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채우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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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사필귀정의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그는 죽을 때까지 나와 행복하게 살아야 옳았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는 아무 잘못 없이 나를 잃었다. 나는 성민이 가고 난 뒤에도 혼자 한참 더 울었다. - P147

삶에는 ‘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 사이에 아무런 경계가 없어지는 그런 지점이 있었다. 그에게 그곳이 나무가 쓰러진 고속도로였다면, 나에게는 산꼭대기에 붉은빛이 번져가는 이 산성이었다. 그날그가 전혜원에게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했어도 인생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흘러갔을 것이다. 내가 오늘 성민에게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했어도, 인생은 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흘러갔을 것이다. 시간과 방향의 감각이 없어지는 그런 공간에서는, 인간이 무엇에 부딪쳐 어디로 가든 아무 차이가 없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를, 또산성을 지나쳤다. 한번 지나치고 나면, 또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살게된다. - P153

해사한 웃음, 수줍은 얼굴, 부드러운 말투, 상대방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몸짓은 그의 본성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던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에게는 세상에 꼼꼼하게 숨겨왔던 아주 커다란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 하지 않는 정욱연은, 침묵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만큼 차갑고 지독했다. - P163

그때 나는 이미 예감했던 것 같았다. 그가 가면을 벗는 순간, 그 앞에 내가 있을 것 같다고. - P165

내가 겪은 일쯤은 오이를 무치다가 양념 묻은 손으로 눈을 비벼서 눈물이 난 정도의 하찮은 일에 불과하다는 식이었다. - P182

사랑이라는 엄청난 바위가 미친 듯이 내달리고 난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달 표면 같은 폐허에 나 혼자 서 있었다. 아무도 행복한 사람이 없었다. - P183

하지만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 P210

그러지 못한다. 어린 시절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많았던 아빠같은 사람에게 기러기 가족이란 악몽의 재연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걸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현서가 희서의 눈에는 아둔하고 이기적으로 보였다. 희서는 현서에게 이제 그만 나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 P219

나름대로 좋은 점이 없지 않은 작은오빠의 인생이 저토록 꼬인 것의 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성적이라고 생각했다. 작은오빠는 성적이 너무 좋았다. 성적이 좋으면 많은 것이 용서되는 한국에서, 작은오빠는 지나치게 좋은 성적을 받는 바람에 인생을 망쳤다. 성적이 좋은 사람은 의대, 법대, 경영대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만 했기때문이다. - P240

"그게 진정한 자식 노릇 아니야? 자식이 부모 말 듣는 거 봤어?" - P252

다행히 헤나는 내 의견을 무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 계획 따위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달렸다. 그녀가 우연의 영결식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걸 알았지만, 나는 그녀를 불러세울 수도 없었다. 그녀는 내 목소리보다 빨리달렸으니까. 혜나가 욱연을 사랑하는 방식, 그것이 바로 『사랑이 채우다』이다. 슬픔과 이별로 가득한 인생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내가 당신곁에 머물겠다고 혜나는 욱연에게 속삭인다. 혜나가 욱연을 위해 춤추고 노래하면서 이 긴 이야기는 끝이 난다.

_ 작가의 말 중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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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채우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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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년을 헤어져 지낸 그들 부부 사이에 사랑이 사랑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 순간까지 내 머리에 단 한 번도 떠오른 적이 없었다. - P33

하지만 그녀가 미처 생각지못한 암초가 있었다. 천하의 정욱연이 결코 견뎌내지 못하는 단 한 가지는 바로 가족에게 버림받는 일이었다. 정욱연은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 P37

나는 전혜원이 무서워졌다. 원래 무서웠지만 더 무서워졌다. 그녀는 미워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나 부유함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각이 옳건 그르건, 도무지 말도 안 되는소리를 해도, 그녀는 모두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사는 여자였다. 숨길줄도 위장할 줄도 모르는 진심, 그것 때문에 아름다운 여자였다. 나는 정말로 그녀가 무서워졌다. - P46

되는 일 없는 흉흉한 세상에서는 환상이 가장 소중했다. - P50

나는 눈빛만으로 올케들을 간단하게 제압했다. 나는 요즘 정욱연을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토하지 않았다. 그것은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였다. - P59

나이 사실이 무슨 인생의 저주이길래, 곱게 자란 이 여인들은 사랑에 이렇게 돌같이 무감해졌는가? - P61

돈을 벌수록 부부는 헤어지고 가정은 깨지고 아이들은 홀로 남았다. 연길은 그런 땅이었다. - P81

피해야 하는 이야기를 잘 피해가는 것이 공주로 끈질기게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었다. - P82

여자들이 모두 수동기어를 싫어한다는 건 언어도단이었다. 수동기어는 섹시했다. 나는 수동기어를 좋아했다. 수동기어를 정욱연보다 더 좋아했다. 내가 싫어하는 건 한창환과 그의 천박한 인격과 어이없는 난폭운전이었다. 그 죄를 멀쩡한 수동기어에게 뒤집어씌우다니 뻔뻔한 인간이었다. - P88

나는 내가 미웠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언제나 자신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남자인 줄 뻔히 알면서 한 달이나 그를 내버려두었던 내가 죽도록 미웠다. - P103

칠 년간의 기다림 끝에 그녀를 잊기로 굳게 결심했지만, 불행을잊는 것과 사랑을 잊는 것은 다른 거였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선택했으면서도, 내 얼굴 위에는 천진한 전혜원의 얼굴이 언제나 겹쳐져 일렁거렸다. - P122

사고를 칠 때는 미래 따위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저지른 일의 당연한 결과가 닥쳐오면 그제야 기절할 듯이 놀라는 인간이었다. 나는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성민과 헤어지게 될 줄은, 성민과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가슴 아플 줄은 정말로 몰랐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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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남은 승자의 이유
김영준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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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깊게 생각하기>


1. 알라딘에서 여러 권 주문한 도서로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다음 2번째로 읽었다. 만 하루만에 읽을정도로 글이 명쾌하고 말하려는 요지가 분명하다.

2. 치열한 기업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브랜드와 기업을 소개한다. 브랜드 및 기업들이 실명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친숙하다.

3. 기존 저자책와 같이, 평면적인 해설이나 결과로 원인을 유추하는 방식이 지양한다. 대표적인 예가 삼영라면이 ‘공업용 우지 파동‘으로 추락한 것이 아닌 다른 원인들을 설명하고 여기에 추가된 사건임을 제시한다.

4. 소개하고 있는 제품군은 유제품(우유, 떠먹는 유산균), 아이스크림, 라면, 생수, 이온음료, 소주, 대형마트 등이다. ‘경쟁‘의 이야기를 리더(경영자), 도덕, 스토리, 규제와 연결하여 시계열로 설명하는데 흥미롭다.

5. 저자 의견이 나름 강하게 소개한 부분이, 1) 기업자는 성인군자가 아니라는 내용(밴앤제니스)에서 소개한다. 2) 모든 경쟁과 규제는 ‘소비자 효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대형마트 부분에서 현재 과도한 규제의 허상을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프랫폼으로 전환되는 시기에...3) 마지막 장에서 ‘오너 경영‘에서 ‘CEO 경영‘으로 전환은 국내 재벌(대기업)의 주식시장의 공개(상장)에서 보듯이 어쩔수 없는 과정일 수 있음을 핫소스 회사 예를 들며 암시한다.

6. ‘모든 경쟁의 원리는 반복된다‘라는 저자의 서문을 역설적이게 설명하는 장이 ‘동일한 전략, 전혀 다른 결과‘ 편이다. 양적 성장이라는 동일한 전략이 카페베네와 서브웨이 프랜차이즈에서 정반대 결과를 보여준다. 왜 동일한 전략이 다른 결과를 주었는지 질문을 던지는 이 부분이 첫장에 소개되었으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 시대의 맥락과 배경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운이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7. 불가리스, 신라면, 에비앙, 게토레이, 참이슬, 이마트, 카페베네 등이 영문 이니셜로 표시되지 않은 것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사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8. 기존도서 <골목의 전쟁>, <멀티팩터>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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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채우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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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아랫것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이다. 그는 빈 컵이 아직 자리하고 있는 컵홀더를 정리하느라 좀더 수선을 떨었다. - P8

나는 황해재단의 주요사업이 탈북자 지원사업보다는 재단이사 생계지원사업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걸 깨달은 날 나는 속으로 에라 씨발, 을 외치며 백화점에서 법인카드로 샤넬백을 질렀다.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짝퉁 사회재단의 짝퉁 이사였다. 진짜는 샤넬백뿐이었다. - P11

나는 마음속으로만 대답했다. 택시, 택도 없다, 시발놈아. 물안개. 물론 안 되지, 개새끼야. - P12

태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후로 한창환은 나에게 꼭 필요한말만 했다. 가끔은 꼭 필요한 이야기마저 생략할 때도 있었다. 완전좋았다. 진작 그랬어야 옳았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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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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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년전 실제 생활 상상하며 그리다>

심작가의 <설이>와 <사랑이 달리다> 이전에 간단한 서평을 작성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읽은 소설중 유일한 단편소설들 모음이다. 서삼국유사의 한 구절을 모티브로 역사적 상상력이라기보다는 실제생활의 상상력을 그려보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 시절로 돌아가면, 국교로 정식 인정되기전 불교는 조선시대 천주교로 빗대어 해석할 수 있고, 민속신앙과 갈등과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사람들에게 자리잡았을 것이다.

저자도 이야기했듯이, ‘선데이 서라벌˝이라는 제목으로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성‘과 그 생활로부터 인간들이 벗어날 수 있을까? 소설속에 말하는 내용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야할 수도 있지만, 충성의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인간들의 다큐적 삶이 아닐까?

조각조각 알고 있는 그 시절 사람들을 제도나 종교들을 채로 걸어내묜 그런 모습일 수 있겠다 싶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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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7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상상력이 핫했던....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mailbird님 덕분에 예전의 감성을 되살리게 되네요. ^^

mailbird 2022-09-27 16:02   좋아요 1 | URL
전 9월부터 심작가님 책들을 정주행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