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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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서 직원이 나와 치매 노인의 정도를 확인해 간병인도 파견하고 지원도 한다 치매를 앓는 명자네 할머니는 매번 직원이 나오기만 하면 정신이 돌아온다 아들을 아버지라, 며느리를 엄마라 부르기를 그만두고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고 며느리를 며느리라 부르는 것이다 오래전 사복을 입고 온 군인들에게 속아 남편의 숨은 거처를 알려주었다가 혼자가 된 그녀였다

_ 기억하는 일 중 - P47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_ 환절기 중 - P49

살아 있을 때 피를 빼지 않은 민어의 살은 붉다 살아생전마음대로 죽지도 못한 아버지가 혼자 살던 파주 집, 어느 겨울날 연락도 없이 그 집을 찾아가면 얼굴이 붉은 아버지가목울대를 씰룩여가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_ 파주 중 - P53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_ 낙서 중 - P77

소리 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
소리 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우리가 만난 고요를 두려워한다

_ 저녁 중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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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읽기만 해도 어휘력이 늘고 말과 글에 깊이가 더해지는 책
장인용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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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심심한 사과‘는 예전의 점잖고 학식이 드러나는 한문 투의 표현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깊은 사과‘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굳이 옛날 어투를 써서 좋을 것이 없다. 게다가 맛있는 사과는 결코 심심하지 않고 삼삼하다. - P168

우리 민족을 순수한 혈통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우리말에 들어온 몽골어, 만주어, 거란어 등을 보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순수 혈통주의는 위정자들이나 선동가들이 외치는 구호일 뿐이고, 세상은 이웃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교류하며 지내는 것이다. 오래전에도 한반도에는 멀리에서 온 아랍 상인을 비롯한여러 국적의 외국인이 건너왔다. 그들의 일부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어울려 살았음을 우리말이 증명한다. - P221

예전에 칫솔이 있었을 리 만무하기에 부드러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이에 끼인 것을 정리하고 물로 가셨다. 버드나무 가지가 한자로 ‘양지(楊枝)‘이기에 ‘양치질‘이되었다. - P234

상거래에서 주고받는 ‘어음‘이란 낱말도 흔히 한자어로 오인하곤 한다. 어음의 옛말은 ‘어험‘으로 ‘어‘는 ‘자르다‘라는뜻이고 ‘음‘은 접사로 여기서는 ‘종이‘를 뜻한다. 곧 어음은얼마를 지불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종이 하나에 쓰고, 그것을잘라 보관하다가 특정 장소에서 맞추어보고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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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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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눈에
반달이 자주 비쳤다

반은 희고
반은 밝았다_ 인천 반달 중 - P15

청파동의 밤길은 혼자 밝았다가
혼자 어두워지는 너의 얼굴이다

_ 관음 중 - P28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_ 지금은 우리가 중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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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부는 바람
현기영 지음 / 한길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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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시대는 전쟁과 난리로 들끓는 난세였지만, 그의 공동체 주위 500리 안에는 평화로운 자연 세계가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비록일제의 가혹한 통치 아래일망정 노자의 공동체처럼 가능한 한이상에 가까운 사회에 접근해보자는 꿈을 품었던 것이다. 전쟁과 폭압정치가 횡행하던 춘추전국시대에 반전론을 펴고 국가의 민중 수탈을 성토한 노자는 무위자연을, 즉 ‘자연에따르는 것이 도‘라고, 위정자는 모름지기 무위로서 무사로서 정치하라고, 백성에게 간섭 말고, 백성의 자치 능력에 맡기라고 설파했다. - P173

지금이야말로 탈중심의 변방 정신이 필요한 때다. 지구를파괴하고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자본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려면 이 거부와 저항의 변방 정신이 아니고는 안 된다. 자본 운동은 질주의 관성만 있고, 자신을 멈춰 세울 이성이 없기 때문이다. - P179

"난 프랑스인이기에 앞서 인간이다. 내가 인간인 것은 필연이지만 내가 프랑스인인 것은 우연이다"라고 한 몽테스키외의 명언을 빌려 다음과 같이 소리쳐 본다. - P200

우리 사회에 독소처럼 퍼지고 있는 정치적 냉소주의와 허무주의는 바로 이 양비론의 결과임은 물론이다.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은 기득권층의 승승장구를 보장해줄 뿐이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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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부는 바람
현기영 지음 / 한길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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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의 참사는 국가폭력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기 때문에 더욱그러한데, "민중을 보호하는 대신, 도리어 민중을 파괴해버리는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의문을 품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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