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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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비상한 팀워크와 사원들의 자기를 돌보지 않는 직업 윤리,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바꾸자면 곤조 또는 ‘갓쓰에 있었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56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 원인의 일부는 고도성장의 제도들이 만들어질 때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었던 어느 커다란 집단의 삶이 그 제도들로 인해 변화된 데 있다. 그 집단이란 다름 아닌 일본의 여성들이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58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수의 젊은 여성이 자기 엄마와 언니들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에서 그 삶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게되었다. 그리고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고도성장 제도들이 작동하던 방식은 부지불식간에 수백만에 이르는 샐러리맨의 아내들을 올가미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제도들의 성공적인 운용으로 인해 여성들에게는 그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단이 생겼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일본 출산율의 붕괴였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64

1975년이 되면 일본의 출산율은 1940년대의 여성 한 명당 네 명에서, 총 인구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숫자인 두 명 아래로 떨어졌다. 2005년에는 기록적으로 낮은 1.26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의 붕괴는 일본이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환경에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기때문에 나타난 가장 치명적인 결과 중 하나다. 부분적으로 이런 경제 환경의 변화는 고도성장의 제도가 작동하는 것을 가능케 했던 글로벌 경제 프레임워크에 균열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균열은 먼저 해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누구도 기존의 일본식 시스템이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리스크가 명백해졌을때, 일본의 지도층은 애초 고도성장의 제도들이 성공적으로 돌아가던 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74

비싼 달러와 높은 금리를 견디지 못한 미국의 기업들이 무자비하게 쓰러져가면서, ‘IT 오타쿠들‘ 말고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신생 회사들로 자본이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컴퓨터, 시스코, 인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회사들이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82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경제에서 수출 이외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결국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84

그것이 바로 버블의 정의다. 자산의 가치와 그 자산이 만들어내는 현금 흐름 사이에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 여기서 현금 흐름은 집의 임대료나 기업의 수익을 말한다. ‘어떤 이유로 인해 자산의 가치가 끊임없이오를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이 믿는 한 버블은 계속 커진다. 버블이 커지는 한,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일으킨 대출을 갚기 위해서는 자산을 ‘더 어리석은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에 파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89

일본의 경우 내다버려야 할 가장 핵심적인 두가지 상식은 (1) 일본의 토지 가격은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과 (2)재무성이 부동산과 주가를 부양할 수 있고, 재무성 감독하의 모든 금융기관을 보호해줄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91

대차대조표 불황은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다. 개별 회사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것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 회복의 가능성이 파탄에 빠진다. 보통의 경기 침체에서 주로 사용하는 양적 완화 정책은 대차대조표 불황에는 먹히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아무리 낮추고 통화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도, 성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기존 대출을 더 낮은 이자의 신규 대출로 갈아타는 것 빼고는 회사들이 더이상 대출을 통한 투자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방대한 유동성은 그렇게 정체되어 시중에 돌지 않고 쌓여만 간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93

민스키는 금융 버블의 원인은 ‘외적 충격exogenous shock‘에 있다고 주장한다. 외적 충격은 투자자들이 특정 종류의 자산이 가져다줄 수익의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재평가하게 만드는 사건을 뜻한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95

그러나 일본 정부를 아마도 가장 당황케 했던 것은 선진기술과 제조업에서 거의 달성한 듯 보였던 일본의 절대 우위, 자부해 마지않던 그 절대 우위가 알고 보니 크게 과장되어 있었거나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깨달음이었다.

_ 경제와 금융 중 - P305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이런 회사들이 아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은 완전히 다른 일군의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자신들의 산업 분야 바깥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상당수는 소비자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품이나 소재를 취급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큰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누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_ 비즈니스 중 - P329

누군가가 말했듯 "엘리트 고위층과 커넥션이 있는 제조업체들을 파산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절대불가능한 일이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인 GDP 대비 3퍼센트의 연구개발비 집행도 지속되었다.

_ 비즈니스 중 - P331

광범위한 부품과 소재 산업에서 일본 기업이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는 절대 우위는 과거 품질 혁신의 영향이 훨씬 더 먼 곳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_ 비즈니스 중 - P332

이러한 구조는 전후 일본에 그토록 중요했던 사회적 단결을 잠식하고있다. 안정된 고소득 직업을 장악한 소수의 귀족 노동자들이 절대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도 일본의 사회적 단결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_ 비즈니스 중 - P342

일본의 ‘숨은 알짜기업‘들을 독일이나 스위스와 같은 곳의 비슷한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일본 기업은 정교한 공학적 품질이나 직원들의 헌신도에서 결코 뒤지지않는다. 일본의 큰 약점은 바로 해외 사업을 운영하는 능력의 부족함에 있다. 이것은 단순히 마케팅 같은 경영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동참할 역량이 있는가의 문제다. 모바일폰이 그 좋은 사례다.


_ 비즈니스 중 - P344

재계의 한 지도자는 그 결과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만약 일본 경제를 국민소득이나 고용 통계와 같은 일반적인 기준이 아닌, 일본 기업들이 소유한 실질 자산(국내 자산의 총합 더하기 FDI)의 총생산성으로 평가한다면, ‘일본 주식회사‘는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이다.

_ 비즈니스 중 - P348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판에 박힌 설명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지만, 수 세기 동안 일본의 지배 계급이었던 사무라이들은 군주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충성만이 궁극의 미덕이라는 사상에 경도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 경제의 최상층에 자리한 대부분의 기업은 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메이지 정부 초기에 설립되어 전직 사무라이들에게 주어졌던 회사들을 어떤 형태로든 직접 물려받은 조직이다. 올림푸스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시의 체제에 녹아 있던 문화적 특징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작동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충실한 병사는 절대로 자신이 속한 회사나 상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며, 일본의 엘리트 지배층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똘똘 뭉친다.

_ 비즈니스 중 - P354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일본은 꽉 막힌 관료주의와 기업 내의 허례허식으로 인해 의사결정 속도가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_ 비즈니스 중 - P357

1. 한국에는 국제화된 엘리트가 더 많다. 해외에서의 거주 경험과 영어 구사능력은 ‘한국적이지 않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한국의엘리트 계급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깝다.
~~ (중략) ~~
2. 한국의 경제·정치 기관들은 훨씬 더 명확한 권력 구조와 뚜렷한책임 소재를 갖고 있어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중략) ~~
3. 마지막 요소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은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_ 비즈니스 중 - P360

그 과정에서 부의 축적과 리스크 사이의 상관관계가 무의미해진 나머지, 유한책임회사는 이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기업의 행위를 문화적·사회적·정치적으로 제어하던 장치들이 그 기능을 잃어가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마치 암세포가 증식하면서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듯 인류 삶의 기반이 되는 자연환경의 파괴까지 불러오고 있다.

_ 비즈니스 중 - P363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서비스 수준과 품질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오직 꿈에서나 바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한 ‘블랙 기업‘이라든지 비정규직을 거리낌 없이 착취하는 관행을 보면, 일본 재계의 기득권층이 비록 개인적인 축재를 위해서는 아닐지라도 자신들 계층의 지위와 특권을 지키기 위해 단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_ 비즈니스 중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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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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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동물농장』에서 이렇게 서술한 바 있다. "언제 어디라도 ‘정설orthodoxy‘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걸 의심의여지 없이 받아들일 거라 여겨진다. 정설과 다른 것들을 말하는 행위가 꼭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 정설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 놀랄 만큼 효과적인 힘이 작동해 그들을 침묵시킨다."

_ 고도성장의 제도적 기틀 중 - P242

교토는 전쟁 전일본을 휩쓸었던 산업화 광풍에서도 열외되었고, 그 건축학적·문화적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너무나 귀중했기 때문에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본토를 폭격할 때 교토를 제외했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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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5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ilbird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mailbird 2022-12-1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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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이 대학에서 역사학이나 경제학 혹은 물리학 같은 것을 얼마나 잘 공부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은 입사 후 회사에서 책임지고 가르칠 것이었다.

_ 고도성장의 제도적 기틀 중 - P227

전시에 군수업체와 같은 ‘전략적‘ 산업에 몰아주던 은행 대출을, 전후수출 주도형 기업과 같은 ‘전략적‘ 산업으로 돌리는 것은 상대적으로간단한 일이었다. 많은 경우에 이들은 같은 회사였는데, 무기를 만들던생산 라인을 변경해 내구성 소비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저축이 바닥난 극도로 가난한 나라에서 대출이 가능한 충분한 여신을 창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였다.

_ 고도성장기의 제도적 기틀 중 - P228

그 결과 일본은 세계 산업 열강의 맨 앞자리로 도약했다. 이케다가 내세웠던 목표보다 2년 빨랐던 1968년, 일본은 1960년의 1인당 소득의 두 배를 달성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_ 고도성장의 제도적 기틀 중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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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이 종료되면서, 경제 전략을 담당하던 관료들이 예전에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던 각종 수단을 재활용하여, 수출 시장에서 달러를 최대한 벌어들이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_ 경제 기적 중 - P199

일본 사회의 인간관계는 예측가능성에 기반해서 항상 의례를 따르는 듯한 양상을 띠게 된다.

_ 경제 기적 중 - P200

이처럼 전후의 자민당 정치인들은 관료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치 환경을 만들어주는 대신 관료들로부터 편의를 얻어내는 중요한 파워 브로커로 등장했다.

_ 경제 기적 중 - P203

이케다는, 10년 내에 소득을 두 배로 증가시키겠다는 유명한 정책을 발표한다. 일본이 정치 투쟁에서 경제 투쟁으로 관심을 옮길 것을 암암리에호소한 것이다. 그리고 그 호소는 먹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샐러리맨 문화가 퍼져나갔고(다음 장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일본은 이케다의 목표를 초과해서 달성했다. 패전의 굴욕과 미국에의 종속이 잊힌 것은 아니었으나 일본의 눈부시 경제적 서치가 부러온 자부심에 묻혀갔다.

_ 경제 기적 중 - P209

관리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회사가 핵심 직원들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데 얼마나 공헌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_ 고도성장의 제도적 기틀 중 - P217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이 이렇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필수 요소인 ‘창조적 파괴‘의 가능성을 억제했기 때문에 일부 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예를 들어 소비자 가전제품 산업은 1990년 이후 애플이나 삼성과같은 해외의 발 빠른 경쟁자들의 도전에 직면한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에는 산업협회들이 일본의 가장 첨예한 경쟁력을 해외 시장으로 향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일본 기업들은 고용 관행과 손쉬운 융자, 숙련 노동자들의 완벽한 조합을 통해 해외에서 확실하게 시장을 점유해나갈 수있었다.

_ 고도성장의 제도적 기틀 중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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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끝나갈 무렵, 일본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전 세계 모든 비유럽 국가들을 장악한 유럽 제국주의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나라는 일본을 빼면 타이와 에티오피아 정도였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86

그 특징이란 바로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 중앙 정부에만 주어졌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자면 국가의 정치권력이 국가보다 하위 단위(영주 혹은 번)나, 국가를 초월하는 지위(천황)가 아닌, 일국의 정부 단위에서 행사된다는 점이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88

당시 일본의 축성술이나 사무라이의 전투력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던 유럽인들도 인정하던 바였다. 유럽이 일본에 위협이 되었던 것은 기술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기독교로 대표되는 사상이었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90

그럼에도 ‘숨은 기독교인들은 두 세기반을 살아남아 은밀하게 신앙을 대물림했다. 이들 일대기 최후의 비극이라고 해야 할까, 그 후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살던 지역은 1945년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의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94

외부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대 일본의 수많은 모순은, 에도 시대에 존재하던 공식적인 시스템의 구조와 실제 사회의 간극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20세기 말 일본은 역사상 가장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거둔 나라인 동시에 꽉 막힌 얼굴 없는 관료주의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102

600년 전 숨 막힐 만큼 아름다운 헤이안 귀족 문화가 당시 세상에 만연하던 난잡함에 균형을 잡아주었듯이, 풍류세계의 양식미, 심미안, 품격은 그 세계의 기반이 되는 착취구조를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106

오시오는 "알고서 행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不行只是未는 유명한 말을 남긴 명나라 유학자 왕양명王陽明(1472~1529)의 추종자였다. 언행일치를 강조하는 왕양명의 사상(양명학)은 청나라와 도쿠가와일본의 주류 사상이던 신유학, 즉 주자학과 충돌했다. 왕양명의 저술에 깔린 급진주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수많은 개혁사상가에게 영감을 주게 된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113

하지만 일본의 정치사상에서는, 정당하게 설립된 정치권력 자체가 신성을 지닌다. 도쿠가와 막부는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오래된 개념을 적극 장려해서 어느 누구도 막부의 통치에 도전할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했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118

1000년이 넘도록 천황이 절대 권력을 실제로 누리지 못한일본에서, 천황에게 권력을 ‘유신‘했다는 행위는 일본의 새 정부에게 단박에 정통성을 부여했다. 천황이 직접 통치한다는 환상과, 그런 환상을 이용해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두 집권층이 통치하는 정부라는 현실 사이의 간극은 반세기 후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난을 불러오게 된다.

_ 근대 국가로서의 일본의 탄생 중 - P123

하지만 시들어가는 청나라가 서구 열강들의 점점 노골적인 침략에 저항력을 잃어가면서, 일본은 한국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또스스로 독립을 유지하기 위한 개혁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 때문에 한국이 서구 식민화의 좋은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 한국이 중국을 벗어나 누군가의 식민지가 된다면 일본은 스스로 그 누군가가 되고자 했다.

_ 메이지 유신에서 미군정기까지 중 - P134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는 10년 전 청일전쟁의 승리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콘스탄티노플 멸망 이후 처음으로 비기독, 비서구 국가가 기독교 국가에 승리를 거둔 사건이었다. 일본의 해군은 한국의 남해안에서 러시아 배들을 대부분 격침시켰고, 육군은 최종적으로 아서항을 포위함으로써 육지에서도 우위를 점해 육군과 해군 모두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_ 메이저 유신에서 미군정기까지 중 - P137

그렇게 기피 대상이기는 했어도, 징병제는 공공 의무교육과 함께 농민들(그리고 공장 지대와 도시에 나가 있는 그들의 자녀에게 근대 국가에 필수적인 정신 자세를 주입한다는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_ 메이지 유신에서 미군정기까지 중 - P139

‘문명개화(분메이카이카)‘라는 구호 아래 진행되었다. ‘부국강병(후코쿠쿄헤이)‘만큼이나 메이지 시대를 연상시키는 슬로건이다.

_ 메이지 유신에서 미군정기까지 - P146

그러나 일본이 유독 독특했던 것은 나라의 지배 구조에 대해 하나도 아닌두 가지 다른 허구가 병존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었다. 과거로부터 이어받은허구는 천황제이고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허구는 입헌정치와 법치주의다. 이 중 후자는 부분적으로 자유민권운동이나 이타가키와 같은 사람의 대의정치 요구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지만, 더 큰 동력은 일본에 대한 서양의 기대로부터 나왔다. 일본이 근대 국가로 인정받으려면 마땅히 의회와 법원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근대 국가의 국민이라면 고기를 먹고남녀 혼탕을 삼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_ 메이지 유신에서 미군정기까지 중 - P149

소위 원로라 불리며 20세기까지 살아남은 메이지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정책활동에서 물러나면서 추밀원 같은 자문기관으로 소속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되 결과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역할을 맡으면서, 거대한 정치적 무책임의 무대가 마련되었다. 이런 무책임의 정치는 승리할 전망이 없는 아시아에서의 지상전에 뛰어든다든가, 일본보다 열 배는 더 큰 산업 기반을 가진 열강을 향해 침공을 감행한데서 그 절정을 보여준다. 그 결과 일본은 메이지 지도자들이 처음부터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바로 그 상황, 즉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_ 메이지 유신에서 미군정까지 중 - P152

중국에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이 가져다준 가장 중요한 결과는 중국 공산당의 집권일지 모른다.

_ 메이지 유신에서 미군정기까지 중 - P161

이 전쟁의 궁극적인 원인은 또는 적어도 전쟁에서 일본에 책임이 있는 부분에 관해서 말하자면) 권력을 탈취한 사람들의 손에 권력이 집중된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권력이 통제를 벗어나 여기저기 분산되었다는 데 있었다.

_ 메이지 유신에서 미군정기까지 중 - P166

더 힘센 존재를 달래고 조종하는 기술은, 유치원 교실에서 시작해서 정부나 기업의 꼭대기에 오르는 데까지, 일본에서 성공하는 데 있어금과옥조로 여겨진다.

_ 경제 기적 중 - P180

그렇기는 하더라도, 미군정은 초기 멤버들이 이루려고 노력했던 일본사회의 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존 다우어는 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군사정부가 직접 통치했던 전후 독일과는달리 일본의 미군정은 기존 정부 조직을 통해 ‘간접‘ 통치를 했다. 이는 항복 이전의 일본 정치체제에서도 가장 비민주적었던 두 가지 제도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다름 아닌 관료제와 천황제다."

_ 경제 개혁 중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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