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비상한 팀워크와 사원들의 자기를 돌보지 않는 직업 윤리,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바꾸자면 곤조 또는 ‘갓쓰에 있었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56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 원인의 일부는 고도성장의 제도들이 만들어질 때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었던 어느 커다란 집단의 삶이 그 제도들로 인해 변화된 데 있다. 그 집단이란 다름 아닌 일본의 여성들이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58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수의 젊은 여성이 자기 엄마와 언니들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에서 그 삶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게되었다. 그리고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고도성장 제도들이 작동하던 방식은 부지불식간에 수백만에 이르는 샐러리맨의 아내들을 올가미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제도들의 성공적인 운용으로 인해 여성들에게는 그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단이 생겼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일본 출산율의 붕괴였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64
1975년이 되면 일본의 출산율은 1940년대의 여성 한 명당 네 명에서, 총 인구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숫자인 두 명 아래로 떨어졌다. 2005년에는 기록적으로 낮은 1.26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의 붕괴는 일본이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환경에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기때문에 나타난 가장 치명적인 결과 중 하나다. 부분적으로 이런 경제 환경의 변화는 고도성장의 제도가 작동하는 것을 가능케 했던 글로벌 경제 프레임워크에 균열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균열은 먼저 해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누구도 기존의 일본식 시스템이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리스크가 명백해졌을때, 일본의 지도층은 애초 고도성장의 제도들이 성공적으로 돌아가던 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74
비싼 달러와 높은 금리를 견디지 못한 미국의 기업들이 무자비하게 쓰러져가면서, ‘IT 오타쿠들‘ 말고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신생 회사들로 자본이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컴퓨터, 시스코, 인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회사들이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82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경제에서 수출 이외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결국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다.
_ 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 P284
그것이 바로 버블의 정의다. 자산의 가치와 그 자산이 만들어내는 현금 흐름 사이에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 여기서 현금 흐름은 집의 임대료나 기업의 수익을 말한다. ‘어떤 이유로 인해 자산의 가치가 끊임없이오를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이 믿는 한 버블은 계속 커진다. 버블이 커지는 한,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일으킨 대출을 갚기 위해서는 자산을 ‘더 어리석은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에 파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89
일본의 경우 내다버려야 할 가장 핵심적인 두가지 상식은 (1) 일본의 토지 가격은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과 (2)재무성이 부동산과 주가를 부양할 수 있고, 재무성 감독하의 모든 금융기관을 보호해줄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91
대차대조표 불황은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다. 개별 회사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것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 회복의 가능성이 파탄에 빠진다. 보통의 경기 침체에서 주로 사용하는 양적 완화 정책은 대차대조표 불황에는 먹히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아무리 낮추고 통화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도, 성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기존 대출을 더 낮은 이자의 신규 대출로 갈아타는 것 빼고는 회사들이 더이상 대출을 통한 투자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방대한 유동성은 그렇게 정체되어 시중에 돌지 않고 쌓여만 간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93
민스키는 금융 버블의 원인은 ‘외적 충격exogenous shock‘에 있다고 주장한다. 외적 충격은 투자자들이 특정 종류의 자산이 가져다줄 수익의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재평가하게 만드는 사건을 뜻한다.
_ 경제와 금융 중 - P295
그러나 일본 정부를 아마도 가장 당황케 했던 것은 선진기술과 제조업에서 거의 달성한 듯 보였던 일본의 절대 우위, 자부해 마지않던 그 절대 우위가 알고 보니 크게 과장되어 있었거나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깨달음이었다.
_ 경제와 금융 중 - P305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이런 회사들이 아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은 완전히 다른 일군의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자신들의 산업 분야 바깥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상당수는 소비자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품이나 소재를 취급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큰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누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_ 비즈니스 중 - P329
누군가가 말했듯 "엘리트 고위층과 커넥션이 있는 제조업체들을 파산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절대불가능한 일이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인 GDP 대비 3퍼센트의 연구개발비 집행도 지속되었다.
_ 비즈니스 중 - P331
광범위한 부품과 소재 산업에서 일본 기업이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는 절대 우위는 과거 품질 혁신의 영향이 훨씬 더 먼 곳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_ 비즈니스 중 - P332
이러한 구조는 전후 일본에 그토록 중요했던 사회적 단결을 잠식하고있다. 안정된 고소득 직업을 장악한 소수의 귀족 노동자들이 절대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도 일본의 사회적 단결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_ 비즈니스 중 - P342
일본의 ‘숨은 알짜기업‘들을 독일이나 스위스와 같은 곳의 비슷한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일본 기업은 정교한 공학적 품질이나 직원들의 헌신도에서 결코 뒤지지않는다. 일본의 큰 약점은 바로 해외 사업을 운영하는 능력의 부족함에 있다. 이것은 단순히 마케팅 같은 경영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동참할 역량이 있는가의 문제다. 모바일폰이 그 좋은 사례다.
_ 비즈니스 중 - P344
재계의 한 지도자는 그 결과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만약 일본 경제를 국민소득이나 고용 통계와 같은 일반적인 기준이 아닌, 일본 기업들이 소유한 실질 자산(국내 자산의 총합 더하기 FDI)의 총생산성으로 평가한다면, ‘일본 주식회사‘는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이다.
_ 비즈니스 중 - P348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판에 박힌 설명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지만, 수 세기 동안 일본의 지배 계급이었던 사무라이들은 군주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충성만이 궁극의 미덕이라는 사상에 경도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 경제의 최상층에 자리한 대부분의 기업은 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메이지 정부 초기에 설립되어 전직 사무라이들에게 주어졌던 회사들을 어떤 형태로든 직접 물려받은 조직이다. 올림푸스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시의 체제에 녹아 있던 문화적 특징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작동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충실한 병사는 절대로 자신이 속한 회사나 상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며, 일본의 엘리트 지배층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똘똘 뭉친다.
_ 비즈니스 중 - P354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일본은 꽉 막힌 관료주의와 기업 내의 허례허식으로 인해 의사결정 속도가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_ 비즈니스 중 - P357
1. 한국에는 국제화된 엘리트가 더 많다. 해외에서의 거주 경험과 영어 구사능력은 ‘한국적이지 않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한국의엘리트 계급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깝다. ~~ (중략) ~~ 2. 한국의 경제·정치 기관들은 훨씬 더 명확한 권력 구조와 뚜렷한책임 소재를 갖고 있어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중략) ~~ 3. 마지막 요소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은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_ 비즈니스 중 - P360
그 과정에서 부의 축적과 리스크 사이의 상관관계가 무의미해진 나머지, 유한책임회사는 이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기업의 행위를 문화적·사회적·정치적으로 제어하던 장치들이 그 기능을 잃어가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마치 암세포가 증식하면서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듯 인류 삶의 기반이 되는 자연환경의 파괴까지 불러오고 있다.
_ 비즈니스 중 - P363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서비스 수준과 품질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오직 꿈에서나 바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한 ‘블랙 기업‘이라든지 비정규직을 거리낌 없이 착취하는 관행을 보면, 일본 재계의 기득권층이 비록 개인적인 축재를 위해서는 아닐지라도 자신들 계층의 지위와 특권을 지키기 위해 단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_ 비즈니스 중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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