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저 혼자가 아니었던 화가들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 인간이란 혼자서 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에겐 그리운 사람들이 참 많다. 화가들 역시 분명 그랬을 것이다. _ 저자의 말 중 - P10
고딩 3학생 어느날 80km 보행제 행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슴도 뜨거운 청년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서린 글이다. 아침 학교를 떠나 고3학생들이 단체로 가거나 자유로 보행하는 다양한 길들에서 이루어지는 가슴 따스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많은 짧은 대화체로 구성된 스토리텔링의 힘과 인물묘사는 책을 손에서 못뜨게 한다. 재미있다 그리고 사람의 따뜻함을 느낀다. 사실 이 책은 두번째 읽는다. 첫번째는 2005년인가 6년인가 첫째아이를 보면서 밤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간중간 내용도 기억난다. 세월이 흘러 첫째 아이가 고3이 되어 읽는 동안 주인공 이복남매의 아버지와 엄마들도 눈에 들어온다.
다가코의 99퍼센트는 얼른 이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사워를 하고, 침대에 쓰러져 자는 것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1피센트는 아직 이 행사가 끝나지 않기를, 좀더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 P248
낯익고 익숙한 아침이 세상을 감싸고, 비일상의 세계에서 보통세계로 돌아왔다는 반가움이 밀려온다. - P250
대체 어디까지가 사랑을 사랑하고, 어디서부터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 차이는 무엇일까. - P269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 P349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다양한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인간이 가진 따뜻함과 관대함, 그리고 우정의 본질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저 걷기만 할 뿐인, 아무것도 아닌 행사가 이렇게 특별한 것인 줄 몰랐어." 하고 누군가도 되뇌지만, 정말로 만 스물네 시간 동안 그저 걷기만 하는 단순한 행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 이렇게 온 가슴을 적실 줄 몰랐다. - P364
이렇게 밤중에, 낮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온몸이 아파서 녹초가 되었지만 얼굴도 보이지않는 캄캄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며 끄덕이고 있는 것이 나의 보행제구나, 하고. - P197
생각해 보면 같은 반이 된 후 줄곧 이 통증은 따끔따끔 가슴을 찔러왔다. 한 번의 상처는 가벼운 것이어도, 무수히 작은 상처가 늘어나면 그것은 불쾌한 동통(疼痛)이 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향하는 증오에 의한 아픔이, 어느 틈엔가 다른 여자아이에 대한 질투로 바뀌어가다니. 다카코는 입 안이 쓴 것을 느꼈다. - P56
그런 의미에서도 이 보행제는 얻기 힘든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만 하루, 적어도 선잠을 잘 때까지는, 계속 걷는 한 사고가한 줄기 강이 되어 자신의 속을 거침없이 흘러간다. 여행을 떠날 때의 느낌과도 비슷했지만, 만약 이것이 수학여행이었다면, 역시 평소 생활 이상으로 빽빽하게 스케줄이 짜여 있어 그 자리마다 의식의 전환을 강요당할 것이다. - P60
바다는 언제나 경계선이다. 그 너머에 뭔가가 있어 이쪽 세계와의 사이를 차단하고 있다. - P83
어른과 아이, 일상과 비(非)일상, 현실과 허구. 보행제는 그런 경계선 위를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가는 행사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냉혹한 현실의 세계로 돌아갈 뿐, 고교생이라는 허구의, 최후의 판타지를 무사히 연기해 낼지 어떨지는 오늘밤에 정해진다. -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