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년을 헤어져 지낸 그들 부부 사이에 사랑이 사랑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 순간까지 내 머리에 단 한 번도 떠오른 적이 없었다. - P33
하지만 그녀가 미처 생각지못한 암초가 있었다. 천하의 정욱연이 결코 견뎌내지 못하는 단 한 가지는 바로 가족에게 버림받는 일이었다. 정욱연은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 P37
나는 전혜원이 무서워졌다. 원래 무서웠지만 더 무서워졌다. 그녀는 미워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나 부유함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각이 옳건 그르건, 도무지 말도 안 되는소리를 해도, 그녀는 모두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사는 여자였다. 숨길줄도 위장할 줄도 모르는 진심, 그것 때문에 아름다운 여자였다. 나는 정말로 그녀가 무서워졌다. - P46
되는 일 없는 흉흉한 세상에서는 환상이 가장 소중했다. - P50
나는 눈빛만으로 올케들을 간단하게 제압했다. 나는 요즘 정욱연을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토하지 않았다. 그것은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였다. - P59
나이 사실이 무슨 인생의 저주이길래, 곱게 자란 이 여인들은 사랑에 이렇게 돌같이 무감해졌는가? - P61
돈을 벌수록 부부는 헤어지고 가정은 깨지고 아이들은 홀로 남았다. 연길은 그런 땅이었다. - P81
피해야 하는 이야기를 잘 피해가는 것이 공주로 끈질기게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었다. - P82
여자들이 모두 수동기어를 싫어한다는 건 언어도단이었다. 수동기어는 섹시했다. 나는 수동기어를 좋아했다. 수동기어를 정욱연보다 더 좋아했다. 내가 싫어하는 건 한창환과 그의 천박한 인격과 어이없는 난폭운전이었다. 그 죄를 멀쩡한 수동기어에게 뒤집어씌우다니 뻔뻔한 인간이었다. - P88
나는 내가 미웠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언제나 자신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남자인 줄 뻔히 알면서 한 달이나 그를 내버려두었던 내가 죽도록 미웠다. - P103
칠 년간의 기다림 끝에 그녀를 잊기로 굳게 결심했지만, 불행을잊는 것과 사랑을 잊는 것은 다른 거였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선택했으면서도, 내 얼굴 위에는 천진한 전혜원의 얼굴이 언제나 겹쳐져 일렁거렸다. - P122
사고를 칠 때는 미래 따위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저지른 일의 당연한 결과가 닥쳐오면 그제야 기절할 듯이 놀라는 인간이었다. 나는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성민과 헤어지게 될 줄은, 성민과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가슴 아플 줄은 정말로 몰랐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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