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불의 사용이다. 불의 사용은 음식을 씹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 줌으로써 사냥꾼들을 과거의 시간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또한 해가 진 후에 먹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우리 조상들 중 처음으로 화식을 한 사람들에게는 낮 시간이몇 시간 정도는 여분으로 생겼을 것이다. 따라서 사냥은 우연히 기회가 와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헌신해서 하는 활동이 되어 보다 높은 성공 가능성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밤이 올 때까지 사냥을 하고서도 숙소에 돌아와 배가 부르도록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러므로 화식이 시작된 이후에야 비로소 사냥이 완전한 가정, 즉 여성과 남성 간에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경제적 교환이 이루어지고 그것을 토대로 한 가정으로의 발달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_ 6장 요리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니 중 - P189
영장류는 대체로 먹이를 손에 쥐는 즉시 입으로 가져간다. 하지만수렵 채집인은 손에 넣은 먹을거리를 가공하고 익히기 위해 숙소로 가져간다. 그리고 숙소에서는 노동이 제공되고 교환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개인 차원의 식량 채집이 사회 차원의 경제로 전환된 것은 요리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를 드러낸 고고학자 카트린 페를레스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요리 행위는 그 시작부터 하나의 프로젝트(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과업이라는 뜻 - 옮긴이)이다. 요리는 개인의 자급자족에 종지부를 찍는다. 252) 익혀 먹는 요리에 의존하게 되면서, 음식은 소유할 수 있고 주거나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음식을 익혀서 먹기 이전의 우리는 침팬지들이 그렇듯 그저 각자 자기몫을 알아서 찾아 먹을 뿐이었다. 하지만 요리의 출현 이후 우리는 불가에 앉아 각자 수고하여 얻은 결과물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_ 7장 요리하는 인간의 결혼 생활 중 - P198
요리 때문에 개인의 자급자족이 종결되었다는 카트린 페를레스의 말은 옳았다. 요리가 꼭 사회적 활동일 필요는 없지만, 여자는 자신의음식을 지켜 줄 남자와 그 남자를 뒷받침해 줄 사회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에게 음식을 제공할 여자, 그리고 그 여자와의 관계를 존중해 줄 다른 남자들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사회적 규범을 정의하고 지지하며 지킬 것을 강요할 사회적 연결망이 없었다면, 요리는 혼돈으로 이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_ 7장 요리하는 인간의 결혼생활 중 - P221
이처럼 수컷이 식량을 지키고, 암컷이 식량을 제공하며, 서로 소유권을 존중하는 동물의 행동은 암컷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수컷의 경쟁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 세 가지 행동 요소가 가정의 형성으로 이어진 것은 인간의 경우뿐이다. 인간에게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여성이 자신이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보호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영장류 중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성으로, 노동의 성적 분업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준다._ 7장 요리하는 인간의 결혼 생활 중 - P225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화식을 하게 된 결과로 인간에게 남녀 한쌍의 유대 관계가 생겼다는 가설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모순에대해 생각하게 한다. 음식을 익혀 먹는 것은 영양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요리의 도입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의 권위에 매우 취약해지게 되었다. 남자들이 훨씬 더 큰 수혜자였던 것이다. 화식은 여성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었고 자녀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남성 지배 문화가 강요하는 종속적 역할을 새로이 떠맡도록 하는 덫이 되었다. 그리고 남성이 문화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새로운 제도를 창조하고 영속화하였다. 그리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다. _ 7장. 요리하는 인간의 결혼 생활 중 - P228
직립 원인이 적은 체모를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으려면 밤에 체온을 유지할 대안적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불이 바로 이 장치가 되어 주는 것이다. 일단 불을 제어할 수 있게 되자, 우리 조상들은 육체적으로 활발히 활동하지 않을 때에도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많은 혜택이 주어졌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류는 체모가 없어진 덕분에 다른 동물들이 비활동적으로 변하는 더운 계절에도 장거리 여행을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냥감을 쫓거나 동물의 사체에 재빨리 접근하기 위해 장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불의 이용은 체모가 사라지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더 오랜 시간 동안 달리는 능력, 사냥하거나 다른 육식 동물로부터 고기를 훔치는 능력을진화시키도록 하였다. - P235
맛있는 익힌 음식이라는 새로운 식단은 이후 창자가 작아지고 뇌와 몸집이 커지며 체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의 진화로 이어졌다. 또한 달리기와 사냥도 더 잘하게 되고, 수명이 길어졌으며, 기질도 더 차분해지고, 남녀 간의 결합이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불에 익혀서 부드러워진 식물성 음식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해 더 작은 치아가 선호되었고, 불이 제공하는 보호 기능 때문에 땅 위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되는 동시에 나무 타는 능력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여성은 남성을 위해 음식을 요리하게 되고, 남성은 이 덕분에 고기와 꿀을 구하러 다닐 자유 시간을 더 많이 얻게 되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 사는 하빌리스가 수십만 년에 걸쳐 날음식을먹고 있는 동안, 운 좋은 한 무리가 이렇게 직립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인류는 이로부터 시작되었다._ 8장 요리, 인류 진화의 불꽃 중 - P248
그런데 요리 전문가가 아닌 이들에게는 불행히도, 고기를 불에 익혔을 때 일어나는 두 번째 변화는 이와 정반대이다. 열을 받은 근섬유는 결합 조직과 달리 질기고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불로 익히는 요리가 고기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요리를 잘하면새우에서 문어, 토끼, 염소, 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동물성 육질을 연하게 만들 수 있지만, 잘못하면 고기를 씹기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22) 익히지 않은 고기를 내놓는 요리사에게도 육질을 연하게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타타르 스테이크(육회)에는 등급이 특히 높은 (결합 조직이 적은) 고기와 날달걀, 양파, 각종 양념이 들어간다. 요리의 기쁨(Joy‘ gf Cooking)』에서는 최고급 안심을 으깨거나 결합 조직의 섬유만 남을 때까지 칼등으로 두드릴 것을 추천한다. _ 3장 가열 요리의 엄청난 효느ㅇ - P105
우리를 다른 동물들과 같은 존재에서 보다 인간적인 존재로 도약할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요인은 아마도 화식의 도입이었을 것이다.- 칼턴 S, 쿤(Carleton S, Coon), 『인간의 역사(The History of Man) 4장 요리가 처음 시작되던 날 중 - P115
인간이 불로 익힌 음식을 먹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익힌 음식을 먹기에 알맞은 치아와 창자를 갖추고 있어서 익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익힌 음식을 먹는 데 적응한 결과로작은 치아와 짧은 장을 갖게 된 것이다. _4장 요리가 처음 시작되던 날 중 - P123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 주면 당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 『맛의 철학, 또는 초월적 요리학에 대한 명상 (ThePhysiology of Taste: Or Meditations on Transcendental Gastronomy). _5장 화식, 뇌 성장의 원동력 중 - P143
고비용 조직 가설은 인간의 뇌 크기가 주목할 만큼 증가한 사건은음식의 질 향상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아이엘로와휠러는 인간의 뇌가 두드러지게 커진 두 사건을 확인했다. 첫 번째는약 2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직립 원인으로 진화한 때로, 사냥꾼 인간 가설에 따라 고기를 더 많이 먹게 된 데 그 원인이 있다고보았다. 두 번째는 50만여 년 전 직립 원인이 하이델베르크인으로 진화한 단계로, 아이엘로와 휠러는 그 원인을 음식의 품질 개선을 설명하는 유일한 대안, 바로 화식에서 찾았다. _ 5장 화식, 뇌 성장의 원동력 중 - P153
‘불로 요리하기‘의 발견이 위대한 것은 단지 우리가 더 나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거나 그 덕분에 우리가 육체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인류가 될 수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불로 요리하기는 그보다 훨씬 더 중대한 일을 했다. 우리가 독보적으로 큰 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부실한 육체에 빛나는 정신력을 부여해 준 것이다. - P168
게걸스럽게 먹는 동물들……… 끊임없이 먹고 배설하며 철학이나 음악과는 진실로 어울리지 않는 삶을 영위한다. 플라톤이 말한 그대로다.더 고상하고 완전한 동물들은 이처럼 끊임없이 먹지도 배설하지도않는다.- 갈레노스(Galenos), 『인체 기관의 쓸모에 대한 고찰(On the Usefulness of theParts of the Body),_6장 요리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니 중 - P169
인간이 불을 이용하게 된 것은 아마도 문화뿐 아니라 신체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연 선택의 압력이 어떤 분야에서는 높아진 반면 또 다른 분야에서는 낮아지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날고기와 생야채만으로 구성된 식단이 익힌 음식으로 대체되면서 씹고소화시키고 영양을 흡수하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 케네스 오클리(Kenneth Oakley), 『초기 인류의 사회생활(Social Life of EarlyMan) 2장 요리하는 유인원 중 - P59
문제는 열대 지방의 수렵 채집인은 식사의 절반 이상을 식물성 양식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채집해서 먹었을 식물들은 익히지 않고 먹어서는 쉽게 소화시킬 수 없는 종류였다는 데 있다. 여기서 육식 가설은 한계에 부딪힌다. 직립 원인이 작은 치아와 소화관을 가진 이유를 육식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소화 능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어떻게 식물성 양식을 효율적으로 소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_2장. 요리하는 유인원 중 - P73
오래된 속담이 있다. 사람은 그가 먹는 것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그가 소화시키는 것으로 산다.‘-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 맛의 생리학 또는 초월적 요리학에 대한 명상 (ThePhysiology of Taste: Or Meditations on Transcendental Gastronomy). 3장 가열요리의 엄청난 혀능 중 - P81
음식을 익혀 먹었을 때 인체가 섭취하는 에너지가 증가하는 기작은 꽤 잘 알려져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열 조리가 녹말을 젤라틴화하고, 단백질을 변성시키며, 모든 것을 연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녹말은 젤라틴이 아니라 풀이 된다. 젤라틴은 동물성 단백질이다. 저자는 열을 가하면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하는 현상과 녹말이(수분이 있으면) 걸쭉한 풀로 변하는 현상을 한데 묶어 표현하고 싶은 나머지 무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 옮긴이) _ 3장 기열 조리의 엄청난 효능 중 - P83
고기를 불에 익히면 젤라틴화 및 변성과 같은 화학적 변화가 주로생기지만, 물리적 변화도 나타나 음식이 내놓는 에너지에 영향을 미친다. _ 3장 가열 조리의 엄청난 효능 중 - P95
우리 인류는 불로 요리하는 유인원이며, 불의 피조물이다. - P31
나에게 인간을 정의하라면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라 하겠다. 동물도기억력과 판단력이 있으며 인간이 지닌 능력과 정열을 모두 어느 수준까지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리하는 동물은 없다.…… 음식을 맛있게 차려 먹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모든 인간은 직업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는 요리사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스스로 양념을 친다는 점에서 말이다. _ 1. 생식주의자를 찾아서 - P33
생식주의자가 잘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번성할 수 있는 것은 품질이 예외적으로 높은 음식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 환경에서뿐이다. 그러나 동물들은 야생의 먹을거리를 날로 먹으면서도 잘 살아간다. 진화 식단의 단점에서 시작된 의심은 옳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우리에게는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우리는 익힌 음식을 필요로 한다._1. 생식주의자를 찾아서 - P58
마쓰이에 마사시란 작가를 지금 만나다니, 현재 국내번역서중 3부작중 2번째를 읽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주문중...영화 <리틀 포레스트>같은 초록색의 느낌이 배경색으로 깔려있다. 전후 일본의 전설적인 건축가의 철학이 여름 별장의 업무 기간동안 서사적으로 그려져 있다. 감정의 진폭이 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가지만,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철학을 구현해가는 건축설계사무소의 국립현대도서관 현상공모 작업이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막힘없는 문장과 아름다운 설명, 건축과 디자인을 물론이고 예술-음식-역사-과학까지 상호 연결하여 표현하는 다큐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이런 소설 표현과 편안한 문장이 좋다. 선생님과 주인공의 사랑 방식도...끝으로, 이 책에 소개된 건축물을 포함 여름 별장 지역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