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말은 하기만 불편한 게 아니다. 듣기도 불편하기는 매일반이다. 안 해 본 사람만이 아니라 안 들어 본 사람도부자연스러움과 쑥스러움을 느낀다. - P108
이왕이면 모두 모여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에 대한 추억의 일화를 나누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또한 여러 세대가 모인 만큼, 서로의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그 모습이 바로 가족 간에 대화가 꽃피는 명절, 누구나 꿈꾸는 명절의 풍경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평등한 가족문화다. 진정한 대화는 평등한 관계에서 가능한 법이기 때문이다. - P114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함정임 저)를 읽었다. 동시에 김소진 소설집 6권을 함께 읽고 했다. 김소진 작가는 90년대 세상을 떠난 젊은 소설가이자 함정임소설가의 부부관계이기도 했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일자 배열로 된 집에 살고 있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의 언어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전쟁이후 먹고살아야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정석조네 세들어 사는 사람들속에 하나하나 투영하여 옴니버스식 단편소설 구성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세대의 이야기…소섳가로 치자면 김훈선생이 젊은 시절 살았던 도시민들의 고단한 삶들이다. 미화나 분노도 없다. 심윤경-최은영-김연수로 여름철 이어져 온 소설가 완벽 시리즈가 올해는 김소진 전집으로 귀결된다. 이제 2권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읽어가고 있다.
시간(역사)적인 배경과 공간(지리)적인 의미를 국제관계 맥락속에서 설명한다. 89년 천안문사태와 91년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중국과 소련과의 수교의 의미를 그 시절 이해하지 못했다. 새롭게 시작된 신냉전…미중간의 새로운 패권전쟁의 의미를 30년전 역사를 반추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현재 벌어지고 이ㅛ는 경제 제재와 반도체 논쟁, 핵심 자원의 확보 전쟁는 전개될 세계 질서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의 일극 체제의 쇠퇴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이 개입주의 대신 고립주의의 전환, 동북아 정세와 긴장 강화는 국제질서의 맥락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공직 경험이 있는 국내 저자가 이런 멋진 책을 저술한 것도 놀랍다. 주변에 읽어보라고 몇권 선물했다.
공부가 부족한 것은 무지한 것이고, 성찰이 부족한 것은 미성숙한 것이며, 용기가 없는 것은 비겁한 것이다. 언어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무지와 미성숙 그리고 비겁함을 극복해 가는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 P40
이제 이런 순간들은 예전만큼 자주 오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하며 슬퍼진다. 위대한 그림은 경외감, 사랑 그리고 고통 같은잠들어 있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메자닌의 골동품들에 대한 호기심과는 다르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더 많이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 P256
내가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게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 P272
사랑과 경건함 그리고 기진맥진한 몸과 마음을 표현한 그 소묘들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머리와 심장의 요구에 손으로 부응하려 애를 쓰며 하얀 종이 앞에 구부정한 몸으로 앉아 있는 노인을 상상한다. 미켈란젤로를 미켈란젤로로 만드는 건 그다음에 그가 한 일이다. 습작을 해본 다음 그는 일어나서 그 스케치를 현실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는 죽기 며칠 전까지도 말을잘 듣지 않는 대리석을 망치와 끌로 두드리고 있었다. - P292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사람들한테 퀼트 이불을 좀 달라고해도 하나도 주질 않았으니까. 그러니 내가 아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바느질을 하는 수밖에 없었죠. 만드는 내내 나나 애들이나 이걸 만들면 따뜻하게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그랬고요." - P300
파트타임으로 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불과하다. 평생 이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생은길고, 이 일은 구석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대신 그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글자 그대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봄이 오고 일을 시작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나는 가이드를 하기위해 조사하고, 투어 내용을 적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준비를 하는 내가 얼마나 신나 하고 있는지 문득 깨닫는다. 이야기를 하는 일, 나만의 것을 만드는 일이다. - P307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그리고 이곳 메트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지고, 대리석에 새겨지고, 퀼트로 바느질된 그 증거물들이 있다. - P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