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공동 작업은 같은 소재, 비슷한 구성과 화법으로 완성한 그림으로 남아 있다. 피사로는 세잔에게 "자연과 접촉하며 느낀 감각을 표현하라"고 조언했고, 이 시기 세잔은 "자연이라는 위대한 작품이 간직한 신비를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에 새로운 감정을 품고, 조화를 찾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피사로는 교과서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선생이 아니라, 흔쾌히 공동 작업에 뛰어들어 실천을 통해 상대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의미의 스승이었다. _ 신처럼 너그러웠던 스승 중 - P166
한 세기가 가고 새로운 세기가 도래하던 1900년 즈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은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었다. 철학, 심리학, 미술, 문학, 음악, 건축 등 분야를 막론하고 20세기 문화를 설명할 많은 키워드들이 바로 그때, 이 도시에서 싹텄다. 위에 열거한 이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리고 후대의 여러 학자들은 이 도시를 그토록 특별하게 만든 장소로 커피하우스와 살롱을 꼽는다. _ 화가는 빈의 살롱에서 생물학 수업을 듣는다 중 - P240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 이후 많은 화가들이 해부학에 적극적이었다. 인체를 샅샅이 파악해 ‘겉‘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클림트에게 생물학과 의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가는 도구였다. 인간의 근원, 생명의 본질을 그리고자 했던 클림트는 현미경으로 본 세포의 모습과 정자와 난자의 형상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_ 화가는 빈의 살롱에서 생물학 수업을 듣는다 중 - P246
1870년대 프랑스는 과학을 숭배했다. 1871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는 거대한 상실감에 휩싸였고, 바닥에 떨어진국가의 위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 과학이 동원됐다. 과학은 자존심이고 해답이었다. 하지만 르동은 시끌벅적한 과학 숭배 속에서 쇠퇴‘와 ‘퇴화‘를 볼 줄 알았다. 진화가 가능하다면 퇴화도 가능할 테니 말이다. _ 어느 식물학자가 전해준 색의 세계 중 - P258
화가는 어떻게 흑백뿐인 세계에서 색의 세계로 넘어갔을까? 사실 그 협곡을 건널 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르동은 뛰어넘은게 아니라 위로 솟구쳐 올랐을 것이다. 씨앗이 검은 땅속에서 오래숨을 죽이고 기다린 끝에 해 아래로 나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나비를 맞듯이 말이다. 클라보가 그에게 전해준 불교는 젊은 시절의부처〉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나무 아래 앉은 부처는 꽃무리에 감싸여 있다. 조화로움과 환희로 가득한 화면이다. 르동은 클라보가 추구했던 과학과 신비가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경이를 그렇게 그렸다. - P262
엘리자베스는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그 이름은 시간과 함께 희미해졌다. 엘리자베스 블랙웰의 삶은 앙상한 줄거리만 남아서 전한다.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들이 있었으니 런던은 그녀에게 크기만 하지 척박하고 황량한 곳만은 아니었겠다. 우리는 모르지만 분명 가슴 뭉클한 사연이 한둘은 있었을 것이다. _ 의사들은 왜 식물도감을 응원했나 중 - P272
스승은 자신이 아끼던 파치올리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이론가이자 건축가였던 레온 알베르티에게 소개했다. 전성기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와 이론가, 후원자들과 두루 긴밀한 관계를 맺은 파치올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친구로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절정의 꽃을 피우는 순간을 함께했다. 게다가 파치올리는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에게 알프스 이남의 원근법을 전달한 사람이다. 루카 파치올리 한 사람에게서 알프스 이남과 이북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연결된다. 그는 화가의 제자이자 동료였으며, 예술가들을 연결하는 수학자였다. _ 르네상스 거장이 수학책에 삽화를 그린 이유 중 - P286
예술 작품 속에는 늘 우리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숨어있다. 화가와 소설가는 작품을 통해 과학 기술의 발달과 생명에 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의 자리는 안도 밖도 아닌 경계에 있다. 그래서 그들에겐 외로움이 숙명처럼 붙어 다닌다. _ 보름달 밤의 회합이 낳은 그림 중 - P297
릴케는 레퀴엠에서 "삶과 위대한 예술 사이에는 어딘가 해묵은 적대감이 있다며 어머니 되기라는 숙제 때문에 완벽한 예술가가 되지 못하고 죽은 친구의 삶을 통탄했다. 하지만 파울라에게 예술과 모성은 적대 관계가 아니었다. 파울라는 스스로 어머니 되기를 선택하면서 그 둘 사이의 조화를 용감하게 추구했다. 임신과 출산은 타협이 아니라 도전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건강하게 화가이자어머니로 더 살았다면,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여전히 자아와 모성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그림들을 참많이 그렸을 것이다. _ 뒤늦게 전달된 릴케의 진혼곡 중 - P310
거트루드 스타인은 위대한 프랑스 화가들을 발견한 사람이다. ... 그녀는 피카소를 믿었고 피카소는 그녀를 그렸다_ 파카소가 삼키지 못한 여자중 - P34
그렇지만 거트루드 스타인 (1874~1946)은 특별하다. 그녀는 피카소의 연인이 되지 않고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친 거의 유일한 ‘여성‘이었다. _ 피카소가 삼키지 못한 여자 중 - P36
거트루드 스타인은 피카소는 천재라는 확신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녀는 피카소와 마티스에 대해 "천재의 특징인 ‘남성다움‘을 갖고 있는데,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라는 말로 그 천재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 P45
"그의 그림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벌거벗은 영혼을 보여준다." _ <마돈나>의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중 - P48
다그니 유엘은 애인이 많았지만 질투와 계산이 없었다. 보헤미안들이추구하던, 구속받지 않고 성적으로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다. 매혹적이고 강인하면서 평온한 존재, 그녀는 뭉크의 이상형이었다. _ <마돈나>의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중 - P57
"웃음은 우정을 시작하는 데 꽤 괜찮은 방법이고, 절교의 방법으로는 단연 최상이다." _ 예술가들이 헤어진 뒤 남는 거ㅅ 중 - P62
유쾌하고 즐거운 예술가들은 다 별 볼일 없는 작가들이야. 훌륭한 예술가는 그저 자신이 만든 작품 속에 존재하는 자들이지. 따라서 그들 자신에게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이 전혀 없어. _ 예술가들이 헤어진 뒤 남긴 것 중 - P71
휘슬러의 ‘예술을 위한 예술‘에서 선은 선, 색은 색일 뿐이다. 거기에 사람의 온기가 낄 자리는 없다. 그가 자신을 바친예술에서 고독은 기본 값이었다. _ 예술가들이 헤어진 뒤 남긴 것 중 - P73
"여기, 내가 하려는 바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_ 닮은 꼴 영혼을 가진 남과 여 중 - P90
드가는 "예술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_ 닮은꼴 영혼을 가진 남과 여 중 - P98
나는 당신을 천사처럼 사랑해요. 당신은 내 사랑 골짜기의 백합. 나는 절대, 절대, 절대 당신을 잊을 수 없어요. _ 사진으로 그려낸 또 하나의 자화상 중 - P108
앤디 워홀에게는 언제나 B가 있었다. 그는 혼자서는 아무 데도가지 않았고, 일어나면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렸다. 앤디 워홀에게얼마나 많은 B가 있었던가? 바스키아는 그 무수한 B들 중 하나, 그순간에만 특별했던 B였을 것이다. _ 장 미셸 혹은 누구나 될 수 있는 B 중 - P122
지극한 성공의 순간, 렘브란트는 이미 사람들의 환호 그 너머에 있는 심연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_ 신참화가와 미술상의 동상이ㅗㅇ 중 - P136
이것은 그저 혼자가 아니었던 화가들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 인간이란 혼자서 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에겐 그리운 사람들이 참 많다. 화가들 역시 분명 그랬을 것이다. _ 저자의 말 중 - P10
고딩 3학생 어느날 80km 보행제 행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슴도 뜨거운 청년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서린 글이다. 아침 학교를 떠나 고3학생들이 단체로 가거나 자유로 보행하는 다양한 길들에서 이루어지는 가슴 따스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많은 짧은 대화체로 구성된 스토리텔링의 힘과 인물묘사는 책을 손에서 못뜨게 한다. 재미있다 그리고 사람의 따뜻함을 느낀다. 사실 이 책은 두번째 읽는다. 첫번째는 2005년인가 6년인가 첫째아이를 보면서 밤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간중간 내용도 기억난다. 세월이 흘러 첫째 아이가 고3이 되어 읽는 동안 주인공 이복남매의 아버지와 엄마들도 눈에 들어온다.
다가코의 99퍼센트는 얼른 이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사워를 하고, 침대에 쓰러져 자는 것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1피센트는 아직 이 행사가 끝나지 않기를, 좀더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 P248
낯익고 익숙한 아침이 세상을 감싸고, 비일상의 세계에서 보통세계로 돌아왔다는 반가움이 밀려온다. - P250
대체 어디까지가 사랑을 사랑하고, 어디서부터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 차이는 무엇일까. - P269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 P349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다양한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인간이 가진 따뜻함과 관대함, 그리고 우정의 본질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저 걷기만 할 뿐인, 아무것도 아닌 행사가 이렇게 특별한 것인 줄 몰랐어." 하고 누군가도 되뇌지만, 정말로 만 스물네 시간 동안 그저 걷기만 하는 단순한 행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 이렇게 온 가슴을 적실 줄 몰랐다. - P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