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 가고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 보냐지늠 일이 발생한다.
_ 생사의 갈림길에서 중 - P71
다만 좋은 의사는 최선을 다할 때와 이제 그만 놓아야 할 때를 분별할 줄 알고, 가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_ 생사의 갈림길에서 중 - P75
죽음이 싫으면서 너를 딛고 일어서고 시간이 싫으면서 너를 타고 가야 한다
_ 김수영 <네이팜 탄> 중 - P84
수명 연장은 사실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에 따른 영양 상태 개선과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발전한 공중위생 덕분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도 물론 영향을 미쳤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자들을 찾아내는 예방의학의 발전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_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중 - P85
보건의료 통계로 보면 한 개인이 사망하기 전 한달간 쓰는 의료비가 그 이전 평생에 걸쳐 쓴 의료비보다더 많다. 결국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 완화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죽음의 질 향상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국가는 그 구성원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만큼 죽음의 질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_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중 - P88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더이상 노환이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심부전, 신부전, 폐렴, 감염증... 모든 사망에는 의학적인 진단명이붙어야 한다. - P99
그러나 일반인보다는 죽음을 자주 목격하는 의료인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병원은 생의마지막을 보내는 장소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접촉조차 금지되는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은 더욱 그렇다.
_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중 - P103
하지만 우리는 소위 ‘죽는 병‘이라고 알고 있는 병들을 진단받지 않고도 긴 노화의 과정을 거쳐 결국 죽음을 맞는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07
만성 노인성 통증은 "65세 이상의 환자에게서 실제적인 기관 손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불쾌한 감각이나 정서적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관절염이나 낙상에 의한 골절 등의 질환이 없더라도 노인들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서, 인지기능이 저하돼서, 여러 약물을 복용하면서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여성, 가난, 낮은 지식수준, 비만, 흡연, 우울증이나 불안은 모두 통증의 위험인자로, 신체적인 통증은 결국 정신적·사회적인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19
2017년 미국 마약단속국DrugEnforcement Administration, DEA의 고위 간부였던 조 라나지시는 지난 20년간 마약성 진통제 사용의 폭발적인 증가가 제약회사 및 중간상인들의 악질적인 마케팅과 정부 관리들에 대한 로비 활동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고 이들을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23
이런 현상이 고착된 데는 정확한 사망 시점을 예측하지 못하는현대의학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대화는 멀고 클릭은 가까워지는 전자의무기록과 전자 처방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진료 패턴도 중요한 원인이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27
임종을 앞둔 환자와 완화의료 전문의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가장 평화로운 임종은 다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①불안함에서 벗어날 것 ②혼자서 임종하지 않을 것 ③아이들과 함께 있을 것. 모두 병원, 특히 중환자실 임종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조건이다.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34
"마흔살에 사별하고 2남 1녀 여법하게 키우셨는데 떠나실 땐 일주일간 곡기 끊으시고 가셨어요. 염을 해드리는데 대소변도 없이 너무 깔끔하셨지요. (・・・) 본인이 임종끝을 맞이하며 스스로 염습도 다 하신 겁니다. 그 할머니같이 가고 싶네요. 제일 좋아하는 옷입고 누우면 후손이 관 뚜껑은 닫아주겠지요."
_ 노화에서 죽음으로 중 - P135
이렇게 류머티스관절염을 비롯해 암, 당뇨병과 같이 진단이 뚜렷한 질환들도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데 하물며 노쇠에 의한 여러 증상은 어떨까? 그나마 진단조차도 쉽지 않다. 노인 환자들을만나다보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문제가 통증과 식욕 부진이다. 식사를 통 못하고 자꾸 체중이 줄면 누구나 나쁜 병이 있다고 의심하고,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해서 몸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검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판명된다. 노인들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_ 생로병사의 원인을 찾지 마세요 중 - P138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_ 생로병사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중 - P152
응급실은 중환자실과 마찬가지로 삶의 막바지에 있는 환자들이자신을 위탁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다. 그러나 달리 갈 곳이 없는임종기 환자들이 응급실에 도착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환자는 응급치료를 한 뒤 소생이 가능한, 즉 정말 응급환자에만 적용되는 자동적인 치료 알고리즘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응급실에서조차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_ 왜 의사들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중 - P170
환바와 보호자에게 지지와 정신적 도움이 가장 필요한 순간 환자를 오래보고 잘 아는 의사는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 파편화, 전문화된 현대의료의 가장 큰 맹점이다. 만일 환자를 오랫동안 옆에서 보아왔던 주치의가 있었다면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죽음의 질 지표가 좋아졌다지만,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멀다.
_ 왜 의사들은 북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중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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