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2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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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디어, 열정, 재능, 자신감, 돈, 애정, 분노, 희망, 욕망, 선망, 인망, 그외이것저것이 있겠지만 "고독은 인간의 고향이다"라고 했던 사카구치 안고의 말대로 외로움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고독과 마주하는 순간이 없으면 창작자 내면의 영혼은 이야기에서 춤추지 않는다.

_ 작업하는 장소 중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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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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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이 간절하게 돈을 필요로 할 때는 결코주지 않으면서 돈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더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치약이나 샴푸를 선물로 받는데, 돈이많은 사람에게는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권 봉투가 자꾸만 선물로 들어와서 수천만원씩 서랍에서 썩어갔다. - P230

잔챙이일 때가 재미있어. 그래야 사람답게 살아. 돈이 돈으로
‘쓸모가 있는 건 이만큼으로 족해. - P233

" ~~ 일만 하지 말고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보라고 내 말을 전해주구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억울한 인생이 얼마나 많은데." - P237

가족의 식탁을 지배하는 것은 오히려 불만과 권태에 더 가깝다는 것을 나는 경험적으로 징그럽게 잘 알고 있었다. - P238

나는 내가 성민과 결혼했던 것. 이제까지 별다른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왔던 것이 모두 동경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왔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다. 그것은 무심하고 고지식한 이공계 남자에 대한 동경, 수학적 계산에는 귀신처럼 빠르면서 현실에는 곰탱이처럼 약삭빠르지 못한 순수한 모범생에 대한 동경이었다. - P267

대한민국은 원래 흰머리나지 않은 여성이 존댓말 듣기 힘든 나라였다. - P286

작은오빠가 옳았다. 그 남자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 남자가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믿기에는 나의 현실이 너무 보잘것없었다. 작은오빠가 옳았다. 내가 그를 사랑하면 정욱연은 곤란해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머물면서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작은오빠가 옳았다. 꿈이었다. 도취였다. 착각이었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그의 곁을 떠나야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내가 어디에 있을지 두려웠다. - P298

경멸도 방사능만큼 몸에 나쁘다. - P304

"엄마, 나 어떡해. 나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나도 어쩔수가 없었어. 쓰나미에 휩쓸린 것 같아. 몸부림친다는 게 아무 의미도 없어. 너무 빠르고, 너무 거대해, 엄마, 그 사람만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나. 정말로 아무 생각도 안 나. 그 사람이 나를 보면서 웃기만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다른 건 어떻게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엄마, 어떡해. 나 어떡해." - P310

인생을 건 진짜 사랑은, 그 자체로 훈장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어차피 사람은 죽으면 헤어지게 마련이니까." - P312

자식이야 물론 말할 수 없이 신비롭고 소중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것은 조카였다. - P335

아빠가 바람나서 다른 살림을 차린 것은 유감이지만, 이제 나도 아빠를 나무랄 처지가 아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돈과 분리된 아빠의존재를 처음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 P342

사랑은 비난이나 경멸보다 빨랐다. 심지어 시간보다도 빨랐다. - P354

헤나는 함께 일하기 대단히 좋은 파트너다. 복잡할 것이 하나도없다. 헤나는 어차피 내 의견 따위는 듣지도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방향으로, 그녀가 원하는 속도로 달린다. 심지어 헤나는 내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내 머릿속에 있었던 단 두 개의 장면 중하나를 깨끗이 무시해버렸다. 그녀에게 항의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녀는 마하 39로 달리는 여자다. 그녀와 함께 일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뿐이다. 달리기 실력.

_ 작가의 말 중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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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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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친구들이란 우리끼리의 우정보다 부모들의 친분이 더 끈끈한 관계였다. - P104

마르지 않는 돈의 원천은 작은마누라를 얻어서 떠나버렸는데 우리의 미친 습관들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것이 큰일이었다. - P107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 이거지. - P127

무언가 괜찮은 것들이 들어 있을 거라고, 우리는 닮은 점이 있다고. 신뢰하기엔 너무나 빈약한 데이터와 분석이었는데, 그가 그렇게 한번 말한 것만으로도 왠지 그것이 사실일 것 같았다. - P130

나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지금 그를 웃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 P136

"물론 밉겠지. 그런데 혜나씨는 학원이나 아빠를 떠올리면 울기부터 하잖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는 거, 그게 사랑 아닐까. 난 누구를 생각해도 눈물이 안 나." - P137

정욱연의 ‘영업력‘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의 돈과 인기에는 그의 피와 목숨이 묻어 있었다. - P144

부모, 형제, 안사람, 자식에 대해 고르게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 외로 그런 사람이 흔하지 않습니다. 학원군의 가장 큰 재능은 떼돈을 버는 능력이 아니라 사랑을 베푸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가족을 위해서 필요한 건 일확천금 떼돈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이고, 안정적인 수입은 정직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 P152

사귄다고 소문만 잔뜩 나고 실제로는 손 한 번 못 잡아본 실속 없는 사이였다. - P161

대한민국 대표 공대생, 대표 설치류 윤성민이 이런 푸념을 하는것은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었다. 성민은 누가 봐도 공대 체질이었고 결국 본인이 소망하던 학과에 진학했다. 게다가 피를 싫어해서 육회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스테이크도 최대한 익혀서뻣뻣해져야 먹었다. - P169

뒤통수치는 깨달음이 자고 나면 하나씩 찾아오는 세상이었다. - P183

남자를 또는 남자가 여자를 차지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섹스였기 때문에 나도 그 방법을 한번 고려했을 뿐이고, 정작 그를 마주할때마다 내가 간절하게 원했던 건 섹스가 아니라 울음이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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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엄마는 내가 남편을 혼자내버려두고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 또한 결혼한 지 십 년이다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까지도, 모두 다 작은오빠의 탓인것처럼 흥분했다. - P14

그의 훌륭한 학벌은 흉기나 다름없었다. 그의 주변에는 쟁쟁한재력가들이 우글우글했다. 그의 동문들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자리들을 줄줄이비엔나처럼 꿰차고 있었다. - P18

파국적 위기를 맞았을 때 인간은 보통 네 단계의 감정을 거친다고 한다. 분노, 부정, 회피, 인정, 아빠가 이혼이라는 뻔뻔한 카드를 내밀었을 때 우리 가족의 반응은 각각의 단계를 대표했다. 나는 지구를 뒤엎을 기세로 분노했고, 작은오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부정했고, 큰오빠는 자기에게만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회피했다. 당사자인 엄마만 오히려 모든 단계를 쉽게 뛰어넘어 담담하게 이혼을 받아들였다. - P22

큰오빠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곧 현금수익을 기대한다는 뜻이었다. 돈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나 사물은큰오빠의 관심권 안에 머물지 못했다. 즉 아빠를 제외한 엄마와 작은오빠와 나는 큰오빠의 관심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저 돈 없는 것들과는 멀리 지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좌우명을 가진 큰오빠가 무슨 생각으로 나를 여기까지 불렀는지 모를 일이었다. - P36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는 부르면언제든 달려올 수 있다는 거였다. 한 가지 더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뭘 하든 결국은 망한다는 거다. - P44

우리 가족의 특징은 한 푼도 벌 줄은 모르면서 돈 단위만 대책없이 크다는 거였다. - P76

주여, 제발 스톱. 나는 내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을 증오했다. 내가 피치 못하게 김학원의 혈육으로 한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라면, 나는 저기 서아시아나 북아프리카 어디쯤, 명예살인이 허용되는 땅에서 태어났어야 했다. 허리띠에서 신월도를 꺼내 그의 목을 베고 "나와 내 가족의 명예를 더럽힌 자를 처단하는 것은 알라의뜻이요,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라고 외칠 수 있는 화끈한 모래땅에서 태어났어야만 했다. - P83

두 올케들이 엄마의 맛없는 반찬들을 쌍수 들어 환영하는 이유는 판이하게 달랐다. 큰올케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엄마가해주는 반찬들을 먹으면 식비가 절감된다는 거였다. 작은올케는 타협을 모르는 건강식이의 탈레반으로, 오개닉이 곧 오르가슴이었다. 천연 유기농이라면 양잿물도 항아리째 들이켤 여자였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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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죽음은 담백하다. 하루만 집에 눕혀둔 뒤 다음 날 아버지가 뒤뜰을 파서 묻었다. 경사로를 만들어준 목수와, 마찬가지로 래브라도를 기르는 산책 동료 아주머니 한 분이 꽃을 들고 찾아와줘서 넷이서 옮기고 흙을 덮으며 마무리.

_ 기원 중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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