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그네의 방랑과 소풍의 차이다. 둘 다 집 떠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전자는 오고 감에 정처가 없고 후자는 분명하다. 그래서 전자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 매력이 있는 반면, 먹을 거리조차 스스로 구해야 하는 고달픔이 있고, 후자는 김밥 도시락까지 싸 가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만다는 아쉬움이 있다. 나그네에게 소풍은 없다. (p.257)
헌데 왜 하필이면 기침과 가래인가? 무엇보다 기침과 가래는 머뭇거림이나 거침이 없다. 록 음악이 그러하며, 등산가의 한숨이 그러하며, 폭포가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는 양심이며 내부 깊숙이 고인 시적 욕망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토해 내는, 아니 저절로 터져 나오는 시인의 살아 있는 목소리다. 생리적 인고로 그것은 더욱 생명력에 가깝다.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