세계 체제 중 - P122
중국에서는 명대 중기부터 정국이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긍정과 상류사회에 사치 풍조가 만연했다. 사치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모피와 인삼에 대한 수요도 엄청 늘었다. 하지만 명대 중국 내지의 인삼 자원은 고갈되고 있었다. 따라서 인삼에 대한 수요는 변경의 마시馬市나 호시를 통해 들어오는 요동삼과 고려인삼으로 충당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1406년 명나라 조정이 요동과 대동선부 등에 설치한 마시에서인삼이 최대 교역품으로 등극하게 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_ 한중일의 인삼 정책과 교역 중 - P126
누르하치와그 후계자들이 후금을 건국하고 청조 건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기반이 된 것은 인삼과 모피였다." - P127
청의 인삼 정책을 위협한 것은 불법 채삼과 부정부패만이 아니었다. 야생삼의 고갈이야말로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야생삼이 귀해지자 인삼을 심어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청은 인삼의 재배를 불법 채삼과 마찬가지로 엄하게 단속하고 처벌했다. 인공재배한 인삼이 유통되면 국가의 독점물인 자연산 인삼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 P129
국가에 바치는 공삼은 야생삼으로, 생삼生의 상태가 아니라 일정한 방법에 따라 햇볕에 말려서 가공한 건삼 상태였다. 인삼은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보존이 어려워 공납을 위해서는 건조와 가공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 P132
병자호란에서 인조의 항복을 받아낸 청은 1637년 인삼을 금물禁物로 지정했다. 특히 청 태종은 인삼을 후금의 땅에서 생산되는 상징물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청은 인삼을 조선의 특산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선에 요구한 품목 가운데 인삼을 제외하기까지 했다. - P134
주경철은 이러한 은의이동을 "세계 최대 은 수요자중국와 세계 2위 은 공급자 일본를 조선의 인삼이 매개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파악했다. - P141
도쿠가와 막부 제6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노부德川家宣, 재위 1709~1712 시기가 되면 일본이 보유한 금의 75%, 은의 25%가 인삼 무역 결제로 사용되면서 국가의 재정 파탄을 염려할 지경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제8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徳川吉宗, 재위 1716~1745는 조선의 인삼, 즉 고려인삼을 일본에 들여와 재배하기로 마음먹는다. - P142
조선에서는 17세기 이전부터 이미 인삼을 끓여서 가공하는 방식이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인삼의 인공재배가 시작되면서는 끓여말리는 방식에서 쪄서 말리는 증조 방식으로 가공법이 바뀌었는데, 그렇게 가공한 인삼을 홍삼이라고 부른다. 조선 정부가 인삼을 수출금지 품목으로 규제한 탓에 홍삼은 밀무역 형태로 소량이 수출되고 있었다. 사실 홍삼은 사행 경비를 조달하기 위한 중요한 품목이었다. - P143
1916년 중국 시장에서 조선산 고려인삼의 평균 가격은 한 근당 150원 내외였는데, 미국산 인삼은20원 내외, 만주산 관동인삼은 8월 내외, 일본산 인삼은 5원 내외였음을볼 때 조선인삼의 위상이 단연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 P148
남한에도 풍기, 금산 지역의 종자가 있었으나 이는 주로 백삼의 원료였고, 당시 홍삼전문가들은 개성인삼 종자를 최고로 여겼던 터였다. 당국은 북한군이 장악하고 있는 개풍군 망포에 개성인삼 종자가다량 보관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전매지청 직원 3인과 인삼 상인 3인은 ‘삼종회수특공대種回收特攻隊‘를 결성해 인삼 종자 회수를 위한 작전을 계획했다. 1952년 2월 하순, 이들은 강화도를 출발해 망포에 잠입했다. 다행히도 중국군의 총탄 속에서도 단 한 명의 희생자도없이 무사히 귀환했다. 이들이 소중히 가져온 네 가마니의 개성인삼 종자는 배편으로 강화도를 출발, 인천을 거쳐 부여에 도착했다. 전쟁이끝난 뒤 1956년 부여 정림사지 바로 옆에 현대식 홍삼 제조시설인 ‘고려인삼창‘이 준공되었다.
_한중일의 인삼 정책과 교역 중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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