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 현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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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은 것들이란, 우리가 살면서 발견한 수많은 귀중한 것들이었다. 사랑, 아름다움, 자녀들, 친구들이 주는 편안함, 농담 따먹기, 함께 먹고 마시는 즐거움, 이야기하기, 재치, 웃음소리, 음악, 바닷소리, 따스한 햇볕, 달과 별 바라보기, 노래하고 춤추기 같은 것들 말이다.
변하지 않을 것들이란? 우리가 한순간 넋을 잃고 빠져드는 모든 것들.
꿈꿀 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것들.
그리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모든 것들이다.

_ 이것이 왜 중요할까? 중 - P542

역사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한 종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모조리 드러낸다.

_ 들어가는 말 중 - P14

다빈치는 놀라운 천재였지만, 그의 기술적 고찰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사실상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직 극소수의 사람만이 다빈치의 수첩을 읽었을 뿐이며, 그의 발명품은 실제로 제작되지도 않았다.

_ 들어가는 말 중 - P17

십자군 전쟁에 관한 책으로 가득 찬 벽과 마주했을 때, 나는 마치 1099년에 예루살렘 거리에서 무의미하게 살해당한 이름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18세기 프랑스에 관한 책으로 가득 찬 방에 들어갔을 때는절망 직전까지 내몰렸다.

_ 들어가는 말 중 - P20

자국을 안정화하거나 새로운 땅을 정복하려면 동맹이 필요했는데, 가톨릭교회는 기독교 국가들끼리 상호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도덕 체계를 제공했다. 더 많은 군주가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자 눈덩이 효과 snowball effect가 일어났고, 교회는 점점 더 강력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되었다.

_ 11세기 중 - P33

이 얼마나 커다란 반전인가! 11세기 초만 하더라도콘스탄티노폴리스는 로마가 미개하다고 여겼고, 1054년에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가 교황의 특사를 파문했다. 그런데 1095년,
비잔티움 제국은 교황을 잠재적 구원자로 여기고 있었다. 우르바노2세는 그리스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교회의 분열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고 마침내 기독교 세계 전체에서 교황 수위권을 확고히 하기를 열망하며 기꺼이 도우려 했다. 11월 27일, 우르바노 2세는 수많은 군중 앞에서 설교했다. 기독교인들이 서로 싸우는것을 중단하고 예루살렘으로 향해, 파티마 왕조 칼리프의 손아귀에서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성좌holy seat를 탈환하라는 내용이었다. 교황의 호소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제1차 십자군 원정으로 대표되는, 성지를 향한 여러 차례의 무장 순례로 이어졌다. 프랑크족과 노르만족 귀족들로 이루어진 제1차 십자군 원정대는 예루살렘으로 향하면서 아나톨리아와 시리아를 휩쓸었으며, 거대 도시인 안티오키아를 정복했고, 1099년 7월 15일 마침내 예루살렘을 함락했다. 이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_ 11세기 중 - P39

11세기는 가톨릭교회에 믿기 힘든 세기였다. 11세기가 시작될 때, 교황은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마음대로 뽑고 내쫓는 처지였다. 교황은 전쟁에 휘말린 기독교 왕과 공작들에게 거의 의지할 수없었다. 필수적인 행정 기구와 정보 전달 체계가 부실하거나 마련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성직자들은 라틴어가 아닌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성직을 사고팔고, 결혼하고, 마치 세속적인 사람처럼 행동함으로써 종교적 기대를 저버렸다. 그러나 11세기가 끝날 무렵 가톨릭교회는 통합되고, 중앙집권화되고, 조직화되고, 강해지고, 확대되었다. 가톨릭교회는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맨발로 알프스산맥을 건너게 할 수 있었고, 심지어 성지정복이 일어나게 할 수 있었다. 가톨릭교회는 유럽 대륙 전역에서문해율을 높이고 저작 활동을 비롯한 지적 활동을 촉진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진정한 승리는 일반 대중에게 권위를 행사하게되었다는 점이다. 11세기는, 가톨릭이 단순히 아이가 태어날 때 세례를 해주는 신앙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지 좌우하는 거대한 조직체로 변화한 시기다.

_ 11세기 중

‘봉건’이라는 말은 현대 세계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1100년의 유럽 기독교 세계에서는 유럽이 전보다 더 잘 지켜지고 있음을 뜻했다.

_ 11세기 중 - P42

노예에 관한 법은 다양했지만 봉건 제도 아래의 농노나 부자유소작농들과 노예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다. 장원의 영주는 농노들이 무엇을 하고, 누구와 결혼하고, 어디에 가고, 어느 땅에서 일할지 제약할 수 있었는데, 이는 농노들이 장원에 매여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노는 토지에 매여 있었으며, 농노의 노동과 의무는 상속되거나 이전되거나 판매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농노제는 간접적인 형태의 예속 제도였다. 이 사실은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시사한다. 영주의 권력은 관습에 따라 제한되었기 때문에 장원의 농노들은 특정한 권리를 누렸다.

_ 11세기 중 - P47

노예화의 주요 원인 두 가지를 문화 갈등과 극심한 빈곤이라고 한다면, 유럽에서는 둘 모두가 줄어들었으므로 논리적으로 노예가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또한 경제 번영의 결과로 11세기 후반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도시가 성장했다. 이제 노예들은 큰 도시로 도망쳐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 있었다.

_ 11세기 중 - P50

11세기 내내, 구조 공학 분야의 발전은 더 높고더 튼튼한 성채로 이어졌으며, 그에 따라 영주들은 영지를 봉건적으로 더 강하게 구속할 수 있었다.

_ 11세기 중 - P55

우리는 교황 수위권이나 교구 조직, 수도회, 성과 대성당 같은 중세 시대의 주요 특징 몇몇이 1001년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다가 1100년에는 완전히 자리잡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구세계는 다른 방식으로도 종말을 맞이했다. 11세기는 전쟁과 폭력의 성격이나 규모가 크게 변하고 노예제 폐지가 시작된 세기였다. 가장 놀라운 점은 교회가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 대단히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바이킹의 침략이 멈춘 것도 궁극적으로는 교회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기독교가 스칸디나비아반도 너머까지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_ 11세기 중 - P57

커다란 사회적 변화가 한 사람의 머리 덕분에 이루어지는 경우는거의 없으며,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절대 없다. 과거의 위대한 발전 대부분은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하고 비슷한 기회를 맞은 수많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

_ 11세기 중 - P58

심지어 교황이 되기 전에도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주교로서힐데브란트는 교황 수위권을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권위 위에 올려 놓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 힐데브란트는 가톨릭 사제직을규정한 그레고리오 개혁의 지지자였다. 사제를 세속 세계와 분리된 사람으로 보는 시각, 교황이 세속 통치자와 신민들에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은 기독교 세계를 바꿔놓았다. 여러분은 교황위가 그저 황제가 지명하는 자리에 불과하고, 가톨릭교회에 아무런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중세 유럽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_ 11세기 중 - P60

12세기가 피와 용기, 자신감, 의지와 열정의 세기였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12세기의가장 심오한 변화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12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비천한 농민과 변호사, 학자들이었다.

_ 12세기 중 - P64

인구 증가의 더 중요한 원인은 역사학자들이 중세 온난기라부르는 현상 때문이다. 10세기와 11세기에 평균 기온이 아주 천천히 상승하면서, 12세기에는 900년대 이전보다 거의 1도 가까이 따뜻했다.

_ 12세기 중 - P66

그러나 12세기 사회 변화의 진정한 중심지는 토지였으며, 변화의 주역은이름을 알 수 없는 근면 성실한 농부들이었다. 이들을 위한 기념비는 오직 이들이 남기고 간 새로이 개척하고 경작한 들판뿐이다.

_ 12세기 중 - P70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왜 사람들은 엄청난 재산을 기부해가며 새로운 수도원을 지원하게 되었을까? 이들의 동기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연옥에 대한 교리의 등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죽은 자의 영혼이 곧바로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머무는 영적 보금자리인 연옥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천국이나 지옥 한쪽으로 간다는 로마 가톨릭의 믿음이 그것이다.

_ 12세기 중 - P72

그런데 수도회가 이와 비슷한 연결망을 제공했다. 수도회 연결망은 수도회가 속한 은둔 세계와 교구 사제들과 법원 서기들, 정치 주교들이 속한 세속 세계가 거미줄처럼 얽힌, 기독교 세계의 상호 연결망이었다.

_ 12세기 중 - P73

우리 연구에서는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첫째, 피에르 아벨라르의선구적 사고방식이 등장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변증법이 탄생한 것이다. 둘째는 풍부한 아랍어 번역본이 들어오면서 고대 세계의 지식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점이다.

_ 12세기 중 - P75

"의심은 탐구로 이어지고, 탐구는 진리로 이어진다"는 금언을 남긴 이가 바로 아벨라르였다. 그리고 아벨라르는 논리를 종교에 적용하는 것에 ‘신학theolog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_ 12세기 중 - P77

더 중요한 사실은, 아랍어 논문을 번역하기 전에는 숫자 0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0은 후대에 끝도 없이 많은 수학적 사고를 쏟아낸 거대한 구멍이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구는 들판에서 일하는 소작농에게는 머나먼 일이었을지도 모르고, 거리의 행인에게는 서서히 스며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없었더라면 유럽의 미래는 분명 크게 달랐을 것이다.

_ 12세기 중 - P83

그럼에도 12세기는 육체적 구원을 찾는 사람들이 신보다 인간을 더 신뢰하기 시작한 때이며, 기도나 주문에 의존하는 대신 체계적인 의학 전략을 수립한 시기이다. 종합해볼 때, 의학 분야에서 나타난 변화들은 이 책에서 고려하는 가장 심오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간주해야 마땅하다.

_ 12세기 중 - P89

이르네리우스의 유산은 볼로냐를 법연구의 중심지로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지중해 전역과 신성로마제국 남부에서 법학의 부흥을 불러왔다. 12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로마법이 유럽 대륙의 국제법이 되기 시작했다.


_ 12세기 중 - P91

클레르보의 베르나르가 ‘멍텅구리학 stultilogia‘라고 불렀던 아벨라르의 신학이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합리주의를 더 발전시킨 다음 세기지만, 12세기에도 아벨라르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그라티아누스는 『교령집』을 쓰면서 아벨라르의 변증술을 채택했다.

_ 12세기 중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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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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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경이로운 기관이며 우리의 찬사와 감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우리의 감정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_ 심장과 피 중 - P160

우리는 대개 혼동하여 사용하지만, 심근경색(heart attack)과 심장정지(cardiac arrest)는 사실 다른 것이다. 심근경색은 심장 동맥이 막히는 바람에 산소를 지닌 혈액이 심장 근육으로 갈 수 없을 때에 일어난다. 심근경색은 갑작스럽게 일어날 때가 많은 반면ㅡ그래서 발작(attack)이라는 단어가 붙었다(영어의 attack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발작을 가리키며, heart attack은 엄밀히 말하면 급성 심근경색을 뜻한다/역주)ㅡ다른 유형의 심장 기능 이상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더 천천히 일어날 때가 많다. 혈관이 막혀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심장 근육은 죽어가기 시작한다. 대개는 약 60분 이내에 죽는다.

_ 심장과 피 중 - P164

프래밍엄 연구 덕분에 당뇨병, 흡연, 비만, 불균형적인 식단, 만성 운동 부족 등 심장병의 주요 위험 요인들이 대부분 파악되거나 확인되었다. 사실 "위험 요인(risk factor)"이라는 용어 자체가 프래밍엄 연구로부터 나온 것이다.

_ 심장과 피 중 - P167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발전이 이루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1900년보다 지금이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70퍼센트 더 높다는 것이다. 한 세기전에 사람들을 먼저 죽음으로 내몰았던 요인들이 많이 사라진 탓이기도 하고, 당시에는 커다란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면서 텔레비전 앞에서 대여섯 시간씩 보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장병은 서양에서 월등한 첫 번째 사망 원인이다. 면역학자인 마이클 킨치는 이렇게 썼다. "심장병은 해마다 암, 독감, 폐렴, 사고에 따른 사망자들을 더한 것만큼의 목숨을 앗아간다. 미국인 3명 중 1명은 심장병으로사망하며, 해마다 150만 명 이상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 걸린다."

_ 심장과 피 중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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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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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학자 존 해리스가 가치판단의 기준을 효용과 행복의 증진에 두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실현을 윤리적 행위의 목적으로 본 공리주의자들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설계한 유명한 생각 장치인 ‘생존 복권‘Survival lottery의 도입부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에도 소개된 바 있다." 연명치료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도, 마지막 대목은 곱씹어볼 만하다. 죽을 거란 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은 정말 죽이는 것과 같은가?

_ 법률 서커스 중 - P251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 수업』 - P276

노마 할머니와 가족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매순간의 소중함‘이었다.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행 중 어디가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했다.

_ 어떤 죽음 중 - P290

사랑하는 딸들아, 엄마의 뜻을 잘 이해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죽음이 있기에 삶도 있는 것이고 죽음은 삶과 결국 같은 것이란다.

_ 나의 엔딩노트 중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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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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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살리는 것도 의사의 책임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환자가 편하게 생을 마칠 수 있게 돕는 것도 의사의 책임이다.

_ 중환자실에서 생기는 닐 중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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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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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 가고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 보냐지늠 일이 발생한다.

_ 생사의 갈림길에서 중 - P71

다만 좋은 의사는 최선을 다할 때와 이제 그만 놓아야 할 때를 분별할 줄 알고, 가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_ 생사의 갈림길에서 중 - P75

죽음이 싫으면서
너를 딛고 일어서고
시간이 싫으면서
너를 타고 가야 한다

_ 김수영 <네이팜 탄> 중 - P84

수명 연장은 사실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에 따른 영양 상태 개선과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발전한 공중위생 덕분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도 물론 영향을 미쳤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자들을 찾아내는 예방의학의 발전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_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중 - P85

보건의료 통계로 보면 한 개인이 사망하기 전 한달간 쓰는 의료비가 그 이전 평생에 걸쳐 쓴 의료비보다더 많다. 결국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 완화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죽음의 질 향상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국가는 그 구성원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만큼 죽음의 질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_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중 - P88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더이상 노환이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심부전, 신부전, 폐렴, 감염증... 모든 사망에는 의학적인 진단명이붙어야 한다. - P99

그러나 일반인보다는 죽음을 자주 목격하는 의료인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병원은 생의마지막을 보내는 장소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접촉조차 금지되는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은 더욱 그렇다.

_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중 - P103

하지만 우리는 소위 ‘죽는 병‘이라고 알고 있는 병들을 진단받지 않고도 긴 노화의 과정을 거쳐 결국 죽음을 맞는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07

만성 노인성 통증은 "65세 이상의 환자에게서 실제적인 기관 손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불쾌한 감각이나 정서적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관절염이나 낙상에 의한 골절 등의 질환이 없더라도 노인들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서, 인지기능이 저하돼서, 여러 약물을 복용하면서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여성, 가난, 낮은 지식수준, 비만, 흡연, 우울증이나 불안은 모두 통증의 위험인자로, 신체적인 통증은 결국 정신적·사회적인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19

2017년 미국 마약단속국DrugEnforcement Administration, DEA의 고위 간부였던 조 라나지시는 지난 20년간 마약성 진통제 사용의 폭발적인 증가가 제약회사 및 중간상인들의 악질적인 마케팅과 정부 관리들에 대한 로비 활동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고 이들을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23

이런 현상이 고착된 데는 정확한 사망 시점을 예측하지 못하는현대의학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대화는 멀고 클릭은 가까워지는 전자의무기록과 전자 처방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진료 패턴도 중요한 원인이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27

임종을 앞둔 환자와 완화의료 전문의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가장 평화로운 임종은 다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①불안함에서 벗어날 것 ②혼자서 임종하지 않을 것 ③아이들과 함께 있을 것. 모두 병원, 특히 중환자실 임종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조건이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34

"마흔살에 사별하고 2남 1녀 여법하게 키우셨는데 떠나실 땐 일주일간 곡기 끊으시고 가셨어요. 염을 해드리는데 대소변도 없이 너무 깔끔하셨지요. (・・・) 본인이 임종끝을 맞이하며 스스로 염습도 다 하신 겁니다. 그 할머니같이 가고 싶네요. 제일 좋아하는 옷입고 누우면 후손이 관 뚜껑은 닫아주겠지요."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35

이렇게 류머티스관절염을 비롯해 암, 당뇨병과 같이 진단이 뚜렷한 질환들도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데 하물며 노쇠에 의한 여러 증상은 어떨까? 그나마 진단조차도 쉽지 않다. 노인 환자들을만나다보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문제가 통증과 식욕 부진이다. 식사를 통 못하고 자꾸 체중이 줄면 누구나 나쁜 병이 있다고 의심하고,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해서 몸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검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판명된다. 노인들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_ 생로병사의 원인을 찾지 마세요 중 - P138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_ 생로병사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중 - P152

응급실은 중환자실과 마찬가지로 삶의 막바지에 있는 환자들이자신을 위탁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다. 그러나 달리 갈 곳이 없는임종기 환자들이 응급실에 도착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환자는 응급치료를 한 뒤 소생이 가능한, 즉 정말 응급환자에만 적용되는 자동적인 치료 알고리즘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응급실에서조차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_ 왜 의사들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중 - P170

환바와 보호자에게 지지와 정신적 도움이 가장 필요한 순간 환자를 오래보고 잘 아는 의사는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 파편화, 전문화된 현대의료의 가장 큰 맹점이다. 만일 환자를 오랫동안 옆에서 보아왔던 주치의가 있었다면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죽음의 질 지표가 좋아졌다지만,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멀다.

_ 왜 의사들은 북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중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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