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사람이 있다면, 통곡하며 시체를 묻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_ 그러자 나믄 자신이 미워졌다 중 - P122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건 일어났다‘가 맞다."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_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 중 - P132
"추억이란 애써 올라가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꼿꼿해진생각이 아닐까." 추억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이 빚은 일종의정지 상태라는 것. 그 추억에서 이제는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다.개미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아버지를 비로소 떠나보냈고, 외로움은 환해져 홀로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짐작해보는 것이지만 나는 아직도 홀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리라._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중 - P140
"이 세상은 신들과 괴물과 영웅의 세계가 아니고, 날개 달린영혼이 고요한 에테르 속으로 비상하는 세계가 아니다. 가까운것, 낮은 것, 평범한 것, 불완전한 것들의 세계다. 이 불완전함이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천국이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천국을 발견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아이스크림은 본래 조금씩녹아 있기 마련이고 그때 가장 맛있다는 말이 아닐까. _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 중 - P148
내 삶이 어떤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졌더라도/얼룩지더라도 내 운명을 원망하지 않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윤동주의 같은 제목의 시에서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고요히 걸어가겠다는 다짐으로서의 서시. 그런데 서시란 서문을 대신하는 시이므로 시집 맨 앞에 있어야 할 텐데 어째서 한강의 「서시」는 시집의 끝에 있는가. 죽음에 대한 시이기 때문일 것이다._ 운명이여, 안녕 중 - P156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가능한 일은, ‘평상시에‘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보다 덜 고귀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유사시에 돈도 힘도 없는 이들의 사랑이 돈 많고 힘있는 이들의 사랑을 지키는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그리하여 ‘언제나 우리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그러니까 평화를 함께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이런 것도 애국이라면, 애국자가 될 용의가 있다._ 그런 애국심 말고 다른 것 중 - P168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라는 어정쩡한 표현에는 아직 인생을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다는 겸손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는 시를 쉽게 쓴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어렵게 살았다. 자신을 넘어서려는 노력, 결국 ‘최후의 나‘에 도달하려는 노력, 그것이 그를 죽게 했고 영원히 살게 했다. _ 윤동주는 ‘최후의 나‘를 향해 갔다 중 - P176
권력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고, 목숨을 나눴던 동지도 언제든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괴물. 권력의 사유화는 그 시대와 사람, 그리고 문명 전부를 망가뜨린다. 그게 마오의 최악의 유산이었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의 난동은 1960년대의 가장 반시대적인 모습이었다. 자유와 저항의 세례와 전파는커녕 완벽하게 그 반대로 향했던 반문화적이고 야만적인 반동이었다._ 미오의 노욕, 혁명의 이름으로 퇴행하다 중 - P541
흐루쇼프의 야심은 담대하고 시대에 걸맞은 것이었지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소련공산당과 군부의 저항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으며, 그가 어떤 중요한결정을 내릴 때마다 묘하게도 국제정세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던 점도 있었다._ 소련의 개혁 행진, 일단멈춤 중 - P369
휴 헤프너의 성인잡지 《PLAYBOY》와 킨제이 박사의 두 번째 보고서가 같은 해에 공개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전통적인 미국 중산층의 청교도적 성 윤리가 위선과 억압으로 작동하는 것이 드러난 시기였기 때문이다. 《PLAYBOY》는 남성의 눈으로 여성을 대상화한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적극적인 성 담론이 성 해방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대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_ 누구나 궁금한 섹스를 묻기 시작하다 중 - P377
<부동산 정책 제대로 이해하기> 시장은 상수이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활황장에서 규제해도 상승을 막을 수 없듯이, 불황장에서도 규제를 철폐해도 하락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이라는 자산시장(아니 대부분의 자산시장)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 이해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시장의 상황과 별도로 ‘정부‘가 투자자산으로서의 부동산과 ‘거주‘로서의 부동산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부동산을 이해하는데 구체적인 타이밍이 아닌, 타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6가지 범주에서 문정부와 윤정부의 부동산 비교분석을 통해 이후 정책 방향을 살펴본 책이다. 선악의 기준이 아니라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전망한다. 이 책의 묘미는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간절히 원한다고 할까...6개 카테고리는 1) 민간임대시장에서의 기업형 뉴스테이 시장, 2) 제1기 신도시, 3) 신축 아파트, 4) 청약 제도, 5) 대출제도, 6) 세금제도 등을 분석했다. 현재 정부는 대출과 세금(종부세 제외)하고 규제중심에서 시장친화적 제도로 바꾸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침체 전망과 고금리로 인한 시장의 급냉은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시절과 유사하다. 시장 상황과 별도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동산 거의 모든 정책의 이해가 필요한 분들께 추천한다.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저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에서, 그 사랑의배후와 근저에 있는 강렬한 ‘움켜쥐‘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것으로부터 성숙한 거리를 두는 일의 깊이를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시인으로부터 배운 것을 나에게 가르쳐둔다. 가르쳐도 아직은 그 깊이를 모르는 지금의 나에게._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보내는 사랑 중 - P106
세상 혹은 자기와 싸우다 패배하여 자책과 회한의 날을 보내고있는 이에게, 이 세상에는 그럼에도 당신의 자리가 분명히 있다고말하는 시다. 물론 당신에게는 이 시를 의심하고 거부할 권리가 있다. _ 착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어요 중 - P113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고 의역한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지만,저 마지막 구절에 주목한다면, 이 시에 더 또렷한 감정은 ‘살아남은 자의 자기혐오‘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혐오가 도무지 마땅해 보이지가 않는다. 죽는 사람이 있다면, 통곡하며 시체를 묻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_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중 -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