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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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이네와 우리는 이웃간의 흔한 다툼 한 번 없이 지냈다. 먹을거리를 주고받기도 하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웃으며 소소한 이야기를나누기도 하면서. 그러나 이웃끼리 응당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당시의 분위기를 따른 것이지, 속으로도 서로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_ 601, 602 중 - P68

어른들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고, 아무것도 훔치지 말라고 했으면서, 아들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한통속이었다. "너희 할아버지는 네가 딸이라고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으셨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던 친척들의 웃음을 나는 곱씹어보았다. _ 601, 602 중 - P74

엄마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나를 바라보다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거짓말을 했어. 엄마는 늘 친구를 도와야 한다고 했지.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나는 슬픔 속에서도 엄마의 반응에 분노를 느꼈다. 외로움이 서린 분노였다. 나는 나중에 아줌마에게서 엄마가 로봇을 부순 것에 대한 보상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보상금은 어린 내가 상상할 수없는 액수였고, 나는 깊은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_ 601, 602 중 - P76

학위를 받았지만 윤희는 어느 때보다도 허전했다. 무언가를 이룬게 아니라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큰 성취를 이루었을 때조차그 순간을 즐기지도, 자신을 격려하지도 못하는 자기 모습이 익숙하고 한심했다. 그렇다고 이런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윤희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_ 지나가는 잠 중 - P85

윤희가 스물넷, 주희가 스물이던 그해 가을, 둘은 엄마와 같이 살던그 집을 나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동거가 끝나자 윤희와 주희의 관계를 이어줄 마지막 명목조차 사라졌다. 형식적으로나마 남아 있던 일말의 유대가 끊어지자 둘은 더욱 데면데면한 사이가 됐다. 엄마 기일에 만나 밥을 먹고 서로의 생일에 짧은 문자를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_ 지나가는 밤 중 - P90

세상에는 그런 자매들이 있었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핸드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같이 살기도 하고, 싸웠다가도 금세 화해하는 자매들이 그렇게 평생을 친구처럼, 부부처럼, 헤어질 수 없는 사람들로 연결되어 있는 자매들이 서슴없이 그립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매들이 _ 지나가는 밤 중 - P93

혼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을 찾게 될 때가 있잖아. 그게 잘못은 아니지. 외롭다는 게 죄는 아니지. 알면서도 왜 네가 그러고 지내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너에게서 내 모습이 보여서였나봐. 그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그랬나봐.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그저 그 마음을 억눌렀던 것뿐이었으니까. 너랑 그렇게 헤어지고 미국에서 지낼 때 사람이 외로움 때문에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던 날이 있었어. 그때 처음 생각나는 사람이 주희 너였어. 윤희는 주희를 차마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침묵했다. _ 지나가는 밤 중 - P93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어린 시절에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있기 마련이었다. 현실적으로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_ 지나가는 밤 중 - P97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_ 지나가는 밤 중 - P99

"기도가 통하는 세상이면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겠지. 정말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그럼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간절히살기를 바란 게 아니란 말이야?" _ 지나가는 잠 중 - P100

미주는 볼 때마다 몸이 조금씩 불어나 있었다. 건강하게 살이찌는 게 아니라 어딘가 아픈 것처럼 부은 모습이었다. 나의 고향에서는 그런 살을 벌살이라 했다. 벌살이 붙은 얼굴에 다정한 눈빛만은 여전했는데, 그 여전함이 마음을 쓰리게 했다. _ 고백 중 - P188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진희와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_ 고백 중 - P195

시간이 상처를 무디게 해준다는 사람들의 말은 많은 경우 옳았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상을 알아갈수록 더 깊은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진희에 대해서, 진희가 겪었을 고통에 대해서 미주는 대학에 와서야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었다. 겉으론 의연한 척하면서도 여렸던 그애가 받았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미주는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그애가 얼마나 용기를 내어 커밍아웃을 했을지, 그때 자신과 주나가 했던 행동이 얼마나 끔찍한 짓거리였는지도, 미주는 그 사건으로부터 일 년 반이 지나서야 솔직히 인정할 수 있었다. 진희가 자길 버린 게 아니라 자기가 진희를 버렸다는 사실을 미주는 그제야 참담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었다. 후회로 울어자기 마음을 위로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쏟아지는자신의 눈물이 미주는 역겨웠다. _ 고백 중 - P202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얼굴 앞에서 거스를 수없는 슬픔을 느끼니까.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_ 고백 중 - P208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_ 고백 중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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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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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에 기초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 관계를 개선할 수있는 또 다른 기제는 마음챙김의 핵심 요소와 관계가 있다. 판단하지 않음과 수용이 그것이다. 반려자들은 명상을 하는 동안 수용하는능력을 연마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의 결점과 불완전성에 더 관대해질 수 있다. 방 한가운데에 던져둔 더러운 양말짝에 대해 곱씹지말고 그냥 숨을 깊이 쉬고 넘어가자 수준 높은 마음챙김이 만족도가 높은 애정 관계와 상관있음을 연구가 확인시켜준다." 더 나아가 8주간의 마음챙김 프로그램이 관계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음을 무작위 실험이 보여준다. 건강에 좋은 식습관이 사망률을 26퍼센트정도 줄일 수 있는 데 비해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이 자그마치 49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음을 고려하면, 왜 관계에서의 마음챙김이 장수에도 좋은지 알 수 있다. _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 중 - P331

확실히 식단, 유전자, 건강검진, 위생이 모두 일본인들의 장수에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이 벚꽃의 나라에는속담이 하나 있다. ‘야마이와키카라病以気‘, 즉 ‘병과 건강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아무리 기적의 음식을 먹어도 사회적 결합이나 삶의 목적을 대체할 순 없음을 연구는보여준다. _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 중 - P352

호스테더의 차원 가운데 하나는 집단주의 -개인주의이다. 개인주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국가의 국민들은 ‘나‘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는다. 이들은 사생활, 개인의 권리, 성취 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유대가 긴밀한 대가족에 의지하는 건 이 그림의 일부가 아니다. 드 토크빌이 언젠가 말한 대로 "이런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어떤 것도 빚지지 않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는다. 집단주의 국가에서, 중심은 집단에 있다. 여기서 우선순위는 화합과 소속감이다. 충실성을 소중히 여기고 결정은 모두를 위한 최선에 기초한다. 이런 문화는 ‘우리‘중심의 문화다. _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 중 - P355

장수와 소득 불평등의 연관성에 있어, 부자가 100세까지 장수할 가능성에도 평등주의 사회가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치 않다. 평등주의 국가들에서 사람들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한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나머지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도금된 우리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주택지에 살거나, 안전상의 이유로 거리를 걸어 다니는 일을 피하거나 대중교통을 타지 않을 필요가 없다. 그 결과 통합과 화합의 느낌을 자아내 모두의 불안을 낮춘다. 사회가 계층화되면 사회자본을 침식한다. 사람들이 서로를 돕지 않는다. 장수 마을 마쓰카와 주민들이 발마사지 길을 만들고 공공화장실에 꽃을 놓아 공원을 가꾸는 식으로 공익에 신경 쓰지 않는다. 또 정년퇴직 후에도 오랫동안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_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 중 - P361

이키가이가 장수에 이바지하는 일본 문화의 특히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다른 전통과 개념이 또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차도(다도), 하이쿠, 쇼도 (서예), 이케바나(꽃꽂이) 말이다. _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 중 - P365

우리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일이다. 최고 권력자가 아닌 한, 우리는 물론 단번에 나라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속한 사회계층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터놓으려노력할 수 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을 존중하라. 우리의 결정이 이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하라. 돈과 시간을 기부하라. 그리고 물론 투표권도 있다. 투표권을 현명하게 행사하라. 이것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100세까지 장수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_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 중 - P370

마이클 폴란의 유명한말로 하자면 "먹어라. 너무 많이는 말고. 주로 식물을." 나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이련다. "사회성을 가져라, 다른 사람들을 돌보라, 인생을 즐겨라." _ 맺음말 중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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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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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 옳았다. "삶의 이유를가진 사람은 거의 어떤 삶도 견딜 수가 있다. 게다가 자기실현적 행복은 보상과 관련된 뇌 부위인 섬엽에 회백질이 더 많음을 뜻하고, 이는 우리가 감정을 통제하고 스트레스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 _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중 - P294

셋째,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행복을 추구하려 하지는 마라. 행복은 계속 달아난다. 돈과 마찬가지로, 행복을 삶의 목표로 두고 집착하는건 역효과를 낳고 삶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_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중 - P296

신경과민이 건강에 나쁜 한가지 이유는 걱정 그리고 곱씹기와 연관 있다. 곱씹기는 사건과 감정을 소가 되새김질하듯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또 하는 것이다. 걱정은 곱씹기의 사촌이다. 하지만 곱씹기는 대개 이미 일어난 일에 해당하는 반면 걱정은 스트레스를 줄 수있는 사건에 선행한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과 곱씹기가 가진 문제는 자율신경계가 만성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나쁜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뿐만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나기 훨씬 전과 오랜 후에도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_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중 - P302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기대한다면 성격 변화를 위한 개입을 묵살해선 안 된다. 물론 건강에 좋은 각각의 행동 하나하나에중점을 둘 수 있다. 통곡물을 먹으려 노력하라. 매일매일 많이 걸으려 노력하라. 설탕, 술, 정크푸드를 줄이려 노력하라. 하지만 성격 특성의 변화를 목표로 삼는 건 만능열쇠를 얻는 것과 비슷하다. 이 열쇠는 모든 건강관련 행동을 한꺼번에 통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성실해지면 다이어트와 운동도 덜 힘들어진다. 신경과민을 누그러뜨리면 담배로 불안을 진정시킬 일이 줄어든다. 외향성을 높이면 건강을 증진하는 사회적 유대 관계가 더 쉽게 찾아온다. 더군다나 성격을 건강과 연결하는 생물학적 기제가 노화를 훨씬 더 늦춘다. _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중 - P311

100세까지 장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성격 특성을 하나만 고른다면 성실성을 택하라. 성실성이 정말로 자신의 성격 특성이 될때까지 성실한 척하라. 성실성이 필요한 작은 일들에 도전을 시작하라. 사무실 책상 위를 깔끔하게 유지하라. 양말서랍을 정리 정돈하라. 전날 밤에 옷을 준비해두라.
그다음으로는 신경과민을 해결하는 것이다. 걱정을 줄이고 자신이 가진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라. 정말로 변화하고 싶다면치료받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마음챙김과 명상 또한 신경과민한 사람들과 이들의 텔로미어에 좋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룬다). 여기서 좋은 점은 이 성격 특성이 상당히 적응성이 있어서 변화시키기에 쉽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말을 덧붙이자면, 건강과 수명에 관심이 있다면 단지 쾌락을 위한 즐거움을 추구하지는 마라. _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중 - P312

명상으로 흔히 영향을 받는 다른 뇌 부위는 섬엽이다. 보상과 관련 있는 뇌 부위로, 우리가 즐거이 다른 사람들을 돕게 만든다. 그리고 해마hippocampus가 있다. 해마는 감정 그리고 기억과 관련이 있다. 이 말굽 모양(이런 이유에서 이 부위의 이름이 ‘말‘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포hippo‘에서 나왔다) 부위의 위축이 또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다. 한편 명상 전문가는 보통 사람에 비해 해마가 특히 크다이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_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 중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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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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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 잡지 않고도, 조금도 스치지 않고도 수이 옆에 다가서면 몸이 반응했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수이의 손을 잡았을 때,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창고 구석에서 수이를 처음 안으면서 이경은 자신이 뼈와 살과 피부를 가진 존재라는 것에 감사했고, 언젠가 죽을 때가 되면기억에 남는 건 이런 일들밖에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_ 그 여름 중 - P13

"자주 싸우고, 자주 헤어졌죠. 그 사람이 처음 헤어지자고 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두 달 사이에 십 킬로가 빠지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그 사람, 두 달 지나고 다시 돌아오더군요. 둘이 붙잡고 후회하며 울었지만, 그 순간뿐이었죠. 영화의 속편 같은 거더군요,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는 건 본편이 아무리 훌륭하고, 그래서 아쉬워도 소용없는 일이잖아요. 결국 모든 게 점점 더 후져지는 거지. 그 속에 있는 나 자신도 너무 초라해 보이고." _ 그 여름 중 - P29

수이가 자신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았던 건 수이의 그런 성향 때문이라고. 수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이경만큼의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수이는 생각보다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선택의 순간마다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것이 수이의 방식이었다. _ 그 여름 중 - P35

무너지기 직전의 연애, 겉으로는 누구의 것보다도 견고해 보이던 그 작은 성이 이제 곧 산산조각날 것이라는 예감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_?그 여름 중 - P49

이경은 수이처럼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울면서 매달리고, 이렇게 쉽게 끝을 정하지 말라고 한 번만 더 생각해보라고 빌었다. 이경은 자기가 이렇게 비굴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지만, 매일매일 이렇게 살더라도 은지와 함께하고 싶었다. _ 그 여름 중 - P57

수이는 시간과 무관한 곳에, 이경의 마음 가장 낮은 지대에 꼿꼿이서서 이경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이야, 불러도 듣지 못한채로, 이경이 부순 세계의 파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곳까지 이경은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은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와 헤어지지 않았을까. 그 가정에 대해 이경은 자신이 없었다. _ 그 여름 중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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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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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AA 유형이든 GG 유형이든 상관없이, 옥시토신 관련 유전자가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이 유전자가 우리의 사회성 정도를 판가름하지도 않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결정짓지도 않는다. AA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 모두가 혼자 있기 좋아하고 오래 못 산다는 뜻은 아니다. 환경이 중요하다. 그게 사회관계망이든 코에 뿌리는 무언가이든. _ 오래 사는 사람들의 호르몬 중 - P110

우리가 좋아하는 머그잔이 한때는 커피잔으로 쓰이다가 어느 날엔가 연필꽂이로 쓰이는 것처럼, 옥시토신 같은 분자들은 진화의 역사동안 다양한 기능에 맞춰 그 용도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그저 탈수증을 예방하기 위해 수분의 균형을 조절하는 용도였다. 그러다가 면역과 물질대사를 조절했다. 그 다음에는 모유 수유 동안 젖 내림 반사를 활성화하는 것과 같은 다른 기능이 추가됐다. 여기서부터 자연은 옥시토신과 관련 호르몬들이 우리의 사회 행동을 조절하도록 용도를 바꿨다. 하지만 그 모두가 여전히 연결돼 있다. 옥시토신 체계의 변화는 모든 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신경능선 세포의 변화가 여우의 친화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마에 흰색 점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과학자가 우리 콧속에 신경펩티드를 분사해 몸속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지면,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더 애정을느끼고 또 우리의 건강도 좋아질 수 있다. _ 오래사는 사람들의 호르몬 중 - P112

옥시토신과 마찬가지로, 세로토닌이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방법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에,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생성에 작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로토닌이 많다는 건 코르티솔이 적다는 뜻이다. 게다가 세로토닌은 옥시토신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 각자 상대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해 기본적으로 피드백 고리를 만든다. _ 오래 사는 사람들의 호르몬 중 - P115

안마 치료는 세로토닌 수치를 28퍼센트까지, 도파민 수치를 31퍼센트까지높일 수 있다."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안마도 효과가 좋다. 오르가슴은 혈액 내 옥시토신 수치를 높이는 데 매우 좋기 때문이다." _ 오래 사는 사람들의 호르몬 중 - P119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에서 이뤄진 대규모 연구는 사회적 통합 정도가 낮은 사람들이 긴밀한 관계를 누리는 사람들보다 이후 7년 동안사망할 가능성이 세 배나 높음을 보여줬다. 여기서 사회적 통합 정도가 낮다는 건 친구와 친척이 별로 없고 결혼하지 않았으며 지역사회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_ 외로우면 아프다 중 - P166

대체로, 결혼 생활이 수명 연장에 미치는 영향은 흔히 건강에 좋은식사나 운동이 미치는 영향을 훨씬 넘어선다. 한 대규모 표본에서, 결혼하지 않은 경우 남성의 사망 위험도는 세 배까지, 여성은 20퍼센트가 높아졌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은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연구가 건강과 수명의 관점에서 가장 유익한 관계가 결혼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은 운동과 식단보다 더 유익할뿐더러 우정보다도 그렇다. 특히 남자의 경우에는 말이다. _ 단짝효과 중 - P195

21세기 연구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사람들은 친구를 그날그날 도움을 주는사람, 그리고 우리의 활동과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페이스북과 스냅챗의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우정을 바라보는 방식은 바뀌고 있으며 꼭 더 좋은 쪽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_ 단짝 효과 중 - P210

"일정은 빡빡하고 우선순위가 달라지며 친구한테 원하는 바가 더 까다로워진다. 아무리 친구를 많이 사귀어도, 체념이 슬금슬금 생겨날 수 있다. 우리가 10대나 20대 초에 그랬던 방식으로가장 절친한 평생의 친구를 만드는 시대는 거의 끝났다. 현재로서는체념하고 상황에 따른 친구, 즉 약간 친한 친구에 만족할 때다." _ 단짝 효과 중 - P217

니코틴은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과 공감 능력의 연관성은 또한 엄마가 자주 누워 쉬어야 하는 완벽한 이유이기도 하다. 엄마의 코르티솔 수치 역시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인다. _ 공감의 마법 중 - P239

그러면 부모의 편도체가 고무젖꼭지를 문 신생아처럼 평정을 되찾는다. 보상 센터인 중격 부위 또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과 교감신경계에 작용해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한다. 대체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은 우리를 진정시킨다. 다른 사람들을 돌볼 때 스트레스가 억제되는 건 생물학적으로 이해가 된다. 다른 누군가를 적절히돌볼 수 있으려면 심호흡을 하고 우리 자신의 문제로부터 한 걸음물러서야 한다. 또,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면 그들의고통에 너무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 심하게 감정이입하면 불안해서손이 떨리고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이타적 행동이 유전자를 바꾼다 중 - P264

너무 노쇠하지 않다면 손주를 돌봐주는 일이 건강을 증진하는아주 좋은 방법이다. 가끔 있는 일이고 양육을 온전히 떠맡아 하는게 아니라면 37퍼센트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규칙적 운동이 가져오는 효과 이상이다. 게다가 손주가 어리다면, 어쨌든 아이를 돌보는 일에 운동은 필연적이다. _ 이타적 행동이 유전자를 바꾼다 중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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