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안쪽 - 속 깊은 자연과 불후의 예술, 그리고 다정한 삶을 만나는
노중훈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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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지구의 과거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들 같았다. 하늘의 청, 사암의 적, 굳은 용암의 흑, 관목의 녹이 진한 색의 대비를 이루었다. 암반과 암벽의 수많은 주름들이 창망한 바다의 물비늘 또는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의 기하학적 무늬처럼 느껴졌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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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젊은 날의 시
나희덕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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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처럼 남아 있는 돌 하나
대답도 할 수 없는데 그 돌 식어가네
단 한 번도 흘러넘치지 못한 화산의 용암처럼
식어가는 돌 아직 내 손에 있네

_ 뜨거운 돌 중 - P77

허기로 견디던 한 시절은 가고, 이제
밥그릇을 받아놓고도 식욕이 동하지 않는 시대
발자국조차 남길 수 없는 자갈밭 같은 시대

_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중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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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젊은 날의 시
나희덕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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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너무 많은 것을 슬픔이라 부르고 나니
새들은 자꾸 날아와 저문 하늘을 가득 채워버렸습니다
이제 노 젓는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_ 기러기떼 중 - P51

같은 자리로 내려앉는 법이 없는
저 물결, 위에 쌓았다 허문 날들이 있었다
거대한 점묘화 같은 서울,
물결, 하나가 반짝이며 내게 말을 건넨다
저 물결을 일으켜 또 어디로 갈 것인가

_ 저 물결 하나 중 - P53

그만 지고 싶다는 생각
늙고 싶다는 생각
삶이 내 손을 그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_ 고통에게 중 - P66

오, 버섯이여
산비탈에 구르는 낙엽으로도
골짜기를 떠도는 바람으로도
덮을 길 없는 우리의 몸을
뿌리 없는 너의 독기로 채우는구나

_ 음지의 꽃 중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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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조네 사람들 김소진 문학전집 1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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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벽보 벗기기 작업을 하는 순간만큼은 아버지에 대해서뭔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아마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주변을 휘감아온 당신의 운명과어떤 식으로든지 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맞닥뜨려 대결하고 싶었던건지도 몰랐다. 아울러 그런 애비의 모습을 아들인 내게 단 한 번이나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튼 그 대결 끝이 아무리 참담할지라도 그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몫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언제부턴가 모르게 삶이 자꾸 버거워질 때마다 그 백보 속의 아버지를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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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젊은 날의 시
나희덕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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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_ 오분간 중 - P21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_ 그런 저녁이 있다 중 - P27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_ 연두에 울다 중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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