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도시 -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사감의 도시
최민아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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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햇빛과 햇볕을 전달한다. 햇빛은 시각에 대한 자극이고, 햇볕은 촉감에 대한 자극이다. 햇빛은 가시광선을 통해 주변을 밝게 하고, 햇볕은 태양의 복사열에서 느껴진다. 태양빛은 태양광 패널의 광자 차이를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고, 태양열은 집열관을 통해 증기를 덥힌 뒤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다르다. (pz 169-170)

촉촉함은 습기가 적당해 기분이 좋은 느낌, 축축함은 물의 양이 많아 젖은 느낌을 표현한다. 봄비와 새벽이슬, 눈가에 맺힌 눈물은 촉촉하고, 장맛비에 젖은 바짓가랑이나, 오줌 싼 이부자리는 축축하다. (p.176)

최근 세계적인 대도시에서 가장 유행하고 번창하는 공간은
‘코워킹 스페이스 Co-Working Space‘ 이다. 서울, 뉴욕, 런던, 파리의 한가운데에 가장 세련되고 비싼 지역의 도심 한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의견을 교류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든지 자신만의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에서도 사람들은 굳이 집을 나와 이곳에서 자발적으로 일하며 시간을 보낸다. 접촉이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 된 사회가 발달했음에도 오히려 사람들은 사회와의 접촉을 찾아 나선다. 가상 현실이 발달할수록 사람과 도시와의 스킨십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p.202)

도시를 가득 메운 건축물은 뽀드득거리는 눈, 따가운 여름 소나기, 부드럽고 간지러운 가을 갈대, 거친 소나무 등걸과 같은 자연의 촉감과 어울릴 때 풍요로워진다. 몇 백 년 전 조선의 어의는명주실 끝으로 전해지는 진맥을 통해 병중을 헤아리고 진찰했다. 촉감은 섬세하고 정확하게 사물의 본질을 전달한다. 건물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우리가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촉감을 통해서이다. 오래 머무르고 싶은 따뜻한 공간은 사람의 촉감이 주는 섬세함에서 시작된다. (p.210)

그렇다면 오감으로 느끼며 먹는 음식은 어떨까? 음식에서 맛있는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을 때의 소리를 듣거나 식감을 느끼고, 촉감으로 재료를 만진다면 맛이 더 다채로울 것이다. 도시도마찬가지다. 냄새, 소리, 촉감, 맛의 다양한 언어로 말하는 도시를 눈을 감고 느낀다면 우리가 사는 공간을 더 풍요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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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도시 -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사감의 도시
최민아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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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난 후의 여운이 남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가장 좋은 느낌을 갖는다. 조향사가 향수를 만들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화려한 향과 헤어진 후 은은하게 여운이 남을 베이스 노트가 아닐까? 인간관계처럼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공간은 향기가 여운으로 남는 베이스 노트 같은 공간일 것이다. (p.70)

정적은 도시에 색다른 매력을 주지만, 도시의 벅적한 소리에서 특유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소리가 사라진 도시는 더 이상우리가 알던 도시가 아니다. 도시를 가득 채운 수많은 소리들은사람들에게 생기를 전한다. 사람과 도시는 결국 소리로 연결된다. 고요한 도시는 다시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활기를 되찾는다. (p.137)

촉감은 가장 솔직하게 도시를 표현하 고, 공간을 만든 의도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해준다.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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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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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퇴직 후 얻은 일터에서 ‘임계장‘ 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는 ‘임시 계약직 노인장‘ 이라는 말의 준말이다. 임계장은
‘고 다 자‘라 불리기도 한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
‘르기도 쉽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고용주들에게 이 고다자 임
‘계장들은 시급만 계산해 주면 다른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없는 매력적인 노동력이다. 석 줄짜리 구인 광고를 내면 일자리를 원하는 노년의 노동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고용주는 이 중에서 "고분고분한 자, 뼈와 근육이 튼튼한 자"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p.7) _ 들어가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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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도시 -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사감의 도시
최민아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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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직접 만져 보고, 좁은 골목을 빙빙 돌며 달려 보고, 누군가에게 도와 달라 소리쳐 보고, 하루 종일 걸어 다리가 아파서주저앉거나, 구두를 벗고 맨발로 걸어볼 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눈으로 기억한 도시는 스쳐 지나가지만, 맡고, 듣고, 만지고,
맛본 도시는 몸과 마음에 깊이 남는다. (p.9) _ 작가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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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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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것은 이구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행복> 중

이것이 나그네의 방랑과 소풍의 차이다. 둘 다 집 떠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전자는 오고 감에 정처가 없고 후자는 분명하다. 그래서 전자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 매력이 있는 반면, 먹을 거리조차 스스로 구해야 하는 고달픔이 있고, 후자는 김밥 도시락까지 싸 가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만다는 아쉬움이 있다. 나그네에게 소풍은 없다. (p.257)

헌데 왜 하필이면 기침과 가래인가? 무엇보다 기침과 가래는 머뭇거림이나 거침이 없다. 록 음악이 그러하며, 등산가의 한숨이 그러하며, 폭포가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는 양심이며 내부 깊숙이 고인 시적 욕망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토해 내는, 아니 저절로 터져 나오는 시인의 살아 있는 목소리다. 생리적 인고로 그것은 더욱 생명력에 가깝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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