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할머니를 만난 뒤로 나는, 사람의 한 생을 마지막 한 방울로 증류한다면 각자에게 남는 그 마지막 정수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_ 돌연한 눈물 중 - P16
스스로 당황스러울 만큼 폭발적이었던 눈물, 통곡하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나 자신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숨은 감정이 폭발해 제2의 나를 만들고 내 피부 바깥으로 뛰쳐나왔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스스로 알지 못했던 그 강렬한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_ 돌연한 죽음 중 - P18
그까짓 발차기대회, 그게 뭐라고 나는 그것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교육적 지적 자극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아기의 잠이 채 깨지도 않은 새벽에 그 난리를 쳤던가. 차라리 꿀짱아가 기분 좋게 잠에서 깰 수 있도록 중얼중얼 혼잣말이나 가벼운 콧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_ 아기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중 - P30
이전에 살았던 세계는 학교, 직장, 문화, 친구, 성취와 우정의 세계였다. 모두 두 글자 이상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는 쉬, 똥, 침, 코, 토, 잠, 젖, 신기하도록 모두 한 글자였다.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36
나는 거의 언제나 녹초였다. 엄마가 된다는 건 심신이 피폐해지는 일이었다.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36
사랑한다는 것, 좋아한다는 것의 원래 모습. 몸을 낮추고, 손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데굴데굴 구르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 것. 만지고 부비고 냄새 맡고 즐기는 것. 내가 강아지를 보자마자 자동으로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딸에게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
_ 내가 강아지라면 중 - P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