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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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 이런 순간들은 예전만큼 자주 오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하며 슬퍼진다. 위대한 그림은 경외감, 사랑 그리고 고통 같은잠들어 있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메자닌의 골동품들에 대한 호기심과는 다르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더 많이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 P256

내가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게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 P272

사랑과 경건함 그리고 기진맥진한 몸과 마음을 표현한 그 소묘들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머리와 심장의 요구에 손으로 부응하려 애를 쓰며 하얀 종이 앞에 구부정한 몸으로 앉아 있는 노인을 상상한다. 미켈란젤로를 미켈란젤로로 만드는 건 그다음에 그가 한 일이다. 습작을 해본 다음 그는 일어나서 그 스케치를 현실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는 죽기 며칠 전까지도 말을잘 듣지 않는 대리석을 망치와 끌로 두드리고 있었다. - P292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사람들한테 퀼트 이불을 좀 달라고해도 하나도 주질 않았으니까. 그러니 내가 아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바느질을 하는 수밖에 없었죠. 만드는 내내 나나 애들이나 이걸 만들면 따뜻하게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그랬고요." - P300

파트타임으로 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불과하다. 평생 이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생은길고, 이 일은 구석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대신 그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글자 그대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봄이 오고 일을 시작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나는 가이드를 하기위해 조사하고, 투어 내용을 적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준비를 하는 내가 얼마나 신나 하고 있는지 문득 깨닫는다. 이야기를 하는 일, 나만의 것을 만드는 일이다. - P307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그리고 이곳 메트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지고, 대리석에 새겨지고, 퀼트로 바느질된 그 증거물들이 있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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