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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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족과 한가위>

1. <나의 아름다운 정원>는 3대 (할머니-부모-남매)가 가족을 이루며 서울 서촌 달동네에서 살았던 77년부터 81년까지의 소설이다. 요즘으로 치면, 서울기준 1인 가구가 거의 40%에 이르는데, 그 시절은 3대가 함께 살아가는 가구도 많았을 것이다.

2. 아들 동구를 중심으로 지독한 할머니, 전근대적인 아버지, 마음씨 좋은 엄마 그리고 6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한 사정을 살아간다. 물론 서울 서촌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 - 1212 쿠데타와 80년 광주-이 이야기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3. 너무나 착한 우리 동구에게는 집에 엄마와 3학년 담임인 박선생님이 있었다. 특히, 인생에서 저런 담임선생님은 꿈이자 행운일 것이다. 어린 시절 따뜻한 한마디와 애정어린 격려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나큰 밑거름이 되리라.

4. 세상 동구같은 친구만 있으면, 법없어도 세상은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설이>에서 작가가언급햤듯이 우리 동구는 행복했을까? 라는 질문에 선뜻 답할 수가 없다. ㅠ

5. 이 소설은 사실 이번 추석때 일부러 읽었다. 예전과 같지 않은 한가위여서 어릴적 함께 모여 즐거웠던 추석 명절에 적절한 소설이라 판단했다. 역사적 내용과 성장소설속에 그려진 한 가정의 희로애락이 그대로그려져 있다.

6. 2002년 쓰여진 소설이, 개정판을 내고 아직까지 읽혀지는 이유는우리 마음 한구석에 느껴지고 싶은 가족의 이상향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7. 추석을 맞이하여 예전 동네 독서모임 아저씨들께 선물하기도했던..동구와 비슷한 연령대 아저씨들...

8.오늘 심윤경작가 도서 신간 에세이<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와 소설 <사랑이 채우다>가 도착했다. 또한 <서라벌 사람들>은 마지막 장을 향했다. 9월은 심윤경 작가와 함께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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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은 태자의 복색을 입고 있는 형님의 말 없는 뒷모습에 질투심을 느꼈다. 황위의 계승자라는 신분을 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아직까지도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저려 하는것은, 이제 형님이 월성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황위의계승자와 월성의 주인, 세상 사람들에게는 거의 차이가 없는 말이겠지만 인문과 법민 형제에게는 미세하되 확실하게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적어도 인문에게는 분명히 그랬다.

_ 변신 중 - P115

장대한 황제와 재롱둥이 인문은 서로가 같은 종족에 속하지 아니함을 분명히 알았고 그 선을 넘으려는 뜻은 피차 아무도 가지지 않았다.

_ 변신 중 - P119

천한 무(武)와 화랑이 다른 것은 화랑이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화랑들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을 사랑했다. 그들의 수련은 즐겁고 대담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는 수련이 아니었다. 남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자신의 몸이 즐거움을 느끼는 수련이었다.

_ 변신 중 - P131

신국에서 가장 칭송받는 가치는 아름다움이었다. 용맹이야 한낱 무부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_ 변신 중 - P132

삼한을 통일한 강렬한 집념으로, 황제는 오늘날 장대함을 이루었다. 눈을 뜨면 기름진 음식을 먹기 시작하여 해 질 무렵이면 피똥을 싸며 혼절했다. 하루에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수꿩 열 마리를 먹어치운 황제의 엉덩이 밑에서 용상이 무너졌다. 아름답고 용맹하던 황제는 백성들의 냉담으로동사(死)했다.

_ 변신 중 - P147

옛날, 동해 물가에
겨우 헛된 신기루를 보고
왜군이 왔다! 외치며
봉화를 올렸구나.
세화랑이 산 구경 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은 어두운 하늘을 밝히고
별들은 부지런히 밤길을 쓸었는데
혜성이다! 사람들은 수군거리네.
아아, 달 아래로 사라질 것을
어이구, 혜성이 뭐길래.

_ 혜성가 중 - P149

공자들께서 하늘에 나타난 낯선 별을 보시고두렵게 여기심은 사람의 본성이요,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자 하는 것은 현명한 마음입니다. 마땅히 점을 치고 신의 뜻을 물어 옳은 방도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_ 혜성가 중 - P176

융천사의 말에 세 화랑은 고개를 숙이고 탁자 아래쪽의 어둠을 응시했다. 봉화를 보고서도 금강산 유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혜성을 보고 죽음을 두려워한 것,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감정들이 탁자 밑에 어둠처럼 뭉쳐 있었다. 융천사의 담담한 답을 듣고 그들은 수치심을 느꼈다.

_ 혜성가 중 - P176

날아오를 듯이 발차기를 하며 화랑과 낭주들의 사이에서 법단을 휘젓던 원효대사가 드디어 바가지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이 순간을 기다리던 수만 명의 관중들이 떠나갈 듯이 환호했다. 원효대사는 바가지를 쓰고 날름 몸을 뒤집더니 두 손으로 땅을 짚지 않고 머리로 버티며 다리를 가위처럼 엇갈려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_ 천관사 중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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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2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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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은 여하튼 여분을 싫어하는 글이다. 아니, 글이 아니라 그것은 도면에 가깝다.

_ 합숙 중 - P53

종종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며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냐고 묻는데, 기쁜지 어떤지는 둘째 치고 ‘끝‘이라는 글자를 써넣은 뒤에는 가슴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 같은 것이 휙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내 안에서 둥지를 틀고 나를 지배해온마귀가 맥없이 사라진 듯한, 안도감 같기도 하고 외로움 같기도 한감각이다.

_ 합숙 중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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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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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요염하면서도 속을 감추지 않는 대담한 꽃이었다.

_ 연제태후 중 - P11

성골의 근력과 정기는 나라의 풍흉과 안위를 결정짓는 척도로, 성골들은 나이가 들어도 마치 뱀과 같이끈질기고 말과 같이 억척스런 정력을 발휘하고 유지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것은 하늘에 제사 지내는 성스러운 핏줄을 타고난자의 의무였다.

_ 연제태후 중 - P24

나라의 수호신을 배반하고 국가의 기강을 흔든 대역죄인의 처형이었으므로 죄인의 눈을 가리는 은혜도 베풀어지지 않았다. 새로 빚은 술같이 맑은 스물한 살의 푸른 젊은이 이차돈을보며 황제 법흥은 눈알이 붉어졌다.

_ 연제태후 중 - P43

달이 이지러지도록
정 깊어 밤도 깊어
안고 눕고 서고 엎디고
돌리어 부비어 마주쳐 눌러
지궁지궁 하여이다
애공애공 하여이다

_ 준랑의 혼인 중 - P51

옛사람의 충성함이 실제의 일이라면 오늘날의 충성함은 꿈속의 일과 같다. 알맹이는 없는데 목청만 드높은 것이 오늘의 시속이라는 말이다."

_ 준랑의 혼인 중 - P71

지귀의 심장에서부터 갑작스러운 불길이 솟구쳐 올라 그의 몸은 한꺼번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놀라 몸을피하고 절간이 온통 아수라장이 된 사이, 불은 곧 그가 좀전까지 등을 기대고 있던 석탑으로 옮겨 붙었다. 그 모습이거대한 횃불과도 같았다.

_ 변신 중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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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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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심윤경작가 팬으로 만들었다.>

1. 어디선가 본 작가의 이력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겨레문학상외에 생물학 전공 이력이다. 그러다가 첫번째 읽기 시작한 책이 <영원한 유산>이었다. 자연과학 전공이라는 동질성에 살짝 어린 동년배 작가의 글은 매니아로 만들기에 출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젊은 작가 소설에 흥미가 떨어진 시점에 심작가는 국내소설 읽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2. 이 책을 읽기 2주전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시중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에 다녀왔다.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모았던 미술작품 전시였다. 초대권이 있었던 바, 집사람은 관람에 소극적이어서 나 혼자 봤다. 전시작품을 봐야 하는가 아니면 수집가의 행적을 봐야 하는가 이슈로 집약되었다. 이 전시는 동산인반면, 책의 벽수산장은 부동산이란 차이가 있을뿐, 미술품과 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문제는 고스란히 남는다.

3. 작가의 말에 한장의 사진이 소개되어 있다. 할머니와 함께 찍은 작가의 어릴적 사진이다. 그런데 희미하게 배경이 보여지는 건축물이 벽수산장이었다. 물론 현재는 철거되고 없는 건축물이다. 손꼽히는 왕실 친족의 친일파 윤덕영이 짓은 건물은 해방이후 전쟁을 걸쳐 UN산하 기구(언커드)로 활용된 바 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문헌조사와 인터뷰까지 하면서 이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와 맥락을 소설이 넣었다. 그런 점에서 한 편의 작품을 쓰기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김훈 선생을 보는듯한 느낌도 받았다.

4.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밀히 말하면 인물이 아니라 건축물이다. 그 건축물은 희대의 친일파 윤덕영이 남긴 대저택 벽수산장이다. 이 저택은 지금은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의 사무실로 사용된다. 소설에서는 언커크로 불린다.

5. 독립군의 아들 언커크 책임자 전담 통역사(이해동), 친일파 윤독영의 막내딸(윤원섭) 그리고 언커드 책임자(애커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비밀공간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미스테리 소설로서 구성 또한 치밀하다.

˝해동이 가진 것은 온통 미미한 것들뿐이었다. 아버지가 돼지막에 숨겼던 인쇄기, 생전에 고모가 쌓은 덕과 인정, 애커넌 씨와 개인간 고용으로 만들어진 언커크의 일자리. 그런 미미한 것들은 길가의 거미줄처럼 금세 더럽혀지고 아무 발길에나 찢어지고 제일 먼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런 것이 존재했다고 증언해줄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져 그것이 실제 있었다고 말할 근거조차 희박해지는 것들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윤덕영은, 벽수산장은 언커크는 얼마나 확실하고 단단하고 부인할 수 없이 존재하는가. ˝(248p 중)

6. 이 소설의 백미는 이해동에게는 벽수산장이 추악한 적산 건물이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절대적으로 우상시하는 윤원섭에게는 보존해야만하는 아름답고 영원한 유산이다. 실제 이 건물은 해동이 보기에도 아름답다. 대상의 가치는 그렇게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역시 그 시점의 승패를 결정하는 건 힘의 문제다. 영원하고 아름다운 것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7. 윤원섭이 애커넌을 설득하는 논리와 욕망 또한 잘 그리고 있다. 윤원섭의 내면과 욕망을 철저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글이 부러운 지점이자 이 작가에 빠진 이유가 아닐까?

8. 화재로 인한 건축물 훼손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저택은 다시 복구될까? 아니면 이대로 무너져 기억 속으로 사라질까? 해동은 어느 쪽을 바라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저택은 나라의 것 같기도, 유엔의 것 같기도, 윤원섭의 것 같기도 했다. 친일파의 자손이 빌붙은 썩어빠진 집이기도 했고 세상에 다시 없이 아름다운 것이기도 했다. 적산, 그것은 그렇게 사람을 혼동되게 했다. 썩어문드러져 짜내야 할 고름인지, 다시 얻지 못할 귀중한 자산인지 알 수 없었다.˝ (274p)

9. 어느 수집가가 모았던 국내외 미술품 자체는 귀중한 문화 유산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일탈행위 또한 보지 않을 수 없다. 또다른 영원한 유산에서 소설에서와 같은 질문을 만났다.

9. <영원한 유산>,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설이>, <사랑이 달리다>까지 읽고 <서라벌사람들> 읽고 있다. 신간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는 주문하여 다음주중에 읽어볼 예정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 할머니와 정반대 캐렉터이지 않을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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