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은 태자의 복색을 입고 있는 형님의 말 없는 뒷모습에 질투심을 느꼈다. 황위의 계승자라는 신분을 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아직까지도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저려 하는것은, 이제 형님이 월성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황위의계승자와 월성의 주인, 세상 사람들에게는 거의 차이가 없는 말이겠지만 인문과 법민 형제에게는 미세하되 확실하게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적어도 인문에게는 분명히 그랬다.

_ 변신 중 - P115

장대한 황제와 재롱둥이 인문은 서로가 같은 종족에 속하지 아니함을 분명히 알았고 그 선을 넘으려는 뜻은 피차 아무도 가지지 않았다.

_ 변신 중 - P119

천한 무(武)와 화랑이 다른 것은 화랑이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화랑들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을 사랑했다. 그들의 수련은 즐겁고 대담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는 수련이 아니었다. 남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자신의 몸이 즐거움을 느끼는 수련이었다.

_ 변신 중 - P131

신국에서 가장 칭송받는 가치는 아름다움이었다. 용맹이야 한낱 무부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_ 변신 중 - P132

삼한을 통일한 강렬한 집념으로, 황제는 오늘날 장대함을 이루었다. 눈을 뜨면 기름진 음식을 먹기 시작하여 해 질 무렵이면 피똥을 싸며 혼절했다. 하루에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수꿩 열 마리를 먹어치운 황제의 엉덩이 밑에서 용상이 무너졌다. 아름답고 용맹하던 황제는 백성들의 냉담으로동사(死)했다.

_ 변신 중 - P147

옛날, 동해 물가에
겨우 헛된 신기루를 보고
왜군이 왔다! 외치며
봉화를 올렸구나.
세화랑이 산 구경 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은 어두운 하늘을 밝히고
별들은 부지런히 밤길을 쓸었는데
혜성이다! 사람들은 수군거리네.
아아, 달 아래로 사라질 것을
어이구, 혜성이 뭐길래.

_ 혜성가 중 - P149

공자들께서 하늘에 나타난 낯선 별을 보시고두렵게 여기심은 사람의 본성이요,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자 하는 것은 현명한 마음입니다. 마땅히 점을 치고 신의 뜻을 물어 옳은 방도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_ 혜성가 중 - P176

융천사의 말에 세 화랑은 고개를 숙이고 탁자 아래쪽의 어둠을 응시했다. 봉화를 보고서도 금강산 유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혜성을 보고 죽음을 두려워한 것,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감정들이 탁자 밑에 어둠처럼 뭉쳐 있었다. 융천사의 담담한 답을 듣고 그들은 수치심을 느꼈다.

_ 혜성가 중 - P176

날아오를 듯이 발차기를 하며 화랑과 낭주들의 사이에서 법단을 휘젓던 원효대사가 드디어 바가지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이 순간을 기다리던 수만 명의 관중들이 떠나갈 듯이 환호했다. 원효대사는 바가지를 쓰고 날름 몸을 뒤집더니 두 손으로 땅을 짚지 않고 머리로 버티며 다리를 가위처럼 엇갈려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_ 천관사 중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