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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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는 불로 요리하는 유인원이며, 불의 피조물이다. - P31

나에게 인간을 정의하라면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라 하겠다. 동물도기억력과 판단력이 있으며 인간이 지닌 능력과 정열을 모두 어느 수준까지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리하는 동물은 없다.…… 음식을 맛있게 차려 먹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모든 인간은 직업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는 요리사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스스로 양념을 친다는 점에서 말이다. _ 1. 생식주의자를 찾아서 - P33

생식주의자가 잘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번성할 수 있는 것은 품질이 예외적으로 높은 음식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 환경에서뿐이다. 그러나 동물들은 야생의 먹을거리를 날로 먹으면서도 잘 살아간다. 진화 식단의 단점에서 시작된 의심은 옳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우리에게는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우리는 익힌 음식을 필요로 한다.
_1. 생식주의자를 찾아서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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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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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란 작가를 지금 만나다니, 현재 국내번역서중 3부작중 2번째를 읽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주문중...

영화 <리틀 포레스트>같은 초록색의 느낌이 배경색으로 깔려있다. 전후 일본의 전설적인 건축가의 철학이 여름 별장의 업무 기간동안 서사적으로 그려져 있다. 감정의 진폭이 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가지만,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철학을 구현해가는 건축설계사무소의 국립현대도서관 현상공모 작업이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막힘없는 문장과 아름다운 설명, 건축과 디자인을 물론이고 예술-음식-역사-과학까지 상호 연결하여 표현하는 다큐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이런 소설 표현과 편안한 문장이 좋다. 선생님과 주인공의 사랑 방식도...

끝으로, 이 책에 소개된 건축물을 포함 여름 별장 지역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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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도서관에 일부러 찾아와서 책과 함께 보낸 시간을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스플룬드의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의 디테일은 정면 현관문부터 시작된다. 이용자가 잡는 손잡이에는 아담과 이브의 작은조각이 있다. 이제 바야흐로 ‘금단의 과일’인 사과를 먹으려고하는 아담은 나체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아직 없으니까, 무화과 잎사귀로 숨기지 않고 편안하게 하반신을 드러내고 있다. 도서관 입구 문손잡이에 조금 우습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한 그 순간을 고른 것은 아스플룬드의 작은 장난일까? 도서관에는 그 밖에도 의장意匠인지 장난인지 모를 디테일이 모른 척 준비되어있다. 이용자의 시각과 촉각에 호소하는 이들 디테일은 체감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 P232

"새 스웨터 냄새라든가 고급 가죽 재킷 냄새, 군고구마 냄새.
그런 게 건조한 차가운 공기 속을 가득 떠돌아요. 모두 깔보지만거리를 걸으면 크리스마스 장식도 멋있고요. 공기가 탁하지 않으니까, 밤이 되면 먼 곳의 불빛도 예쁘게 보이고, 도쿄가 가장좋은 계절은 누가 뭐래도 늦가을에서 겨울에 걸쳐서죠." - P269

아무것에도 쫓기지 않아도 되는 많은 시간과 엄청나게 많은재력으로 사람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공간이 있었기때문에 영국에서는 박물학과 생물학이 발달했다고 대학 강의에서 들은 것이 생각난다. 사람을 고용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꽃을키우는 것도 후지사와 씨 혼자만의 안에서 완결되는 생물학일지도 모른다. - P275

그 풀 수 없는 의문과는 별개로, 마리코하고는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마리코에게 저항할 수 없이 이끌리고 있었다. 귀에 살그머니 들어와 그대로 머무는 목소리 톤, 가볍고 부드러운 손가락과 손의 감촉, 목과 어깨 움직임을 따라 물결치는 머리카락, 자유로운 다리의 움직임, 강인한 성격이 반전되어 모든 것을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몸짓. - P275

"한 점의 틈도 그늘도 없는 완벽한 건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그런 것은 아무도 못 만들어. 언제까지나 주물럭대면서 상대방을 기다리게 할 만한 것이 자신한테 있는지, 그렇게 자문하면서 설계해야 한다네." - P286

~~ (중략) ~~ 유럽의 광장이라는 것은 일본에는 없는 개념이지.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가 있어. 도시의 일부지 특별한 장소가 아니야. 나라나 왕실이 준비한 것도 아니고, 광장에 서면 여기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장소라고 느끼게 돼. 그러니까 혁명이 일어나면 언제라도 집회장이 될 수 있는 거지, 즉 광장은 시민의 것인 거야. 일본인은 광장을 가지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아마 없겠지." - P291

"꽃은 그냥 사랑하면 되지만, 계통을 더듬어가거나 번식하는지역이랑 기후를 조사하다 보면 그런 모양이 된 이유와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돼요."
예컨대 비올라 트리컬러는 빙하기의 한랭한 환경을 살아남았던 풍모를 지금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후지사와 씨는 말한다.
"러프하게 말해 온난한 지역에서 열대에 걸쳐 꽃이 점점 커지고, 한랭지나 고지로 갈수록 작은 꽃을 피우는 종류가 많아지죠.
작은 쪽이 에너지 효율도 좋고 바람이나 눈 영향도 덜 타잖아요? 눈 틈새로 보이는 까만 땅에 기특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왠지 눈에 떠오르거든요." - P320

부락에 공동묘지가 있어도 거기에 어린아이들 뼈는 거의 없다. 아이들 유골은 일부러 만든 옹기에 넣어서 집 근처에 매장되었다. 더 어린 젖먹이인 경우는 움막 출입구 부근에 묻기도 했다. 죽은 아이의 영혼이 그 위를 넘어서 출입하는 어머니 배로 돌아가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P335

나는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얼굴을 쭉 보고 있었다. 조몬시대의 움막집이나 매장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현관문을 안쪽으로 열 것인가 바깥쪽으로 열 것인가를 생각하고, 개방형 부엌과 거실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까 생각하고, 부모 침실과 아이 침실을 어떻게 배치할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나 하는 이치가 선생님 건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 현실 그 자체다"라고 선생님이 말씀하는 것은 그런 얘기인지도 모른다.
"동굴이나 벼랑 아래 살던 원시인과 움막집을 만든 조몬인은 마음의 존재 양식이 달랐군요." - P337

"그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남는 것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도면과 건축뿐이니까. 사카니시 군, 자네는 여차할때 제대로 주장할 수 있겠나?"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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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플룬드는 장남의 죽음을 전후해서 설계에 들어간 ‘숲의 예배당‘의 문 스케치에 오늘은 당신, 내일은 나라는 명판을 그려넣었다. - P170

선생님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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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푸레?"
"이 세상 것이 아닌, 허무한 느낌이라고 할까? 오색딱따구리가 빨간 머리로 나무를 쪼고 있으면 머리에 피가 올라와서 이상해진 사람 같지만, 같은 딱따구리라도 쇠딱따구리는 담담하고차분하다고 할 수 있어요." - P121

"먹고 자고 사는 곳이라고 한 것은 참 적절한 표현이야. 이들은 뗄 수 없는 한 단어로 생각해야 돼. 먹고 자는 것에 관심 없이 사는 곳만 만들겠다는 것은 그릇만 만들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을 안 하는 건축가 따위 신용하지 않아.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 P106

"프로테스탄트 교도들은 효율이라든가 쓰임새 같은 것을 고려해서 기존의 사물을 개량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어. 프로테스탄트의 원점은 애당초 그런 것이었으니까.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유럽에서 급속하게 확대시킬 수 있었던 것은 범용성을철저하게 생각한 개혁이기 때문이지.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판인쇄라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면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베끼던 사본보다 몇백 배 빨리, 대량으로 인쇄하는 것이 가능했지.
게다가 그때까지 터무니없이 크고 무거웠던 탁상용 성경을 루터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사이즈로 바꿨어. 또 대부분의 사람이 읽지도 못하고 읽으려고도 하지 않은 라틴어가 아니라, 책의 세계에서는 천시되던 독일어로 번역했지. 덕분에 성경은 급속히 널리 읽히게 된 거야. 프로테스탄트들의 실용성에 대한 감각과 신뢰는 이런 데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 - P113

중요한 것은 놓치기 쉬울 만큼 평범한 말로 얘기되는 법이다. - P119

인간이 차음 본 평평한 것. 바람 없는 날의 호수, 파도가 쓸고 간 모래사장, 얼어붙은 물웅덩이. 내 청바지와 티셔츠에는 주름이 가고, 풀이랑 잎사귀의 초록색 파편이 달라붙어 있다. 예초기 엔진을 끄고 헬멧을 벗는다. 숲의 소리가 귀에 돌아온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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