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평전 - 더불어 숲으로 가는 길
최영묵.김창남 지음 / 돌베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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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끊임없이 조직되고 생성된다. 그 관계는 다시 변화하고 탈주하는 지속적 생성과 생기(生氣)의 장이다. 고정된 정체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정체성이 형성되고 변화하며 재구성된다고 보는 점에서 존재론적 패러다임과 대비된다.
(p.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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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평전 - 더불어 숲으로 가는 길
최영묵.김창남 지음 / 돌베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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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글자 그대로 ’앎’입니다. 미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은 미가 바로 각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각성하게 하는 것이 아름다움이고 미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움의 반대말은 ‘모름다움‘이라고 술회합니다. 비극이 미가 된다는 것은 비극이야말로 우리를 통절하게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얇은 옷을 입은 사람이 겨울 추위를 정직하게 만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는 한매(寒梅), 늦가을 서리 맞으며 피는 황국(黃菊)을 기리는 문화가 바로 비극미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문화입니다. 우리가 비극에 공감하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인간을, 세상을 깨닫기 때문입니다.[담론, 252~253) _ p. 156

그는 이를 머리에서 기슴으로, 다시 기슴에서 발로 가는 ‘가장 먼 여행’이라 불렀다. ‘타자화’에서 ‘공감‘으로, 그리고 ‘실천’으로 가는 여정이다. 예술의 의미도 다르지 있다. 예술 역시 인식의 회장이고 변화와 창조의 과정이며 타자화에서 다시 공감과 연대로, 실천으로 니이기는 ‘먼 여행’인 것이다. _ p. 160

공자가 이야기하는 배움과 깨달음은 보통 사람이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세계다. 누구나 궁리(窮理)를 해서 문리가 트이면 일정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쇠귀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평적 정보들을 수직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손잡고, 341] 가령숟가락은 밥 먹는 도구라는 말을 듣고, 삽은 땅을 파는 도구이며, 망원경은 멀리 보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수평적 정보의 집적이다. 이러한 도구들을 떠올리면서 ‘인간이 만든 모든 도구는 인간의 확장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정보의 수직화이고 깨달음이다. (p. 231)

쇠귀에게 깨달음이란 평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바깥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안으로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는 일이었다.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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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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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아무도 없구나!" 자공이 말했다. "어째서 선생님을 알아주는 이가 아무도 없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않고, 범속한 것을 공부하는 것으로부터 고매한 곳에 이르니, 나를 알아줄 것은 아마 하늘이런가!"

子曰, 莫我知也夫,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子曰, 不怨天, 不光人, 下學而上達, 知我者其天乎.

- 논어, 헌문편 중에서, (p. 108)

공자의 이 언명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임기응변(權)이란, 규범에 맞추어 자신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立) 경지를 완수한사람에게나 가능한, 최후의 경지라는 사실이다. (p. 124)

새로운 답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동의 없이 태어나고, 많은 노인들이 동의 없이 요양원으로 실려 간다. (p. 182)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은 오직 ‘밍기적’뿐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밍기적 유토피아‘가 실현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게으른 사람들에게 큰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는 아무 일도 하지 않 았기 때문에‘만사형통하는 세계인가, 아니면 아무것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사형통하는 세계인가. (p. 189)

단조로움과 화려함의 대조가 빚는 간극이야말로 피지배층과 지배층의 간격이다. 지배층은 자신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이 두드러지도록, 피지배층은 초라하고 단조로운 상태에 머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피지배층이 지배층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순간, 그 피지배층은 지배층의 지배와 사회의 위계 질서를 감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아름다운 사람이 뱉는 침과 그가 때리는 따귀라면 감수할 용의가 있는 것처럼. 부러우면 지는 거다. 아니, 부러우면 지배당하는 거다. (p. 198)

더 창의적인 재현은 현실’을’ 모사하고자 하는 집착을 버리고, 현실에 ‘대하여’ 재현하려 든다. 영정 사진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그 영정 사진이 망자의 검버섯 하나하나를 얼마나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망자에 ‘대하여’ 얼마나 잘 이야기해주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p. 220)

시작이 있는 것은 끝이 있기 마련, 더 나은 세상을 열망했던 사상가들도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이 지구도 언젠가는 차갑게 식을 것이다. 재현에 종사하는 이들의 궁극적인 소망은 이 지구의 영정사진을 찍는 것이다. (p.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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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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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미자微子‘ 편은 말한다. ˝도가 행해지지 않음은 (공자도) 이미 알고 있다.˝(道之不行 已知之矣.)이것은 공자를 모순적이며 비극적인 인물로 만든다. 그는 실패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 실패를 향해 전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견 비합리적인 행동은, 눈앞의 손익을 따지는 이는 꿈꾸지 못할 영웅적인 광채를 공자에게 부여한다. (p. 50) _ 모순과 함께 걸었다 중에서

이와 같이 침묵을 매질媒質로 삼은 메시지는 그에 걸맞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독해자를 요청한다. 이것은 『논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논어』에서 공자孔子(기원전 551~479)는 말하거나 혹은 침묵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명시적으로 자신은 특정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자 함을 표명한다. "나는 말하지 않고자 한다."(子欲無言, 『논어』 ‘양화陽貨 편)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논어』 텍스트 전체는 발화한 것, 침묵한 것, 침묵하겠다고 발화한 것, 이 세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를 염두에 두고, 독해자는 의도된 침묵마저 읽어낼 자세를 가지고 『논어』를 탐사해 나가야 한다. (p. 29)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고자 한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을 하지 않으시면, 저희들은 무엇을 좇는단 말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생장한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子曰, 子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日,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 논어, 양화편중에서 (p. 31)

자로가 말하였다. "벼슬하지 않는 것은 의義가 없는 것이다. 장유의 도덕 질서는 없앨 수 없는데, 군신 간의 의를 어찌 그저 없앨 수 있겠는가? 자기 한 몸 깨끗이 하려다 큰 인륜을 망치는 법이다. 군자가 벼슬하는 것은 그 의를 행하는 것이다. 도가 행해지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다."
子路曰, 不在無義, 長幼之節, 不可廢也, 君臣之義, 如之何其廢之, 欲潔其身, 而亂大倫, 君子之任也, 行其義也, 道之不行, 已知之矣. _ 논어, 미자 편중에서 (p. 52)

공자가 떠나버린 일은 조국을 사랑하되, 그 조국을 비판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섬세하게 선택한 사려깊은 행위이다. (p. 59) _ 떠나는 이유에 대해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중에서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소통과 해석을 가능케 하는 바탕을 공유하고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소통과 해석의 질은 곧 정치의 질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이거칠어진 나머지, 구호와 폭력만이 만연하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를 수 없으며, 곧 정치적 타락의 지표가 된다. (p. 61)

세계 학계의 사상사 연구 흐름은 천재적이고 뛰어난 사상가로 알려져 있던 과거의 사상가들이 황무지에서 느닷없이 솟아난 존재들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가능하게 한 당대의 지적 담론의 소산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명성을 영속시킨 힘도 단순히 그들의 천재성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이후 전개된 여러 역사적 맥락 때문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인류의 정신을 새롭게 열어젖힌 천재로 알려진 니콜로 마키아벨리나 존 로크도 그런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p. 6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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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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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좌절할 때마다 나는 아들에게, 이 아버지가 세 대륙에서 살아남은 것을 보면 네가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은 없다고 말해준다. 그 우주 비행사들은 영원한 영웅이기는 하지만, 달에 겨우 몇 시간 머물렀을 뿐이다. 나는 이 신세계에서 거의 삼십 년을 지내왔다. 내가 이룬 것이 무척이나 평범하다는 것을 안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떠난 사람이 나 혼자뿐인 것도 아니고 내가 최초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지나온 그 모든 행로와 내가 먹은 그 모든 음식과 내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과 내가 잠을 잔 그 모든 방들을 떠올리며 새삼 얼떨떨한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나의 상상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p. 309) _ 세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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