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려, 안둬야, 뒤았어, 몰러, 워째>의 힘


<그래, 안돼, 됐어, 몰라, 어떡해>의 작가 할머니 말 버전이다. 작가의 할머니는 사진은 <위대한 유산> 작가의 말에 소개되었지만, 이 책의 표지 뒷면(겉표지를 벗겨내면) 전면에 인쇄되어 있다. 인자한 얼굴 모습에 알 수 없는 선한 인상이 본문에 소개된 할머니와 100% 싱크로율이다.

작가는 왜 지극히 사적인 할머니를 소개했을까? 우선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 할머니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촌을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에서 실제 정반대의 케릭터를 그렸을 할머니에 대한 해명의 필요성(?)과 <설이>에 소개된 이모의 모습 자체는 어찌보면 할머니의 실제 상황을 일부 차용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딸내미를 키우면서 할머니의 양육 방식을 되돌아본 저자는 할머니의 사랑을 글로 남겨야 하겠다고 생각하신 듯...

일상의 고요함과 평화를 추구한 말을 아끼셨던 미니멀리스트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는 작가가 어려울 때나 기억속에 깊이 간직한 모래속의 진주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머니는 어린아이가 자라는 온갖 비뚤빼뚤한 모습을 모두 ‘예쁘다‘고 요약했고 분투하는 모습은 ‘장하다‘고 했다. 어른이건 아이건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입술을 삐죽이며 ‘별나다‘고 했다. 더 나쁘면 ‘고약하다‘였다.

_ 상처없이 혼나기 중 - P78

"괜찮아, 어머니는 무신론자였어. 제사는 사람이 먹자고 지내는 거라고 하셨어."

_ 할머니께 가는 길 중 - P88

생의 과정과 결과에 신의 포상이나 처벌이 따르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선하게 살아가려 애쓴다. 포상이따르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것이 아닌가? 할머니 같은 사람들의 그 목적 없는 의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진다.

_ 할머니께 가는 길 중 - P98

예스와 노가 분명치 않은 환경에서 아이는 모든 것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믿을 만한 기준이 없이 오로지 상대방의 기분이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된다. 자신감과 자기만의 생각이 자라날 수 없다. 예스와 노가 분명치 않은 환경에서 잘 자란 아이는 알아서 눈치 보는 아이다.

_ 다섯가지 사랑의 말 중 - P102

할머니는 언어의 미니멀리스트였다. 맥시멀리스트손녀가 제발 무슨 말 좀 해보라고 아무리 닦달을 해대도 꿈쩍도 안 했다. 나는 할머니를 포기하고 책의 세계로 날아갔다. 하지만 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한 아이를사랑으로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자양분을 부족함 없이모두 담고 있었다.

_ 다섯가지 사랑의 말 중 - P116

친구의 분석에 의하면 ‘저런‘은 바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공감‘의 언어라고 했다.

_ 보너스라니, 저런 중 - P125

나는 꿀짱아가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의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낯선 터전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젊은이가 낯선 세계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것은 비극이나 위험이 전혀 아니며 이 세상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축복이다.

_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 중 - P142

그건 변명이거나 궤변이 아니라 나의 진심이자 현실이었다. 우울과 난독을 거친 그 기간 동안 나는 최선과 열심이라는 것이 하나의 망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지금 해낼 수 있는 만큼이 최선이고 열심이며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겨우 다섯 줄? 아무렇게나?라고 비웃거나, 네가 지금 휴대폰 하는 시간에 글을 쓰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말이지 어리석고폭력적인 생각이다. 짧은 노력과 긴 휴식, 그것이 지금그의 최선이며 가장 필요한 것이다.

_ 최선이라는 환상 중 - P154

지금은 할머니의 그 허술한 ‘장혀‘가 바로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_ 절반은 할머니 중 - P164

모든 할머니들이 똑같지는 않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나의 할머니는 노년의 안온함을 감사하게 즐기셨지만 겉보기엔 평화로운 자손들의 일상 속에도 숨겨진 고달픔이 있음을 잊지 않았다.

_ 절반은 할머니 중 - P166

야단맞거나 지적받지 않았으나 마음 깊은 곳에서 내가 잘못했다는 걸 스스로 알고 부끄럽게 여겼고, 어느 날 별다른 노력 없이 그런 점들을 고쳤다. 관용 속에서 배운 많은 일들이 그렇듯, 그 일은거의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매우 쉽게 이루어졌다.

_ 내가 반만해? 중 - P180

무심함은 그 중간 어디쯤의 기분 좋은 영역에 속한다. 그랬구나 하는 정도의 반응일 것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다. 내가 더 말한다면 기꺼이 들어줄 것이고, 내가 입을 다문다면 캐묻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대수롭지 않게 잊어주는 것도 생각보다 좋다. 애써 잊은 나의상처를 굳이 꺼내 챙겨 묻는 배려는 고통스러울 때가많다.

_ 고마운 무심함 중 - P190

윤경아, 너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기대와 격려는 무서운 거야. 사람들이 나에게 할 수 있다, 해낼 거라고 믿는다고 끝없이 기대와 격려를 퍼붓는다면 나는 너무 무서워질 것 같아. 나는 내가 약하고 능력 없는 사람인 걸알거든. 그런 내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건 기대와 격려가 아니야.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빠는 딱 그걸 주셨어."

_ 기대와 격려의 두 얼굴 중 - P201

나는 결국 그것이 할머니의 일관된 삶의 자세인 것을 이해했다. 부모로서 내가 너희에게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고 생색내지 않는 것. 자식에게 어떤 기대나 대리만족도 추구하지 않아 부채의식이나 부담감을 주지않는 것. 부모로서 고생스러움은 지극히 당연히 당신이 담당해야 할 몫이고, 잘한 것이나 좋은 것이 있다면 모두 자식의 몫으로 돌리는 것. 그리고 아버지와 고모들은 그 보이지 않는 응원 속에서 용기를 내어 각자 가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삶과 부딪쳤다.

_ 기대와 격려의 두 얼굴 중 - P207

다시 한번, 할머니의 양육에 무언가 특별하고 마법적인 것이 있었다면 바로 그 한결같이 따사로웠던 함박웃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의 긴 인생을모두 증류해서 마지막 단 한 방울만을 남긴다면 바로그 소리 없는 함박웃음이었다. 앨리스의 체셔 고양이처럼, 할머니는 지금 우리 곁에 계시지 않지만 그 웃음만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_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중 - P218

사람의 늙어감이 추하지도 슬프지도 않고 그저 조촐해져가는 것임을 나는 안다. 가진 것을 하나하나 내려놓으며 오로지 소리없는 함박웃음만으로 나의 남은 존재를 채워가는 것, 그건 정말이지 아름다운 길이었다.

_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중 - P2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가림도 편식도 하염없는 관용 속에 스르르사라져 소멸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오히려 부모님이 발본색원의 의지를 불태웠던 것들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문제들은 대수롭지 않게 사라졌다. 나는 이제 누구보다 맛의 세계를 즐기는 못 먹는 음식이 거의없는 식도락가가 되었다.

_ 관용속에 사라진 것들 중 - P55

그런데도 어느 날 내 발밑의 땅이 무너져내렸고 나는 무슨 일을 해도 이 동굴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절망하며 어둠 속에 파묻혔다. 성공은 상처를 아물게 하지 않았다.

_ 두 사랑의 평형이론 중 - P61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갈등들이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부대낌의 문제인 것을 그분은 알고 있었다.

_ 두 사랑의 평행이론 중 - P62

나는 매몰차게 할머니를 떠나고 무심결에 잊었다가중년의 어느 날 고통과 슬픔으로 흐느끼면서 오래된 방문을 열었는데, 그곳에서 할머니가 가득 채워놓은 평화와 사랑을 발견했다.

_ 두 사랑의 평행이론 중 - P67

나에게 평화는 고요함과 거의 동의어였다. 그 캡슐을 설명하자면 그곳은 노르스름한 햇볕이 비쳐드는 콩댐 장판, 얼굴이 보이지않지만 어딘가 할머니의 숨결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는 어린 날의 작은 방일 것이다. 그곳에 인간의 언어는 없다.

_ 고요한 세계 중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외할머니를 만난 뒤로 나는, 사람의 한 생을 마지막 한 방울로 증류한다면 각자에게 남는 그 마지막 정수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_ 돌연한 눈물 중 - P16

스스로 당황스러울 만큼 폭발적이었던 눈물, 통곡하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나 자신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숨은 감정이 폭발해 제2의 나를 만들고 내 피부 바깥으로 뛰쳐나왔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스스로 알지 못했던 그 강렬한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_ 돌연한 죽음 중 - P18

그까짓 발차기대회, 그게 뭐라고 나는 그것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교육적 지적 자극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아기의 잠이 채 깨지도 않은 새벽에 그 난리를 쳤던가. 차라리 꿀짱아가 기분 좋게 잠에서 깰 수 있도록 중얼중얼 혼잣말이나 가벼운 콧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_ 아기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중 - P30

이전에 살았던 세계는 학교, 직장, 문화, 친구, 성취와 우정의 세계였다. 모두 두 글자 이상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는 쉬, 똥, 침, 코, 토, 잠, 젖, 신기하도록 모두 한 글자였다.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36

나는 거의 언제나 녹초였다. 엄마가 된다는 건 심신이 피폐해지는 일이었다.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36

사랑한다는 것, 좋아한다는 것의 원래 모습. 몸을 낮추고, 손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데굴데굴 구르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 것. 만지고 부비고 냄새 맡고 즐기는 것. 내가 강아지를 보자마자 자동으로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딸에게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신국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이 있는 한편 중국에서 전해진 새로운 경전과 예절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는 때때로 정반대의 풍조를 가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신국의 신관들은 남녀간에 교합함을 소중히 여기어 그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러나 천축과 중국에서는 수도함에 금욕함을 으뜸으로 여기어 혼인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애초 옛 풍습은 새로운 풍조를 배척하여 불화를 일으켰습니다만, 이제는 사람들이 새로운것도 옳다고 말합니다.

_ 천관사 중 - P2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